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8·27전대> 추미애-잠룡들 궁합 보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됐다. 정가에 떠돌던 ‘문재인 대세론’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더민주 잠룡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는 상황. ‘추다르크’가 이끄는 더민주호에 과연 누가 깃발을 꽂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새 수장으로 추미애 대표가 선출됐다. 추 대표는 54.03%를 득표해 이종걸, 김상곤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전대 경선를 놓고 추 대표가 주류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봤다. 게다가 ‘문재인 키즈’로 불리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김병관 의원이 최고위원에 나란히 오르면서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질 것이라는 정치권의 우려가 일정 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 꾸린다?

추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더민주 잠룡 중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는 어떨까. 정가에선 이번 결과로 문 전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은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막상 대선에서는 험난한 여정을 걷게 될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추 대표가 친문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대표에 당선됐다는 것은 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게다가 최고위원들도 ‘문재인 키즈’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전대 결과를 놓고 한 의원은 “과연 신임 지도부 구성이 문 전 대표에게 좋은 결과일까라는 의문들이 있다”며 “우리가 경선서 이기는 게 목표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문 전 대표에 치우치지 않는 경선을 추진, 당을 이끄는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추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과정서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당시 이종걸 당 대표 후보는 “만약 특정후보 대리인이 당 대표가 된다면, 그래서 경선 결과가 뻔하다면 흥행은 실패하고 강한 후보는 탄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친문·주류가 싹쓸이하는 것은 단합이 아니라 획일화로, 진정한 단합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유력주자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후보는 공정한 대선후보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해 추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전당대회를 하면서 갑자기 나를 두고 ‘친문’이라고 한다”며 “오직 대의원과 당원 여러분만 믿고 더민주를 지켜온, 한 길을 걸어온 ‘친민’이며 국민에게 희망주는 호위무서, ‘호민’이 되겠다”고 말해 이 후보의 공세에 대해 반박했다.
 

추 대표는 당선 직후 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의원 등 더민주 대권 잠룡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모두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인 경선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또 “이번 전대에서 주류, 비주류의 나뉨이 있었다”며 “이제부터 주류·비주류, 친문·비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균형 있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잠룡들을 언급하면서 ‘공정’ ‘역동’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 대리인’이라는 평가를 불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세론 확인…추 “1위 후보 지키겠다”
김부겸·안희정도 나란히 대권 도전 시사

추 대표가 내년 대선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대가 끝남과 동시에 더민주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비주류계 잠룡으로 평가 받는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30일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이 대선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가에선 지난 전당대회 결과 ‘친문’ 지도부가 들어서고, ‘문재인 대세론’이 득세한 상황서 이를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김 의원도 조기 도전장을 낸 취지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너무 ‘문재인 대세론’ 하니까 이건 아니다 해서 나라도 나선 것”이라고 밝혀 친문중심으로 대선정국이 꾸려질 상황을 염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친문당이라 불리는 현 상황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페이스북에 그는 “‘친문당’이 되었으니 대선 경선도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며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8·27 전당대회서 김상곤 후보를 후방지원하면서 대선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친문 중심의 추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구성된 당지도부에 대해서는 “이번 전대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한 당원들의 의지가 드러난 결과”라며 “우리 모두는 이에 승복하고 단결과 화합을 향해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김 의원은 더민주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다. 김 의원이 추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겨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의원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당권의 중심추는 추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

당장 김 의원이 대선 출마를 밝힌 상황에서 추 대표가 직접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방안을 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친문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당대표에 오른 추 대표를 지켜보는 시선이 매섭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외곽 단체인 새희망포럼(대표 설훈 의원)을 주축으로 전국의 지역 조직을 닦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새희망포럼은 사실상 김부겸 대선 캠프의 맹아(萌芽)”라며 “수백 명의 자문 교수 그룹도 꾸준히 만나오고 있다”고 했다. 경제·통상전문 교수가 자문단 좌장을 맡아 내년 대선 캠프의 정책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안희정
빠른 행보 왜?

최근에는 김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선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안 지사는 지난 1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뛰어넘을 것입니다”라는 글로 시작해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뜻을 밝혔다. 이어 “그들은 시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했다”며 “나는 그 역사를 이어받고 한 걸음 더 진전시켜 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안 지사는 올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것으로 알려진다. 안 지사 측 핵심 인사는 지난 1일 “안 지사가 올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에 앞서 ‘반기문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1989년 1월 김덕룡 전 국회의원실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서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는 일을 시작해 2002년에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내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후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 2010년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박상돈 후보를 누르고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누르고 승리해 야권의 잠룡으로 거듭났다.

추 대표와 안 지사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안 지사는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며 친노의 핵심멤버로 분류된다. 친문이 친노서 분화했기 때문에 더민주 내에는 안 지사를 지지하는 고정세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안 지사는 최근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 “계파를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이는 친문 중심으로 대선 정국이 흐르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부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친문 힘빼기’에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 출마를 고려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심도 깊어진 상황이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광주 전남대 특강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밝혀 대권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박원순·손학규
어디에서 등판?

박 시장은 대선 출마와 서울시장 3선 연임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경제·통일·노동 등 각 분야 원로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가며 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조만간 시민사회세력 기반의 싱크탱크인 ‘희망새물결(가칭)’을 만들고 조만간 출범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오성규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가 싱크탱크로 주도하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 이슈에 대한 자문과 동시에 시민사회 세력을 결집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친문중심의 지도부가 구성됨에 따라 박 시장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더민주 내 지지기반이 튼실하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앞으로 추 대표가 만드는 룰 안에서 박 시장이 살아남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박 시장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박 시장을 만나 우리 당에 와서 아름다운 경선을 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 전대 결과를 보면 결국 친노·친문이 다 먹는다”며 박 시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박 비대위원장도 박 시장이 더민주 내에서 대권주자로 살아남기에는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을 대선주자로 거듭나도록 한 인물이 국민의당 안 전 대표임을 살펴보면 국민의당의 제안을 무리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새롭게 더민주를 이끌 추 대표와 박 시장 간 정치적 접점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는 점이 박 시장의 대선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박 시장도 김부겸 의원과 안 지사처럼 발 빠른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추 대표가 빠른 시일 안에 대선후보를 결정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헌·당규에는 경선 룰이 대선 투표일 1년 전에, 후보는 180일 전에 확정지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경선 룰은 늦어도 오는 12월 중순에는 만들어져야 하고, 후보는 6월까지 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말해 내년 6월 이전에 대선 후보를 뽑을 계획임을 밝혔다.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
박원순·손학규 고민중

더민주 잠룡이자 야권 정계개편의 핵으로 꼽히는 손 전 상임고문도 눈치싸움에 합류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이번 8·27 전대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더민주 잠룡군이 일제히 전대에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신 그는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손 전 상임고문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합류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상임고문에게 친박인 새누리당, 친문당인 더민주가 아닌 열린 정당인 우리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손 전 상임고문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박 대위원장과 만남에 앞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것에 대해 “축하한다. 당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달 12일 추 대표는 손 전 상임고문에 대해 “주요 대선주자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그분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정치 철학이 우리 당에 녹아 있는 우리 당과 가장 맞는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손 전 상임고문은) 우리당과 정치 철학이 일치해서 이미 수년 전에 우리 당에 건너왔다”며 “제가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다른 잠룡들과는 대조적으로 손 전 상임고문에게는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사실상 문 전 대표를 지키기에 앞장선 추 대표도 그의 이탈로 잃게 될 ‘표 확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 전 상임고문이 아직 확실한 정계복귀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당에 몸을 풀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도 추 대표가 문 전 대표를 강력한 대선주자로 만들기 위해 줄기차게 그의 영입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잠룡들
“목소리 낼 것”

당내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권주자 간 경선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친문계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대권주자들의 의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아니냐”며 “경선 시기는 물론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등에 이들의 등판 여부가 달려 있는 만큼 잠룡급 주자들이 앞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 탄핵’ 추미애 당선 비결
권리당원이 몰표 줬다?

경선초반부터 1강 2중의 구도에서 1강을 차지했던 추미애 후보가 더민주 당대표에 선출됐다. 추 대표는 권리 당원(61.66%), 대의원(51.53%)과 일반 당원(55.1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일반 국민(45.52%) 여론조사 역시 응답자 절반가량이 추 후보를 당대표로 뽑았다.

과반수 지지 당선
특정 세력 지지세↑

이번 선거는 온라인 권리 당원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주류가 국민의당으로 대거 탈당하면서 더민주에는 친문 성향이 강한 온라인 권리 당원이 대거 입당했다. 이들이 이번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번 당대표 선거는 바뀐 당원 구조를 토대로 적법하게 진행된 결과로 추미애 후보는 대위원, 권리 당원, 일반 당원, 국민 모두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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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