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커피 유통 실태

비싼 커피, 알고 드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다. ‘카페가 없는 지역은 낙후지역’이라는 말도 생길 정도다.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다 보니 소비자들의 욕구도 그만큼 커졌다. 이를 충족하고자 업계는 더 좋은 원두 등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를 사로잡으려 한다. 그러나 유통 과정서 법을 어기는 사례들이 발생해 문제가 된다.

국내서 판매되는 커피는 보통 수입한 커피 생두를 가공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커피 생두는 ‘로스팅’이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아는 커피콩으로 가공돼 시중에 판매되는 것이다. 이 과정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등록되지 않는 법에 위반되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

지난달 26일 식약처는 ㈜앤트러사이트커피의 커피를 표시기준 위반으로 회수 조치했다. 이번 조치는 1399 민원신고 전화를 통해 접수된 민원 제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회수 대상은 제조일이 2016년 8월1일부터 8월26일까지인 ‘앤트러사이트커피’ 제품이다. 식약처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제품을 회수하도록 조치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구입처에 반품할 것을 당부했다.

앤트러사이트커피는 커피 제조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했으나 제품의 표기는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5길'로 표기해 문제가 됐다. 제조처를 변경하지 않고 포장해 판매한 것이다. 앤트러사이트커피는 폐공장을 이용한 독특한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맛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커피업체다.

제조한 커피콩을 시중에 판매도 한다. 지난 2013년엔 ‘커피리브레’라는 유명 커피업체에서 위법 사례가 발견됐다. 커피리브레는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서 착한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커피리브레가 식품 제조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장소에서 제조한 제품을 유통했다며 해당 제품의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회수에 들어갔다. 이렇듯 외부로 볶은 커피를 판매하는 업체서 문제가 생겨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곤 한다.
 

좋은 커피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개인 카페나 프랜차이즈에 만족하지 못하고 커피콩을 구매해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소비자도 보인다. 로스팅기가 없어 직접 커피를 볶을 수 없는 개인 카페 업자들은 맛으로 유명한 업체의 볶은 커피를 구매해 사용한다. 그들은 유통 과정서 미등록된 제품이 판매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접 커피를 볶아 판매하는 한 업자는 “로스팅은 커피 맛을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피제조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커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잘 볶인 커피가 필요하다”며 “로스팅이 잘못된 경우 평가가 좋은 업체의 볶은 커피를 구매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앤트러사이트커피의 회수 사례에 대해 “유명세가 있어 무등록 등 위법한 일이 생긴 줄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볶은 원두 판매
여러 매장서 구매…유통기한 속이기도

프랜차이즈의 경우 커피콩을 납품하는 업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식약처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점 등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123곳 중 ‘식품위생법’에 위반되는 33곳을 적발해 관련 지자체에 행정처분 등을 조치했다.

주요 위반 내용은 ▲무신고 영업(1개소) ▲제조·유통기한 임의연장 변조(1개소) ▲허위표시·표시기준 위반(11개소)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 사용(3개소)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5개소) ▲기타(12개소) 등이다.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표시기준 위반으로 적발된 경우가 많다.

경기도 소재의 한 업체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무표시로 공급받은 볶은 커피를 자신이 제조한 것처럼 제조원을 허위 표기해 총 7200kg을 커피전문점에 납품했다. 당시 이 업체는 식품소분업 영업신고도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대구광역시의 다른 업체는 지난 2014년 6월6일부터 6월20일까지 제조일자 등 한글 표시사항이 없는 커피 생두를 원료로 원두커피를 제조해 총 1416kg을 납품한 사례도 있다. 커피가 대중화 된 이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인가받지 못한 제품들이 시중에 난립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통기한 경과 제품들도 문제가 된다. 지난 2014년엔 경기도 지역의 일부 업체가 유통기한이 2∼5개월 지난 원료를 사용 목적으로 보관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볶은 커피의 유통기한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때문에 업자들마다 유통기한을 다르게 보는 상황이 생긴다. 짧게는 3주에서 3개월 길게는 1년여를 최대 유통기한으로 본다. 커피의 맛이 가장 좋은 시점이 지나면 유통기간이 지난 제품으로 보는 업자도 있다. 이에 업계에선 유통기한 등 제품의 안전과 관련된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볶은 커피는 커피 원두를 볶는 시점부터 산폐가 진행돼 보관과 유통에 신경을 써야한다. 볶은 커피가 오래되면 기름이 올라오고 산폐가 오래 진행되면 담배냄새나 기름이 썩는 냄새가 난다.

표시기준 위반

볶은 커피를 판매하는 점에 위법문제를 떠나 양심적인 측면서 문제가 생일 수 있다는 업자도 있다. 그는 “요즘 카페는 개인이 직접 로스팅해 판매하는 것으로 수입을 내는 곳이 많다”며 “다른 지점에 자신이 볶은 커피를 판매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이후 구입자가 소비자에게 자신이 로스팅한 커피라고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치커피와 콜드브루 비교

올해 상반기 커피업계는 ‘콜드브루’ 열풍이었다. 콜드브루는 커피의 새 프리미엄 제품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다소 비싼 4500∼5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낸 커피로 부드럽고 향이 진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급스러운 마케팅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나 콜드브루는 명칭만 다르고 기존의 더치커피와 차이점이 거의 없다. 더치커피는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더치커피 제품 일부서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밝혀지기 전까진 커피업계의 대세로 불렸다. 일각에선 같은 커피를 가지고 마케팅을 통해 혼란을 일으켜 업체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업계 종사자는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는 명칭의 차이일 뿐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커피를 내리는 과정서 점방식이냐 침출식이냐의 차이가 난다”고 했다. 둘을 섞어 쓰는 곳도 있어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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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