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기탈출 플랜

남은 17개월…여기서 밀리면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가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국감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청와대발(發) 각종 의혹이 범람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위기의 나날을 보내는 박근혜정부의 타개책은 무엇일까.

집권 4년차 박근혜정부는 측근비리와 인사파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박 대통령이 임명한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부동산의혹이 쏟아지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개각카드 실패
샘솟는 의혹들

게다가 김 장관은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SNS에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음해·정치적인 공격이 있었다”며 “농식품부 장관으로 부임하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또한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본인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 장관은 장관해임결의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역대 정권 사상 장관해임결의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회의 결정이 민의를 대변한다고 생각해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라는 강수를 뒀다.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듯 여당은 연일 야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 대표실서 단식투쟁에 나서면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물러서면 다음에 제2, 제3의 이번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과거 같으면 야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은 국감에 임하고 있다”면서 “장관 해임안이 통과되는데 왜 여당이 의장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는지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끼리 ‘여기서 밀리면 끝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다”며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힘 대결로 생각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각종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임기 말 레임덕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여당을 방패삼아 난관을 극복하자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집권 4년차 들어 자고나면 의혹
모르쇠 버티기…새누리 방패삼기

앞서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이 대표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서 “이들은 대통령을 쓰러뜨린 후 국정운영을 잘못했다고 핑계대고 정권교체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쓰러질 때까지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지켜보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불참하는 등 파행이 빚어진 데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청와대는 국정 반전을 위한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해임건의안까지 제출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날선 공방만 남았을 뿐 협치는 사라지게 됐다. 최근에는 지난 2014년 이후 다시 한 번 비선실세 의혹이 부각되면서 청와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서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청와대는 “언급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에 대한 대기업 기부금 모금에 관여했다는 녹취록이 국정감사서 제기됐다.

더민주 노웅래 의원은 기부금을 출연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공개해 안 수석이 전경련에 모금을 종용했고, 이에 따라 전경련이 대기업에 출연금을 할당해 미르재단에 돈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이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각종 의혹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언급하지 않겠다’ ‘가치가 없다’고 말해 해명을 피하는 모습이다.

인사파행·측근비리라는 악재가 겹친 박 대통령은 어떤 플랜을 선보일까. 역대 정권들은 임기말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불거진 측근 비리와 이라크 파병 논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졌고 임기 말까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의 높은 지지율로 시작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20% 초반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후 중도실용 노선을 구축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해 레임덕을 맞았다.

사정기관 잡고
안보이슈 띄우고

대통령 임기를 17개월 남긴 박 대통령은 30% 초중반대의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잇단 악재로 인해 지지율이 빠지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지지율 30%를 레임덕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20%대의 지지율을 가지고는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안보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안보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국을 달궜던 사드배치를 둘러싼 이슈도 잠잠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우리 정부는 확고한 안보태세 위에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해다. 같은 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우리 대한민국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안보와 더불어 안전행보도 선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경북 경주 지진 피해 현장과 월성 원자력 발전소를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난 안전 시스템 마련’ 등을 지시했다. 이는 신공항 백지화와 성주 사드배치 문제로 뒤숭숭한 TK(대구·경북)민심 달래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박 대통령의 안보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안보 장사’에만 주력한다면 국민들의 안보 피로감이 더해져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기 탈출 해법으로는 사정기관 카드가 거론된다. 최근 박 대통령 최 측근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KBS보도외압‘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처가 부동산 거래‘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인턴 채용 외압‘ 논란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등이 권력을 남용한 흔적이 곳곳서 발견됐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 속에 새누리당 대표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내가 청와대와 소통을 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소통을 한다”며 “이 자리서 처음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님과 제가 필요하면 하루에도 몇번 통화를 하고 이틀에 (몇번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박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지만 검찰 수사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우 수석도 처가 부동산 거래 및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우 수석을 내사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뿐만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 대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핵심부에 칼끝을 들이민 이 전 특별감찰관은 최근 사표가 수리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8일 특별감찰관보와 감찰관실 직원 6명에게 사퇴를 요청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청와대는 현 정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밖으로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의혹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의혹이 커지고 명확해 질수록 검찰은 수사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다면 박 대통령에게 내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민생행보 ‘척척’
또 재보선 개입?

다른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검찰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더욱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각종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일축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도 있다. 위 3명의 수사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될지 혹은 사그라들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창조경제’를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삼은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로 보폭을 넓혀 ‘창조경제’ 띄우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지난 8월26일 박 대통령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창조경제 혁신센터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차례차례 문을 연 이후 지금 지역의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의 혁신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800여개에 달하는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해 2850억원의 투자 유치와 1606억원의 매출 증가를 달성해 지난 1년간 약 1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다”고 치적을 강조했다.

중국 항저우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도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포용적 경제 모델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G20이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치적을 과시해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임기 말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민심 행보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의 포항공대에서 열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준공식’에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계속 떨어지는 지지율…안보로 만회?
민생행보 본격 돌입…제3지대 러브콜?

전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2016 지역희망박람회’서 각 지자체가 설치한 부스를 돌며 참가자들과 오랜 시간 대화한 데 이어 이날도 입주 기업 임직원들을 두루 만나며 민생 경제를 챙겼다. 박 대통령은 이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민생 행보를 잠시 중단하고 북한 규탄과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 사드반대 세력 압박 등에 치중했다.

당초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임기 말 국정의 포인트를 ‘민생’에 두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면서 정권의 성과를 관리해 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에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위기 탈출 의도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최근 민생 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민생은 언제나 최우선이었다. 더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여·야가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 사람들을 통한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도 위기 극복 플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은 개헌을 고리로 힘을 합쳐 독자세력화를 노리며 제3지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동참할 뜻을 내비쳐 공방을 거듭하는 여야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인물로 불린다. 만약 박 대통령이 대리인을 앞세워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야당과 대화의 길에 나선다면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내년 재보궐 선거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40%에 달하는 당선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에 있어 당선무효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도 ‘총선사범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을 각각 2개월 이내에 마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어 내년 4월 재선거 규모는 10명 안팎으로 점쳐진다.

지난 총선에선 친박 실세들이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이 제1당의 지위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친박계가 새누리를 장악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친박 실세'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올라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선 앞두고
주도권 쟁탈

최근의 뒤숭숭한 정국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어떻게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야권과 뺏기지 않으려는 정부·여당 간의 대립은 점차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이상한 지시, 골프 쳐서 경기 활성화?
시국 어려운데…내수 진작 골프 권장
비상시국 맞아? 장차관 잇달아 라운딩

지난달 24일 청와대서 주재한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골프에 장관들이 나서달라”요청했다. 참석자들은 “골프를 쳐서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외 골프 등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원에 달해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국내 골프를 권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해 “지난 4월30일 유 부총리가 경제5단체장과 골프를 치셨는데 그 이후 왜 골프를 안 치시냐. 골프를 더 치셨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유 부총리는 “우리(장관들)끼리라도 내수 진작을 위해 (각자 비용을 부담해) 골프를 치자”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안보·경제위기로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장차관들에게 골프르 치도록 권장한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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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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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