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 언론들이 ‘한국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예로 들면서 ‘한류 흠집 내기’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예인 지망생을 유혹해 성폭행을 일삼은 연예기획사 대표가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아직도 연예계에는 생사여탈권을 쥔 기획사 대표가 ‘계약 담보’ 또는 ‘스폰서 섭외’ 등을 이유로 연습생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는 구조가 만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사 대표 A씨, 여고생인 가수 지망생 성폭행
압수 컴퓨터에서 10여명 나체사진 발견되기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월17일 여고생인 가수 지망생을 성폭행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기획사 대표 A씨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2007년 7월부터 2009년 9월까지 B양 등 소속 연습생 3명에게 “스폰서에게 줄 성관계 장면이 필요하다”, “이탈 방지용 나체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강요해 성폭행하거나 나체 사진 등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행’이라고 믿고
요구에 응해
B양 등은 “당연히 그런 것인 줄 알고 거부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05년부터 업계에 종사하며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A씨의 말을 믿었고 ‘관행’이라고 믿을 만큼 스폰서와 담보용 나체사진 촬영 등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것.
A씨는 “연예인을 하려면 성형수술비와 연습비 등이 필요한데 돈을 낼 수 없으면 스폰서를 구해야 한다”고 B양 등을 설득했다. 더구나 압수한 A씨의 컴퓨터에서 10여 명의 나체사진이 추가로 발견된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뜨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꾐으로 연예인 지망생에게 성추행뿐 아니라 성상납을 일삼는 소속사의 횡포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에도 스폰서 사건이 있었다. “연예계에서 잘하려면 스폰서가 필요하고 성관계를 해야만 투자를 받고 뜰 수 있다”며 강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수법도 판박이다.
기획사 대표 C씨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전속 연습생 D양 등 2명에게 스폰서를 빙자한 성매매를 강요했다. “스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는 C씨의 설득에 D양 등은 아버지뻘인 스폰서와 10여 차례에 걸쳐 강요된 성관계를 맺어야 했다.
C씨는 D양 등이 스폰서와의 성관계를 거부하자 “이것도 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하라”고 강요했고 심지어 “기획사에 오지 않으면 부모님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스폰서로부터 받은 4600만원 중 3000여 만원은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 돈은 피해자들에게 7년 간 전속계약금조로 200만~300만원을 주고, 이들의 성형수술비 등에 사용했다.
지난 2008년 9월에도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사 여가수를 상습 성폭행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모 연예기획사 대표 F씨가 소속 여성그룹 멤버 J씨를 상습 성폭행한 것.
F씨는 J씨가 전 소속사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 접근해 “우리 회사를 통해 스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지난 2007년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하는 등 2008년 초까지 3차례 J씨를 성폭행했다. 또한 F씨는 J씨가 “가수를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J씨의 나체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도 했다.
매니저들 영향력 행사
현상의 증거이기도
지난 2004년에는 연예인 지망생인 16살 K양을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한 모 연예기획사 실장 Y씨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Y씨는 연예기획사 직원들이 모두 다 퇴근하자 K양에게 “가수 오디션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며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Y씨는 반항하는 K양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4월에는 ‘연기자 및 가수지망생 모집’이란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 온 여고생 2명에게 “유명 가수가 되려면 성상납을 해야한다. 유명 가수로 키워주겠다”며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모 인기그룹의 음반제작자였던 모 기획사 대표 L씨가 청소년 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L씨를 고소한 여고생 중 한 명은 가수 지망생이고, 다른 한 명은 탤런트 지망생이었다.
가수 J씨도 성폭행 당해…나체사진 찍어 협박도
일부 영세업체 문제…“사이비 기획사 난립 막아야”
가수 지망 여고생은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L씨의 말에 속아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에 호소한 것. 탤런트 지망 여고생은 동거를 하다시피 깊은 관계를 유지해 오다 역시 속은 것을 알고 고소장을 냈다. 특히 L씨는 고소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친구까지도 은밀히 만나 성적노리개로 삼아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실력 있는 매니저들의 눈에 들기 위해 성상납을 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은 과거 연예계에서도 고질적으로 적발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매니저들이 연예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의 증거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몇몇 여자 연예인들은 성추행 또는 성상납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었다.
연기자 유인나는 지난해 4월 SBS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해 “전 소속사의 유명 가수 출신 이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유인나의 ‘성추행 고백’ 발언 내용은 유인나가 17세 때 들어간 대형 소속사의 이사가 승용차로 자신을 집에 바래다주던 도중 스킨십과 키스를 시도했다는 것. 그녀가 급히 얼굴을 돌려 입술이 뺨에 닿았는데, 문제의 이사는 이 사실을 함구하도록 강요했고, 유인나는 집에서 울면서 500번도 넘게 볼을 닦았다고 했다.
방송 직후 유인나의 전 소속사와 유인나를 성추행한 문제의 가수 출신 이사에 관련된 검색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어린 학생을 꾀해 그런 행동을 하다니, 꼭 밝혀야한다” “파렴치한이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비단 유인나 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2009 아시아 모델 어워드 레이싱모델 부문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이수진은 “이메일 등을 통해 제의 받은 적이 있다”며 “하루 스폰서 비용으로 500만원을 제시했다”고 전했으며 플레이보이 모델 이파니 또한 “엑스트라 시절 성상납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여자 연예인들 가슴앓이
유인나도 ‘성추행’ 고백
스폰서는 대가성 성상납을 보기 좋은 이름으로 포장한 말이다. 이렇듯 일부 기획사들은 부와 명예를 위해서라면 부당한 요구도 감수하겠다는 연예 지망생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터져나오는 스폰서 논란을 두고 연예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화려한 이미지만이 연예인을 규정하는 척도로 인식하며 대박 환상을 좇는 연예계 지망생들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그들이 꿈을 이용하는 기획사들의 비겁하고 추악한 횡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일부 영세업체의 문제다. 스폰서 등은 과거에나 있던 이야기로 이미 사라졌다”며 “다만 사이비 기획사의 난립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