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나온’ 안철수 대권플랜

더 이상 철수 없다…무조건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야권잠룡 및 여권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과연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치권에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변모한 그가 보여줄 대권 플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특히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서 대권도전을 선언한 것을 두고 야권 지지층을 향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제치고 전남서 전석(13석)을 가져오면서 호남의 당으로 거듭났다. 안 전 대표는 이러한 지지세를 기반으로 대선가도를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가장 먼저 선언
싱크탱크 재정비

같은 날 무등산에 오른 그는 “무등산 기슭에 도착하면서 시대정신을 생각했다”며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시대정신을 이루기 위해 저와 국민의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안철수의 결합’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하는 행보임과 동시에 더민주와의 정면대결을 통해야권 소속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폭이 빨라진 데는 야권의 대표적인 경쟁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해 독도·백령도를 찾으며 ‘안보 행보’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지난달 10일 불구속 기소로 파문이 일단락되면서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세우고 정치권의 염려에도 국회에 제3정당을 안착시켰다. 창당과 동시에 ‘안철수당’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4·13총선을 통해 정치력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다만 지난 6월29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줄곧 현실 정치권과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8일 만인 지난 7월7일에는 첫 외부 행보로 한국경제 해법 찾기 조찬강연을 실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민심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강연서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둑에서 중요한 게 복기”라며 “고수일수록 복기를 통해 내가 어떤 수를 뒀을 때 예상한 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살펴봐야 차츰차츰 실력이 발달하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안 전 대표는 지나온 길에 대한 ‘복기’를 내년 승리의 화두로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풀어야할 선결조건으로 인재풀 재정비와 청년 지지세 회복을 꼽는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는 300여명이 집결해 있었지만 지난 7월까지 측근 그룹이 줄줄이 이탈하며 3분의1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16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의 사원총회에 참석해 2기 임원진을 구성하면서 인재풀 재정비에 나섰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선 공약 등을 마련할 기지를 구축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원총회서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며 “처음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만들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변함없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는 각오를 저 스스로도 다시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호남 심장부 광주서 출마 공식 선언
인재풀 재정비·지지율 회복에 집중

‘내일’의 이사장은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주일대사를 지낸 정치·외교 전문가로 통한다. 실무는 안 전 대표와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 한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가 맡았다. 이사에는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와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선임됐다. 안 전 대표는 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는다.

이번 이사진 개편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대선 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이사장은 “‘내일’이 안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구의 목적은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한 정책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그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본인도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라고 밝혀 안 전 대표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내일’이 안 전 대표의 사조직 겸 싱크탱크의 역할임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조직 재정비를 통해 내년 대선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안 전 대표는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정당지지율도 리베이트 파문 이후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남 나주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찾는 대한민국 희망’ 대화마당에서 한 지역주민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정당지지율이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매스컴을 보면 호남뿐아니라 수도권서 한 자릿수도 안된다”고 말하자 “사실 여론조사보다 정말로 정확한 것이 총선 민심, 표로 나타난 결과”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들은 정당지지율로 두 번째 정당”이라며 “그것은(총선민심) 정치인들이 엄중히 받아들여야 될 의무가 있다. 거기에 따라서 정말 최선을 다해 정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본인의 격앙된 어조를 의식한 듯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총선 민심은 아직까지 살아있다. 우리가 그 기대만큼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걱정 끼쳐드리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저도 열심히 다니며 해결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총선민심이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현재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방법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외연확장 집중
충청표 잡아라

그는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인재풀 정비와 지지율 회복이라는 기초체력 키우기와 함께 외연확장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외연확장 방법으로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 등 굵직한 인사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 전 고문 영입에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앞장선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손 전 고문을 만났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고문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안철수 전 대표도 손 전 고문을 영입한 뒤 강한 경선을 통해 꼭 정권을 교체하자는 애기를 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새누리당은 ‘친박’당, 더민주는 ‘친문’당이기 때문에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에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회동’으로 불리는 이번 만남은 지난 6월3일 목포서 열린 ‘이난영 가요제’가 끝나고 비공개로 독대한 이후 두 달 보름여 만이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정 전 총리와 손 전 고문에게 “본인들이 스스로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더민주·국민의당 모두와 전혀 접촉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분들(손학규·정운찬)이 원하신다면 비대위원장이든 당 대표건(줄 수 있다)...”이라며 이들에 대한 영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면 경선 흥행에 청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수도권 및 전국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과 교수 출신의 국무총리를 지내며 동반성장에 화두를 던진 바 있는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하게 된다면 안 전 대표와 삼각편대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구축한 세력권 안에 대권 잠룡들이 들어와 겨루는 모양새로 안 전 대표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는 싸움이다.

연대는 없다?
단일화 없다?

박 비대위원장이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에게 당 대표를 줄 수도 있다는 큰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외연 확대 방법으로 오는 9일 예정된 김종필 전 총리와의 만남도 거론된다.

지난달 31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박 비대위원장은 오는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식당서 ‘냉면 오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은 김 전 총리가 지난달 19일 인사차 자택으로 찾아온 박 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번 만남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안 전 대표의 지지세력 확장에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충청권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 전 총리와의 만남을 두고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줄곧 주장하는 야권 연대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서 단일화를 이룬 적이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서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 문항으로 야권단일후보 지지도를 주장했고, 안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을 선호하는 등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안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지만 앙금은 남아있었다. 이후 지난 1월 문 전 대표와 갈등을 또다시 겪으면서 안 전 대표는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과 같이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진행됐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뒤 기자들에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저희(본인과 안철수 의원)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충청 표심 겨냥 손학규·정운찬 영입 박차
야권 연대 선긋기 “제3의 길을 만들겠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말과 원칙을 명심해 위기와 난국을 꼭 극복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달 28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전 대표는 지난 30일,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인들은 민심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몇십년 전 생각만으로 여전히 ‘산수’만 한다”고 말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같은 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선 “내년 대선은 수구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국민은 지난 총선서 제3의 길을 만들고, 정권 교체의 기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안 전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서 “내년 대선에서는 이전처럼 야권 단일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겠지만 10·11월쯤 되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후보를 정해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만일 다자구도로 대선이 전개된다 해도 정권교체는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대선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야당의 뿌리는 호남이다. 호남의 승리 없이는 대선승리도 없다”며 “지금 우리는 (수권 정당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 3당 또는 4당 체제로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준 제3의 길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서 완주하려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비박·비문·국민의당이 합류하는 ‘제3지대론’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제3지대론 참여 여부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총선 민심이 저희를 세워주셨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민의당 중심의 새판짜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 의미를 잘 짚어보면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내년 대선서 폭발할 것”이라며 “투표율도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적임자”
정권교체 강조

최근의 안 전 대표의 빨라진 행보를 두고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더 넓고, 더 깊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듬어낼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도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라는 메시지도 일관되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드’ 안철수 생각은?

지난 7월10 성명, 12일 의원총에서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화 과정’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공론화 과정에서는 사드 체계 도입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비준동의안 제출도 제안했다. 그는 “국회에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며 “국가안보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소중함이 일방통행으로 지켜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훈>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최초 도입 ‘전당원투표제’란?

국민의당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당원투표제’를 전면 도입했다. 당비를 내는 당원, 내지 않는 당원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1일 국민의당 박주선 당헌당규개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의당 차기전당대회와 대선후보선출 과정에서 전당원투표제가 실현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권리당원’ ‘일반당원’ 등의 명칭을 모두 삭제하고 대의원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밖에 국민의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총 11인으로 구성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통합선거로 선출, 여성과 청년의 부문 대표성을 존중해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에서 선출한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토록 개정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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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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