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 문재인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21 11:02:06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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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하다 영영 뒤집힐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혼란한 정국을 기화로 지지율 1위를 꿰찼다. 최근에는 퇴진운동을 선언하며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전면에 나서면 새누리당에 ‘대통령 된 줄 착각한다‘는 비판을 듣고, 뒤로 물러서면 야권에게 ‘책임감 없는 대선주자’라는 평을 듣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최근엔 현 정국의 호재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식?
광폭행보 나서

최근 문 전 대표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퇴진’을 내세우며 광폭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2일 100만 촛불집회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다른 야권 잠룡들에 비해 다소 늦은 시점에 촛불집회 참석의사를 밝히는 등 이슈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말부터 문 전 대표는 퇴로를 두는 전략을 취하면서 이슈를 이끌기보다는 관망하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확정된 의견을 밝히기보다는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과도하게 뒤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최근 들어 단호한 입장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문 전 대표의 광폭행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퇴진운동’을 강조해 안 전 대표가 주장한 ‘정치혁명’과 같은 맥락의 강한 어조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때문에 안 전 대표에 대한 견제 차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전 대표가 현 정국서 이슈를 선점하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해 왔기 때문이 더 이상 눈치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문 전 대표의 하야 주장에 대해 “결국은 이번 하야를 통해 조기 대선을 점화시키겠단 것”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통령 ‘퇴진운동’ 선언…다소 늦은감
거국중립내각 화두 던졌는데 청와대 수용?

뒤에 머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보류한 그를 정면 비판하는 잠룡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지난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좌고우면하는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박 시장은 “당내 최대 세력인 문 전 대표가 입장을 확실히 정하지 않고 그동안 계속 바뀌어 왔지 않느냐”며 “민주당이 왜 이렇게 갈지자 행보를 하느냐. 이것은 문재인 전 대표의 어정쩡한 자세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 위상에 흔들림이 있을까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서 어정쩡한 문 전 대표의 태도를 비판했다면 여권은 오락가락 행보에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문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달 26일 ‘거국중립내각’ 화두를 정치권에 처음으로 던졌다. 새누리당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 추천 내각은 거국중립내각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선회해 여권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더민주 지도부서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넘기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총리 추천권은 야권3당의 공식적으로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단순 국회 추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전반을 맡기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거국중립내각 때와 마찬가지로 문 전 대표는 청와대의 야권 요구 수용을 거부했다. 이러한 문 전 대표의 행보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은 진실성과 일관성이다. 문 전 대표의 이런 말 바꾸기가 너무 안타깝다”고 불만을 표했다.

호재를 이렇게?
확장성이 문제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가 대형 호재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지율 정체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3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0.0%로 18.4%를 기록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앞서며 3주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반 총장을 앞서면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 지지율은 10% 이상 상승하고 반 총장 지지율이 7∼8% 떨어지는 등 큰 폭의 변동이 있었지만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반기 지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10%를 돌파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 전 대표 고정 지지층(20%)은 견고하지만 이밖에 중도, 새누리당 이탈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현 청와대의 실정으로 인한 착시효과인 셈이다.

또 청와대가 마비되고 새누리당이 친박-비박 간 주도권 경쟁에 함몰된 상황서 문 전 대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 한 초선의원은 문 전 대표에 대해 “현재 정국의 과실을 빼먹지 못하고 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지율 확장의 숙제를 안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최근 총선 전 ‘호남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지난 4월 “호남 패배 시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서 더민주는 제1당에 오르며 여소야대 국회의 선봉장이 됐지만 호남에선 국민의당에게 깃발을 뺏겼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정계 은퇴가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국회가 열린지 5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과거 ‘호남발언’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5일 국회 기자회견서 처음으로 구체적 해명에 나섰다. 그는 "당시 선거서 우리가 승리하고 또 새누리당 과반 의석을 막아 우리 당 정권 교체의 기반을 구축했다"며 "광주와 호남서 우리당이 지지받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으로 했던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만약 광주·호남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이 있다면 죄송하고, 그 발언의 맥락을 잘 살펴달라”며 “광주·호남 민심 지지가 없다면 대선을 포기할 것이란 부분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야는 찬성 탄핵은 반대
지지율 1등인데 의문부호

해명 이후 정치권에선 ‘선거 전략으로 그냥 했던 말이란 이야기 아니냐’며 문 전 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문 전 대표의 해명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러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90% 이상 지지를 해준 호남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과 말을 하는 분이 또 다시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말로만 호남을 생각한다면서 완전히 호남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태까지 뚜렷한 의견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민심이, 또 정당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자 퇴진을 요구한다”며 비판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당 차원서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논평서 “문 전 대표는 전략적 거짓말을 해서 미안한 것인지, 아직도 정계를 은퇴하지 않아서 미안한 것인지 분명히 밝히라”며 “대통령 되는 것이 꿈이면 호남을 전략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 앞서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가 대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선 문 전 대표는 호남서 90% 이상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총선서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서 더민주가 단 1석도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호남에 전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명실공히 호남의 맹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총선 이후 문 전 대표의 꾸준한 호남행은 그의 대선 플랜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지난 9월11일 광주를 방문해 ‘그린카 산업’ 홍보를 위해 전기차를 타고 민심을 살폈다. 지난 2일에는 광주 학생독립운동 진원지인 옛 나주역사,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한 뒤 광주대교구청서 김희중 대주교를 예방하며 민심다지기에 나섰다.

문 퇴진운동
새누리 반발

최근에는 새누리당서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문 전 대표의 행보를 질타해 문 전 대표의 대선행보를 어둡게 하고 있다.

친박계 중진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지난 16일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며 “국민 분열을 틈타 권력을 손에 쥐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유력 후보가 전국을 다니면서 대통령 퇴진운동을 한다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본다. 당 차원에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이 초헌법적, 초법률적으로 여론몰이를 통해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인민재판’”이라며 문 전 대표의 대통령 퇴진운동을 인민재판으로 규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문 전 대표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국회를 무시하고 ‘원맨쇼’하겠다는 것이냐”며 “지금 대통령이 다 된 줄 착각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처럼 야권의 대표적인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들이 여야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선 현 정국서 전면에 나서면 새누리당의 집중포화를 받게 되고 뒤로 물러서면 국민의당 및 정의당 등 야권의 공세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는 박 대통령 자진퇴진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핵과는 시종일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 제기와 관련해 “나는 지금은 탄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하야까지도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고 탄핵 절차까지 밟는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나쁜 대통령”이라고 힐난했다. 문 전 대표가 탄핵이 아닌 퇴진에 중점을 둔 이유로는 하야를 통하면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조기 대선은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싸움이다. 또한 탄핵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동의와 더불어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탄핵은 결론이 나기까지 최장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국정동력을 상실한 박근혜정부에 정국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된다. 문 전 대표는 퇴진을 주장함으로써 ‘조기대선’과 ‘청와대 압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반기문-잠룡연대
뜨면 문재인은?

문재인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 지형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전 대표에 힘이 실릴수록 다른 대선주자들은 다른 지점에서 대선을 도모할 수 있다”며 “만일 반기문 총장과 연대한다면 문 전 대표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 싱크탱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에 착수했다. 싱크탱크에는 교수와 각 분야 전문가 등 약 500명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싱크탱크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외연확장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로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다면 이번에는 중도층 표심잡기에 닻을 올린 셈이다.

싱크탱크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연구소장을 맡았다. 조 교수는 국제기구 출신 경제학자로 참여정부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역임했다. 추진단장은 김현철 서울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한 양봉민 서울대학교 보건학과 교수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진심캠프’에서 활동한 정영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산하에 각 분야별 7개 분과로 조직됐다. 또한 경제·민생 대안을 내놓기 위한 10개 핵심추진단도 운영된다.

<기사 속 기사> ‘개헌’ 문재인 생각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말해 개헌론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국회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을 주장하는 긴급기자회견서 문 전 대표는 “우리 헌법은 손볼 대목이 많다”며 “당연히 저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서 개헌을 공약한 바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 개헌을 논의하면 국면 전환을 초래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박 대통령이 꺼내는 개헌카드에 대해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참 느닷없다. 생각이 갑자기 왜 바뀌었는지 의심스럽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 정권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을 만들자는 거냐”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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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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