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故 최고은 죽음 통해 본 ‘시나리오 작가’ 세계

‘5타수 무안타’ 내 글은 언제쯤 빛을 볼까…


단편 영화 <격정소나타>의 감독 겸 연출을 맡았던 최고은 작가가 지병과 생활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씨의 소식은 영화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가슴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빛을 보지 못한 신인 작가라지만 어떻게 이런 형편에까지 몰리게 됐는지 <일요시사>는 시나리오 작가 세계에 대해 조명해 보았다.

고 최고은 작가 생활고로 생 마감…열악한 처지 ‘충격’
영화계 구조적 문제가 촉망받는 작가 죽음으로 내몰아

최고은 작가는 지난 1월29일 경기 안양 석수동의 월셋방에서 이웃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생활고로 인한 것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기 안양시 만안경찰서 측은 최씨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다가 수 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최씨는 재학 중인 2006년 12분짜리 단편 <격정 소나타>를 선보여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평단의 찬사는 그의 생활고를 덜어주지는 못했다. ‘5타수 무안타.’ 장편 시나리오를 다섯 편이나 썼지만 단 한 편도 영화로 채택되지 못한 작가 최씨가 자신을 향해 던진 말이다. ‘어떻게 해야 내 시나리오가 빛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하지만 한 장면도 떠오르지 않을 땐 잠을 이룰 수조차 없다.

신인 작가 시나리오
채택은 ‘기적’

신인 시나리오 작가 A씨는 “이틀 밤을 새워도 단 한 줄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간신히 시나리오를 완성해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나리오가 영화로 제작돼야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신인 작가의 시나리오가 채택되는 건 기적에 가깝다.

글이 신선하긴 하지만 오히려 너무 때가 묻지 않아 상업 영화의 장벽을 뚫을 수가 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감독이 직접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이 탁월한 감독이 많기도 하고 ‘제작비 거품을 줄여보자’는 얘기가 나오면서 너무 특정 부분에만 희생을 강요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감독이 직접 쓰고 스타 작가만 각광받다 보면 신인 작가가 설 땅은 거의 없다. 이러다 보니, 한 때 유망했고 각종 상을 휩쓸었던 작가도 서서히 힘이 빠지고 결국 작가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도 버겁다.

신인 시나리오 작가 A씨는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고 밤에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씨 같은 생활고는 비단 소수의 일이 아니다. 1000만 관객이 드는 한국 영화시장과 연예인은 수십억의 출연료를 받아가지만 영화나 방송 모두 제대로 된 수익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씨의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는 영화 제작사의 횡포를 폭로했다.


지난 8일 오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한 네티즌은 ‘그동안 정말 말하고 싶었다. 영화 제작사의 횡포’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자신을 최씨의 같은 과 학교 후배라고 소개한 이 네티즌은 “영화계에서 느낀 서러움과 화가 한꺼번에 터진다”는 분노 섞인 표현으로 글을 시작했다. 최씨의 후배는 최씨가 겪은 생활난에 대해 언급했다. “최고은 선배님, 아마 자신의 첫 시나리오 계약 후 엄청난 꿈에 부풀어 오르셨을 겁니다. 정말 열심히 쓰셨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돌아온 건 계약금 중 일부인 몇 백만원 정도가 고작이었겠죠”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시했다.

“제대로 된 대접
못 받으며 일한다”

캐스팅과 투자가 확정되어 영화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제작사는 작가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는 기약도 없다. 그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작가들이 제작사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미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몇 백만원 정도의 계약금 일부만을 받고 언제 영화가 시작돼 나머지 돈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씨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병이 악화됐다는 것이 이 후배의 주장이다.

그는 “선배의 죽음이 물론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분명 선배가 속해있던 사회 구조의 문제가 더 컸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네요. 감독과 배우들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이들을 욕해선 안됩니다. 제작사와 투자사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분들이 부디 이 어려운 현실을 알고 영화를 즐겨주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이 보시는 한국의 모든 영화들, 이렇게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으며 뒤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몸 바쳐 만드는 영화입니다”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최씨의 후배는 자신의 지인 B씨가 겪은 억울한 사연을 상세히 소개했다. B씨는 작년에 미남 주인공이 출연해 흥행한 영화의 스태프로 일했다고 한다. 그 영화의 동원 관객수는 600만이 넘는 수치로 이 후배가 예상하기에 “100억 정도의 수익이 났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씨 후배 “영화사 백억 벌어도 몇백” 횡포 밝혀
좋은 영화의 시작은 시나리오…영화 발전 밑거름


B씨의 사연은 이랬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제작사는 B씨에게 3달에 800만원을 주겠다고 하며 계약을 권했다. 하지만 몇 주 뒤 갑자기 말을 바꾸더니 4달로 연장하자고 했다. B씨는 1달은 봐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같은 돈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촬영이 길어져 6개월로 늘어났고, 추운 겨울날 밤을 새고 일을 했지만 야근수당 등 초과 업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이를 참지 못한 스태프들이 제작사에게 기간연장에 대한 추가계약을 요구했지만 제작사는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라. 다른 애들 뽑아서 돈 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태프들은 제작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행여 제작사의 눈 밖에 나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촬영이 끝나고 800만원을 받은 B씨는 기술스태프라서 많이 받은 것이지 일반 연출부나 제작부는 800만원의 절반도 받기 어렵다.

편당 회차를 놓고 일정 부분의 급여가 정해진 조명, 카메라 등의 스태프와 달리 작품의 성패에 따라 수익이 판가름 나는 작가들의 고충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노조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들이 생존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즈음인 2000년도의 연평균 소득은 337만원, 2009년도에는 623만원으로 조사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월급으로 치면 52만원이 채 되지 않는 액수로 여전히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인 시나리오작가들이 영화 한 편당 받는 개런티는 보통 1500~2000만원이다. 이들은 총 개런티 중 극히 일부인 300~500만원을 받고 시나리오를 넘긴다. 잔금은 제작에 들어가야만 받을 수 있는데,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게 영화노조 측의 설명이다.

임금체벌·계약위반에
다른 직종 찾아 떠나기도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꾸다 지금은 방송작가로 전업해 지상파 방송사에서 근무 중인 K씨는 “유명 작가의 막내작가로 일을 하면 한 달에 2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일자리도 없지만 어렵게 구하더라도 하루 종일 커피 심부름, 워드 작성 등의 잡일을 하다가 지쳐서 대다수가 그만두게 된다”고 작가의 실상을 전했다.

K씨는 이어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과 일에 대한 애정이 없이 돈만 보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며 “드라마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화려하게만 보여지는 작가의 삶은 극소수의 일이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작가지망생들은 꿈을 펼치지 못하고 애초에 마음을 돌려 다른 직종을 찾아 떠나게 된다.

구두 계약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작가들은 영화 제작사와 계약을 맺을 때 구두로 하는 게 관행처럼 돼있다. 이를 악용해 제작사가 나중에 임금을 체불하거나 처음 계약내용을 위반해도 속수무책이다. 그래도 한때 우리 대중문화의 자양분이었다는 자부심과 언젠가는 내 글이 빛을 볼 것이란 희망을 안고 오늘도 밤을 지새우는 작가가 전국에 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좋은 영화의 시작은 바로 좋은 시나리오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훌륭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도록 작가들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 한국영화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