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MB 측근 사외이사 논란 <대해부>

MB 입김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맥 못춘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란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임원들도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코드 인사’가 금융권으로 고스란히 옮겨간 형국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마저 MB 측 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이 정부의 입김에 맥을 못 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고대 인맥 이 전 장관…“이 회장이 직접 모셔”
신한, 가장 큰 폭 물갈이…MB 측 인사는 “끄떡없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지냈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특보로 활약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MB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정권에 따라 금융기관 임원들이 행방이 갈리는 건 이미 오랜 얘기다.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임원들이 요직을 꿰차는 일이 반복돼 온 것. 하지만 MB정부에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정권 논란이 고스란히 금융계로 옮아간 형국이다.

실제, 2007년 3분기 4대 은행과 3대 금융지주회사(당시 KB국민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었음)의 임원 92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19명(20.65%)에 불과했다. 그러나 MB정권이 들어선 뒤 사정이 달라졌다. 2010년 3분기, 전체 임원 109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33명(30.3%)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려대 출신 임원도 2007년 전체 92명 중 11명(12.0%)에서 2010년 전체 109명 중 23명(21.1%)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B식 코드 인사’는 금융권의 사외이사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달 초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대대적인 사외이사진 개편이 이뤄졌지만 ‘왕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일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박지환 아시아에볼루션 대표, 김광의 예금보험공사 홍보실장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전 장관은 78세의 고령에도 이번에 우리은행 사외이사에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알려진 이 전 장관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팔성 회장이 직접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MB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인 신희택 사외이사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기 자문위원 출신으로 이번에 재임됐다.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이두희 사외이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지낸 이헌 사외이사도 다시 추대를 받았다. 이 사외이사는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정부 측 변호사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자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중에는 이용만 선진국민연대 전 상임고문이 눈에 띈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고문은 노태우 정부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또 다른 자회사인 광주은행에는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김성후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와 김경동 전 우리금융 수석전무가 포진했다. 또 전남대 정외과 교수인 이명남 사외이사는 김연욱 대통령정무수석실 행정관의 박사학위 논문 ‘리더와 팔로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중심으로’의 지도교수를 맡은 것으로 연을 맺었다.

역시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에는 박영근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성규 공인회계사가 있다.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박 교수와 녹색실천미래연합 공동대표인 김 회계사는 각각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1일 한동우 차기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사외이사 12명 중 10명을 교체했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수를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대신 사내이사 수는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된 사람들은 권태은 나고야외국어대 교수, 김기영 광운대 총장, 김석원 신용정보협회장, 남궁훈 전 생명보험협회장, 유재근 삼경본사 회장,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이사, 황선태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 히라카와 하루키 평천상사 대표이사 등이다.

하나, 고대 후배인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 포진
KB, “여전히 정부가 사외이사로 인사권 행사한다”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폭으로 물갈이를 단행했다. 하지만 MB 측 인사로 알려진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만은 물살에 휩쓸리지 않았다. 윤 명예교수는 2006년 한 칼럼을 통해 “서울시는 기업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정 지출 규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며 “서울시는 재정 운영의 전범(典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자회사인 신한은행에는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이규민 한나라당 제18대 국회의원 후보(인천 서구·강화을) 등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5명의 임기가 3월 만료됨에 따라 교체 등을 검토하기 위해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 중 정광선 이사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교체했을 뿐 큰 이변은 없었다.

변화가 없는 건 MB 측근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과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켜냈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법률고문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로 활동했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강정원 회장직무대행과 어윤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정권과의 유착 의혹에 휩쓸리며 곤욕을 치렀다. KB는 민간 기업이지만 여전히 정부가 사외이사들을 통해 자신의 의도대로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종천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배재욱 배재욱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유착 의혹을 깨끗이 씻어내지는 못한 듯하다.

조재목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 때문이다. MB 측 인사로 잘 알려진 조 사무총장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선임 당시부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 KB금융지주에선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박요찬 변호사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제2기 민간위원인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국민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돼 활동 중이다.


정부 입김에 약한 이유는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정권의 입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금융기관의 특수성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정부가 인사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다. 또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는 주주 역할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입김이 일반 기업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엔 뚜렷한 지배 주주가 없다 보니 정부로선 코드 인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으로서도 굳이 정부의 관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권 인사들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나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을 감독 당국이 어떻게 몰아냈는지를 봐왔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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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