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간이역 여행 ②전북 군산

시간이 멈춰 선 곳 '군산 임피역'

장항선이 지나는 군산시 임피면 술산리에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운 간이역이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오랜 세월 그 소임을 다하고 은퇴한 임피역이다.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연 임피역은 일제가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다. 임피·서수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으로 운반,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거점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합실 벽의 안내문이 당시 상황을 알려준다.

“힘들게 수확한 쌀을 빼앗긴 농민들은 깻묵과 나무껍질로 허기진 배를 달랬고, 역사 옆 미곡 창고에서 노동자들이 배고픔을 참고 쌀가마니를 실어 날랐다.”

실적이 좋았는지 임피역은 1936년에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역사도 새롭게 지었다. 이때 지은 건물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지금에 이른다. 임피역사는 화장실까지 포함해 2동으로, 목조건물 벽면은 모르타르로 마감했고 맞배집 형태다. 정면 출입구와 반대편 개찰구 위에 직선으로 박공을 설치하고, 철로 변 대합실 출입구 상단에 차양을 달아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대합실과 사무실 사이에는 난방시설을 갖추고, 지붕에 굴뚝도 만들었다.

수탈의 역사

임피역은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되었다. 역사 서쪽에는 시계가 귀한 시절, 사이렌과 스피커로 정오를 알리던 오포대와 추억 속의 펌프도 있다. 해방 후 임피역 풍경은 어땠을까? 대합실 벽의 안내문을 보자.


“임피역은 광복 후 비로소 지역 주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후 군산의 경공업이 발전하면서 농촌 청년들이 공장에 취직해 통근 열차를 타고 출퇴근했으며, 생선 장수들은 새벽 열차를 타고 군산항에 나가 생선과 젓갈을 구입해 머리에 이고 팔았다. 학생들은 임피역에서 통학 열차를 타고 군산·익산·전주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이후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생기고 임피역이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이런 풍경은 사라졌지만, 임피역에는 삶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군산선 통근 열차는 2007년 12월31일까지 운행되었다. 2008년 1월1일부터 임피역이 장항선에 편입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잠깐 운행되기도 했으나, 그해 5월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이제 임피역은 외부 조경과 전시 시설로 단장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논 이야기>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들어서고,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다. 승강장 쪽에는 나무 벤치를 마련해 간이역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전시관으로 탈바꿈

개항장 군산은 인천이나 목포와 마찬가지로 근대사의 흔적이 많은 도시다. 특히 도심의 해망로와 군산 내항 일대에 근대건축물이 즐비해 임피역과 함께 여행하기 좋다. 출발점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이름처럼 군산의 근대 문화와 해양 문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에는 해양물류역사관, 독립영웅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관 등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 최고 번화가인 영동상가, 지금의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미곡취인소 등을 생생하게 재현한 근대생활관이 가장 인기 있다.
 

다음은 구 군산세관 본관(전북기념물 87호)이다. 1908년 대한제국 자본으로 건립된 군산세관은 서울역,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무역회사 건물이던 구 미즈상사는 카페로 바뀌었고, 해방 이후 위락 시설로 쓰인 적이 있는 건물은 장미갤러리가 됐다.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2호)은 군산근대미술관으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4호)은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된다.

서양, 일본 건축양식 결합한 등록문화재
군산 근대 역사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마지막 코스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다.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최초로 화포를 이용해 왜구를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고자, 당시 전장인 내항 일대에 육해공군 퇴역 장비를 전시해 공원을 조성했다. 진포는 군산의 옛 지명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서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이어지는 근대역사문화거리는 도보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해망로를 중심으로 근대역사문화거리 반대쪽에는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183호)과 초원사진관이 있다. ‘히로쓰 가옥’이라고도 불리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일제강점기에 포목상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전형적인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이다.

외부는 물론 건물 내부도 형태가 잘 보존되었지만, 내부는 개방하지 않는다.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심은하와 한석규가 주연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영화 스틸 사진과 소품도 볼 수 있다.


근대사의 흔적

경암동 철길마을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 있는 곳이다.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가운데 철길이 지나간다. 1944년 신문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준공한 이 선로도 2008년에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군산 시민의 휴식처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은파호수공원,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하고 맛볼 수 있는 비응항도 함께 둘러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임피역→경암동 철길마을→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 본관-구 미즈상사-장미갤러리-장미공연장-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초원사진관→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임피역→경암동 철길마을→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 본관-구 미즈상사-장미갤러리-장미공연장-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초원사진관→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 둘째 날: 은파호수공원→비응항→새만금방조제

관련 웹사이트 주소
- Hello, Modern(군산시 문화관광) www.gunsan.go.kr/tour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museum.gunsan.go.kr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02
- 군산관광안내소 063-453-4986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0회(05:35~20:35)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0회(06:00~23: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군산고속버스터미널 063-445-3824)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 IC→대야교차로 익산 방면→번영로→호원대삼거리 황등·호원대학교 방면 좌회전→탑천로→계산삼거리 임피·임피역 방면 좌회전→서원석곡고→임피역사 간이역

숙박 정보
- 고우당: 군산시 구영6길, 063-443-1042, www.gowoodang.com (굿스테이)
- 차칸호텔: 군산시 소룡1길, 063-464-6207, blog.naver.com/ps2228 (굿스테이)
- 게스트하우스 쿨쿨달몽: 군산시 구영1길, 010-8675-9353, zzdalmong.co.kr

식당 정보
- 지린성: 고추짜장·고추짬뽕, 군산시 미원로, 063-467-2905~6
- 쌍용반점: 짜장면·짬뽕, 군산시 내항2길, 063-443-1259
- 한일옥: 소고기뭇국, 군산시 구영3길, 063-446-5491
- 오뚜기회관: 김치찌개·제육볶음, 군산시 소룡길, 063-468-6266
- 계곡가든: 꽃게장백반·꽃게찜, 개정면 금강로, 063-453-0608, www.crabland.com
- 진갈비: 떡갈비·곰탕, 군산시 구영1길, 063-446-7707

주변 볼거리
동국사, 군산 해망굴, 채만식문학관, 월명공원, 선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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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