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박찬종 변호사가 제시한 현정국 해법

“친박 핵심 6명은 자결이라도 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국이 뒤숭숭하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민심의 목소리도 매섭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 대통령은 국회를 웃는 얼굴로 방문했고, 우병우 전 수석은 팔짱을 끼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로 임명했다가 야권의 책임총리제 요구를 수용했다. 계획도 염치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우왕좌왕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찬종 변호사를 만나 초유의 국정농단 상태로 험로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진단해봤다.

박찬종 변호사는 1939년 김해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재학 중에 고등고시 사법과와 행정과, 공인회계사를 모두 합격한 ‘수재’ 정치인으로 통한다. 제5공화국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10대 국회가 해산되자 정치규제 대상 811명에 포함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키도 했다.

당시 돈 안드는 선거유세를 펼쳐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그후 석궁 테러사건의 김명호 수학자, BBK 김경준, 박연차 변론 등을 맡아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2년에는 “무당파 단일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키도 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합의 책임총리 방안을 전격 수용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단 90초에 그쳤다. 열흘 뒤에는 9분의 사과를 발표했다. 두 차례의 사과 후 박 대통령을 하야 혹은 탄핵해야 한다는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 담장을 넘어 관저까지 밀려들고 있다. 대통령께선 이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민심이 분노한 근본 원인은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제 국회의장을 찾아가는 모습은 늦가을 비에 흠뻑 젖은 참새가 추위에 몸을 벌벌떠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또한 그 배경은 국민이라는 고양이 앞에 웅크리고 앉은 쥐 모양이었다. 이렇게 국회를 찾아가는 모습이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느냐’ 하는 탄식을 내뱉고 있다.

- 변호사님께선 대통령이 국민에게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국민주권원리에 따라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그 국민의 권력을 사용하는 틈새에 최순실 일당이 새치기를 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 새치기를 고의든 과실이든 묵인해 버렸다.

그래서 그것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 대통령권력을 이용해 각종 부정비리에 관여하고 잇속을 채웠다. 심지어는 이화여대 학사에까지 개입해 딸을 부당하게 입학시켰다. 그것이 전부 노출되니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 책임총리가 과연 현 난국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형식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고 책임총리로 세워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87조엔 국무위원(장관)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야당은 책임총리를 임명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은 2선 후퇴라는 말을 안 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총리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2선 후퇴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만 책임총리가 해법이 될 수 있다.


- 청와대는 ‘내치’는 총리가 ‘외치’는 대통령이 한다고 했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어떤 경우라도 국군통수권과 외교교섭권은 대통령이 수행해야 한다. 헌법해석상 이것까지 책임총리에게 위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단 2선 후퇴라는 말이 굉장히 모호하다. 책임총리로 행정각부로 통할권을 준다고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까지는 줄 수 없다. 외교교섭권을 살펴보면 열흘 뒤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총회에 황교안 총리가 대신 간다고 했는데 한 번쯤은 대신 갈 수 있다.

하지만 각국(대통령제 국가)은 대통령이, 내각제에선 총리가 오는데, 대통령제인 우리나라가 총리를 보내면 정상회담 자체가 안 된다. 박 대통령이 남은 1년2개월을 다 채운다고 하면 앞으로 G20, 아세안+3(ASEAN+3), UN총회 참석이 남아 있다.

당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취임을 하면 관례상 내년 2월 초순 한미정상회담을 하는데, 도덕적 권위와 국정 장악력을 잃은 식물대통령이 외교교섭권만 있다고 트럼프와 전략적 협의를 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 지금 상태로는 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도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셨습니다. 

▲ 그렇다. 우선 한국의 기이한 스캔들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에까지 보도가 된 상황이다. 우리가 줄곧 과거사를 뒤집는 일본의 아베총리를 두고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비판했는데 박 대통령처럼 권위가 상실한 사람이 일본 정상과 회담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1년2개월 동안 검찰 수사를 한 번만 받게 될지 두 번, 세 번 받을 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기소되고 재판받는 것은 면하겠지만 안종범 및 최순실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계속 나오게 되면 1심, 2심, 상고심까지 포함해 반년 이상이 걸린다. 재판 때마다 박근혜라는 이름이 나올 것이다. 이는 본인도 그렇고 국민 자존심이 굉장히 상하는 일이다.

“최순실이 권력 이용했다”
대통령도 포토라인 서야

- 대통령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십니까?

▲ 우선 대통령 수사방법에는 서면조사, 소환조사, 청와대 방문조사, 제3의 장소 등이 거론된다. 일단 서면조사는 조사가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 이에 대한 반대심문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보내나 마나인 셈이다. 검찰이 청와대로 가는 것은 독립성 문제가 불거진다.

청와대 방문 자체에 검찰이 떨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제3의 장소도 마땅치 않다.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 대통령도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 이는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도 ‘잘하지 못하면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경고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측면서 봤을 때 평등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법처리에 있어서 대통령에 대한 특혜는 딱 한 가지 ‘소추유예’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하야’와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 탄핵 사유는 충분히 발생해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보면 헌법에 위배된 행위를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은 당시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대통령이지만 우리당 소속(열린우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통령으로서 선거중립을 안 지켰다고 해서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이 국회 탄핵을 결의했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4·13총선 당시 “유승민을 찍어내라”고 말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최순실에게 국가 기밀문서를 유출시켰고, 직권을 남용해 문체부 국장·과장을 물러나게 했다. 재벌들 등을 쳐서 돈을 뺏기도 했다.

이로써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새누리당이 어깃장을 놓으면 안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게 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기까지 4개월이 소요된다. 최순실 재판과 탄핵 재판이 있는 그 기간은 정국이 소용돌이 칠 것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

- 탄핵 이외의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 박 대통령의 시대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야라는 말 대신 대통령 스스로 임기를 1년 단축한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즉 임기를 스스로 단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국회의장을 찾아갈 일이 아니고,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국회지도자를 찾아가 의견을 수렴해 사임 이후 정국이 소용돌이치지 않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탄핵사유 충분…용단 내려야
새누리 지도부 물러나야 해결

갑자기 박 대통령이 내려오게 되면 분명히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경험을 안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니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내가 어느 시점에 사임을 하려고 하니 차기 대선주자들은 마음의 준비들을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또한 총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것이다.

- 직접 시위 현장에 가보셨다고 들었습니다.

▲ 지난 토요일 시위현장을 지켜봤다. 이게 직업꾼들의 민심이 아니다. 바로 일반 보통사람들이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왜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을 평가해 주신다면.

▲ 경제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 중이다. 수출의존형인 우리나라는 해운, 전자, 자동차, 철강, 섬유화학 부분의 수출이 떨어지고 움츠러들고 있다. 일본과의 비교는 금물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기초과학 및 기술기반이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튼튼하다. 성장률이 낮아도 기술력으로 버틸 힘이 있다. 게다가 일본은 내수가 80%이기 때문에 수출에 적신호가 켜져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 80%, 내수 20%이기 때문에 수출이 막히면 견딜 수가 없다.

게다가 일본국민은 개인 저축률이 굉장히 높다. 다시 말해서 개인들도 부자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개인 채무가 130조에 달한다. 집집마다 다 빚이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곤두박질치면 거지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

- 현 시국 야당의 행보를 평가해 주신다면. 

▲ 야당이 대통령 햐야를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방안을 세워놓고 내려오라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60일 안에 대선을 치를 자신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젊은 사람들이 하야 하라고 주장하는 데 동조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어떻게 피해를 줄이면서 하느냐를 먼저 머리를 모아 생각해야 한다.

- 여당의 태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 새누리당은 친박 핵심이 책임져야 한다. 아마 일본서 이 사태가 발생했으면 자결했을 것이다. 최소 친박 핵심 6명은 자결해야 한다. 이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고,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고 자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살 궁리만 하고 있다. 왜 그런가 보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친박 핵심들은 자신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자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박 대통령의 은혜로 공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된 이상 헌법 46조를 명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내팽개쳐 버리고 박 대통령을 지키고만 있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된다? 그것은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최순실 파동이 나도 아무런 말 한마디 안하고 불쌍한 대통령을 지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통령이 저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당 대표가 “물러나느냐”는 소리를 하고 있나.

- 친박 핵심 6명은 누구입니까?

▲ (웃음) 실명을 밝히기는 어렵다. 이들은 4·13 총선 공천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한 공범들이다. TK핵심들은 그 파동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 모두 당선이 됐는데 멀쩡한 사람들을 낙선시킨 꼴이 됐다. 특히 수도권서 정두언, 정미경 등 현역의원 30명은 반드시 될 수 있었는데 공천파동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몰살당했다. 재밌는 부분은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정당끼리 잘 협치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이런 소리가 어디 있는가. 새누리 당권을 쥐고 있는 핵심들은 당연히 물러나야 된다.
 

<shs@ilyosisa.co.kr>

 

[박찬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학사
▲법무법인 유담 대표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나라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5선 의원 (9·10·12·13·1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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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