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나온’ 안철수 대권플랜

더 이상 철수 없다…무조건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야권잠룡 및 여권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과연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치권에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변모한 그가 보여줄 대권 플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특히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서 대권도전을 선언한 것을 두고 야권 지지층을 향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제치고 전남서 전석(13석)을 가져오면서 호남의 당으로 거듭났다. 안 전 대표는 이러한 지지세를 기반으로 대선가도를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가장 먼저 선언
싱크탱크 재정비

같은 날 무등산에 오른 그는 “무등산 기슭에 도착하면서 시대정신을 생각했다”며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시대정신을 이루기 위해 저와 국민의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안철수의 결합’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하는 행보임과 동시에 더민주와의 정면대결을 통해야권 소속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폭이 빨라진 데는 야권의 대표적인 경쟁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해 독도·백령도를 찾으며 ‘안보 행보’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지난달 10일 불구속 기소로 파문이 일단락되면서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세우고 정치권의 염려에도 국회에 제3정당을 안착시켰다. 창당과 동시에 ‘안철수당’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4·13총선을 통해 정치력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다만 지난 6월29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줄곧 현실 정치권과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8일 만인 지난 7월7일에는 첫 외부 행보로 한국경제 해법 찾기 조찬강연을 실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민심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강연서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둑에서 중요한 게 복기”라며 “고수일수록 복기를 통해 내가 어떤 수를 뒀을 때 예상한 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살펴봐야 차츰차츰 실력이 발달하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안 전 대표는 지나온 길에 대한 ‘복기’를 내년 승리의 화두로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풀어야할 선결조건으로 인재풀 재정비와 청년 지지세 회복을 꼽는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는 300여명이 집결해 있었지만 지난 7월까지 측근 그룹이 줄줄이 이탈하며 3분의1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16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의 사원총회에 참석해 2기 임원진을 구성하면서 인재풀 재정비에 나섰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선 공약 등을 마련할 기지를 구축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원총회서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며 “처음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만들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변함없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는 각오를 저 스스로도 다시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호남 심장부 광주서 출마 공식 선언
인재풀 재정비·지지율 회복에 집중


‘내일’의 이사장은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주일대사를 지낸 정치·외교 전문가로 통한다. 실무는 안 전 대표와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 한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가 맡았다. 이사에는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와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선임됐다. 안 전 대표는 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는다.

이번 이사진 개편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대선 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이사장은 “‘내일’이 안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구의 목적은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한 정책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그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본인도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라고 밝혀 안 전 대표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내일’이 안 전 대표의 사조직 겸 싱크탱크의 역할임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조직 재정비를 통해 내년 대선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안 전 대표는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정당지지율도 리베이트 파문 이후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남 나주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찾는 대한민국 희망’ 대화마당에서 한 지역주민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정당지지율이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매스컴을 보면 호남뿐아니라 수도권서 한 자릿수도 안된다”고 말하자 “사실 여론조사보다 정말로 정확한 것이 총선 민심, 표로 나타난 결과”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들은 정당지지율로 두 번째 정당”이라며 “그것은(총선민심) 정치인들이 엄중히 받아들여야 될 의무가 있다. 거기에 따라서 정말 최선을 다해 정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본인의 격앙된 어조를 의식한 듯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총선 민심은 아직까지 살아있다. 우리가 그 기대만큼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걱정 끼쳐드리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저도 열심히 다니며 해결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총선민심이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현재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방법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외연확장 집중
충청표 잡아라

그는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인재풀 정비와 지지율 회복이라는 기초체력 키우기와 함께 외연확장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외연확장 방법으로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 등 굵직한 인사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 전 고문 영입에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앞장선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손 전 고문을 만났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고문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안철수 전 대표도 손 전 고문을 영입한 뒤 강한 경선을 통해 꼭 정권을 교체하자는 애기를 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새누리당은 ‘친박’당, 더민주는 ‘친문’당이기 때문에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에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회동’으로 불리는 이번 만남은 지난 6월3일 목포서 열린 ‘이난영 가요제’가 끝나고 비공개로 독대한 이후 두 달 보름여 만이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정 전 총리와 손 전 고문에게 “본인들이 스스로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더민주·국민의당 모두와 전혀 접촉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분들(손학규·정운찬)이 원하신다면 비대위원장이든 당 대표건(줄 수 있다)...”이라며 이들에 대한 영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면 경선 흥행에 청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수도권 및 전국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과 교수 출신의 국무총리를 지내며 동반성장에 화두를 던진 바 있는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하게 된다면 안 전 대표와 삼각편대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구축한 세력권 안에 대권 잠룡들이 들어와 겨루는 모양새로 안 전 대표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는 싸움이다.

연대는 없다?
단일화 없다?

박 비대위원장이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에게 당 대표를 줄 수도 있다는 큰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외연 확대 방법으로 오는 9일 예정된 김종필 전 총리와의 만남도 거론된다.

지난달 31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박 비대위원장은 오는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식당서 ‘냉면 오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은 김 전 총리가 지난달 19일 인사차 자택으로 찾아온 박 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번 만남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안 전 대표의 지지세력 확장에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충청권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 전 총리와의 만남을 두고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줄곧 주장하는 야권 연대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서 단일화를 이룬 적이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서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 문항으로 야권단일후보 지지도를 주장했고, 안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을 선호하는 등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안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지만 앙금은 남아있었다. 이후 지난 1월 문 전 대표와 갈등을 또다시 겪으면서 안 전 대표는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과 같이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진행됐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뒤 기자들에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저희(본인과 안철수 의원)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충청 표심 겨냥 손학규·정운찬 영입 박차
야권 연대 선긋기 “제3의 길을 만들겠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말과 원칙을 명심해 위기와 난국을 꼭 극복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달 28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전 대표는 지난 30일,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인들은 민심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몇십년 전 생각만으로 여전히 ‘산수’만 한다”고 말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같은 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선 “내년 대선은 수구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국민은 지난 총선서 제3의 길을 만들고, 정권 교체의 기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안 전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서 “내년 대선에서는 이전처럼 야권 단일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겠지만 10·11월쯤 되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후보를 정해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만일 다자구도로 대선이 전개된다 해도 정권교체는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대선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야당의 뿌리는 호남이다. 호남의 승리 없이는 대선승리도 없다”며 “지금 우리는 (수권 정당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 3당 또는 4당 체제로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준 제3의 길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서 완주하려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비박·비문·국민의당이 합류하는 ‘제3지대론’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제3지대론 참여 여부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총선 민심이 저희를 세워주셨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민의당 중심의 새판짜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 의미를 잘 짚어보면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내년 대선서 폭발할 것”이라며 “투표율도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적임자”
정권교체 강조

최근의 안 전 대표의 빨라진 행보를 두고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더 넓고, 더 깊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듬어낼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도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라는 메시지도 일관되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드’ 안철수 생각은?

지난 7월10 성명, 12일 의원총에서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화 과정’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공론화 과정에서는 사드 체계 도입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비준동의안 제출도 제안했다. 그는 “국회에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며 “국가안보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소중함이 일방통행으로 지켜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훈>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최초 도입 ‘전당원투표제’란?

국민의당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당원투표제’를 전면 도입했다. 당비를 내는 당원, 내지 않는 당원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1일 국민의당 박주선 당헌당규개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의당 차기전당대회와 대선후보선출 과정에서 전당원투표제가 실현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권리당원’ ‘일반당원’ 등의 명칭을 모두 삭제하고 대의원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밖에 국민의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총 11인으로 구성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통합선거로 선출, 여성과 청년의 부문 대표성을 존중해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에서 선출한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토록 개정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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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