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먹은 손학규 반전카드

존재감 제로 “나 어떡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하자마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그가 내세운 개헌론과 새판짜기가 주춤한 모양새다. 최근에는 거국내각총리 수락의지를 밝히면서 반전을 도모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정계 복귀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4년 7·30 수원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계를 은퇴한 지 2년2개월만이다. 그는 정계 복귀 발표 직후 더민주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또 묻혔다

같은 날 그는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걸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제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며 “이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말해 정계복귀 명분으로 개헌론을 제시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새판짜기를 언급한 만큼 제3지대론이 힘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로 개헌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앞서 개헌론을 강조한 손 전 고문도 여론의 집중을 받았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못가 최순실씨가 대통령 문건을 수시로 열람하고 수정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여론서 멀어졌다. ‘최순실 게이트’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당초 정치권은 개헌론을 꺼내든 손 전 고문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제3지대를 중심으로 정계 개편을 이룰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최순실 게이트’가 끝난 후 개헌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국민의당도 안철수 전 대표가 “개헌 논의 종료를 선언한다”고 말해 개헌론이 힘을 잃었다.

이 같은 정국에 대해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논의가 잠시 중단됐지만 개헌이 정부주도로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확실해졌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타이밍이 맞지 않은 셈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손 전 고문이 이번 복귀 때처럼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져 손 전 고문이 곤란함을 겪었다는 점이다.

2년2개월 만에 정계 복귀
개헌·새판짜기 화두 던져

우선 2006년 손 전 고문은 당시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대선후보의 경쟁 속에서 대권 경쟁에 합류했다. 손 전 고문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100일 민심 대장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100여일간 이어진 민심대장정을 마치고 서울역에 도착한 2006년 10월9일 오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손 전 고문의 이슈는 자연스레 묻히고 말았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강진일기>서 당시 상황에 대해 “청천벽력이었다. 하늘의 계시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이듬해인 2007년 1월16에는 미래 국가 생존전략으로 ‘21세기 광개토전략’을 공개했다. 당시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책 이슈를 던지면서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당시 범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해 손 전 고문의 이슈는 사라졌다.

두 달 후인 3월, 손 전 고문은 대선후보 경선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다. 개인적으로도 일생일대의 결단이었을 뿐 아니라 대권 판도를 뒤흔들 중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때 역시 세간의 관심은 당시 막바지 협상에 한창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쏠려 있었고, 결국 보름도 안 돼 한미FTA가 최종 타결되면서 손 전 고문의 탈당 소식은 빛이 바랬다.


민주당 대표시절인 2011년 11월에는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를 요구해 서울광장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다음 날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해 또 다시 손 전 고문 이슈는 묻히고 말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는 거국중립내각이 정치권에 회자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하면서 총리로 손 전 고문과 김 전 더민주 대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거론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일 거국중립내각 총리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해 “과도 정부의 중립 내각이라면 어느 누구도 총리 제안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미리 밝히기도 했다. 이어 “국회와 여야가 합의해서 총리를 임명하는 과도정부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 건너간 책임총리의 꿈
등판 때마다 이슈에 묻혀

하지만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 내정자로 발표하면서 손 전 고문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정계 복귀 이슈가 묻히자 총리직 수용을 암시하며 반전기회를 노렸지만 불발에 그친 셈이다.

일각에선 김 총리 후보자가 끝내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손 전 고문에게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총리 인선을 두고 손 전 고문은 “대통령은 오늘의 시국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오늘의 상황은 4·19혁명, 6월항쟁과 같은 초비상사태”라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대통령은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는 자세로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그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돌파구 있나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한 손 전 고문은 이슈가 묻힌 부분에 대해 혼란스러운 심경을 표했다.

“블록버스터(최순실 사태)가 떠서 어떻게 하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손 전 고문은 “〈강진일기〉도 좀 많이 팔려야 하는데, 최순실 정국의 여파 속에서 내가 뭘 하겠나”라며 “정국이 최순실 정국으로 가고 있으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에게는 재앙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정치적인 새판 짜기와 7공화국을 오히려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많이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의 <강진일기> 내용은?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2년2개월만인 지난달 21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정계복귀 자리에서 자신의 강진 토굴 생활을 정리한 <강진일기>를 소개했다.

<강진일기>는 손 전 고문의 정치역경, 회상과 성찰, 사색의 기록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용 중에는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의 지원 요청, 유력 정치인들과의 대담 내용도 있다.

이 책에서 손 전 고문은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는 말을 전했다.

손 전 대표는 이에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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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