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8·27전대> 추미애-잠룡들 궁합 보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됐다. 정가에 떠돌던 ‘문재인 대세론’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더민주 잠룡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하나둘씩 일어나고 있는 상황. ‘추다르크’가 이끄는 더민주호에 과연 누가 깃발을 꽂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새 수장으로 추미애 대표가 선출됐다. 추 대표는 54.03%를 득표해 이종걸, 김상곤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전대 경선를 놓고 추 대표가 주류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봤다. 게다가 ‘문재인 키즈’로 불리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김병관 의원이 최고위원에 나란히 오르면서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질 것이라는 정치권의 우려가 일정 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 꾸린다?

추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더민주 잠룡 중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는 어떨까. 정가에선 이번 결과로 문 전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은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막상 대선에서는 험난한 여정을 걷게 될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추 대표가 친문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대표에 당선됐다는 것은 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게다가 최고위원들도 ‘문재인 키즈’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전대 결과를 놓고 한 의원은 “과연 신임 지도부 구성이 문 전 대표에게 좋은 결과일까라는 의문들이 있다”며 “우리가 경선서 이기는 게 목표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문 전 대표에 치우치지 않는 경선을 추진, 당을 이끄는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추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과정서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당시 이종걸 당 대표 후보는 “만약 특정후보 대리인이 당 대표가 된다면, 그래서 경선 결과가 뻔하다면 흥행은 실패하고 강한 후보는 탄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친문·주류가 싹쓸이하는 것은 단합이 아니라 획일화로, 진정한 단합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유력주자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후보는 공정한 대선후보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해 추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전당대회를 하면서 갑자기 나를 두고 ‘친문’이라고 한다”며 “오직 대의원과 당원 여러분만 믿고 더민주를 지켜온, 한 길을 걸어온 ‘친민’이며 국민에게 희망주는 호위무서, ‘호민’이 되겠다”고 말해 이 후보의 공세에 대해 반박했다.
 

추 대표는 당선 직후 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의원 등 더민주 대권 잠룡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모두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인 경선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또 “이번 전대에서 주류, 비주류의 나뉨이 있었다”며 “이제부터 주류·비주류, 친문·비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균형 있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잠룡들을 언급하면서 ‘공정’ ‘역동’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 대리인’이라는 평가를 불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세론 확인…추 “1위 후보 지키겠다”
김부겸·안희정도 나란히 대권 도전 시사

추 대표가 내년 대선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대가 끝남과 동시에 더민주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비주류계 잠룡으로 평가 받는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30일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이 대선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가에선 지난 전당대회 결과 ‘친문’ 지도부가 들어서고, ‘문재인 대세론’이 득세한 상황서 이를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김 의원도 조기 도전장을 낸 취지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너무 ‘문재인 대세론’ 하니까 이건 아니다 해서 나라도 나선 것”이라고 밝혀 친문중심으로 대선정국이 꾸려질 상황을 염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친문당이라 불리는 현 상황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페이스북에 그는 “‘친문당’이 되었으니 대선 경선도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며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8·27 전당대회서 김상곤 후보를 후방지원하면서 대선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친문 중심의 추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구성된 당지도부에 대해서는 “이번 전대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한 당원들의 의지가 드러난 결과”라며 “우리 모두는 이에 승복하고 단결과 화합을 향해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김 의원은 더민주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다. 김 의원이 추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겨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의원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당권의 중심추는 추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

당장 김 의원이 대선 출마를 밝힌 상황에서 추 대표가 직접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방안을 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친문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당대표에 오른 추 대표를 지켜보는 시선이 매섭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외곽 단체인 새희망포럼(대표 설훈 의원)을 주축으로 전국의 지역 조직을 닦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새희망포럼은 사실상 김부겸 대선 캠프의 맹아(萌芽)”라며 “수백 명의 자문 교수 그룹도 꾸준히 만나오고 있다”고 했다. 경제·통상전문 교수가 자문단 좌장을 맡아 내년 대선 캠프의 정책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안희정
빠른 행보 왜?

최근에는 김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선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안 지사는 지난 1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뛰어넘을 것입니다”라는 글로 시작해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뜻을 밝혔다. 이어 “그들은 시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했다”며 “나는 그 역사를 이어받고 한 걸음 더 진전시켜 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안 지사는 올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것으로 알려진다. 안 지사 측 핵심 인사는 지난 1일 “안 지사가 올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에 앞서 ‘반기문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1989년 1월 김덕룡 전 국회의원실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서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는 일을 시작해 2002년에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내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후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 2010년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박상돈 후보를 누르고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누르고 승리해 야권의 잠룡으로 거듭났다.

추 대표와 안 지사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안 지사는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며 친노의 핵심멤버로 분류된다. 친문이 친노서 분화했기 때문에 더민주 내에는 안 지사를 지지하는 고정세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안 지사는 최근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 “계파를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이는 친문 중심으로 대선 정국이 흐르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부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친문 힘빼기’에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 출마를 고려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심도 깊어진 상황이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광주 전남대 특강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밝혀 대권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박원순·손학규
어디에서 등판?

박 시장은 대선 출마와 서울시장 3선 연임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경제·통일·노동 등 각 분야 원로들과 비공개 만남을 이어가며 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조만간 시민사회세력 기반의 싱크탱크인 ‘희망새물결(가칭)’을 만들고 조만간 출범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오성규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가 싱크탱크로 주도하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 이슈에 대한 자문과 동시에 시민사회 세력을 결집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친문중심의 지도부가 구성됨에 따라 박 시장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더민주 내 지지기반이 튼실하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앞으로 추 대표가 만드는 룰 안에서 박 시장이 살아남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박 시장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박 시장을 만나 우리 당에 와서 아름다운 경선을 해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 전대 결과를 보면 결국 친노·친문이 다 먹는다”며 박 시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박 비대위원장도 박 시장이 더민주 내에서 대권주자로 살아남기에는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을 대선주자로 거듭나도록 한 인물이 국민의당 안 전 대표임을 살펴보면 국민의당의 제안을 무리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새롭게 더민주를 이끌 추 대표와 박 시장 간 정치적 접점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는 점이 박 시장의 대선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박 시장도 김부겸 의원과 안 지사처럼 발 빠른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추 대표가 빠른 시일 안에 대선후보를 결정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헌·당규에는 경선 룰이 대선 투표일 1년 전에, 후보는 180일 전에 확정지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경선 룰은 늦어도 오는 12월 중순에는 만들어져야 하고, 후보는 6월까지 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말해 내년 6월 이전에 대선 후보를 뽑을 계획임을 밝혔다.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
박원순·손학규 고민중

더민주 잠룡이자 야권 정계개편의 핵으로 꼽히는 손 전 상임고문도 눈치싸움에 합류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이번 8·27 전대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더민주 잠룡군이 일제히 전대에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신 그는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손 전 상임고문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합류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상임고문에게 친박인 새누리당, 친문당인 더민주가 아닌 열린 정당인 우리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손 전 상임고문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박 대위원장과 만남에 앞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것에 대해 “축하한다. 당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달 12일 추 대표는 손 전 상임고문에 대해 “주요 대선주자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그분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정치 철학이 우리 당에 녹아 있는 우리 당과 가장 맞는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손 전 상임고문은) 우리당과 정치 철학이 일치해서 이미 수년 전에 우리 당에 건너왔다”며 “제가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다른 잠룡들과는 대조적으로 손 전 상임고문에게는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사실상 문 전 대표를 지키기에 앞장선 추 대표도 그의 이탈로 잃게 될 ‘표 확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 전 상임고문이 아직 확실한 정계복귀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당에 몸을 풀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도 추 대표가 문 전 대표를 강력한 대선주자로 만들기 위해 줄기차게 그의 영입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잠룡들
“목소리 낼 것”

당내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권주자 간 경선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친문계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대권주자들의 의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아니냐”며 “경선 시기는 물론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등에 이들의 등판 여부가 달려 있는 만큼 잠룡급 주자들이 앞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 탄핵’ 추미애 당선 비결
권리당원이 몰표 줬다?

경선초반부터 1강 2중의 구도에서 1강을 차지했던 추미애 후보가 더민주 당대표에 선출됐다. 추 대표는 권리 당원(61.66%), 대의원(51.53%)과 일반 당원(55.1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일반 국민(45.52%) 여론조사 역시 응답자 절반가량이 추 후보를 당대표로 뽑았다.

과반수 지지 당선
특정 세력 지지세↑

이번 선거는 온라인 권리 당원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주류가 국민의당으로 대거 탈당하면서 더민주에는 친문 성향이 강한 온라인 권리 당원이 대거 입당했다. 이들이 이번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번 당대표 선거는 바뀐 당원 구조를 토대로 적법하게 진행된 결과로 추미애 후보는 대위원, 권리 당원, 일반 당원, 국민 모두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