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키워드로 본’ 박근혜정부 실패 원인 7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10:08:02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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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안하고 밥도 혼자 먹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 거취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지금의 박 대통령을 만든 원인으로 불통, 인사 실패, 언론통제 등이 거론된다. <일요시사>가 박근혜정부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봤다.

박근혜정부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반부터 ‘불통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은 임기말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섰다. 현재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불통]

‘불통’이라는 단어는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까지 박근혜정부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야당과의 불통, 비박과의 불통, 국무위원과의 불통 등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는 불통정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보다는 비선 측근들의 목소리만 듣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 최근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역사는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3년 대통령인수위원회는 불통 속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새정부 출범 당시 장관 6명과 청와대 수석 6명이 불통 논란을 야기한 인수위 출신으로 구성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민여론 및 지역여론을 살피지 않은 채 사드배치를 추진해 성주지역민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소통이 부재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11일 “장관 18명을 포함해 4년 동안 그 어떤 장관도 대통령과 1대1로 독대한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의 개인참모인 정무수석과 외교안보수석까지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한다. 참 수수께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특유의 불통을 대통령의 성격적인 측면과 결부해 생각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은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박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고,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고 포장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하다 보니 소수에게만 믿음을 주는 타입”이라며 “최순실 사태도 박 대통령의 외골수적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박근혜정부는 외교 부문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올 초에 있었던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졸속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양국 간 합의문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등이 명시된 반면, 일본 정부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위안부 상처 치유 사업 실시를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 확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야기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도 정부 합의 문제로 둬 위안부 합의를 무색케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이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은 “위안부 문제는 정부가 나서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할 성격이 아니며, 한일 위안부 합의는 결코 최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정부가 외교적 측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최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다시 한번 정부의 외교 협상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 탄도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협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역사왜곡 문제와 독도 영유권 등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상태서 성급히 협정을 맺어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국방을 위해 사드 및 한일 군사 협정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인사]

박근혜정부의 인사 문제도 집권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됐던 지적사항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4년 6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인사 참사’라는 평을 들었다. 아울러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낙마하면서 국정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다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신뢰는 바닥을 쳤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정점을 찍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야권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국회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정부 측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역대 정권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탄핵 결의안 통과…최초 불명예 퇴진 앞둬
집권 초기 불통 논란…일본에 목맨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불거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의혹에 대응한 청와대의 행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 전 수석은 아들 꽃보직 특혜 및 화성땅 차명 보유 의혹 등 각종 구설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만 가지고는 자를 수 없다”며 우 전 수석을 지켰다.

아울러 최순실씨가 청와대 및 각종 정부부처 인사에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비탄에 잠겼다. 이후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자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문고리3인방, 우 전 수석 등 비서진을 대거 교체했다.

우왕좌왕하던 청와대는 국회를 달래듯 김병준 책임총리를 지명하고, 우 전 수석과의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최재경 전 민정수석을 임명해 ‘불통 개각’이라는 비판을 초래했다.

[정책]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도 몰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내놨던 ‘창조경제’에 대해 거창하지만 애매모호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정부의 세제 운용 방안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가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 정부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도 결국 실패했으며, 대북정책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초기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다. 지난 9월 국감장에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박 대통령이 주장한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모두 북한과의 협상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는 지금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며 “현 정부는 북한 핵 개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거창한 수사를 사용해 얼핏 합리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막상 뜯어 놓고 보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화법]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 이 분석한 <박근혜 화법, 헛소리에 담긴 모순적 징후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기이한 언어패턴을 알 수 있다. 말실수, 횡설수설, 동어반복, 동문서답, 에너지론, 비문, 유체이탈, 시대착오적 발언 등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 준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유독 2015년에 신비주의적인 어록이 많이 등장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어린이날을 전후해 경제인과 관료들이 모인 자리서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염원’하고…‘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하는데…하늘의 ‘응답’…바로 ‘메시지’”라고 말해 종교적 언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지난해 11월10일에는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건국 이래 대통령 중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근대적이란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영성에 기반을 둬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특정 집단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언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영생교 교주의 딸인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고쳐줬다고 밝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화법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을 때 그 이유를 좀 더 파고들었으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조속히 밝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제]

최근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박 대통령의 언론통제가 드러났다. 지난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드러난 박근혜정부의 언론통제 및 문화검열 정황을 폭로했다.

언론노조가 공개한 비망록에는 영(領)으로 표기된 박근혜 대통령과 장(長)으로 표기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언론대응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이다.

매번 반복된 인사 참사…인사시스템 전무
주술 화법, 최순실 지시?…친박계도 도마

언론노조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해당 보도를 공직기강 해이, 신상털기식 보도가 우려된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의 문건유출사건 수사를 조기종결토록 지도하게 했으며 개인적 책임론을 수긍하고 언론대응에 당당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최고 윗선 차원서 언론통제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셈이다.
 

언론통제는 지난해 11월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에도 나타난다. 정부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 유사언론행위를 막겠다며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취재 및 편집 인력을 3인에서 ‘5인 이상’으로 높였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론통제는 풍선효과처럼 박근혜정부의 각종 부정부패가 밝혀지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

친박(친 박근혜)계는 청와대와 국회를 넘나들며 박근혜정부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현 정부 대표적 친박계로 ‘대통령의 남자’로 불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으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보도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순실 파문이 정국을 휩쓸고 있는 현 시국에 그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각에선 친박계의 맹목적인 박 대통령 옹호가 오히려 대통령이 비리에 무감각해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에게 간언해야 할 친박계가 대통령의 허물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서도 친박 주류들의 공천개입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고 국회 제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줬다. 정치권에선 총선 결과가 임기 후반기를 달리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한폭탄'다음 청문회 일정은?

지난 6, 7일에 이어 오는 14, 15일에는 3, 4차 최순실 국조 청문회가 이어진다. 3차 국조 청문회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출석 예정이다.

15일 열리는 4차 청문회에선 30여 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윤회씨,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선관실 행정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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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