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최규선 인생사

치밀한 사업가인가 타고난 사기꾼인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대중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로 떠들썩했던 최규선씨.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된 것. DJ맨에서 사업가로의 변신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여다본다.

1960년 전남 나주서 태어난 최규선씨는 부친이 버스터미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상당히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최씨의 아버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는 외대 재학 중이던 1981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통일교 재단을 통해 유학을 가게 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유학간 지 1년 만인 1982년 그는 위스콘신대 국제학생회장이 됐다.

‘게이트’ 떠들썩

최씨는 당시 미국으로 망명 온 김 전 대통령을 다른 한국 유학생 학생회장 서너명과 함께 시카고의 한 호텔서 만나 이때부터 ‘DJ맨’이 됐다.

최씨는 1986년 대학 졸업후 귀국, 김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대학원 진학 시험 준비를 핑계로 귀국했지만 사실은 1987년 대선에 출마한 김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곁에는 박지원 뉴욕 한인회장, 유종근 럿거스대 경제학과 교수가 있었고 최씨와 유종근씨는 이때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1988년 최씨는 선거운동 시 종종 이용했던 서울-광주 간 비행노선서 만난 두 살 연상의 스튜어디스 손미혜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석사 과정에 입학, 스칼라피노 교수의 조교였다.

그러나 스칼라피노 교수가 소속된 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는 “최씨가 1996년 5월 ‘평화와 분쟁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기록은 있으나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스칼라피노 교수도 최씨가 학부 학생이었음은 인정했지만 대학원 지도학생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버클리대 동문회 관계자는 “최씨는 공부보다는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사람 만나는 일에 몰두해 유학생 사회에 수수께끼 인물이라는 평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최씨와 마이클 잭슨과의 인연도 미스터리다. 그는 지난 1992년 5월 LA의 센트럴시티서 마약퇴치 운동을 위한 자선기금 모금파티가 열린 자리에서 마이클 잭슨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이클 잭슨이 만난 지 석 달째 자신을 생일파티에 초대했다고 주장했다.

사기·횡령·배임…또 다시 철창행
DJ정부 최대 스캔들 주인공의 몰락

마이클 잭슨은 최씨에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주선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최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한 기업인은 “최씨가 술자리서 흥이 나면 마이클 잭슨과 친분을 쌓게 된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최씨가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4년. 최씨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유학 중인 홍걸씨를 한번 만나보라”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최씨는 1996년 다시 귀국해 그해 10월,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을 주선했다.
 


최씨는 또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의 2인자였던 최형우 고문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내무부장관서 막 물러나 대권행보를 시작한 최 고문에게 그는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접근해 특보가 됐다. 그러나 그가 일부 기업체에 최형우 의원 특보라면서 금품 협찬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그의 특보 활동은 서너달 만에 막을 내렸다.

최형우 고문 특보서 물러난 최씨는 1997년 대선운동이 시작되자 김 전 대통령의 특보로 활동했다. 그는 1997년 3월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때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딸 진지 만델라를 참석시키면서 섭외능력을 인정받아 대외담당 보좌역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1997년 12월말 김 전 대통령이 당선자가 된 직후 마이클 잭슨을 통해 세계적 펀드매니저인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의 입국과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로부터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등 IMF위기 때 긴요한 수완을 발휘, 그의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시티은행의 최대주주인 알 왈리드 왕자를 통해 시티은행의 제일은행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공으로 최씨는 당선자 비서 5인 중 1명이 됐다. 당시 당선자 비서 5인방은 이강래, 박금옥, 장성민, 고재방, 그리고 최규선이었다. 그러나 비서 5인방 중 최씨는 유일하게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당시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언질로 내심 청와대 정황실장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낙마 이유와 관련해 최씨는 자신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자 “시건방지다”는 이유로 동교동계로 대별되는 가신들의 텃세와 음해에 밀려 밀려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가 청와대 비서실 멤버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언행에 신뢰성이 없고 경력도 불분명한 데다 이권 개입설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8년 6월 최씨는 외자유치 커미션과 관련된 문제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당 총재 보좌역 자리도 내놓게 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즈음 최씨의 미국 내 사기행각이 청와대에 알려졌고 이것이 그를 권력 핵심부로부터 멀어지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최씨는 1999년 당시 민주당 실세 권노갑 민주당 고문을 병문안 가는 방식으로 접근, 특보로 기용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 최씨는 권 고문 비서관에 승용차를 선물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씨의 권 전고문 특보 직함마저도 대통령 특보 등을 자처하고 다니다가 문제가 돼 단기간에 그쳤다.

사우디 왕자와 친분…투자 이끌어
마이클 잭슨이 생일파티에 초대도

1999년부터 벤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최씨는 2000년초 김홍걸씨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크게 한 판을 벌이려 했다. 그는 2000년 2월 알 왈리드 사우디왕자로부터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끌어들여 왈리드 왕자를 회장으로 하고 자신이 사장을 맡으며 김홍걸씨를 애널리스트로 하는 벤처투자회사를 만들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김홍일 전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홍걸씨는 김 전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해 7월 최씨와 함께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나 벤처창업에 대한 도움을 받는 등 독자노선을 걷던 와중에 ‘최규선 게이트’가 터지면서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됐고 그의 화려했던 정치편력도 막을 내리게 됐다.

최씨는 2015년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루보를 인수해 사명을 (주)썬코어로 변경하고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2016년에는 (주)썬테크놀로지스의 대표이사가 되기도 했다. (주)썬테크놀로지스는 철강 산업에 필요한 압연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인 주조 압연롤 전문 생산 업체로 일부 대형롤뿐만 아니라 중, 소형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의 이름이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이유는 사기와 횡령·배임.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지난달 24일 4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하고 최씨를 법정 구속했다.

최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동식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고 받은 공사 대금 2700만달러를 7차례에 걸쳐 빼돌리는 등 회삿돈 총 43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금 사업은?

재판부는 “최씨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렸고 피해 회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씨가 금감원 등에 위조된 증거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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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