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VS 우병우 사단’ 파워게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05:45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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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있는 권력에 누가 칼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진 한 장으로 검찰이 발칵 뒤집어졌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른바 ‘황제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우병우 사단에 ‘수사 똑바로 하라’고 옐로우카드를 날렸다. 김 총장과 우병우 사단의 파워게임을 보는 것 같다.

지난 6일, 검찰서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오만한 태도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수사팀을 질책했다. 우병우 사단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병우는 팔짱
검사는 배꼽손

먼저 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의 포토라인에 서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를 불편한 표정으로 ‘지긋이’ 째려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 전날 오전 10시께 소환됐으며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지난 7일 새벽, 귀가했다.

지난 7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서 우 전 수석은 웃음을 머금고 팔짱을 낀 채로 매우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 논란이 가중됐다. 옆에는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해당 인물은 수사팀에 파견된 L검사와 수사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사진은 조사 중인 상황이 아니라 밤 9시까지 일단 조사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담당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를 간 사이 우 전 수석이 다른 후배검사 및 직원과 서 있는 상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그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인터넷에 공개한 다른 사진에는 우 전 수석이 다가서자 수사검사와 수사관이 벌떡 일어나는 모습과 우 전 수석의 변호인 곽병훈 변호사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파안대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정수석서 경질돼 검찰에 출석한 ‘민간인 우병우’의 검찰 내 위세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횡령과 직권남용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고발인을 극진히 예우하는 검찰 태도에 안팎의 비난이 쏟아졌다.

김 총장은 진노했다. 우 전 수석의 ‘황제수사’ 논란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상이라도 그렇게 비춰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앞으로 더 철저히 하라고 김 총장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황제수사 논란은 이미 법조계서 예상한 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병우 사단’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 전 수석의 검찰 장악력은 여전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특별수사팀의 윤갑근 대구고검장이다. 윤 고검장은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꼽힌다.

여전히 오만한 우 전 수석 포착
쩔쩔매는 검사…황제수사 논란

윤 고검장은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법무부서 함께 근무했고 우 전 수석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윤 고검장은 중앙지검 3차장으로 활동하며 업무를 조율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고 윤 고검장은 대검찰청의 요직으로 이동했다. 당시 윤 고검장을 보면 “우 전 수석의 구원투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실제로 윤 고검장의 수사는 우 전 수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먼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은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5일 만이다. 우 전 수석 부인 이모씨도 검찰소환에 계속 불응하다가 민정수석서 경질된 지난달 30일에서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한 변호사는 “다른 피의자였으면 벌써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특별감찰관실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우 전 수석이나 부인의 휴대전화는 압수조차 하지 않았고 우 전 수석 자택이나 처가(장모의 집)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 수사를 느슨하게 했다는 게 중론이다.

짱짱한 가신들
총장은 허수아비?

이렇듯 우병우 사단은 윤 고검장뿐만 아니라 검찰 내 주요 요직에 곳곳에 있다. 핵심 고위직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검찰청의 인지부서(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외사부 등이 지만 주로 특수부를 말함)의 중간 간부들은 대부분 우병우 사단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서 핵심적인 사정수사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와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그리고 서울남부지검”이라면서 “이 세 곳의 수장이 모두 우병우 사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과 이동렬 3차장도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박근혜정부 아래 검찰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우 전 수석 비리와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만일 이번에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다면 검찰이 국민적 역풍을 맡을 수도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금 국민들께서는 오로지 검찰만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해라”고 충고했다.

강하게 질책?
그놈이 그놈∼

이 때문에 김 총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는 게 검찰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총장이 이끄는 검찰 조직이 박근혜정부 들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눈치보기’ 수사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 관련 수사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도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대통령만 보는 수사들을 직접 지휘했다.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사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시국장 사건 등이 ‘박근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사건들로 평가받는다.


청와대를 등에 업고 자기 사람을 꽂으며 우병우 사단을 구축했던 전 민정수석과 사실상 청와대 시녀로 전락한 검찰총장.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김 총장이 우병우 사단 제거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 총장과 청와대, 우 전 수석 등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우병우 사단을 제거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 7일, 우 전 수석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검 관계자는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우 전 수석이 재직 시 최순실씨의 비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 포함)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최근 검찰총장이 지시했다”며 “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출범 때부터 총장의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큰소리 떵떵’ 여전히 실세로 군림
검찰 내 두 개의 태양 존재 확인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나 최씨의 각종 비리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가 두 재단 모금을 주도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나 문건 유출 혐의가 있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행위에 가담했다면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김 총장은 우 전 수석이 지난 6일 ‘황제 조사’를 받았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수사팀을 강하게 질책했다. 대검 관계자는 “소환이나 조사 과정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국민 눈높이서 볼 때 어긋나게 비치지 않았는지 철저히 살피라고 김 총장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서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한 우 전 수석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서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의 자금 횡령과 공직자 재산신고 등에 대해서만 수사를 받았지만 ‘최순실 게이트’서도 핵심 피의자”라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에
검찰 명운 달려

우 전 수석과 김 총장의 파워 게임의 향방에 따라 이번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과연 이런 파워 게임 속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은태 내사’ 우병우 은폐 의혹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지난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각종 이권 및 정부·공공기관 등 인사 개입에 대한 내사를 벌여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적발했지만 청와대가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를 비롯해 차씨의 비위 행위를 알고도 방치했거나 은폐했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아프리카픽쳐스나 모스코스 등 차씨가 이끌던 회사의 대기업 및 정부부처 일감 수주 문제점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복수의 대기업에서 구체적 자료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정수석실은 또 차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고위직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문체부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 소유 업체 혹은 그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은 KT, 현대차그룹, 포스코 등에서 광고 일감을 대거 수주했다. 또 차씨의 든든한 배경에 은사인 문체부 장관, 외삼촌인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있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눈여겨본다는 기류가 민간에 포착되면서 일부 대기업에서는 차씨와의 업무 관계를 꺼림칙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 산하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내사하기 시작하면서 미르재단 등으로 차씨와 깊이 연관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우 전 수석 사이에 깊은 갈등이나 긴장 기류가 조성된 적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차씨의 비위 의혹이 수집된 자료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조사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민정수석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라인에 대한 감찰을 소홀히 해 이 사태를 방치했다며 직무유기로 현재 고발돼 있다. 민정수석실이 차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면 박 대통령의 형사적 책임이 무거워진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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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