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벼랑 끝 전술 막전막후

앞면엔 ‘통 큰 정치’ 뒷면엔 ‘배수의 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통 큰 정치’를 꺼내 들었다. 4·27 재보선과 관련, 야권 단일화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하겠다고 나선 것. 심지어 순천 재보선에서는 무공천 의사를 밝혀 정가 안팎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야권 연대와 희망대장정으로 민심을 향한 잰걸음을 하고 있는 손 대표.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그의 결단이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선이 가지는 의미와 지난 지방 선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총선, 대선까지 큰 그림을 보면 ‘필연적 선택’인 동시에,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다. 

4·27 재보선 앞두고 야권 단일화 위해 ‘통 큰 양보’
당내 반발에도 흉흉한 재보선 전망 속 ‘순천 무공천’

4·27 재보선이 성큼 다가오면서 여야가 선거 전략을 가다듬는 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반면 당초 계획했던 ‘필승 전략’은 하나 둘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수 띄운 손학규
통 크게 정치판 흔든다

김해을 재보선에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카드를 잃은 손 대표의 선택은 야권 단일화였다. 야권 연대를 위해 민주당이 양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그러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통 큰 선택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0일 저녁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통 큰 양보를 하겠다. 순천은 당연히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그의 최측근인 차영 대변인을 통해 전해졌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그러나 이날 밤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통 큰 양보’ 발언은 특정 지역과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손 대표는 그러나 다음 날인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순천 무공천 방침을 확인시켰다. 그는 “(재보선)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자세와 후보 단일화”라며 “민주당은 오늘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보고 큰 걸음으로 나갈 것이다. 더 큰 민주당, 더 큰 진보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정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이 외쳤던 ‘기득권 포기’와는 강도가 달랐다. 재보선, 지방 선거 등에서 민주당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대’로 야권 정당들이 ‘야권 연대는 허울 좋은 것일 뿐 민주당의 들러리를 선 것’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야권 연대의 칼자루를 건네는 것으로 답한 것이었다.
순천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데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호남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민주당이 ‘무공천’을 하겠다는 것은 야권 단일화를 했을 때 야당들에게 ‘잘 차려진 밥상’을 건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위해 ‘기득권 포기’를 외쳤던 민주당이지만 목소리의 크기만큼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상쇄시킬 패를 꺼내든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현 정권 출범 후 각종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승리의 열쇠가 돼 왔다. 민주당은 야권 정당들과 시민사회 진영을 야권 연대의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기득권 포기를 외쳤지만 정말 기득권을 포기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야당이 연대를 하면서 파이가 커졌고 소수 정당들도 그들이 가지지 못할 지역과 표를 얻게 됐다고 하지만 압도적인 정당의 크기 차 등으로 야권연대의 중심축이 민주당을 향해 돌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면서 후보 단일화의 무게 중심도 민주당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이번 재보선은 야권 연대의 역량을 확인해 보는 자리인 동시에 야권 연대를 대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야권에 확인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즉, 야권 연대와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이 되는 셈이다. 

지방 선거 뒷마무리
총선 위한 ‘기회비용’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재보선은 야권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야권 연대의 중요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총선을 향한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정당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 대표도 이 점을 깊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순천 무공천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총선 승리, 정권 교체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며 “재보선의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재보선을 치르는 민주당의 자세와 후보 단일화의 과정일 것”이라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어떤 지역을 어느 당에 양보할지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하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고 주도적이고 책임있게 나서서 4·27 재보선에 연대 연합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손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통 큰 정치’가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호남권 의원들과 순천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의 반발이 만만찮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선 최고위원이 “적어도 민주당이 야권의 승리를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통 크고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양보도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양보를 해야지 떼쓴다고 달래기 위해서 양보하고, 여론이 큰 정당이기 때문에 떼어 주라고 해서 떼어 준다면 그것이 국민의 뜻에 맞고 유권자의 권리에 충실한 야권 연대의 방식인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순천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도 “공천 양보는 순천 지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의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연대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 의원 들썩
역풍으로 불어올까

이들 중 일부는 무소속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지난달 22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4·27 순천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이른바 ‘순천 무공천’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히며 손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박 지사는 “정당의 존립 근거는 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고, 선거는 이를 추구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정당 정치를 위해서는 정당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경쟁하다 필요하면 (야권 연대나 DJP처럼) 연합할 수도 있지만, 대선에서의 연합과 이번 사안은 다르다. 지역민,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일을 굳이 할 필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6월 지방 선거 설거지냐 vs 총선·대선 노림수냐
손학규 대권 전략 중대 고비 넘길 벼랑 끝 전술?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박은 아니”라며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역민과 정치권의 뜻에 어긋난 무공천은 자칫 반발성 탈당과 항명에 따른 징계 등을 불러올 수 있어 결국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3곳의 국회의원 선거와 강원도지사 선거 1곳 중 3곳이 민주당의 자리였던 만큼 ‘잘해 봐야 본전’이다. 강원도는 이광재 전 지사의 당선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아 왔고 경기 분당을 또한 한나라당의 세가 강하다. 김해을은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가까이에 있는 곳이고 순천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이 중 민주당이 승리를 자신하는 곳은 순천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야당에 양보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좋은 곳이 순천과 김해을”이라면서 “양보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을 양보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등을 떠미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1년여 후면 총선”이라며 “야권 정당들의 차기 총선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은 김해을 재보선과 관련, 히든카드를 잃었다. 이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이 김해을 양보를 바란다면 승산이 있는 승부처 2곳을 내주는 것이 돼 출혈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 무공천’ 등 ‘통 큰 정치’가 손 대표의 차기 대권전략 중 한 부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4월 재보선 이후 연말이 되기 전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경우 양보와 희생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한 ‘판’을 짜 뒀다는, 야권 연대·야권 통합의 밀알이 됐다는 부분이 ‘잘해야 본전’인 4월 재보선의 결과보다 그의 ‘치적’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당장의 상황만을 본다면 4월 재보선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 일부 지역을 야권에 넘기면서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물러설 수 없는 곳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 것. 

 그렇게 선택된 곳이 강원도지사 선거다. 손 대표는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을 찾아 최고위원회·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대권 큰 그림 완성?

그는 이 자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간 많은 노력해 오고 구체적 노력을 실천하던 이광재 지사가 안타깝게 그 직을 내놓게 되어 동계 올림픽 유치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전 지사의 빈 자리가 너무 크지만 민주당이 뜻을 모아, 힘을 모아 그 자리를 채우고 반드시 동계 올림픽 유치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손 대표의 승부수에 대해 “4·27 재보선의 향배와 그 후폭풍이 어디서 어떻게 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손 대표가 쏜 화살이 다시 그에게 되돌아 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사태의 추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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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