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덕수고 야구부 정윤진 감독

“감독은 감독답게∼ 선수는 선수답게∼”

마침 덕수고 야구부의 휴일이었다. 정윤진 감독은 편안한 사복차림으로 기자를 기다렸다. 그는 장시간에 걸쳐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차분하게 덕수고 야구부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감독 본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선수 시절은 어땠나?

▲선수 시절의 나는 아주 작은 자질에만 의존해 자만심을 가지고 훈련을 게을리 했던 그런 선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적이 있었는데, 부상으로 장시간의 공백기 후 돌아오니 유격수 자리를 후배였던 김재걸(전 삼성 라이온즈)에게 뺏겼다.

결국 고등학교서 나의 마지막 포지션은 3루수였고, 졸업 후에는 대학으로의 진학보다는 프로로 가기를 원했었다. 당시에는 프로야구팀들의 드래프트 대상이 대졸 선수로 국한돼 있는 상황이었고 고졸 선수들은 프로팀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거나 아니면 신고 선수로 입단하는 형태였다.

(LG 트윈스의 전신이었던) MBC 청룡과의 접촉을 통해 입단을 앞두고 있었는데, 군대 영장이 나와 상무로 입단하게 됐다. 군 시절에도 그렇게 훈련을 열심히 하던 선수는 아니어서 전역 후에는 나를 찾는 프로구단이 없어진 상태였다.

-모교 출신의 첫 번째 감독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덕수고서 생활을 시작했나?


▲전역 후 야구와 관련이 없는 분야서 직장생활을 잠시 했는데, 당시 덕수고의 정기조 감독께서 나를 부르셨다. 무조건 와서 코치를 하라고. 결국 모교로 돌아와 1994년부터 2007년 5월까지 코치로, 그리고 2007년 6월부터 감독이 되어 지금까지 23년째 덕수고에서 지도자로 생활하고 있다.

23년 전 코치로 부임했던 날, 자정 무렵에 혼자 야구장의 투수마운드서 이렇게 결심한 적이 있었다. ‘선수로서는 실패한 야구인생이지만, 지도자로는 절대 그렇게 살지 말자고…’ 코치로 부임했던 당시의 대표적인 선수가 정수근(전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이었는데 그의 동기들과 1년 365일을 같이 합숙하며 오로지 야구훈련에만 몰입했었다.

-선수 지도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강팀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을 텐데?

▲나는 결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도한다. 과정이 튼튼하고 내용이 알차면 결과는 자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 그동안 지도자 생활을 통해 터득한 이치다. 결과에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상황이 틀어지게 된다. 두 번째로는 선수들과의 소통인데, 나는 사실 평소에 선수들을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니고 특히 시합 중인 경기장 안에선 선수들을 엄격하게 다루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대화의 창을 열어두려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선수들이 휴가나 연휴기간 동안 자기들끼리 어울려 여행을 간다 하면 만사를 제쳐 놓고 따라가곤 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다. 선수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각을 알 수도 없고 나의 생각 또한 그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항상 ‘∼답게’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감독은 감독답게 코치는 코치답게 선수들도 1학년은 1학년답게 그리고 3학년은 3학년답게 팀 구성원끼리 각자의 본분을 깨닫고 맡은 바 임무를 하는 것은 팀의 질서, 그리고 규율을 위해서다.

-신입생은 어떻게 수급하나.


▲중학교 감독들의 추천, 그 다음 내가 직접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한 후, 스카우트를 결정한다. 사실 덕수고라고 해서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선수들 모두가 중학교의 정상급 선수들은 아니다.

-선수들을 선발하거나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은?

▲나경민(시카고 컵스/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는 지금도 체격 조건이 작은 편이지만 덕수고 입학 당시에도 정말 작았다. 그런데 그 선수의 몸 상태를 살펴보니 손의 크기가 무척이나 컸고, 손목과 발목이 참으로 가는 편이었다. 그런 선수들은 체격이 작아도 힘이 뒷받침되는 선수다.

-선수들을 선발하거나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은?

임병욱(넥센 히어로즈)은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성남의 매송중 출신이었는데 내 눈에는 정말 특징점이 하나도 없었던 선수였다. 빠른 베이스러닝 실력 하나만 보고 선발했던 선수였다. 그렇게 선수들마다 신체적인 특징과 야구의 기능적인 특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선발을 주저하지 않는다.

투수는 연습시합이나 훈련 때 반드시 포수 뒤에서 투구 자체를 보고 선발한다. 투구시의 밸런스와 특히, 공의 회전 상태를 보고 선발한다. 볼의 스피드를 결정하는 것은 볼의 회전이기 때문이다.

역시 야구 사관학교…첫 모교 감독
신체적 특징과 기능적 특기 살려야

포수의 경우에는 유연성을 먼저 보지만, 무엇보다 두뇌가 똑똑한 선수들을 선발하려 노력한다. 내 경험상 포수는 정말 똑똑해야 한다. 처음 대하는 타자를 타석에서의 스윙폼만 보고도 투수의 구종을 결정하게끔 하는 정도가 돼야 하고 그러한 센스와 두뇌를 갖춰야만 한다. 물론 블로킹과 송구 등 포수의 기본기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고.

-덕수고 포수는 골치가 아픈 포지션이겠다. 그렇다면 투수의 구종을 포수가 결정하나?

▲아니다. 투수의 구종 결정은 내가 한다. 그건 투수코치에게도 권한을 주지 않았다. 다만, 몇몇의 상황서 내가 내린 구종의 결정보다 투수와 포수가 자기들이 결정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온다면, 그것은 100% 그들의 몫으로 넘기고 승부하라고 지시할 뿐이다.

-해마다 덕수고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몇 명 정도인가.

▲요즘은 임의배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입학하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입학하는 선수들도 전부 특기생으로 간주되어 등록금을 면제 받는다. 내 생각으로는 한 학년으로 구성되는 선수들의 숫자가 15명 정도가 이상적인데 그것보다는 훨씬 많은 수가 덕수고 야구부를 구성하고 있다.


-월회비는 얼마 정도인가. 외부에선 위상으로 볼 때 무척 높다고 하던데?

▲야구부의 회비와 숙소의 식비 일체는 학교계좌로 지급돼 회계처리를 받는데 야구부의 월 회비는 30만원이고, 식비는 하루 세끼 기준으로 35만원, 때로는 40만원 정도다. 한 달 야구부원 한 명이 부담하는 비용은 65만원에서 70만원 정도다.

덕수고는 동문회와 학교 당국의 지원을 많이 받는 학교인데, 그 정도의 비용이 무척이나 높은 것이라면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필자가 나중에 확인했던 바로는, 특기생인 야구부원들이 면제 받는 등록금의 액수와 연관해 실제로 지급하는 매월 회비와 식비의 총 비용은 선수 한 명당 50만원 정도였다.)

-동계전지훈련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동계전지훈련은 2017년 1월11일 출발 예정이고, 행선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다. 그 기간 동안 날씨를 비롯한 기후 조건, 야구 인프라, 현지서 훈련을 병행하며 연습경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되는 동 연령대의 미국 팀들보다 나은 여건을 갖춘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까지 가서 두 달 가까이 체류하는 비용인데, 우리는 학교 당국과 덕수고 동문회서 총 경비 중 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미국 LA현지의 동문회서도 비용의 지원과 현지 섭외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선수 개인이 부담하는 미국 전지훈련의 1인당 비용은 350만원이다. 그 비용으로 왕복 항공료와 50일 동안의 숙박료, 하루 세끼의 식비와 간식비용, 야구장 이용료와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용료, 세탁비와 현지서의 선수단 이동을 위한 교통비까지 모두 충당하게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료의 경우에는 내가 직접 싱가폴에어라인과 접촉해 한국서 미국 LA까지의 직항으로 1인당 97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예약했다. 체류 50일 기준 선수 1인당 하루에 약 7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외국으로 훈련을 떠나는 고등학교가 많지 않다.

▲지금은 수치가 많이 줄었지만, 예전의 덕수상고는 한때 우리나라 제1금융권인 모든 은행들 남자 행원의 40%를 차지했을 만큼 실업계 명문고였다. 그런 동문 선배들이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각출해 항상 덕수고 야구부를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미떼 군단의 지원인 것이다.

교장 선생님들도 거의 덕수고 출신으로 모교에 부임하는데 그분들의 야구에 관한 애정은 감독인 나조차도 놀랄 정도다. 내가 덕수고 야구부의 인프라를 한창 구축하고 있을 때 교장이셨던 분은 나의 재학시절 담임선생님이셨다. 학교 지원을 요청할 때 그분께 칭얼대며 어리광까지 부릴 수 있었지. (웃음)

이번에 우리 덕수고와 서울고, 배명고, 충암고, 경기도 분당의 야탑고와 제주국제대 야구부까지 같은 지역으로 동계전지훈련을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 체류 중 리그전을 펼칠 예정이고 동 연령대의 미국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냥 지역의 클럽팀들이 아니고 메이저리거를 목표로 야구를 하는 강팀들이다. 모든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고 우리 덕수고와 시합하면 우리가 항상 5∼6점 차이로 완패를 당했었다. 이런 수준의 팀들과 계속 리그전을 치를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 한 명을 꼽는다면?

▲음… (한참을 생각한 후) 딱 한 명만 꼽는다면 덕수고 야구부서 활약한 후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던 이정호를 꼽고 싶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정말로 최선을 다 했던 선수다. 야구부의 연습이 끝난 후 항상 새벽까지 학업 공부를 했었고, 그 때문에 야구 훈련 중 언제나 코피를 쏟았었다.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정말 대단했던 선수며,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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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