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키워드로 본’ 박근혜정부 실패 원인 7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10:08:02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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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안하고 밥도 혼자 먹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 거취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지금의 박 대통령을 만든 원인으로 불통, 인사 실패, 언론통제 등이 거론된다. <일요시사>가 박근혜정부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봤다.

박근혜정부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반부터 ‘불통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은 임기말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섰다. 현재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불통]

‘불통’이라는 단어는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까지 박근혜정부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야당과의 불통, 비박과의 불통, 국무위원과의 불통 등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는 불통정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보다는 비선 측근들의 목소리만 듣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 최근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역사는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3년 대통령인수위원회는 불통 속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새정부 출범 당시 장관 6명과 청와대 수석 6명이 불통 논란을 야기한 인수위 출신으로 구성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민여론 및 지역여론을 살피지 않은 채 사드배치를 추진해 성주지역민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소통이 부재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11일 “장관 18명을 포함해 4년 동안 그 어떤 장관도 대통령과 1대1로 독대한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의 개인참모인 정무수석과 외교안보수석까지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한다. 참 수수께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특유의 불통을 대통령의 성격적인 측면과 결부해 생각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은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박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고,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고 포장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하다 보니 소수에게만 믿음을 주는 타입”이라며 “최순실 사태도 박 대통령의 외골수적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박근혜정부는 외교 부문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올 초에 있었던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졸속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양국 간 합의문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등이 명시된 반면, 일본 정부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위안부 상처 치유 사업 실시를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 확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야기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도 정부 합의 문제로 둬 위안부 합의를 무색케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이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은 “위안부 문제는 정부가 나서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할 성격이 아니며, 한일 위안부 합의는 결코 최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정부가 외교적 측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최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다시 한번 정부의 외교 협상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 탄도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협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역사왜곡 문제와 독도 영유권 등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상태서 성급히 협정을 맺어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국방을 위해 사드 및 한일 군사 협정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인사]

박근혜정부의 인사 문제도 집권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됐던 지적사항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4년 6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인사 참사’라는 평을 들었다. 아울러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낙마하면서 국정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다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신뢰는 바닥을 쳤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정점을 찍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야권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국회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정부 측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역대 정권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탄핵 결의안 통과…최초 불명예 퇴진 앞둬
집권 초기 불통 논란…일본에 목맨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불거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의혹에 대응한 청와대의 행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 전 수석은 아들 꽃보직 특혜 및 화성땅 차명 보유 의혹 등 각종 구설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만 가지고는 자를 수 없다”며 우 전 수석을 지켰다.

아울러 최순실씨가 청와대 및 각종 정부부처 인사에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비탄에 잠겼다. 이후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자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문고리3인방, 우 전 수석 등 비서진을 대거 교체했다.

우왕좌왕하던 청와대는 국회를 달래듯 김병준 책임총리를 지명하고, 우 전 수석과의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최재경 전 민정수석을 임명해 ‘불통 개각’이라는 비판을 초래했다.

[정책]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도 몰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내놨던 ‘창조경제’에 대해 거창하지만 애매모호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정부의 세제 운용 방안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가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 정부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도 결국 실패했으며, 대북정책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초기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다. 지난 9월 국감장에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박 대통령이 주장한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모두 북한과의 협상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는 지금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며 “현 정부는 북한 핵 개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거창한 수사를 사용해 얼핏 합리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막상 뜯어 놓고 보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화법]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 이 분석한 <박근혜 화법, 헛소리에 담긴 모순적 징후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기이한 언어패턴을 알 수 있다. 말실수, 횡설수설, 동어반복, 동문서답, 에너지론, 비문, 유체이탈, 시대착오적 발언 등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 준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유독 2015년에 신비주의적인 어록이 많이 등장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어린이날을 전후해 경제인과 관료들이 모인 자리서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염원’하고…‘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하는데…하늘의 ‘응답’…바로 ‘메시지’”라고 말해 종교적 언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지난해 11월10일에는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건국 이래 대통령 중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근대적이란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영성에 기반을 둬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특정 집단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언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영생교 교주의 딸인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고쳐줬다고 밝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화법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을 때 그 이유를 좀 더 파고들었으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조속히 밝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제]

최근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박 대통령의 언론통제가 드러났다. 지난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드러난 박근혜정부의 언론통제 및 문화검열 정황을 폭로했다.

언론노조가 공개한 비망록에는 영(領)으로 표기된 박근혜 대통령과 장(長)으로 표기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언론대응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이다.

매번 반복된 인사 참사…인사시스템 전무
주술 화법, 최순실 지시?…친박계도 도마

언론노조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해당 보도를 공직기강 해이, 신상털기식 보도가 우려된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의 문건유출사건 수사를 조기종결토록 지도하게 했으며 개인적 책임론을 수긍하고 언론대응에 당당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최고 윗선 차원서 언론통제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셈이다.
 

언론통제는 지난해 11월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에도 나타난다. 정부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 유사언론행위를 막겠다며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취재 및 편집 인력을 3인에서 ‘5인 이상’으로 높였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론통제는 풍선효과처럼 박근혜정부의 각종 부정부패가 밝혀지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

친박(친 박근혜)계는 청와대와 국회를 넘나들며 박근혜정부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현 정부 대표적 친박계로 ‘대통령의 남자’로 불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으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보도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순실 파문이 정국을 휩쓸고 있는 현 시국에 그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각에선 친박계의 맹목적인 박 대통령 옹호가 오히려 대통령이 비리에 무감각해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에게 간언해야 할 친박계가 대통령의 허물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서도 친박 주류들의 공천개입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고 국회 제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줬다. 정치권에선 총선 결과가 임기 후반기를 달리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한폭탄'다음 청문회 일정은?

지난 6, 7일에 이어 오는 14, 15일에는 3, 4차 최순실 국조 청문회가 이어진다. 3차 국조 청문회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출석 예정이다.

15일 열리는 4차 청문회에선 30여 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윤회씨,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선관실 행정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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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