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들 당한 슈퍼카 사기사건 비스토리

페라리 날리고 아닌척 숨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벌 슈퍼카 사기사건은 재계에 길이 남을 사건 중 하나다. 당시 이 사건의 피해자로 수많은 재벌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온갖 구설에 올랐다. 잊혀진 사건이지만 지난 6월 이 사건에 대한 2심이 치러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용두사미가 됐다. <일요시사>는 이 사건의 판결문을 토대로 그 내막을 취재했다.
 

재벌 슈퍼카 사기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는 한때 슈퍼카 딜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슈퍼카 광’으로 알려진 모 그룹 회장의 차를 직접 공수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양재동 자동차 딜러는 “이 그룹 회장의 슈퍼카 절반 이상이 이씨를 통해 샀다. 이씨는 그 회장이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난 유일한 일반인이었다”고 귀띔했다.

모 회장 차 수입
소문 나자 대박

이씨가 그룹 회장의 차를 수입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재벌 2·3세들과 연예인들의 차량 주문이 쏟아졌다. 당시 이 사건에 수많은 재벌 2∼3세들이 피해자로 엮인 이유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씨의 사업은 경영난에 빠지며 빚만 쌓여갔다.

온갖 사채를 끌어다 쓴 이씨는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2010년 3월부터 고객이었던 재벌들에게 “(당신이) 타고 다니는 차를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신차를 구입해라”며 “내가 차를 팔 수 있도록 우리 매장에 가져다 놓아라”라는 수법으로 차량과 열쇠 등을 받았다.

재벌들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한 대에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이씨에게 맡긴 것. 그런데 사정이 어려워진 이씨는 이 차량을 대부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겼다.


이씨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의뢰인들 차량을 사채업자에게 넘겼다는 소문이 퍼지자 재벌들은 운전기사 등 대리인을 통해 슈퍼카 회수 등을 시도했다. 여기서 몇 명은 차량 회수에 성공했지만 그렇지 못한 재벌들도 많았다.

이씨가 잠적하자 채권자들은 사기혐의로 그를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시 피해 금액은 약 35억가량이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2010년 11월 이탈리아로 도주한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으로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1심 5년→2심 2년 감형된 이유는?
피해사실 쉬쉬…비협조로 흐지부지

이후 재판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12월4일 이씨는 사기 혐의(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적용)로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9일 서울고등법원에선 이씨의 형량을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왜 이씨가 감형됐을까.

이걸 설명하기 전 피해 재벌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대기업 재벌 2∼3세들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기업 L그룹의 3세 G씨와 전력기기 등을 생산하는 L사의 G 대표이사, 의류 제조업체 N사의 N 대표이사 등이 있다.

G씨의 경우 2010년 3월경 페라리458(4억5600만원)과 벤츠 스털링모스(22억1000만원) 등의 차량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26억가량 사기당했다. G 대표는 페라리458이탈리아(4억5000만원)와 시보레 콜벳ZRI(2억원 상당)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6억5000만원 가량을 사기당했다. N 대표는 페라리430(3억5000만원)과 페라리599(3억4000만원) 등의 차량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6억90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 이 외에도 피해 재벌들은 더 있다.


그런데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들 재벌의 피해 사실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결론났다. 판결문에는 “피해자(재벌 및 연예인 10명)를 기망해 차량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재벌들 사기친
전대미문 사건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검사가 수사를 잘하지 않았거나 못해서 이씨의 사기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세간의 주목을 받던 사건이었음에도 검사가 이씨의 사기행각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판결문에 나온 ‘증거의 요지’ 목록을 보면 재벌 피해자와 관련된 증거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사건은 용두사미가 됐다.
 

그렇다면 왜 수사기관에서 이씨가 재벌들에게 사기를 쳤다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을까. <일요시사>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 경찰에 이에 대해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한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라는 답변뿐이었다.

혐의 입증 못해
재벌 사기 무죄

수사하지 못한 실마리는 복수의 자동차 딜러와 당시 사기를 당했던 재벌 오너 운전기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복수의 슈퍼카 딜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은 수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양재동의 한 수입차업자는 “사기당한 재벌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에 나와 있는 재벌들은 그나마 수사기관 조사를 받았으니깐 있는 것이다. 사기 당한 재벌들은 실제로 더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재벌이 사기를 당했음에도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씨에게 사기 당한 A그룹 오너의 운전기사로 7년간 일했던 관계자는 “재벌들이 끌고 다닌 슈퍼카들이 대부분 법인차량이거나 비자금으로 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모셨던 A그룹 오너가 산 차들도 대부분 법인차량이었다”며 “고 밝혔다.

재벌들과 자주 거래한 수입차 딜러 역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들은 대부분 법인차로 사거나 비자금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법인 리스차로 업무용으로 슈퍼카를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식품기업 P사의 사위에게 법인차로 벤틀리를 판매한 적이 있다.

이처럼 재벌들이 법인으로 슈퍼카를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슈퍼카 유지비용이 비싸므로 법인에 비용처리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재벌들이 법인으로 슈퍼카를 뽑아 타고 다니다 적발된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기관 조사·진술 피해
직원 대리인으로 보내기도

기업 오너가 법인 돈으로 슈퍼카를 구입해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엄연한 횡령·배임이다. 경찰조사를 받을 경우 슈퍼카의 명의가 어디로 돼 있는지 밝혀질 수밖에 없으며, 법인차를 이씨를 통해 팔려고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게 된다. 이런 복잡한 문제 때문에 재벌들이 사기를 당해도 손놓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판결문에 올라온 G 대표와 N 대표는 그나마 떳떳한(?)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L사는 G 대표의 이 같은 피해 사실에 대해 ‘별 문제 없이 당시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밝혔다. L사 관계자는 “회사 대표 개인 명의로 차량을 샀다. 사기당한 차량은 전량 회수했다”고 밝혔다. G 대표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취재결과 L사의 이런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은 구석이 있다. G대표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L사 직원이 G대표 대리인으로 경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판결문 증거목록에 따르면 G대표를 대신해 손모씨가 대리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손씨는 L사의 총무팀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G대표의 개인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직원이 조사를 대신 받았다는 것이다.

피해 재벌 더 있다
신고 못하고 끙끙


N사는 N 대표의 사건과 관련해 당시 피의자와 합의를 봤다고 입장을 밝혔다. N사 관계자는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페라리430) 차량 1대는 돌려받았다. 두 번째 차는 계약금만 걸어 놓은 상태여서 합의를 봤다”며 “이들 차는 다 대표의명의였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 선고만 남았다. 사실상 슈퍼카 사기 사건은 끝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이 재벌들의 비협조로 맹탕이 됐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굴러다니는’ 법인 슈퍼카 실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 기준 강화로 법인용 차량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포르쉐를 포함한 초고가 슈퍼카들은 여전히 법인용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9일 기업 경영성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용으로 판매된 수입차는 4만698대로 작년 동기 대비 15.8%(7637대) 감소했다. 지난 1월부터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업자들이 고가 업무용 차 구입에 부담을 느낀 것이 감소 원인으로 풀이된다.

법인용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롤스로이스로 상반기 판매된 30대 중 96.7%(29대)가 법인용이었다. 다음으로 벤틀리가 75.2%(121대)였고 람보르기니 72.7%(8대), 포르쉐 64.8%(1123대), 재규어 60.7%(957대), 랜드로버 53.2%(2926대) 등의 순이었다. 특히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는 6개월간 전체 판매대수가 각 30대, 11대로 23개 수입 브랜드 중 두 자릿수 판매대수는 두 브랜드 뿐이었다.

롤스로이스는 30대 중 1대를 제외한 29대가, 람보르기니는 11대 중 8대가 법인용이었다. 법인용 구매 비중이 더 큰 브랜드의 경우 대표모델이 대부분 억대의 슈퍼카들이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작년 출시된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2가 4억1000만∼4억8000만원에 달한다.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2억5700만∼3억4000만원,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580 22억9900만원, 포르쉐 911 카레라4 1억4420만∼1억6120만원,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인 재규어 XJ 1억950만∼2억2670만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8180만∼1억370만원 등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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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