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사태> 박근혜-김정일 4시간 독대 미스터리

3박4일서 지워진 의문의 4시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송민순 회고록’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여권은 ‘국기문란’ ‘내통’ 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 내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방북 당시 활동을 공개하라고 대응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일요시사>는 시계추를 2002년으로 되돌려 당시 박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의 4시간 ‘밀담’ 미스터리를 되짚어봤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회고록서 2007년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 앞서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송 전 장관이 유엔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찬성’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남북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매 맞는 야권
대반격 카드

당시 회의록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은 야권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사실상 북한의 인권 탄압에 동조하며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며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야권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를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강력 비판했다. 지난 18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남북외교관계)일관성’이라는 게 외교적 시각에서 보면 무지하기 짝이 없다”며 “일관성이라는 것은 통일외교와 국익 차원의 관점에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감 파행과 불참으로 시작한 새누리당이 결국 마지막 색깔론으로 끝내고 있다”며 “이번 색깔론 공세는 결코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등 정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국면전환용’으로 색깔론을 악용한다는 게 더민주의 입장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새누리당의 공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8일 “저는 ‘국민의 정부’에서 (2002년)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4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알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한다고 하면 저도 다 이야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새누리당-더민주 간 ‘송민순 회고록’ 공방이 계속된 와중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대중정부 시절 대북송금 문제까지 거론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여권과 야권의 날선 ‘색깔론’ 공방이 오고 가는 가운데, 2002년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의원, 부총재) 방북 때 숨겨진 4시간의 진실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2007년 사건을 놓고 문 전 대표에 ‘국기 문란’ ‘반역’이라는 거친 단어를 사용했지만 만약 2002년 박 대통령이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 나눈 이야기 중 국익에 배치되는 예민한 사안이 드러날 경우 여권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밀담 내용은?
뭔가 있었나

박 대통령과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2002년 5월11일 전격 성사됐다. 방북에 앞서 2000년 당시 북한은 노동당 창건 행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롯, 민주노동당 등 30곳 등 35명 인사들에 초청장을 보냈다.

북한의 바램과 달리 당시 2000년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는 사회·종교단체 회원 30명만 방북했을 뿐 박 대통령은 방북하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변의 반대가 있어 방북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2년 뒤인 2002년 5월11일엔 방북길에 오른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가 남북협력사업을 펼쳐온 ‘유럽-한국재단’ 이사진을 초청함에 따라 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하게 된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이 돼 남북 간에 평화 증진을 위해 협력하고 우방과도 힘을 합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북측 공작원으로 알려졌던 문세광에 의해 살해됐던 것과 관련해서도 “개인적으로 불행을 겪은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남북 간의 평화 공존과 정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시 박 대통령의 대북관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1960∼1970년대 치열한 체제 경쟁상대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의 2세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당시 정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초 박 대통령은 고려항공을 이용해 북한에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김 전 국방위원장이 전용기를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의 같은 방을 숙소로 제공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2002년 5월11일 저녁 북측이 만수대 예술극장서 환영 만찬을 열어주는 등 융숭한 대접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찬장에는 김용순 비서와 김영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등 북측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당시 북측 방송은 김영대 회장이 “누구든 민족을 위하고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정견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합쳐 나갈 수 있다”고 환영 인사를 건네자 박 대통령은 “남북이 힘을 합쳐 7·4남북공동성명과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발전을 이룩하자”고 화답했다며 당시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문 타깃’ 노무현정권 북과 내통 이슈몰이
야, 2002년 회담 반격 “박 방북부터 털자”

하지만 김 전 위원장과 박 대통령이 4시간 가량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 5월13일 상황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사실이 없어 정가엔 무성한 추측만 떠돌았다. 다만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7월 펴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자서전에는 비밀회담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이 묘사돼 있다.

자서전에서 박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며 일명 ‘김신조 사건’이라 불리는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한 사태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의 언급을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박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의 언행을 두고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고 말해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당시 밀담 과정서 박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에게 ▲이산가족 문제 ▲6·25전쟁 때 행방불명된 국군과 민간인 생사확인 문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흔쾌히 동의했고, 금강산댐 공동조사 및 남북한 철도연결에 대해서도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밀담을 두고 박 대통령은 “한 시간가량의 대화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많은 약속을 했다”며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축구대회 등 스포츠교류를 통해 서로 화합의 장을 열자는 약속도 얻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답방 요구에 김 위원장은 적당한 기회에 가겠다고 말하면서 방문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에도 참배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모든 대화 내용을 언론에 투명하게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알아서 하세요’라며 신뢰감을 나타냈다”고도 평했다.

박 대통령은 방북 일정을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제안으로 박 대통령은 “생각지도 못한 제의였다. ‘남과 북이 이렇게 가까운데 먼 길을 에둘러서 오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간절해졌다”고도 회고했다.

북한 왜 갔나
이용당했다?

박 대통령의 방북활동 내용이 담긴 공식적인 문서는 2002년 5월21일 정부에 제출됐다. 당시 동행했던 지동훈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이 ‘방북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지 이사장이 제출한 방북결과 보고서는 A4 용지 3쪽 분량으로 3박4일간 일정이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다”며 “박 의원이 지난 14일 귀환 직후 밝혔던 것 외에 특별히 다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귀환 직후 10일 이내에 통일부장관에게 제출토록 규정돼 있는 박 의원의 방북결과는 이 보고서로 갈음한다”며 “박 의원의 경우 방북에 따른 행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절차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방북은 마무리됐고, 당시 김 전 위원장과의 구체적인 면담내용은 현재까지 비밀로 부쳐진 상태다.
 


당시 박 대통령의 방북 성사를 두고 정가에선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다. 우선 김 전 위원장이 각종 남북현안들에 대한 북측의 메시지를 남측에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은 자서전을 통해 일정부분 드러났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박 대통령에 의사를 표명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의구심은 증폭됐다.

방북 당시 융숭한 대접
만찬·밀담 뒷얘기 무성

또한 남북경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두 인사의 면담과 만찬 행사에 참여한 당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고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 임동욱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이 대남사업의 실세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김 위원장이 남측의 보수세력을 향해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인 박 대통령을 만남으로써 보수층이라도 남북협력 문제에 있어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 내부에서 김 전 위원장을 상징하는 북한 정치 용어인 광폭정치(대담하고 통이 큰 정치)의 선전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을 북한으로 불러들임으로써 북측 주민들에게 광폭정치의 결실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치권의 평가도 판이하게 엇갈렸다. 2002년 5월15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박 대통령 방북에 대해 “우리와의 서면 약속도 지키지 않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뿐인 공약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해 평가절하했다.

반면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이 박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댐 남북공동조사단 구성,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동해안 철도 연결 등 남북 관계 진전에 매우 의미 있는 약속을 했다”며 “남북관계 진전에 매우 의미 있는 성공적 방북”이라고 평가했다.

“방북 수수께끼
다 털고 가자”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 19일 정보위 국감에서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용공·종북 의혹을 다 털고 가자”면서 “2002년 박 대통령의 방북 미스터리가 그 첫째”라고 말해 박 대통령의 과거 방북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박 대통령 귀환 당시 북한이 보낸 통지문 및 관련 기록 및 협의내용 일체 등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정원서 근무하며 새누리당 (집권 후) 정부의 이적 행태도 생생하게 목격했다”며 “박 대통령 방북 당시에도 김 전 위원장과의 독대, 만찬 과정에 미스터리가 상당히 많다”고 말해 의구심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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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