<탄핵 정국> ‘조기 대선’ 잠룡들 셈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11:04:04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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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큰 싸움 벌어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 대통령이 자진 퇴진 혹은 탄핵절차를 따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기 대선 정국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유력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조기 대선 셈법을 살펴봤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새누리당 당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그 절차를 따라 갈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뜨는 사람은?

이로써 박 대통령은 ‘4월 자진 사퇴’ 혹은 ‘헌재결정에 따른 퇴진’ 중 하나로 진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국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우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면 바람을 타고 대선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지지율 정체라는 딜레마는 있지만 당장 대선이 치러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탄핵 정국서 뒤늦게나마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어 야권 잠룡들과 보폭을 맞추는 능란함도 선보였다.

최근 ‘제2의 노무현’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견제하며 독주체제 구축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이 ‘고구마’, 이재명 성남시장이 ‘사이다’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다.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고 말해 이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도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 2일, 반 총장에 대해 “아주 친미적이고 유능한 외교 관료”라며 ‘친미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견제구를 날렸다. 이처럼 문 전 대표는 본인의 독주체제를 위협하는 잠룡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대선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잠룡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 받는 이 시장은 대선주자들 중 처음으로 탄핵과 하야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잠룡들이 국민 여론과 당의 눈치를 보는 동안 그는 전면에 나서 여론을 주도한 셈이다.

그의 전략은 통했다. 잠룡들 중 약체로 평가받던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을 육박하며 문 전 대표와 반 사무총장의 뒤를 잇고 있다.

이 시장의 상승세에 대해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는 “이 시장 열풍이 금방 꺼질 거란 얘기는 특정 세력의 희망사항”이라며 “개별 대선후보로 나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해 이 시장의 입지를 대변했다. 이 시장은 최근 기세를 몰아 박 대통령에 더욱 강한 비판어조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중 일부가 밝혀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간이길 포기한 대통령”이라며 “법정최고형으로 여생을 감옥에서 반성하며 보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기 상태의 대통령에 맹공을 퍼부음으로써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부각시키고 있다.

본격 탄핵절차 돌입
뜨는 이재명 죽이기?
반기문 신당창당 왜?

최근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문 전 대표를 ‘세종’ 본인을 ‘태종’에 비유하면서 현 시국에 본인이 적합한 대선주자임을 내비쳤다. 그는 “여론조사를 뜯어 보면 문 전 대표보다 중도층 확장성에서 내가 앞선다는 게 입증 된다”면서 “미국 민주당의 실패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데서 비롯됐는데 변화를 바라는 국민은(버니 샌더스 후보를 배제한 실수)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문 전 대표를 힐러리 클린턴, 본인을 버니 샌더스로 비유하면서 입지 다지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 시장의 치명적 약점은 당내 지지기반이 전무하다는 것. 본인 스스로 ‘변방의 장수’라 부를 정도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 친문(친 문재인) 일색의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주류가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고 이 시장이 대선가도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깰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시장은 최근 당내 경선 룰을 언급하며 “2012년처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100% 국민경선과 모바일투표, 결선투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2년 경선 룰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원 투표 비중이 커지면 문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압박한 셈이다.

한 정치 관계자는 “이재명 신드롬은 문재인 전 대표의 중도화 전략으로 인해 벌어진 진보진영의 틈을 이재명 시장이 선명하고 명확한 메시지, 좌고우면하지 않은 행동을 무기로 파고들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이는 촛불 정국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현상이 결코 아니며 앞으로 야당 경선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서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잠룡 두 명이 있다면 여권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차기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개인으로서 내년 1월1일 한국에 귀국해 조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친구, 한국 사회 지도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혀 대권행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친박계와 각을 세우며 신당 창당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6일 <더300>에 따르면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은 “반 총장은 새누리당이나 기존 정당으로는 안 나온다.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원래 그런 구도였다. 친박쪽에서 구애했을 뿐 애초에 친박쪽 인사가 아니었고 국민의당에 갈 생각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권 및 청와대를 향한 국민 분노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핵심 측근은 “새누리당은 이미 신임을 잃었고 곧 쪼개질 것이다. ‘중도’를 표방하는 당을 만들면 붙으려는 인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해 반 총장식 대권행보를 예고했다. 반 총장은 현재 국민지지를 기반으로 제3지대와의 연대, 즉 정계개편의 중심축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반 총장이 독자세력화를 표방함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새로운 세력들

최근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는 반 총장에 대해 “1월에 나와서 자기 나름대로 세력 규합을 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결국 보수진영이라는 데서 나름대로 하나의 세력을 형성을 해야 될 테니까 그런 측면서 하나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반 총장 측근의 주장과 맥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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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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