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나락으로 떨어진 강만수

정권 실세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회장이 현직 시절 저지른 비리가 포착돼 이슈다. 화려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강 전 회장은 MB정권의 각종 경제정책을 이끌던 선장으로 이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신뢰를 받아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사의를 표하며 재야로 떠났지만 최근 다시 문제의 주인공이 됐다.

강 전 회장은 경남 합천 출생으로 경남고를 수석 졸업한 뒤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1969년 서울대를 졸업한 강 회장은 이듬해인 19708회 행정고시 재정직에 수석 합격하면서 엘리트 코스에 합류한다.

행정고시 수석
반짝한 MB노믹스

그는 첫 공직생활을 세무서에서 시작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재무부로 배치받았다. 이후 세제국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지난 1977년 부가가치세를 신설하는 실무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늘 많은 프로젝트가 그에게 몰릴 정도로 재무 분야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1985년 강 전 회장은 미국 한국대사관 재무관으로 추천돼 한국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재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그의 엘리트 본능은 식지 않았다. 친분이 있던 IMF 테이트 재정국 부국자의 추천서를 받아 전공인 법학 대신 경제학을 선택, 뉴욕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다섯 학기 만인 1987년 뉴욕대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강 전 회장 앞에는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재무부 보험국장·국제금융국장 등을 거치고 1994년부터 재무부와 재정경제원의 세제실장으로 근무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렸는데…비리 망신
지인 업체에 투자·대출 압력 혐의

강 전 회장은 IMF 사태를 직접 실무로 경험한 경제통이다. IMF 이후 금융시스템의 초석을 다진 것도 그다. IMF 당시 강 전 회장은 지원 자금 협상은 물론 금융감독·중앙은행제도 개편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한편으론 지난 1998년 당시 무리한 원화 방어정책을 펼치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 관료 중 1인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시기부터 강 전 회장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1981년 소망교회서 처음 만났다. 이후 그들은 강 전 회장이 한나라당 미래경쟁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0년부터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미래경쟁력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서로 뜻이 맞은 둘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5년 공적인 자리서 재회했다. 이 전 대통령이 강 전 회장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으로 부른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부임하며 이룬 굵직한 업적은 강 전 회장의 손을 거쳤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주도한 청계천 복원 사업과 대중교통 제체 개편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의 기반을 닦았다.

그리고 3년 뒤 이 전 대통령은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 전 대통령은 강 전 회장을 주요 요직으로 불렀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추후 서민경제를 파탄 낸 주범으로 꼽히는 ‘MB노믹스도 이때 계획된다.

MB노믹스는 이 전 대통령의 이니셜 MBEconomics의 합성어로 이명박 경제학을 말한다. MB노믹스의 주축은 경쟁 촉진형경제 운용으로,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세금을 줄여 경제 주체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저성장과 양극화 같은 한국경제의 문제가 풀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MB노믹스는 오히려 양극화를 극대화하는 정책이 됐다. IMF 외환위기 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 기획재정부장관이 됐다는 사실은 이명박정권의 도덕불감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재무부 시절부터 금융시장 자율화와 개방 등을 추진하며 신자유주의 경제노선을 드러냈던 강 전 회장은 이명박정권 초기부터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수입 물가를 상승시켰다. 그는 장관으로 임명 전 재야서 고환율정책을 썼다면 IMF위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고환율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환율 정책은 서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이 전 대통령과 강 전 회장은 리만브라더스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는 지난 2008년 전국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의 고환율정책은 외국에 나가있는 유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계기가 됐으며 대기업을 더 부자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중 법인세 관련 브리핑은 가장 유명한 일화다.

국민정서 외면
정책 밀어붙여

그는 기획재정부 취임 첫 공식브리핑에서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대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에 대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세금 경감 시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해 서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모습은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던 이명박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으로 돌아왔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역시 마찬가지의 절차를 밟았다. 비난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정책을 펼치던 그는 종합부동산세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조세라는 주장을 펼치며 부자들만 혜택을 본다는 각계의 지적을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상속세를 두는 나라는 자본도피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IMF의 권고를 소개하며 상속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때부터 강 전 회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지난날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고환율 정책은 결국 대기업 배불리기에 불과했다는 평을 샀다. 고환율정책으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지난 2014년 기준 477조원에 달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방어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환율 정책을 시행해 외환을 낭비해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는 주위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인 ‘747 경제공약에 대해서도 여론의 비난에 캐치프라이즈로 내건 것이지 구체적으로 달성하라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09년 강 전 회장은 기획재정부장관서 퇴임했다. 이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2011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에 취임했다. 경제 관료 출신이 산업은행 책임자로 선임된 전례가 없다는 비난 속에서 강 전 회장은 금융 산업 개혁의 기조를 걸고 회장직을 맡았다. 이를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계속됐다.

강 전 회장은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되자 기획재정부장관 시절부터 주장한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기업은행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 작업은 자본유출 위험성이 높아 우려를 낳았지만 그는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와 메가뱅크론을 역설하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메가뱅크론는 국내 은행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무영역을 다변화하기 위해선 초대형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산은은행지주가 우리금융의 인수에 실패한 것이다. 우리금융의 입찰 무산은 여러모로 파급이 컸다. 인수 당사자인 우리금융과 학계로부터 관치금융의 극치라는 뭇매도 맞았다. 이와 동시에 산은금융지주의 민영화 계획도 무산됐다.

낙하산 인사란 꼬리표 때문에 내부 지지도 얻지 못했다.

산은금융지주 노조는 강 전 회장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간부급은 힘있는 회장의 취임으로 속도감 있는 변화를 예상했는데 실망스럽다며 등을 돌렸다. 결국 강 전 회장은 상황의 반전을 위해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 인수를 추진했지만 협상은 결렬로 끝났다. 산은금융지주는 HSBC가 제안한 직원 고용승계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협상 3개월 만에 산음금융지주는 HSBC의 인수계획에서 손을 뗐다.

지인 회사 특혜
뇌물수수도 논란

그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다이렉트 뱅킹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강 전 회장은 취약한 자금 조달 구조 개선을 목표로 이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와 관련해 산은금융지주의 2012년 총 자산이 전년 대비 20조원이 증가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강 전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다이렉트 뱅킹을 홍보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지점 유지비용을 고객에게 수익으로 돌려준다는 발상은 국민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감사원은 다이렉트 뱅킹이 역마진으로 손실이 나는 구조라는 것을 밝혀냈다. 예금자 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등 관리비용을 잘못 산정해 2012460억원의 손해를 봤고, 2013년 말까지 예금 손실액이 1094억원, 고금리 예금상품 전체 손실은 1440억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며 구체적인 액수도 집었다. 이어 영업이익을 부풀려 임직원의 성과급을 최대 41억원이나 더 지급한 점과 개인금융부문 확대를 위해 영업점을 늘리면서 59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점도 문제 삼았다.

금융권 최초의 사내대학으로 알려진 KDB금융대학교 역시 사실상 일자리 기념관이라는 비아냥을 얻으며 감사 대상에 올랐다. 부임시 민영화 추진과 함께 글로벌 성장기반을 확대하고 강한 KDB그룹문화 형성에 힘쓰겠다며 보인 의욕과 상반된 결과를 보인 셈이다.

큰 사업들에서 연이어 실패한 강 전 회장은 이후 해외 출장을 반복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강 전 회장이 국내외를 오가는 동안 이명박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강 전 회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에 발맞춰 감사원은 강 회장의 목줄을 죄었다.

공직 엘리트 코스 ‘승승장구’
MB 소망교회 인연…요직 맡아

당시 민영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던 박근혜정권은 산업은행 민영화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함께 이명박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분류 된 강 전 회장의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결국 강 전 회장은 임기를 1년 남긴 지난 2013년 스스로 사의를 표하고 자리서 물러났다.

일선에 물러나 재야에 머물던 강 전 회장은 최근 과거 저지른 비리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산업은행 재임 시절 대우조선해양에 영향력을 행사에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업체 A사와 종친의 회사인 중소 건설업체 B사에 100억원대 투자를 하도록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강 전 회장에게 혜택을 받은 A사 대표는 지난 13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상용플랜트 기술 개발과 관련해 프로젝트의 완성 의사와 능력이 없는데도 투자금 명목으로 총 44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강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한 시기에 약 5억원을 A사에 투자한 한성기업과 관련된 혐의도 받았다.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은 강 전 회장과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한성기업은 대출 허용 기준에 맞지 않은 특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회장은 기획재정부장관이던 지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한성기업이 특혜성 대출을 받도록 은행장들을 임 회장에게 소개해주는 등 대출을 청탁했다. 한성기업은 산업은행서 다른 은행보다 낮은 이자율로 총 240여억원을 대출받았고, 이 중 수십억원은 신용등급 조작과 부실한 대출심사 과정을 거쳤다.

이뿐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성기업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여행·사무실 경비를 비롯해 고문료를 포함한 억대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그가 소장직을 맡고 있는 디지털 경제연구소의 사무실 운영비도 한성기업서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수사단은 한성기업 관계자로부터 강 전 회장이 고문을 맡은 것은 돈을 지불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사실과 다르다”
혐의 모두 부인 

다른 의혹들도 꼬리를 물었다. 강 전 회장이 주류 수입 판매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관세청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지인들을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취업시켰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7일 강 전 행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른 보도가 이어져 평생을 공직에 봉사했던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조세심판원장에게 주류업체 추징금과 관련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한국과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돼 있는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에 가서 말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고문 자격으로 지원받은 경비와 명절 떡값을 모두 더해 한성기업으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지난 23일 심문에 들어갔다. 임 회장은 명절 때마다 강 전 회장에게 현금 500만원씩 건넸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전 회장은 현금 수수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며 진실공방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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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