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2011 연예인 X파일 & X파일 변천사

미확인 정보 수두룩…사실이든 아니든 가슴엔 ‘피멍’


최근 ‘연예인 X파일’ 4탄이 무차별 유포되고 있어 연예계가 비상에 걸렸다. 지난 2005년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인 X파일’ 사건 이후 2008년,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연예인에 대한 사적인 정보를 폭로하고 있는 ‘연예인 X파일’ 4탄은 이니셜로 처리했으나 글의 말미에 실명을 거론해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루머의 수준을 넘어 갈수록 위험천만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는 ‘연예인 X파일’의 변천사를 들춰보았다. 

2005년 1탄  리포터 인터뷰 토대로 광고회사가 제작
2008년 2탄  1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 허술


2005년 ‘연예인 X파일’ 1탄

‘연예인 X파일’의 원조 격으로 2005년 1월 한 광고회사 측이 리포터 8명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국내 정상급 연예인 99명에 대한 사적인 정보와 그들을 둘러싼 소문에 관한 문건을 만들었다.‘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이 문건은 113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문서다.

이 문서는 다시 PDF로 변환돼 있다. 각 모델별로 사진 이름,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 관리, 소문 등 총 7개 항목으로 분류, 각 항목별로 별점 형태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 자료는 “광고 모델에 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모델로서의 가치를 파악하고, 모델 계약 이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하여 광고주의 Risk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음”이라고 조사 목적을 밝히고 있다.

또 심층 인터뷰를 자료 수집 방법으로 사용하고, 통신사 기자와 스포츠지, 유명 TV연예 프로그램 리포터 등 총 10명·응답 대상자로 참여했다고 게재돼 있다. 이 자료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풍문 등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마약 사건 연루 시 XXX씨와 XX기업에서 돈을 들여 구명해 줬다는 설’ ‘모 기획사 사장과 연인 관계’‘레즈비언 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나열했다. 또 매력·재능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작성자의 신체적 결함, 연기력 등에 관한 주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2008년‘연예인 X파일’ 2탄

‘연예인 X파일’ 1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해 아마추어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X파일 상단에 ‘Y뉴스 기자들의 개인 비밀 노트를 무단 복사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연예인 X파일’ 2탄의 내용을 보면, 일부 톱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남성 편력, 연예인 부부들의 뒷얘기와 곧 결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연예인 커플들, 연예인 커플들의 파경설과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실제 생활로 이어져 동거설이 나돌고 있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자 톱스타 A양의 경우 그녀의 사생활과 그간 그녀와 염문에 휩싸였던 남자 연예인들이 자세히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A양은 평소 술자리에서 술버릇이 고약하고, 일단 술에 취하면 앞뒤를 안 가리고 ‘가는’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운동선수를 ‘잡아먹는’ 킬러라는 것. 지난 99년 12월 모 호텔에서 있었던 패션쇼가 끝난 뒤 당시 모델로 출연했던 A양과 운동선수 B씨가 호텔 17층으로 동시에 올라가는 것이 목격돼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당시 A양을 인터뷰하기로 한 방송사의 PD는 A양이 갑자기 사라져 AD와 FD를 시켜 찾게 했는데, 당시 FD가 17층으로 올라갔고 옆에 B씨도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A양의 소속사 대표는 “못 본 것으로 해달라”며 담당 PD에게 애걸복걸.  B씨도 당시 소속팀 단장에게 “처신에 조심하라”며 따끔하게 주의를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탤런트 D씨는 몸 팔고 CF를 따낸 것으로 나와 있다. 모 그룹 C회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호색가로 유명. C회장을 거쳐간 연예인들은 주로 그룹 계열사의 광고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자 연예인들이 대부분. 특히 유명한 사건은 지난 99년 모 광고사건. 당시 모 그룹 광고 계열사인 H사는 다른 여자 연예인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 보드까지 완성한 상태에서 갑자기 그룹 회장의 지시로 탤런트 D씨를 광고 주인공으로 발탁. D씨는 최고급을 지향하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당시 작업을 했던 AE와 감독 등이 엄청 애를 먹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C회장의 채홍사 역할을 하는 사람은 H사의 국장으로 일하는 P씨인데 지난해 10월 H사의 대규모 감원 때도 P국장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고래심줄을 과시했다고. 특히 P국장은 C회장 말고도 그룹의 회장단에게도 골고루 여자를 분배해, C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사장단에게도 엄청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함. 이외에도 ‘최근 A양과 B군이 헤어진 진상은?’ ‘C양의 낙태설’ 등 확인되지 않은 저급한 내용들이 실려있다.


2010년‘연예인 X파일’ 3탄

‘연예인 X파일’ 1탄에 이어 ‘연예인 X파일’ 2탄의 후속 판으로 불리고 있다. 2009년 말 “인터넷에 ‘연예인 X파일’ 3탄이 돌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던 괴문서가 급기야 2010년 2월 초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버젓이 게시됐다. 게시물은 연예인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낭패를 보고도 남을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일부 떠도는 소문과 함께 소문의 주인공인 연예인들의 실명이 병기돼 그 심각성을 더한다. 문서에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해당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펄쩍 뛰고도 남을 만한 허위 내용들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괴문서에 올라온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열애 기사가 터졌지만 극구 부인한 가수 A양과 탤런트 B군은 아직도 교제를 하고 있다. 홍대 근처에서 자주 목격된다. 개그맨 C군과 방송인 D양은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기로 유명하며 최근 D양이 C군의 소속사로 옮겼다. C군이 D양을 방송에 많이 꽂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3탄  소문으로 떠도는 허위 내용들 담겨
2011년 4탄  과거와 달리 무시무시한 확산 문제

평소 어린 연예인들에게 들이대기로 유명한 가수 E군은 연예인 F양에게도 들이댔다. 일부러 가수들만 참석하는 파티를 만들고 F양과 같은 기획사 연예인들을 시켜 F양도 참석하게 한 다음 파티 내내 F양을 옆에 앉혀놓고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사귀지 못했다. 가수 I양은 걸그룹에 들어온 것 자체가 부모의 힘이 컸다. 아빠가 연예 투자자여서 소속사와도 친분이 두터워 소개로 오디션도 없이 바로 합격했다. 집이 부자여서 성격이 좀 제멋대로인 편이다. 물론 소속사 교육 아래 현재 말썽부리는 일은 없다.

가수 J군은 소문처럼 걸그룹 멤버 K양과 사귀는 것이 아니다. 현재 연상 일반인 여자 친구가 있다. 가수 M양은 화장품 모델 발탁 언론 발표 훨씬 이전에 계약이 성사됐다. 지면 촬영에 맞춰서 성형하고 조용히 묻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닌 데다 생방송으로 이미 알려지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성형 사실을 밝혔다.  방송에 얼굴 상태가 나가고 네티즌 때문에 난리가 났을 때 소속사와도 마찰이 심했고 본인이 방송 은퇴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이외에도 ‘가수 H양 방광염’ ‘다수 연예인들 수면 마취제 중독’ 등 확인되지 않은 저급한 내용들이 실려있다.

2011년‘연예인 X파일’ 4탄

과거 ‘연예인 X파일’이 사이버 상에서 확산됐다면 이번 ‘연예인 X파일’ 4탄은 스마트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퍼졌다. 수많은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스마트 기기의 특성상 ‘연예인 X파일’ 4탄은 빠르게 전파됐다. ‘연예인 X파일’ 4탄에는 입이 쩍 벌어질 만한 톱스타들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카더라’ 통신을 짜깁기한 수준이라 신빙성은 없지만 톱스타들의 은밀한 사생활이라 뜨거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내용들이다.


탤런트 B양과 C군은 해외 촬영장에서 같은 호텔방을 사용했다. 이들과 함께 촬영차 해외에 다녀온 제보자에 따르면 B양과 C군이 같은 방에서 나오는 것을 여러 번 목도했지만 처음엔 단순히 대본 연습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이내 눈치채게 됐다. 호텔 로비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모이기로 한 날, 벌건 대낮에 B양이 젖은 머리를 한 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5분 후 똑같이 머리가 젖은 C군이 모습을 드러냈고, 마치 B양을 그날 처음 본 사람인 듯 대하며 눈에 띄게 과장된 ‘발연기’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살인 눈웃음과 폭풍 비주얼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H양의 실제 성격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 빵빵한 소속사 백을 믿어서인지 선배 앞에서 목에 깁스하는 센스는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통수에 대놓고 욕하는 대담한 스킬까지 콤보로 겸비했다. 최근엔 소속사 오라버님들에게 배운 ‘구름과자’의 세계에 푹 빠져 줄담배 신공도 펼친다. 여자 선배들에게는 이처럼 무서운(?) 후배지만 남자 선배들에게는 또 이처럼 달콤한 후배도 없다.

이외에도 ‘참한 이미지의 꽃미남 아이돌 A군이 룸살롱 중독이다’ ‘남성 톱스타 B씨가 은밀한 부위의 질환으로 인해 비밀리에 병원을 찾았다. 중요 부위를 키우는 수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으로 심각한 염증을 앓고 있다’ ‘연기력에서 손꼽히는 톱스타 C양이 올해만 두 차례나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D군이 중학생 시절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다’ ‘이혼녀 연기자 H씨가 나이 어린 로드매니저와 살림을 차렸다. 남자 밝힘증이 있는 H양의 매니저는 낮에는 매니저로, 밤에는 서방 노릇을 하느라 몸이 많이 축났다’ 등 자극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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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