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 ②사회·경제적 손실 계산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인터넷중독, 실업, 범죄 등 부작용이나 병폐로 이어져 엄청난 비용을 유발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림잡아 수십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잠근 방문 열어야 나라 살림 열린다

방에만 콕 박혀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수록 사회·경제적 비용도 증가한다. 인터넷중독, 실업, 범죄 등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는 부작용과 직결되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이 사회적 손실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생산성 저하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2002년 8월 국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측은 “점점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적지만 가정붕괴와 학업 포기, 취업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은둔형 외톨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계산한 전체적인 통계나 보고서는 없다.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이유에서다. 다만 은둔형 외톨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부 경로를 통해 짐작만 가능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 중독’이다. 인터넷 중독은 개인의 사회 부적응과 심리적 불안 등을 부추겨 결국 사회적으로 소외시킨다. 그중에서도 한 번 빠지면 스스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게임 중독’은 더욱 그렇다.
청소년위원회(현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 관계자는 “인터넷 중독 사례 중 게임 중독이 가장 심각하다”며 “게임중독 증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은둔형 외톨이 증세로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게임 중독 실태에 따르면 청소년의 14.4%, 성인의 6.5%가 온라인 게임 등으로 인해 중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수백만명이 게임 중독이거나 중독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셈이다. 이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위험에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일부 전문기관에선 게임중독자 수가 이같은 통계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 많게는 30%까지 게임 중독이란 보고도 있다. 이를 사회·경제적 손실과 비용으로 환산하면 최소한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부처가 인터넷중독 치료 등 위기청소년 대처에 투입하는 비용도 한해 약 1천2백억원이 넘는다.
은둔형 외톨이는 국가 실업률과도 무관치 않다. 은둔형 외톨이는 거의 1백%가 실직자 신세다. 취업활동은 물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인터넷중독, 실업, 범죄 등 부작용 직결…비용만 수십조원
1백만명 이상 위험 경고 “국가적 실업 손실 한해 20조원”

2005년 청소년위원회가 발표한 ‘사회부적응 청소년 지원방안’에서 정의한 은둔형 외톨이는 정신병적 장애 또는 중증 이상의 정신지체가 없이 최소한 3개월 이상 집안에 머물러 있고, 진학·취업 등의 사회 참여활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당시 청소년위원회가 ‘은둔형 외톨이 위험군’고교생들을 조사한 결과 그 수가 4만3천여명(2.3%)에 달했고, 이 가운데 학업까지 포기한 고위험군은 5천6백여명(0.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다. 니트족은 직장도, 학교도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을 포함해 일할 의지도 없는 15∼34세 사이의 ‘청년 무업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일자리를 구할 의욕이 아예 없기 때문에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구직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청소년위원회 측은 “은둔형 외톨이 고위험군들은 취업 의욕도 없고 일도 하지 않는 니트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인적자원 손실로 연결돼 국가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최근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총 1천5백23만6천명. 이중 청년 무업자는 무려 1백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03∼2007년 청년 무업자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15∼34세 전체 인구 1천4백75만9천1백93명 가운데 청년 무업자가 95만1천8백51명(6.9%)에 달한다고 밝혔다. 개발원 측은 청년 무업자가 2003년 83만5천1백51명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년 무업자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에 큰 손실로 이어진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3년 9월 GDP 대비 15∼29세의 청년실업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산출한 결과 전국의 실업으로 인한 총 비용은 2000년을 기준으로 약 20조5천억원이었다. 산업구조 변화 등 비경기적 요인에 의한 실업 비용은 16조6천억원, 경기적 요인에 의한 실업비용은 4조원가량으로 조사됐다. 서울지역 청년실업의 경우 서울지역 총생산(GRDP)의 2.0%에 해당하는 1조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실업 문제에 매년 쏟아 붓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2004년 2월 13개 부처 합동으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을 발표, 재정을 부담하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여기에 2003년∼2007년 5년간 총 12조원이 투입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실업 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 등에 매년 수조원씩 퍼붓고 있지만, 실업률은 제자리에서 심지어 갈수록 악화되는 실정”이라며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은둔형 외톨이는 범죄 등 사회불안 요소로 번질 위험 또한 크다. 외톨이는 ‘은둔형’(기본적인 사회활동조차 거부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과 ‘활동형’(기본적인 사회활동은 하는 사람) 등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2000년 1월∼2002년 5월 한 정신과의원에서 치료받은 외래환자 2천4백9명중 외톨이로 진단받은 85명을 조사한 결과 31명(36%)이 ‘은둔형 외톨이’, 나머지 54명(64%)은 ‘활동형 외톨이’로 나타났다.
특히 외톨이 증상이 심할 경우 ‘울분형’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방콕’기간이 장기화되면 피해의식이 쌓여 폭력·공격적 성향이 강해진다는 것. 울분형 외톨이는 겉으론 조용하나 내적으로 분노감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한순간 외부로 표출, 결국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기 살인으로 꼽히는 ‘조승희 사건’이 대표적이다. 재미교포 1.5세인 조승희씨는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 27명의 학생과 5명의 교직원 등 32명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한 후 스스로 자살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조씨는 학교에서 철저한 외톨이였다. 그의 가족들은 “조씨가 내성적인 성격과 특이한 발음 때문에 중학교와 고교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과 조롱 등 ‘왕따’를 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강력 사건의 범인 중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다는 정황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김모씨는 서울 홍제동에서 길가던 40대 남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경찰은 김씨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5년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밝혔다. 앞서 4월과 7월 강원도 양구에서 운동을 하던 여고생과 강원도 동해시청 민원실 공무원이 각각 ‘묻지마 칼부림’으로 숨지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처럼 얼굴도 모르는 제3자가 주된 범행 대상자가 되는 ‘묻지마 살인’은 2006년 전체 살인 사건 중 21.6%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친족 간 살인은 18.6%, 보복성 살인은 9.0%, 가정불화 살인은 7.4%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살인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로부터 고립돼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 등을 불특정 다수에 분출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를 방치할 경우 제2, 제3의 조승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래 휴 신경정신과 김양래 원장은 “최근 일어난 ‘묻지마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는 보도를 통해 이들에 대해 선입견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고, 오히려 이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또는 가족이나 친구, 주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경우 자신의 스트레스나 불만 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언제 그 불만들이 밖으로 표출될지 모르지만, 이들을 모두 마치 예비 범죄인들처럼 몰고 가는 것은 오히려 더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주된 요인은 역시 경제난이다. IMF 재연 조짐마저 보일 정도로 악화일로인 국내 경제 상황에서 외톨이들이 부각되는 이유다. 반대로 경제가 어렵다고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특히 사회·경제적 손실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삼성 ‘은둔형 외톨이’지원사업
“방문 박차고 나오세요”
삼성은 일본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일본삼성은 지난 5월 일본보조견협회와 제휴해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가 유기견 훈련을 통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1990년대부터 급증해 1백60만여명에 달하는 일본 사회의 은둔형 외톨이가 유기견을 직접 사육하고 훈련해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고 사회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일본삼성은 이번 제휴에 따라 요코하마시의 일본보조견협회 시설 내에 약 60평 규모의 ‘아스나로학교’를 건축해 기증했고, 학생 3명과 청각도우미견 후보 3마리의 입학식도 개최했다. 삼성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프로젝트를 2년 전부터 추진해 왔다. 앞으로 청소년 관련 전문가와 동물 애호 센터, 청소년 자립 시설, 아동양호 시설, 견훈련 전문학교 등과 협력해 운영하게 된다.
청각도우미견 육성에는 삼성에버랜드가 훈련사 파견과 15년간의 훈련 노하우를 제공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미국 맥클라렌 소년교도소의‘POOCH(Positive Opportunities Obvious Change with   Hound)프로젝트’를 모델로 2006년 12월 천안소년교도소에 치료도우미견센터를 설립해, 소년 재소자들의 교정을 돕고 있다.
삼성은 1993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백13마리의 맹도견, 4백88마리의 인명구조견, 17마리의 마약·폭발물 탐지견, 42마리의 청각도우미견 등 특수견을 양성해 장애인 및 정부기관 등에 무상으로 분양했다. 일본삼성 임직원들은 자원봉사로 프로젝트에 참가해 학생들을 위한 비즈니스 강좌, 커뮤니케이션 실습 등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다.
이창렬 일본삼성 사장은 “미국 맥클라렌 소년교도소에서 개를 키운 소년범들의 재범률이 0%였다는 사실을 참고해 개를 통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훈련과정을 통해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나면 오사카와 한국에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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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