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MB 측근 사외이사 논란 <대해부>

MB 입김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맥 못춘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란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임원들도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코드 인사’가 금융권으로 고스란히 옮겨간 형국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마저 MB 측 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이 정부의 입김에 맥을 못 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고대 인맥 이 전 장관…“이 회장이 직접 모셔”
신한, 가장 큰 폭 물갈이…MB 측 인사는 “끄떡없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지냈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특보로 활약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MB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정권에 따라 금융기관 임원들이 행방이 갈리는 건 이미 오랜 얘기다.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임원들이 요직을 꿰차는 일이 반복돼 온 것. 하지만 MB정부에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정권 논란이 고스란히 금융계로 옮아간 형국이다.

실제, 2007년 3분기 4대 은행과 3대 금융지주회사(당시 KB국민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었음)의 임원 92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19명(20.65%)에 불과했다. 그러나 MB정권이 들어선 뒤 사정이 달라졌다. 2010년 3분기, 전체 임원 109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33명(30.3%)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려대 출신 임원도 2007년 전체 92명 중 11명(12.0%)에서 2010년 전체 109명 중 23명(21.1%)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B식 코드 인사’는 금융권의 사외이사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달 초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대대적인 사외이사진 개편이 이뤄졌지만 ‘왕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일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박지환 아시아에볼루션 대표, 김광의 예금보험공사 홍보실장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전 장관은 78세의 고령에도 이번에 우리은행 사외이사에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알려진 이 전 장관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팔성 회장이 직접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MB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인 신희택 사외이사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기 자문위원 출신으로 이번에 재임됐다.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이두희 사외이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지낸 이헌 사외이사도 다시 추대를 받았다. 이 사외이사는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정부 측 변호사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자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중에는 이용만 선진국민연대 전 상임고문이 눈에 띈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고문은 노태우 정부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또 다른 자회사인 광주은행에는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김성후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와 김경동 전 우리금융 수석전무가 포진했다. 또 전남대 정외과 교수인 이명남 사외이사는 김연욱 대통령정무수석실 행정관의 박사학위 논문 ‘리더와 팔로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중심으로’의 지도교수를 맡은 것으로 연을 맺었다.

역시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에는 박영근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성규 공인회계사가 있다.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박 교수와 녹색실천미래연합 공동대표인 김 회계사는 각각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1일 한동우 차기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사외이사 12명 중 10명을 교체했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수를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대신 사내이사 수는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된 사람들은 권태은 나고야외국어대 교수, 김기영 광운대 총장, 김석원 신용정보협회장, 남궁훈 전 생명보험협회장, 유재근 삼경본사 회장,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이사, 황선태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 히라카와 하루키 평천상사 대표이사 등이다.

하나, 고대 후배인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 포진
KB, “여전히 정부가 사외이사로 인사권 행사한다”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폭으로 물갈이를 단행했다. 하지만 MB 측 인사로 알려진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만은 물살에 휩쓸리지 않았다. 윤 명예교수는 2006년 한 칼럼을 통해 “서울시는 기업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정 지출 규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며 “서울시는 재정 운영의 전범(典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자회사인 신한은행에는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이규민 한나라당 제18대 국회의원 후보(인천 서구·강화을) 등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5명의 임기가 3월 만료됨에 따라 교체 등을 검토하기 위해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 중 정광선 이사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교체했을 뿐 큰 이변은 없었다.

변화가 없는 건 MB 측근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과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켜냈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법률고문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로 활동했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강정원 회장직무대행과 어윤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정권과의 유착 의혹에 휩쓸리며 곤욕을 치렀다. KB는 민간 기업이지만 여전히 정부가 사외이사들을 통해 자신의 의도대로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종천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배재욱 배재욱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유착 의혹을 깨끗이 씻어내지는 못한 듯하다.

조재목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 때문이다. MB 측 인사로 잘 알려진 조 사무총장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선임 당시부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 KB금융지주에선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박요찬 변호사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제2기 민간위원인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국민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돼 활동 중이다.


정부 입김에 약한 이유는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정권의 입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금융기관의 특수성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정부가 인사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다. 또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는 주주 역할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입김이 일반 기업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엔 뚜렷한 지배 주주가 없다 보니 정부로선 코드 인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으로서도 굳이 정부의 관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권 인사들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나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을 감독 당국이 어떻게 몰아냈는지를 봐왔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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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