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트너 김우중 ‘어디서 뭐하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22 08:51:53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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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한 인맥 ‘김회장을 통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재계는 벌써부터 ‘인맥 찾기’에 나서면서 바쁘다. 그런데 각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과 접점을 찾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서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재계 인사가 있다. 바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세계적 부동산 투자가로 이름을 날렸던 1990년대에 두 차례 한국을 찾아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대우자동차 등을 방문했다. 1999년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 그와 대우그룹의 인연은 1997년 시작된다.

직접 미국 날아가
사업 제의해 성사

미국 뉴욕 맨해튼 섬 중심부 동쪽 46번가 1애비뉴에는 동쪽으로 이스트강과 유엔 본부를, 북쪽으로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는 지상 7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솟아 있다. 2001년 준공 당시 주거용도 건물로는 맨해튼 최고층 기록을 가졌던 '트럼프월드타워(Trump World Tower)'다.

2001년 준공 당시 주거용도 건물로는 맨해튼 최고층 기록을 가졌다. 트럼프월드타워는 현재도 맨해튼서도 손꼽히는 고가의 건물이다. 메이저리그 스타인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는 이 주상복합 70층(엘리베이터 표시 88층) 503㎡(5425평방피트) 펜트하우스에 살았다. 2012년 1550만달러(178억원)에 이 집을 팔았던 게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헐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 소피아 로렌 등이 트럼프월드타워에 살았다. 현재 방 4개짜리 가장 싼 매물이 1600만달러(184억원)에 나와 있다. 3.3㎡ 당 평균 시세는 7만8000달러(8965만원)다.


이 건물을 지은 게 바로 대우건설이다. 이 건물은 1997년 9월 당시 대우그룹의 건설회사였던 현 대우건설이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로 이름을 날리던 트럼프 당선인의 '트럼프사'와 합작해 지은 건물이다.

대우건설은 건설사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CM(건설사업관리)계약을 맺었다.

CM(Construction Management)은 건설사가 건설공사에 대한 기획, 타당성조사, 분석, 설계를 비롯해 조달, 계약, 시공관리, 감리, 평가,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 하는 계약 방식이다. 기존 유나이티드 엔지니어링 건물을 매입해 철거한 뒤 건설한 것으로 1998년 10월에 착공, 2001년 10월 완공됐다.

대우그룹은 당시 현지법인인 대우 인터내셔널 아메리카를 통해 합작법인 ‘TRUMP-DAEWOO LLP(Limited liability partnership)’를 만들어 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건설과 사업비용 상당을 대우가 대고, 트럼프는 개발 노하우와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업무를 분담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지하 2층~지상 70층(260m), 376가구 규모의 최고급 콘도미니엄(분양 아파트)과 부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였다. 이 사업에는 총 2억4000만~3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파트는 벽면 전체를 유리로 덮고 대리석 등 고급자재를 사용한 초호화 사양으로 지어졌다. 내부에는 헬스클럽, 수영장, 고급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도 호텔처럼 24시간 발렛파킹, 컨시어지, 케이터링 등 입주민을 위한 초고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사업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과 김 전 회장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 6월, 김 전 회장의 초청으로 비공식 첫 방한을 했다. 이때 대우중공업의 거제도 옥포조선소, 대우차 군산 공장,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등을 둘러봤다. 골프장에선 김 전 회장 부인인 정희자씨가 동반 라운딩했다.


1999년 5월, 두 번째 방한은 대우가 그의 이름을 빌려 주상복합 사업을 벌이면서 이뤄졌다. 대우건설은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를 시공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주상복합 아파트 대우트럼프월드다.

대우건설의 트럼프 월드는 타워팰리스와 함께 국내에 초고층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당시로서 드물게 한층 전체를 스포츠센터와 수영장 등으로 꾸미고 1층 입구를 호텔식 로비처럼 꾸미는 등 고급화에 힘썼다.

김 전 회장 초청
두 차례나 방한

대우는 트럼프사와 제휴해 입지 선정, 설계, 공간 배치, 인테리어, 입주자 서비스 등에 대해 자문을 받아 1999년 5월 첫 사업으로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1차를 선보였다. 당시 이 주상복합 홍보를 위해 방한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독특한 양식인 온돌마루나 보안시스템 등이 마음에 든다”며 “미국 뉴욕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등 한국 주거문화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우 트럼프월드 1차는 당시 미국 뉴욕의 재미교포들에게 미리 예약을 받아 40가구를 분양하기도 했다. 사전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헬리콥터를 띄워 한강 일대를 조망하는 공격적인 판촉 활동도 벌였다. 트럼프월드 1차는 초고층 주상복합을 철골구조로 짓던 관행을 벗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도입해 주거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트럼프월드 1차 분양이 성공을 거두자 대우건설은 2000년 여의도에서 2차 분양을, 2001년에는 용산에서 3차 분양을 실시했다. 2003년에는 부산서도 트럼프월드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대구 등을 포함해 전국 7개 단지로 늘어났다.

트럼프 당선인 이름을 단 주상복합은 아파트는 서울 여의도와 용산, 대구·부산 등 전국 7곳에 있다. 아파트는 2386가구, 오피스텔은 878실이다. 대우는 약 5년간 이 이름으로 주상복합 사업을 하다가 이후 ‘월드마크’로 브랜드를 교체했다.

이름을 쓰는 동안 대우는 트럼프 당선인 측에 600만~700만달러(75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사정이 고려됐는지 사업 규모에 비해 통상적인 수준보다 후한 금액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서 승리하면서 그와 인연이 깊었던 김 전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36년 대구서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과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신문배달과 열무·냉차 장사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학창시절에는 차비를 아낀 돈으로 책을 사 공부했다.

1967년, 김 전 회장은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을 모아 충무로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대우실업을 차렸다. 대우실업은 셔츠와 내의류 원단을 동남아에 수출했는데, 설립 1년 만에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1972년, 대우실업은 창립 5년 만에 국내 2위의 수출기업이 됐다. 김 전 회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한국기계공업, 옥포조선, 새한자동차 등을 잇달아 인수했고, 1982년에는 대우로 상호를 변경했다.

예상 못한 미 대선 결과…한미관계 비상
국내 인맥찾기 "직간접 연관 인물 없어"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우는 ‘세계경영’을 내걸고 해외시장에 역량을 집중했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사회주의국가서 자동차 공장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세계경영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집념은 대단했다. 연간 해외 체류기간 280일을 넘길 정도로 해외 사업에 매달렸다.

김 전 회장은 ‘수출→성장→고용’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개발경제모델’을 가장 잘 이행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용정책도 파격적으로 폈다. 1990년대 초, 대부분의 기업들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부정적이어서 운동권 출신을 기피했다.

하지만 대우는 이들을 과감하게 채용해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는 이들을 ‘세계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주력집단으로 키우기 위해 직접 면접을 봐가며 채용했고, 훗날 이 ‘대우맨’ 중에선 김 전 회장의 호위무사를 자청한 이들도 있다.

당시 대우그룹의 성장은 수치를 살펴보면 두드러진다. 해외고용인력은 1993년 2만2000명서 5년 만에 15만2000명으로 늘었다. 1999년 그룹 해체 직전에는 83조원의 자산에 62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며 41개의 국내 계열사와 396개의 국외법인을 거느린 재계서열 2위 기업이었다.

대우는 세계로 뻗어갈수록 곪아갔다. 해외사업은 사업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이익을 보긴 어려웠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현금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채권을 발행하다 보니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IMF 이후 높아진 금리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외형은 화려했지만, 사실은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결국 부채가 60조원에 이른 1999년 8월, 대우그룹은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해체됐다.


1999년 10월18일, 김 전 회장은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는 한창 대우사태 책임론이 거셌을 때였다. 2005년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08년 1월에 특별사면됐다. 추징금은 지금까지 840억원을 갚았다.

복귀설 돌다
지금은 칩거

김 전 회장이 대우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긴 어려웠다. 외환위기 때 대부분의 기업이 긴축 경영에 나선 것과 달리 대우는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이는 등 외형 확대에 치중했다. 결국 대우의 부채 60조여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며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30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김 전 회장의 재평가에 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세계를 호령하던 대우그룹의 영광은 분명 ‘신화’였지만, 대우사태는 단군 이래 최대 경제사고라고 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미친 파장이 컸다.

지난 26일, 김 전 회장은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간을 맞아 열린 세계대우경영연구회 특별 포럼에 모습을 비췄다. 그는 “세간의 평가는 억울하다”면서 끝내 울먹였다.

대우가 그 동안 알려진 것처럼 세계경영을 모토로 지나친 확장 투자를 벌이다 대우자동차의 부실로 몰락한 것이 아니라 DJ정부의 경제관료에 밉보이는 바람에 기획 해체됐다는 얘기다. 대우사태 이후 김 전 회장과 ‘대우맨’들은 이 같은 주장을 계속해왔다.

김 전 회장은 현재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겪은 뒤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여생을 보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공식석상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쳤다.

그는 당시 베트남서 차세대 기업가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청소년사업가양성사업(글로벌YBM)’을 시작했다고 근황을 소개한 뒤 청년 인재는 물론 은퇴자의 베트남 현지 취업을 적극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에 지병으로
김 전 회장 건강이상

현재 김 전 회장은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오랫동안 지병이 있었다. 지난 1993년 위암 수술로 인한 합병증인 장폐색증이 여러 차례 발병해 4차례나 수술을 받은데다 뇌질환과 심장질환 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좋지 못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랜 도피 생활과 80세라는 고령이라는 점에서 김 전 회장의 건강 이상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 당선인 유일한 인맥인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정치권서도 '트럼프 당선인 인맥'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3선·인천 중동강화옹진)이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 의원은 인천광역시장 시절이던 지난 2008년 9월, 미국 뉴욕의 트럼프 당선인 집무실서 그와 직접 만나 1시간 넘게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다.

당시 안 의원은 인천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에 120층 빌딩을 건설하도록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협상에는 당시 26세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딸 이방카 트럼프도 배석했다. 이후 이방카는 인천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팀장을 맡아 인천에 내방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한국을 가본 적이 있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 의원은 “특히 남북 분단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언제 통일이 되냐고 반문했다”며 “한국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어서 의외였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 후 이방카를 팀장으로한 투자 실무자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직전 불발됐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인천 시장 3선에 실패하며 투자가 무산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큰 관심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 사업가로서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디“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공화당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인수위원회에 접촉하기 위한 방미 대표단 명단과 일정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서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으로 교체되면서 우리나라의 외교·통상·안보·국방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며 “당 차원에서 중진의원과 미국 전문가를 중심으로 방미 대표단을 구성해 대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미국측 인사와 의원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에는 김영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3선·경기 포천가평)과 윤영석 외통위 간사(재선·경남 양산갑) 이혜훈(3선·서울 서초갑) 김세연(3선·부산 금정) 안상수(3선·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이 포함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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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