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깨진 3당 집권전략 키워드

“지금 판으론 죽도 밥도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협치’를 부르짖던 국회에는 ‘파행과 정쟁’만 남았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르짖고 있다. 극심한 대립 이면에는 내년 대선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는 각 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 <일요시사>는 협치가 사라진 국회에서 여야가 내세우는 정권 쟁취 전략을 살펴봤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에 있다. 대선을 1년여 남긴 현 시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에 근거한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 당의 대선주자 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권의 두 중심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내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대선 주도권?
뺏기면 안된다”

지난해까지 새누리당서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렸던 김무성 전 대표가 ‘옥새 파동’을 겪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대선주자로 거론 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13총선서 낙마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대선주자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권도전을 시사했지만 당을 좌지우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의 지지세를 등에 업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대권주자 기근상태에 직면한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유력 대권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하면 새누리당과 반 총장의 ‘반기문 대망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끝내자마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그동안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경선은 공정하게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기문 추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국민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후보들은 이를 파악해 치열한 경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반 총장이 멤버로 참여하면 기꺼이 환영하지만, 그분만의 카펫은 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공정한 대선 경쟁을 치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선 없이 대선을 치를 경우 표의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 대표도 이에 보폭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잠룡 불모지 새누리…반 추대 없다?
반-문 있는데…공정한 경쟁 가능할까

'친문(친 문재인)'인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당대표에 오르기 전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1등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를 의미하는데 일단 그의 논리는 더민주 내 주류인 친문계의 마음은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 대표에 오른 뒤 추 대표는 ‘공정한 경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추 대표는 “첫 번째는 공정한 경선 관리가 생명이다. 아무리 역동적이고 싶어도 공정성이 깨지면 의미 없다”며 “그 바탕으로 후보들이 노력했는데 실력이 엇비슷해 국민 주목도가 낮아지면 결선투표를 통해 관심 끌어올릴 수 있다.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중심으로 흐를 것이라는 비주류의 우려를 추 대표가 사전에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라는 유력 대선 주자가 버티고 있다. 지난달 안 전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언급해 정가의 귀추가 주목됐다. 지난달 19일 그는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그 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대권 도전 의지를 보였다. 또한 공정한 경쟁하에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안철수 사당화 논란에도 일정 부분 벗어나려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수권정당 의지도 보였다.

이처럼 내년 대선서 승리해 집권을 노리는 3당은 공정경쟁에 방점을 찍었다. 3당 모두 공정한 경쟁을 통해야만 표의 확장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불붙은 개헌론
대선주자 함구

대선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3당은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호남 민심과의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초 이정현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서 “영호남 지역주의 벽은 무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서 새누리당은 더민주와 한 석 차이고 영남에선 야당과 무소속이 합쳐 15석이 나왔다”며 “바다가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지역주의를 넘은 것이 기적이고 국민통합을 이룬 우리가 위대한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정당과 호남이라는 지역이 연대를 한다. 개념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호남을 소외시킨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라면 그것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역에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거론한 새누리당-호남 연대는 반기문-안철수 연대와 맥을 같이 한다. 반 총장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안 대표는 호남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최대주주다. 다만 이 둘의 연대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되고, 지지율상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반기문- 안철수 연합의 가능성을 처음 거론한 사람은 ‘야권 전략통’으로 꼽히는 더민주 민병두 의원이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3파전(반기문·문재인·안철수)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이른바 ‘반철수 연합’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작 당사자인 안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연대설에 대해 “다들 불안하신가봐요”라며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는데, 양당의 공포감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말 돌파구가 안 보이는 양당에서 이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나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이 반철수 연합, 새누리당-호남 연대를 거론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시도하고 있다면 더민주는 기본적으로 ‘야권연대’와 ‘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22일 추미애 당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당 통합과 세력간 지지자의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다만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당대당 통합 프로그램을 바로 꺼내는 게 아니고, 분열과 분당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지지자부터 위로하는 게 더민주서 먼저 선행돼야 한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집 나간 한 분 한 분 모셔오겠다”며 야권 통합을 대권 승리 방정식의 ‘핵심 변수’로 규정했다. 더민주는 지난달 18일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야권 통합의 신호탄을 쐈다.

추 대표는 통합을 선언하면서 “민주세력이 더 큰 통합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많은 분열의 위기를 겪었다. 모든 민주개혁세력의 단결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추 대표의 발언의 함의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실질적 대주주 안 전 대표는 더민주와의 연대는 거리를 두고 있다. 3자 대결까지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1일 제주도 강연서 “양 극단 세력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명명하고 싶다”며 “내년 대선 때는 절대로 양 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거대 여야의 연대 시나리오 속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락가락
안철수 행보


최근에는 여권 주류인 친박계에서 개헌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진박(진실한 친박)’ 인사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원내외 개헌론자들을 모아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직 국회의장과 개헌에 적극적인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여야 대권주자 등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열 계획”이라며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개헌을 공론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은 기존 판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및 여야의 대권 주자들은 난색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현 여야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더 이상 주류세력들이 개헌론에 함구하기 어렵게 됐다. 대선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개헌론이 대선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권정당을 노리는 3당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책을 준비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서 개헌론은 금기어로 통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란 발언을 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최근 친박 내부서 개헌론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이유로는 새누리당에 반 총장 이외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개헌론이 정계개편 및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이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5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언급한 이른바 ‘조건부 개헌론’도 최근 정치권의 기류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특정 정권이나 정당, 정치인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 헌법은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막한 새누리-호남
혼돈의 연대 시나리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개헌의 주체가 국민이 돼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개헌을 통해 권력분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헌은 멀리 남북통일까지 내다보고 나라의 미래를 담아내는 개헌으로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당도 개헌 바람에 합류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계개편과 정치혁신의 핵심고리가 개헌”이라면서 “대한민국의 판 자체가 민생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세력이 형성돼야 집권의 길이 열릴 수 있는데, 개헌을 매개로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세력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당초 개헌론 바람은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가 주도했다. 김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를 강조하고 있다. 주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강력한 통치권력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빌미로 4년 대통령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만인지상의 권력욕에 갇혀버린 정치인이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고 제시하는 조삼모사의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민주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개헌론의 의도를 불순하게 여기며 개헌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판을 굳이 흔들어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각제 주장
김종인 주목

개헌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에 야권의 한 정치인은 “권력구조 개편만이 아니라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분이 다음 정권에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파행일지
 2주에 한 번 꼴로 ‘휴업’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협치를 강조했던 여야가 정작 협치의 모습은 사라지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 파행은 지난 8월 임시국회서 일어났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열린 임시국회에서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인 것. 여당이 끝까지 주요인물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맞았다. 추경안 처리는 회기기간을 넘긴 뒤에야 처리될 수 있었다.

두 번째 파행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재검토 관련해 여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추석을 기점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또 한 번 파행을 맞았다.

이후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국감복귀 전제하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단락 났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백남기 문제 등과 관련해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이 남아 있어 여야간 협치는 요원한 상황이다.

<기사 속 기사> 20대 총선 선거법 공소시효

지난 20대 총선 과정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및 범죄에 대한 기소가 미처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는 13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검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수백 건에 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검찰이 수사의지가 미약하다”며 “혐의가 명백한 사건서조차도 공소시효 만료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기소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거대 여당과 거대야당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공명정대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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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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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