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울고 웃는 스포츠인 백태

이리 불려나가고∼ 저리 끌려다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한 ‘최순실 게이트’가 한국 스포츠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연일 김연아, 박태환, 손연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 ‘체육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체육계를 마음대로 주무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등이 스포츠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김연아가 차은택이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졌다. 늘품체조는 최순실씨 최측근인 차씨의 주도로 제작됐으며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간 개발한 국민건강체조가 차씨의 개입 뒤 늘품체조로 바뀌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무슨 봉이냐

2014년 11월26일 열린 늘품체조 시연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고 손연재와 양학선 등도 함께 했다. 당시 김연아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업무로 분주했고 자신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 뒤 김연아는 공교롭게도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 스포츠영웅’서 제외됐다. 김연아는 인터넷 투표에서 12명의 후보 가운데 82.3%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최종 선정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온라인상에선 김연아의 수상 불발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 불참으로 이러한 불이익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선정위원회서 50살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며 “처음부터 나이 제한 등 규정을 정한 뒤 투표했어야 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아시아수영대회 4관왕에 오른 박태환도 일본 도쿄 시내서 열린 기자회견서 김종 전 차관의 리우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앞서 박태환 측은 지난 5월25일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 김 전 차관을 만난 자리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 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태환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 그렇게 해주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단국대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1년6개월의 자격 정지를 받았다. 이를 마치고 지난 4월 선수 자격을 회복했지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징계가 풀린 후에도 '도핑규정 위반자는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존치하기로 해 이중 징계 논란이 일었다. 그후 박태환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국가대표 출전자격을 얻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박태환이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후 미운털이 박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연아, 박태환과는 반대로 손연재와 양학선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역풍을 맞고 있다. 일각에선 손연재가 최씨의 최측근인 김종 전 차관이 부임한 뒤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손연재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체육상에서 2014년 최우수상, 2015년 최우수상, 2016년 대상을 받았는데 지난 10년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만 대상을 수여했던 전례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함께 손연재가 박 대통령이 다녔던 차움의원에 아시아선수권 개입종합 2연패 축하 떡을 돌렸다는 게시물 등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그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게이트에 휘말린 전현직 국가대표
논란의 늘품체조…동업했다 구설도

이에 대해 손연재 소속사 갤럭시아SM은 지난 21일 “늘품체조 참석은 국가적 체조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대한체조협회와 문체부의 요청을 받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조선수로서 선의를 가지고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한체육회 체육상에 관련해서는 “체육대상은 전년도 현역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손연재는 2015년 광주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하고, 제7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등 대상 수상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체조선수 양학선 역시 “햄스트링 부상이었기에 참석이 가능했다. 더구나 체조협회서 참가 협조를 요청했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빙상스타 김동성과 이규혁은 장시호씨의 ‘체육계 농단’을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김동성은 장씨가 제안한 ‘강릉시청 빙상단’ 감독 자리를 거절한 것이 보도되며 ‘최씨 일가의 제안을 거절한 유일한 남자’로 화제가 됐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지도자 생활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과정 없이 한 번에 올라가면 언젠가 탈이 난다는 걸 알고 있다”며 거절 사유를 밝혔다.

반면 이규혁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전무이사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설립 과정에 대한 질문에 “장시호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으나, 며칠 만에 “시호라는 이름은 낯설다. 유진(장시호의 개명 전 이름)이는 중학교 후배이고 오랜 친구”라고 말을 바꿨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장씨가 창립을 주도하며 김 전 차관의 도움을 받았다. 실적도 없는 단체임에도 1년 새 6억7000만원의 정부 예산을 챙기고 제일기획 등 삼성 쪽을 압박해 16억원의 지원금을 타낸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 선수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유 위원은 “우선 요즘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들에 체육인으로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리우올림픽에서 IOC선수위원이 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였다”며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조금이나마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 글을 남긴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간 모든 대회서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계산 없이 순수한 스포츠맨십으로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다”면서 “지금 온 나라가 혼란스럽지만 올림픽을 2번이나 개최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서 ‘올림픽 무브먼트’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인권과 명예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또 “평창올림픽이 불과 1년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올림피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동·하계 종목을 막론하고 직·간접적으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국가를 위해 진심을 다했던 체육인”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린 희비

그러면서 유 위원은 “온라인발 루머, 타의에 의해 실명이 거론돼 심적 고통을 받았던 그리고 현재 받고 있는 선수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응원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 선수들 지켜달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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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