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밀착’ 전경련 사업 대해부

대통령 입맛대로 ‘밀고 당기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경련은 최근 보수단체 자금 우회 지원, 재단 지원으로 불거진 정권 연루 의혹으로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상태다.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시작해 재계 대변인으로 정권과 궤를 함께 해온 전경련 내부와 진행 사업을 살펴봤다.

지난 1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감에 출석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대한 질문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태생부터 ‘친’
정부 함께 성장 

전경련은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 55년간 14명의 재계 대표가 회장을 맡은 이후 19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제조업을 육성하고 박정희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는 등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끌었던 1977년부터 1987년은 전경련의 전성기라고 불린다. 전경련은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저변을 넓히며 88서울올림픽 유치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대기업에 사업이 편중되는 등 정경유착의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우호적인 시선이 있긴 했지만 재계 대변인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권의 수금 창구등의 부정적인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전경련과 정부의 상부상조는 단체가 태생됐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경련의 전신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고 이병철 회장은 기업인을 풀어주는 대신 경제 재건을 위한 국가 산업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박정희 대통령에 약속했다. 전경련 태생 배경인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그 후 단체의 존재 이유가 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의 검은 그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경련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들에 참여를 권유한 사실이 5공청문회 당시 밝혀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총수들이 줄줄이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

15대 대선 당시 국세청 차장 등이 대기업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도 전경련과 정권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정권 들어서는 규제 완화 정책, 공정거래법 개정과 노동자 임금 인상 자제 등을 관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박근혜정부에선 전경련과 정권의 관계가 더욱 발전했다. 2013년 전경련 사업보고서에는 당시 회장을 맡고 있던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2의 한강의 기적을 향한 국민적 염원을 되새기며 정진해 나가겠다는 머리말이 장식돼 있다.

한강의 기적은 박 대통령이 신년사, 8·15 경축사, 전국체전 기념연설, 심지어는 노인의 날을 맞아 청와대로 초청한 노인들에게 건넨 인사말에서도 언급했던 단어다.

정부 주력 창조경제·새마을운동 앞장
경제성장·올림픽 등 각종행사에 기여

전경련은 2013년 진행한 사업 중 창조경제 기반 조성을 첫머리에 실었다. 2013225일 공식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전경련은 이에 발맞춰 창조경제특별위원회를 열어 미래형 선박, 가상현실, 창의인재 양성 등을 제안했고, 창조경제 박람회에 참여했다.


2014년에도 전경련은 창조경제를 전면에 세웠다. 전경련은 민관협동 창조경제 추진단을 발족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실현을 위해 창업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 지역 특화 사업 기반의 창업과 신사업 창출 등을 지원하는 센터다. 박 대통령은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모두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이 한 군데씩 맡아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문제는 할당 기준이 불분명하고 지역 특성과 전혀 관계없는 기업이 센터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강제 할당이 아니냐는 것. 전경련은 이 같은 의혹에 강제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구축하려는 창조경제 자체가 보여주기식 용어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미래부는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 마치 창조경제의 핵심 틀을 완성한 것인 양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위원은 대기업을 압박해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통령의 치적으로 포장한 실체는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자마자 확인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경련의 2013년과 2014년 사업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2015년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한 향수를 고취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허 회장은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한번 경쟁서 밀리기 시작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메르스로 내수가 급속히 침체됐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출도 감소했다목표로 했던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 정부 들어
보조사업 늘어

하지만 허 회장의 머리말과는 달리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첫 사업은 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신 100주년 사진전에 대한 얘기다. 전경련은 정 회장을 조국 번영을 위해 헌신한 우리 경제의 국부라고 치하하면서 사진전을 통해 고인의 노력을 널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 당시 파독 근로자, 중동 근로자, 월남 참전 용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개최한 음악회 소개도 덧붙였다. 2015년 전경련이 진행했다고 내세운 이 사업들은 박 대통령의 향수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새마을운동을 자주 언급하고 전파하며 해외 확산에 공들여왔다. 새마을운동 전파는 지난 530일부터 6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컨퍼런스 때 정점에 달했다. 유엔 NGO컨퍼런스는 유엔서 주최하고 전 세계 NGO가 한자리에 모여 국제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NGO 컨퍼런스다.

NGO, 즉 비정부기구로 공공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단체들이 모이는 자리에 새마을운동 홍보부스가 세워졌다. 행사 참가자들의 결의문에 해당하는 결과 문서도 논란이 됐다. 논란은 유엔NGO컨퍼런스에 참가했던 국제 인권 단체가 결과 문서 초안에 새마을운동을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시민 단체의 입장을 묻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래서 해체론
대놓고 정경유착


초안에는 새마을운동은 농어촌과 도시 지역 간의 경제적 및 사회 기반 격차를 줄이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모범적 시민운동이라며 세계 시민성의 맥락에서 2030의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빈곤퇴치와 개발의 모델로 제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새마을운동은 긍정과 부정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시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관의 동원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에 국내 70개 시민단체들은 해당 문단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컨퍼런스 기간동안 경북도 공무원과 새마을운동 관계자들은 문단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결론적으로 문구는 빠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경련의 정권의 나팔수’ ‘정권의 심부름꾼역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부터 전경련과 정권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을 당시, 전경련 산하단체인 자유경제원은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경제단체 산하의 재단이 교과서 문제에 발 벗고 나선 것에 의아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독립적 비영리 재단법인이라고 주장하던 자유경제원이 사실은 전경련으로부터 매년 20억원가량의 돈을 지원받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의 성격이 바뀌었다. 정치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제 단체가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재단에 돈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월에는 전경련이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어버이연합은 친정부 시위, 집회 등 이른바 관제시위 의혹을 받았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 자금을 단체 사무실 임대료와 시위 동원 인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튀어나왔다. 의혹은 청와대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어버이연합은 행동대장, 전경련은 스폰서, 지시는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과서·어버이·재단… 3단 콤보
‘정권의 수금창구’ 부정적인 시선

이에 시민단체들은 집회·시위 지시 의혹을 받은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고발했다. 허 행정관은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8월 말 허 행정관은 고소인 및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조사에서 청와대와 보수 단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 뚜렷한 혐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불거진 문제가 행정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관제데모 지시 의혹에 대해 분명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서 의혹이 나올 때마다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대응은 미르·K- 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걸고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건 재단 인사에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아울러 800억 원에 가까운 출연금이 한순간에 모이고,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허가를 내준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전경련이 언급되는 부분은 8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 미르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30여개 그룹이 486억원을 냈다. K-스포츠에도 288억원의 기업 자금이 흘러들어가 있다. 돈을 낸 기업은 모두 전경련에 소속돼 있고, 출연금 규모가 재계 순위와 비슷한 점을 미뤄 청와대 지시로 전경련이 할당액을 기업별로 정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국감 내내 이어갔다. 국감장의 의원들은 이 부회장의 소극적인 태도와 답변 회피를 크게 질타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여기에 출석시켜 가지고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답변은 국감 출석 전과 상이한 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두 재단 설립에 대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언론에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 과정, 재단의 최초 제안자 등 질문에 수사 중이라는 말만 거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20여차례나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산업화 미화
정권의 나팔수

하지만 전경련에 대한 지적에는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재단에 기업들이 돈을 모금한 사실을 두고도 이 부회장은 기업의 판단”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한 전경련이 청와대를 위한 기관이라는 지적에는 정부에 문제가 있으면 쓴소리도 하고 옳으면 적극 동참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비호에도 청와대를 향한 의혹의 칼날은 여전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체론’ 전경련 이번에도?

각종 의혹의 중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부각되면서 해체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은 해체론에 불을 붙였고, 이승철 부회장의 국감 답변 태도는 기름을 부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서 야권은 청와대가 개입하고 전경련이 뒷받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재단과 관련해 집중 포화했다. 이 부회장은 야권 공세에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야권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하면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과거 전경련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과, 윤리 선언 등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모금 당시에는 전경련 회장단이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전경련은 형식적인 사과와 윤리 선언으로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할 뿐 근본적인 자정 노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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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