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BBK 퇴임 프로젝트’ 전모

정권 바뀌면 터질라…미리 치고 빠져라?

‘창’ 들었던 에리카 김, ‘방패’ 김재수, 의혹의 키 쥔 한상률
MB 대선 아킬레스건 관련 인물 줄줄이 귀국, 검찰 조사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했던 사건들이 깨어나고 있다. 대선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도곡동 땅과 BBK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이 귀국한 데 이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해외대책팀장으로 BBK 의혹 방어를 담당했던 김재수 전 미국 LA 총영사까지 귀국길에 오른 것. 이에 정치권에서도 관련 의혹들이 하나 둘 눈뜨고 있다.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이 하루의 차를 두고 귀국길에 오른 데 이어 김재수 전 미국 LA 총영사도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중 핵심 키는 한 전 청장이 쥐고 있다. 그는 그림 로비와 연임 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의 직권 남용 등에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인사 청탁 목적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하고, 2008년 12월에는 경북 포항에서 정권 유력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 등 ‘연임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같은 해 8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의혹도 있다.

돌아온 주인공들, 사건 퍼즐 맞추기 시작


하지만 한 전 청장은 ‘한상률 게이트’로 불리는 권력형 게이트의 핵심 고리였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다. 지난 2009년 1월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진 후 국세청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얼마 후에는 연구를 이유로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언제든지 귀국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언제’라는 말에는 말을 흐렸다. 결국 한 전 청장은 출국 1년11개월 만인 지난달 24일 전격 귀국했다.

한 전 청장은 귀국 이유에 대해 “출국 당시 2년 일정으로 방미했고 예정됐던 공부가 끝나서 들어온 것”이라 말했지만, 2009년 당시 기자회견에서 “5년 예정으로 유학을 왔다”고 말한 바 있어 ‘진짜 귀국 배경’은 아직까지 안개 속에 싸여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법무부가 처음에 ‘언제든지 귀국시킬 수 있다’고 말한 대로 이제 귀국시킬 형편이 됐으니까 정부가 귀국시킨 것 아니냐”며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형기를 마치고 나온 데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재판도 사실상 종료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정황을 봤을 때) ‘전군표, 박연차 사건이 사실상 종료되고 형기를 마쳐 가니까 귀국을 했다, 그리고 형님에게 인사 로비를 한 것은 입을 맞췄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귀국 후 행보도 ‘기획 귀국’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귀국 직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정치권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25일 BBK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돌연 귀국했다.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고 다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처벌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면 이 시점에 귀국했을 리는 없다. 입국한 바로 다음 날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검찰과 사전 조율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정황이 보인다”고 의혹을 드러냈다.


그는 또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돌연한 귀국이 과연 우연일까”라며 “왜 두 사람의 조사가 지금 이 시점에 동시에 이루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같은 날 “전에는 그렇게 귀국을 종용해도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 요즘은 잘도 들어온다”면서 “‘힘 있을 때 털고 가자’는 정권 마무리 작업으로 어차피 터질 것을 막아보려고 하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시선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이가 귀국을 종용했다”는 것보다는 이 대통령의 퇴임 준비로 기울고 있다.

흔들리는 진실‘진짜’ 노림수 무엇?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통상 퇴임 1년 전부터 벌려 놓았던 일을 하나 둘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하산 준비가 바로 주변을 깨끗이 치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살아있는 권력이었을 때 미처 치우지 못한, 지우지 못한 의혹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며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연착륙을 준비한다면 ‘대통령 잔혹사’를 되풀이할 만한 사안에 먼저 손을 뻗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BBK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 정권 핵심 인사들이 얽힌 사안들을 단번에 풀어내려 했다는 것.

야권 한 인사도 “한 전 국세청장은 이명박 정권의 운명을 쥔 시한폭탄”이라며 “한 전 청장이 어떻게 입을 여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과 형님에게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가 일각에서는 정권 4년 차로 넘어가면서 이명박 정권의 지뢰를 미리 제거하기 위한 정략적 계획이 가동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의혹을 키우는 데는 검찰 조사도 한몫하고 있다.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귀국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검찰은 이들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한 전 청장의 자택과 서미갤러리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이 귀국한 지 7일 만에 이뤄진 압수 수색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에리카 김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질적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이면계약서를 갖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사람이 3년 만에 말을 바꾼 것.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연이은 귀국과 검찰 조사에 대해 “우연이 아니라 우연의 극치”라며 “권력기관이 만들어 낸 극치”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아닌 게 아니라 3년 전에는 BBK가 이 대통령의 소유였고 옵셔널 벤처스 주가 조작에 이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당당하게 발표했던 에리카 김이 이제 검찰에 와서 허위라고 했다고 한다. 3년 전 사실이 어떻게 해서 허위로 둔갑할 수 있는지, 허위라고 한다면 왜 검찰은 3년 전에 에리카 김을 기소중지 했었던 것인지. 또 300여억원을 공금횡령한 것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것은 새로운 수사를 시작한다는 자세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한폭탄 째깍째깍…거짓말쟁이를 찾아라!

검찰은 그러나 에리카 김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시인했지만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인 5개월이 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한 인사는 이와 관련, “한 전 청장의 귀국이 기획 입국이라는 의혹이 짙었던 데다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됨에 따라 ‘기획 수사설’까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탄’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가 민주당 회유로 ‘기획 입국’했다는 김씨 수감 동료의 편지가 이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의 개입 하에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당시 이 편지는 대선 직전 BBK 의혹의 불길을 잠재우는 데 쓰였으나 검찰은 이듬해 6월 “김경준 입국에 정치권이 개입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씨의 수감 동료였던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가 신씨가 아닌 자신이 편지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신명씨는 지난 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형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는 사실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편지 조작을 제안한 것은) MB 가족이다. 직접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중간에 두 사람이 더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이 핵심 A의원과 현직 고위 관료 B씨가 기획 입국설 유포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 맞지만, 내가 얘기할 입장은 못 된다”며 “대통령 임기가 2년이 아니고 1년만 남았어도 지금 청문회 하는 데 가서 떠들고 싶다”고 말했다.

시작할 땐 밝았는데 내려갈 때는 깜깜한 밤


청와대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에리카 김 등 BBK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청와대에서 중간에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10일 박영선 의원을 반장으로 하는 ‘BBK 김경준 검찰수사대책반’을 구성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검찰에서도 이 편지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수사를 종결시킨 것”이라며 “민주당은 BBK 김경준·에리카 김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가, 또 이 가짜 편지 사건은 무엇인가를 규명키 위해 ‘BBK 김경준 검찰수사대책반’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BBK를 둘러싼 의혹이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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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