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반풍’ 잠재울 비책

반기문 잡아야 대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조기 등판할 뜻을 내비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대선을 1년여 남기고 문 전 대표의 ‘반풍’ 잠재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유엔본부서 정세균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만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대로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치권에선 임기를 마치고 미국서 1~2개월 머문 뒤 내년 3월 쯤 귀국할 것으로 점쳤지만 반 총장이 조기 귀국을 천명함에 따라 대선레이스가 조기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충청권을 대표하는 김종필 전 총리가 반 총장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혀 그의 차기 행보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기문 견제
이해찬 카드

반 총장이 대권행보에 가속도를 붙임에 따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도 더 이상 ‘문재인 대세론’에 기대기만은 어려운 모양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친문 진영의 전폭적 지지로 당대표에 오른 더민주 추미애 대표를 등에 업고 명실공히 더민주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더민주 잠룡들이 ‘문재인 대세론’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야권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공고한 상황이다.

야권의 내부 분위기와는 달리 반 총장의 존재감은 문 전 대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처음 여권의 대선주자로 언급된 반 총장은 단숨에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앞지르며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반 총장과 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지만 반 총장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여당 내 반 총장을 견제할 인물이 없다는 것도 문 전 대표에게는 악재다. 친박 세력의 지지세를 업고 있는 반 총장에게는 4·13총선과 8·9전대를 거치면서 세가 잔뜩 위축된 비박계의 견제구도 통하지 않고 있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 추대론까지 언급돼 현 시점에는 ‘문제인 대세론’과 ‘반기문 대세론’이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 더민주 내에서 언급되는 대권 잠룡들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문 전 대표의 앞길을 어둡게 만든다.

야권 충청대망론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 4선의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문재인 대세론’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문 전 대표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문 전 대표의 불안한 대권행보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근 이해찬 의원의 복당은 내년 대선 흐름을 바꿔놓을 상수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더민주 복당이 반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문 전 대표의 히든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과 반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장관과 총리로 2년 가까이 국정운영을 함께하며 밀월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에 반 총장은 오지 않았고, 같은 해 7월 제주는 방문했지만 김해 봉하마을은 들르지 않아 친노계로부터 빈축을 샀다. 반 총장은 2011년 12월이 돼서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이미 친노계와 관계는 틀어져버린 상황.

문 '굳히기' vs 반 '뒤집기' 빅뱅 예고
친노좌장 이해찬 영입…저격수 등장?

불협화음이 계속되던 중 지난 6월 반 총장과 이 의원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서 만날 예정으로 알려져 국내 정치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이 “면담의 성격이 변질됐다”는 이유를 들어 일정을 급작스레 취소해버렸다.

당시 이 의원은 회동에 앞서 한 언론을 통해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상 안맞는다”며 “정치를 오래했지만, 외교관은 정치에 탤런트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외교관 역량이 정치인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들어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과 만남이 무산된 데 대해 당시 반 총장은 “만남을 기대했는데, 만나지 못해 서운하다”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만나뵙겠다”고 속내를 숨겼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더민주 합류가 친노계의 분화로 이어져 문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반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인 이 의원이 ‘반풍’을 차단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여러 가지 해석에 대해 함구한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무위 의결 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면서도 "야권승리를 위해 저를 도왔다는 이유로 징계당한 (지역구내)핵심당원들에 대한 복권, 복당도 함께 돼야 진정한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밝혀 복당 후 역할론과는 거리를 뒀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의 복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표가 친노계파 프레임을 극복하고 이반된 호남민심을 되찾게 하기 위해 일부러 거리두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야권통합 올인
‘반풍’ 힘 빼기

문 전 대표 측에선 반풍을 잠재우기 위해 야권대통합을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1일 문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의 생각이야 다를 수 있지만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제는 정권이 바뀌어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희망을 주는 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국민들의 간절함을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 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야권통합을 강조했다.

최근 더민주와 민주당의 합당은 야권통합 신호탄 성격이 짙다. 지난 18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원외 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양당 통합을 선언했다. 추 대표는 야권이 분열된 점을 들어 “우리는 2003년 큰 분열을 겪었고 올해도 분열을 겪었다”면서 “민주 개혁세력이 더 큰 통합을 위해 함께 품어야 한다. 분열로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 결정에 대해 “저 혼자 추진한 게 아니라 문 전 대표와 여러 분들의 고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해 이번 통합이 추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님을 강조함과 동시에 문 전 대표의 의중이 담겨 있음을 시사했다.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 의지에는 호남민심 회복에 대한 바람이 담겨있다.

지난 총선서 더민주는 전남지역에서 단 1석도 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더민주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을 박차고 나간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해 문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호남민심을 본인에게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호남의 지지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서 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야권통합 카드를 꺼냈다. 최근 호남 민심은 요동치면서 반대급부로 반 총장에게 향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호남(광주·전라) 지지율은 반 총장 20.7%, 안 전 대표 14.1%, 문 전 대표 13.2%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호남에서도) 반기문 총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더민주가 호남에서 3석밖에 없는 이유가 문재인 대표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호남에선 아직도 문재인을 끌어안을 만큼 마음이 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호남 민심이 이반된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야권대통합은 호남 민심 회복, 세 불리기, 반기문 견제라는 세 가지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야권대통합이라는 대전제에 불참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문 전 대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단일 후보로 내세운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돼 있다면 이는 문 전 대표에게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표와 동일 지지층에서 표 분산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민주당 합당, 이해찬 의원 복당은 문 전 대표의 야권 대통합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싱크탱크 대결
승부수 띄운다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에 맞춰 외교부 고위직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반기문 재단’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하면서 설립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다. 설립 목적은 평화 정착과 한국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선 캠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도 오는 11월10일 전국조직 창립을 예고했다. 김성회 반딧불이 회장은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전국 조직인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를 11월10일 창립할 계획”이라며 “그 이전에 지부·준비위원회 결성식을 열겠다”고 말했다.

전국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의 지역에 지부와 준비위를 조직할 것으로 알려진다. ‘반딧불이’ 회원은 전국적으로 3000명에 달해 반 총장의 최대 약점으로 평가받는 조직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미 친박계 인사들이 지원하고 있다는 말이 정가에 돌 정도로 세를 불리고 있다.

최근 문 전 대표도 추석 연휴를 지나 싱크탱크 구성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대권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반 총장의 행보와 보폭 맞추기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문 전 대표 측 더민주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각계 정책 전문가들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놓고 토론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싱크탱크 구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부터 외교·안보, 경제, 정보기술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공부 모임을 가져왔다.

싱크탱크 대결 국면…제2의 담쟁이포럼 등장?
친박 지원 뒷말 무성…“혹독한 검증 거쳐야”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의 외곽 지원 조직인 ‘담쟁이포럼’이 실질적 싱크탱크 역할을 했었다. 이번에는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싱크탱크와 대선 외곽 조직을 별도로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리가 귀국하는 내년 1월 이후부터는 두 대선주자들은 싱크탱크를 통한 정책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다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 총장은 내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과 신상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반 총장은 2004년 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외교부장관으로 2년간 활동했다. 당시에도 인사청문회 제도는 있었지만 장관은 청문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등장하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이 지역구인 더민주 박병석 의원은 지난 19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예비주자 중에서 반 총장은 유일하게 현실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며 “앞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혹독한 검증을 잘 돌파할 수 있으실지 하는 것은 과제”라고 지적키도 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서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고 야권 단일후보로 거듭난 경험이 있다. 아울러 문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반 총장을 겨냥한 발언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대선정국이 열리면 반 총장을 향한 거친 말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혹독한 검증
“뒷심 약하다”

현재 야권에선 매섭게 불고 있는 ‘반풍’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친노계 전해철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선후보는 정당이 중심이 돼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선출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뒷심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정당정치가 체화되지 않고 정당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후보는 성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에서 바람직하다 않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대선 시나리오
반기문-안철수 연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종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간 연대론이 부각되고 있다. 야권 전략통으로 불리는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나리오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돼 지지율상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제에 있다. 안 전 대표는 이 연대론에 대해 지난 22일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집권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 내 일부는 이 연대론 가능성을 열어놨다.

3파전 전개시 연합 가능성
여권 “현실성 없다” 일축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 전 대표의 ‘여권주자설’에 대해 “여권의 분화나 개헌을 통해 새 구도가 제시되면 그때 가서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도 나홀로 주장은 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이 연대론에 비관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며 “반 총장이 ‘자연인’이 됐을 때 여당 내 비박과 야당의 집중포화, 언론검증을 넘어 대선후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자체에 회의적”이라고 언론을 통해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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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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