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박찬종 변호사가 제시한 현정국 해법

“친박 핵심 6명은 자결이라도 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국이 뒤숭숭하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민심의 목소리도 매섭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 대통령은 국회를 웃는 얼굴로 방문했고, 우병우 전 수석은 팔짱을 끼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로 임명했다가 야권의 책임총리제 요구를 수용했다. 계획도 염치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우왕좌왕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찬종 변호사를 만나 초유의 국정농단 상태로 험로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진단해봤다.

박찬종 변호사는 1939년 김해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재학 중에 고등고시 사법과와 행정과, 공인회계사를 모두 합격한 ‘수재’ 정치인으로 통한다. 제5공화국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10대 국회가 해산되자 정치규제 대상 811명에 포함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키도 했다.

당시 돈 안드는 선거유세를 펼쳐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그후 석궁 테러사건의 김명호 수학자, BBK 김경준, 박연차 변론 등을 맡아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2년에는 “무당파 단일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키도 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합의 책임총리 방안을 전격 수용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단 90초에 그쳤다. 열흘 뒤에는 9분의 사과를 발표했다. 두 차례의 사과 후 박 대통령을 하야 혹은 탄핵해야 한다는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 담장을 넘어 관저까지 밀려들고 있다. 대통령께선 이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민심이 분노한 근본 원인은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제 국회의장을 찾아가는 모습은 늦가을 비에 흠뻑 젖은 참새가 추위에 몸을 벌벌떠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또한 그 배경은 국민이라는 고양이 앞에 웅크리고 앉은 쥐 모양이었다. 이렇게 국회를 찾아가는 모습이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느냐’ 하는 탄식을 내뱉고 있다.

- 변호사님께선 대통령이 국민에게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국민주권원리에 따라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그 국민의 권력을 사용하는 틈새에 최순실 일당이 새치기를 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 새치기를 고의든 과실이든 묵인해 버렸다.

그래서 그것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 대통령권력을 이용해 각종 부정비리에 관여하고 잇속을 채웠다. 심지어는 이화여대 학사에까지 개입해 딸을 부당하게 입학시켰다. 그것이 전부 노출되니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 책임총리가 과연 현 난국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형식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고 책임총리로 세워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87조엔 국무위원(장관)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야당은 책임총리를 임명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은 2선 후퇴라는 말을 안 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총리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2선 후퇴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만 책임총리가 해법이 될 수 있다.


- 청와대는 ‘내치’는 총리가 ‘외치’는 대통령이 한다고 했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어떤 경우라도 국군통수권과 외교교섭권은 대통령이 수행해야 한다. 헌법해석상 이것까지 책임총리에게 위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단 2선 후퇴라는 말이 굉장히 모호하다. 책임총리로 행정각부로 통할권을 준다고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까지는 줄 수 없다. 외교교섭권을 살펴보면 열흘 뒤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총회에 황교안 총리가 대신 간다고 했는데 한 번쯤은 대신 갈 수 있다.

하지만 각국(대통령제 국가)은 대통령이, 내각제에선 총리가 오는데, 대통령제인 우리나라가 총리를 보내면 정상회담 자체가 안 된다. 박 대통령이 남은 1년2개월을 다 채운다고 하면 앞으로 G20, 아세안+3(ASEAN+3), UN총회 참석이 남아 있다.

당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취임을 하면 관례상 내년 2월 초순 한미정상회담을 하는데, 도덕적 권위와 국정 장악력을 잃은 식물대통령이 외교교섭권만 있다고 트럼프와 전략적 협의를 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 지금 상태로는 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도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셨습니다. 

▲ 그렇다. 우선 한국의 기이한 스캔들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에까지 보도가 된 상황이다. 우리가 줄곧 과거사를 뒤집는 일본의 아베총리를 두고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비판했는데 박 대통령처럼 권위가 상실한 사람이 일본 정상과 회담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1년2개월 동안 검찰 수사를 한 번만 받게 될지 두 번, 세 번 받을 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기소되고 재판받는 것은 면하겠지만 안종범 및 최순실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계속 나오게 되면 1심, 2심, 상고심까지 포함해 반년 이상이 걸린다. 재판 때마다 박근혜라는 이름이 나올 것이다. 이는 본인도 그렇고 국민 자존심이 굉장히 상하는 일이다.

“최순실이 권력 이용했다”
대통령도 포토라인 서야

- 대통령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십니까?

▲ 우선 대통령 수사방법에는 서면조사, 소환조사, 청와대 방문조사, 제3의 장소 등이 거론된다. 일단 서면조사는 조사가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 이에 대한 반대심문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보내나 마나인 셈이다. 검찰이 청와대로 가는 것은 독립성 문제가 불거진다.

청와대 방문 자체에 검찰이 떨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제3의 장소도 마땅치 않다.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 대통령도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 이는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도 ‘잘하지 못하면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경고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측면서 봤을 때 평등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법처리에 있어서 대통령에 대한 특혜는 딱 한 가지 ‘소추유예’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하야’와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 탄핵 사유는 충분히 발생해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보면 헌법에 위배된 행위를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은 당시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대통령이지만 우리당 소속(열린우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통령으로서 선거중립을 안 지켰다고 해서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이 국회 탄핵을 결의했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4·13총선 당시 “유승민을 찍어내라”고 말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최순실에게 국가 기밀문서를 유출시켰고, 직권을 남용해 문체부 국장·과장을 물러나게 했다. 재벌들 등을 쳐서 돈을 뺏기도 했다.

이로써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새누리당이 어깃장을 놓으면 안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게 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기까지 4개월이 소요된다. 최순실 재판과 탄핵 재판이 있는 그 기간은 정국이 소용돌이 칠 것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

- 탄핵 이외의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 박 대통령의 시대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야라는 말 대신 대통령 스스로 임기를 1년 단축한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즉 임기를 스스로 단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국회의장을 찾아갈 일이 아니고,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국회지도자를 찾아가 의견을 수렴해 사임 이후 정국이 소용돌이치지 않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탄핵사유 충분…용단 내려야
새누리 지도부 물러나야 해결

갑자기 박 대통령이 내려오게 되면 분명히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경험을 안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니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내가 어느 시점에 사임을 하려고 하니 차기 대선주자들은 마음의 준비들을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또한 총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것이다.

- 직접 시위 현장에 가보셨다고 들었습니다.

▲ 지난 토요일 시위현장을 지켜봤다. 이게 직업꾼들의 민심이 아니다. 바로 일반 보통사람들이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왜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을 평가해 주신다면.

▲ 경제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 중이다. 수출의존형인 우리나라는 해운, 전자, 자동차, 철강, 섬유화학 부분의 수출이 떨어지고 움츠러들고 있다. 일본과의 비교는 금물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기초과학 및 기술기반이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튼튼하다. 성장률이 낮아도 기술력으로 버틸 힘이 있다. 게다가 일본은 내수가 80%이기 때문에 수출에 적신호가 켜져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 80%, 내수 20%이기 때문에 수출이 막히면 견딜 수가 없다.

게다가 일본국민은 개인 저축률이 굉장히 높다. 다시 말해서 개인들도 부자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개인 채무가 130조에 달한다. 집집마다 다 빚이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곤두박질치면 거지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

- 현 시국 야당의 행보를 평가해 주신다면. 

▲ 야당이 대통령 햐야를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방안을 세워놓고 내려오라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60일 안에 대선을 치를 자신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젊은 사람들이 하야 하라고 주장하는 데 동조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어떻게 피해를 줄이면서 하느냐를 먼저 머리를 모아 생각해야 한다.

- 여당의 태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 새누리당은 친박 핵심이 책임져야 한다. 아마 일본서 이 사태가 발생했으면 자결했을 것이다. 최소 친박 핵심 6명은 자결해야 한다. 이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고,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고 자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살 궁리만 하고 있다. 왜 그런가 보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친박 핵심들은 자신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자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박 대통령의 은혜로 공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된 이상 헌법 46조를 명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내팽개쳐 버리고 박 대통령을 지키고만 있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된다? 그것은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최순실 파동이 나도 아무런 말 한마디 안하고 불쌍한 대통령을 지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통령이 저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당 대표가 “물러나느냐”는 소리를 하고 있나.

- 친박 핵심 6명은 누구입니까?

▲ (웃음) 실명을 밝히기는 어렵다. 이들은 4·13 총선 공천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한 공범들이다. TK핵심들은 그 파동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 모두 당선이 됐는데 멀쩡한 사람들을 낙선시킨 꼴이 됐다. 특히 수도권서 정두언, 정미경 등 현역의원 30명은 반드시 될 수 있었는데 공천파동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몰살당했다. 재밌는 부분은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정당끼리 잘 협치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이런 소리가 어디 있는가. 새누리 당권을 쥐고 있는 핵심들은 당연히 물러나야 된다.
 

<shs@ilyosisa.co.kr>

 

[박찬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학사
▲법무법인 유담 대표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나라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5선 의원 (9·10·12·13·1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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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