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밀착’ 전경련 사업 대해부

대통령 입맛대로 ‘밀고 당기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경련은 최근 보수단체 자금 우회 지원, 재단 지원으로 불거진 정권 연루 의혹으로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상태다.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시작해 재계 대변인으로 정권과 궤를 함께 해온 전경련 내부와 진행 사업을 살펴봤다.

지난 1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감에 출석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대한 질문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태생부터 ‘친’
정부 함께 성장 

전경련은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 55년간 14명의 재계 대표가 회장을 맡은 이후 19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제조업을 육성하고 박정희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는 등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끌었던 1977년부터 1987년은 전경련의 전성기라고 불린다. 전경련은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저변을 넓히며 88서울올림픽 유치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대기업에 사업이 편중되는 등 정경유착의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우호적인 시선이 있긴 했지만 재계 대변인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권의 수금 창구등의 부정적인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전경련과 정부의 상부상조는 단체가 태생됐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경련의 전신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고 이병철 회장은 기업인을 풀어주는 대신 경제 재건을 위한 국가 산업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박정희 대통령에 약속했다. 전경련 태생 배경인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그 후 단체의 존재 이유가 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의 검은 그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경련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들에 참여를 권유한 사실이 5공청문회 당시 밝혀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총수들이 줄줄이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

15대 대선 당시 국세청 차장 등이 대기업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도 전경련과 정권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정권 들어서는 규제 완화 정책, 공정거래법 개정과 노동자 임금 인상 자제 등을 관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박근혜정부에선 전경련과 정권의 관계가 더욱 발전했다. 2013년 전경련 사업보고서에는 당시 회장을 맡고 있던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2의 한강의 기적을 향한 국민적 염원을 되새기며 정진해 나가겠다는 머리말이 장식돼 있다.

한강의 기적은 박 대통령이 신년사, 8·15 경축사, 전국체전 기념연설, 심지어는 노인의 날을 맞아 청와대로 초청한 노인들에게 건넨 인사말에서도 언급했던 단어다.

정부 주력 창조경제·새마을운동 앞장
경제성장·올림픽 등 각종행사에 기여

전경련은 2013년 진행한 사업 중 창조경제 기반 조성을 첫머리에 실었다. 2013225일 공식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전경련은 이에 발맞춰 창조경제특별위원회를 열어 미래형 선박, 가상현실, 창의인재 양성 등을 제안했고, 창조경제 박람회에 참여했다.


2014년에도 전경련은 창조경제를 전면에 세웠다. 전경련은 민관협동 창조경제 추진단을 발족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실현을 위해 창업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 지역 특화 사업 기반의 창업과 신사업 창출 등을 지원하는 센터다. 박 대통령은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모두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이 한 군데씩 맡아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문제는 할당 기준이 불분명하고 지역 특성과 전혀 관계없는 기업이 센터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강제 할당이 아니냐는 것. 전경련은 이 같은 의혹에 강제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구축하려는 창조경제 자체가 보여주기식 용어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미래부는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 마치 창조경제의 핵심 틀을 완성한 것인 양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위원은 대기업을 압박해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통령의 치적으로 포장한 실체는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자마자 확인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경련의 2013년과 2014년 사업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2015년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한 향수를 고취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허 회장은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한번 경쟁서 밀리기 시작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메르스로 내수가 급속히 침체됐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출도 감소했다목표로 했던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 정부 들어
보조사업 늘어

하지만 허 회장의 머리말과는 달리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첫 사업은 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신 100주년 사진전에 대한 얘기다. 전경련은 정 회장을 조국 번영을 위해 헌신한 우리 경제의 국부라고 치하하면서 사진전을 통해 고인의 노력을 널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 당시 파독 근로자, 중동 근로자, 월남 참전 용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개최한 음악회 소개도 덧붙였다. 2015년 전경련이 진행했다고 내세운 이 사업들은 박 대통령의 향수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새마을운동을 자주 언급하고 전파하며 해외 확산에 공들여왔다. 새마을운동 전파는 지난 530일부터 6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컨퍼런스 때 정점에 달했다. 유엔 NGO컨퍼런스는 유엔서 주최하고 전 세계 NGO가 한자리에 모여 국제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NGO 컨퍼런스다.

NGO, 즉 비정부기구로 공공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단체들이 모이는 자리에 새마을운동 홍보부스가 세워졌다. 행사 참가자들의 결의문에 해당하는 결과 문서도 논란이 됐다. 논란은 유엔NGO컨퍼런스에 참가했던 국제 인권 단체가 결과 문서 초안에 새마을운동을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시민 단체의 입장을 묻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래서 해체론
대놓고 정경유착


초안에는 새마을운동은 농어촌과 도시 지역 간의 경제적 및 사회 기반 격차를 줄이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모범적 시민운동이라며 세계 시민성의 맥락에서 2030의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빈곤퇴치와 개발의 모델로 제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새마을운동은 긍정과 부정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시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관의 동원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에 국내 70개 시민단체들은 해당 문단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컨퍼런스 기간동안 경북도 공무원과 새마을운동 관계자들은 문단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결론적으로 문구는 빠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경련의 정권의 나팔수’ ‘정권의 심부름꾼역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부터 전경련과 정권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을 당시, 전경련 산하단체인 자유경제원은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경제단체 산하의 재단이 교과서 문제에 발 벗고 나선 것에 의아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독립적 비영리 재단법인이라고 주장하던 자유경제원이 사실은 전경련으로부터 매년 20억원가량의 돈을 지원받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의 성격이 바뀌었다. 정치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제 단체가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재단에 돈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월에는 전경련이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어버이연합은 친정부 시위, 집회 등 이른바 관제시위 의혹을 받았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 자금을 단체 사무실 임대료와 시위 동원 인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튀어나왔다. 의혹은 청와대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어버이연합은 행동대장, 전경련은 스폰서, 지시는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과서·어버이·재단… 3단 콤보
‘정권의 수금창구’ 부정적인 시선

이에 시민단체들은 집회·시위 지시 의혹을 받은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고발했다. 허 행정관은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8월 말 허 행정관은 고소인 및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조사에서 청와대와 보수 단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 뚜렷한 혐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불거진 문제가 행정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관제데모 지시 의혹에 대해 분명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서 의혹이 나올 때마다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대응은 미르·K- 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걸고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건 재단 인사에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아울러 800억 원에 가까운 출연금이 한순간에 모이고,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허가를 내준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전경련이 언급되는 부분은 8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 미르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30여개 그룹이 486억원을 냈다. K-스포츠에도 288억원의 기업 자금이 흘러들어가 있다. 돈을 낸 기업은 모두 전경련에 소속돼 있고, 출연금 규모가 재계 순위와 비슷한 점을 미뤄 청와대 지시로 전경련이 할당액을 기업별로 정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국감 내내 이어갔다. 국감장의 의원들은 이 부회장의 소극적인 태도와 답변 회피를 크게 질타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여기에 출석시켜 가지고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답변은 국감 출석 전과 상이한 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두 재단 설립에 대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언론에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 과정, 재단의 최초 제안자 등 질문에 수사 중이라는 말만 거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20여차례나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산업화 미화
정권의 나팔수

하지만 전경련에 대한 지적에는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재단에 기업들이 돈을 모금한 사실을 두고도 이 부회장은 기업의 판단”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한 전경련이 청와대를 위한 기관이라는 지적에는 정부에 문제가 있으면 쓴소리도 하고 옳으면 적극 동참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비호에도 청와대를 향한 의혹의 칼날은 여전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체론’ 전경련 이번에도?

각종 의혹의 중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부각되면서 해체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은 해체론에 불을 붙였고, 이승철 부회장의 국감 답변 태도는 기름을 부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서 야권은 청와대가 개입하고 전경련이 뒷받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재단과 관련해 집중 포화했다. 이 부회장은 야권 공세에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야권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하면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과거 전경련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과, 윤리 선언 등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모금 당시에는 전경련 회장단이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전경련은 형식적인 사과와 윤리 선언으로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할 뿐 근본적인 자정 노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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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