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SNS 거래 실태

채팅 접촉 사이버머니로 결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작년 SNS를 이용한 마약범죄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한 피해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인터넷상에서는 마약을 사고파는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마약 제조법까지 공유한다.

지난 15일,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판매하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50)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일 필로폰 20g(시가 540만원 상당)을 판매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다가 첩보를 입수하고 주변에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이들은 SNS에 마약 판매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접근한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루트 다변화

지난 21일 강서경찰서엔 필로폰을 투약한 김모(37)씨가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사건도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며 경찰에 다급히 신변 보호를 요청한 김씨의 행동은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마약 투약을 의심한 경찰은 남성을 마약사건전담팀으로 인계했고 곧장 소변검사를 통해 마약 양성 반응을 확인한 경찰은 김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외국계 회사 직원인 김씨는 지난 19일, SNS를 통해 신종 마약류인 엑스터시를 구입하고자 마음먹었다. 김씨는 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엑스터시를 수소문했고 마침 이 포스팅을 본 대만인 A씨가 자신이 구해줄 수 있다며 만남을 제안했다. A씨 제안에 끌려 대만으로 날아간 김씨는 당일 저녁 한 호텔서 A씨를 만났다. 하지만 A씨는 엑스터시 대신 필로폰을 김씨에게 투약한 뒤 성관계를 맺고 사라졌다.


A씨와 헤어진 김씨는 지난 21일 귀국했으나 누군가 계속 자신을 쫓고 있다는 환각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자택서 가장 가까운 강서서를 찾았다가 마약 투약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최근 들어 김씨처럼 SNS를 매개로 손쉽게 마약을 접하는 사례는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지난 22일 ‘2015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표,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1916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던 2009년 1만1875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876명이 적발됐다. 2014년 대비 여성은 5.3%, 미성년자는 무려 25.5%가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5000명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대검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마약 전과자는 물론 마약 경험이 없던 일반인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주문하고, 국제우편물이나 특송화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마약류 제조 기술을 직접 배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전직 제약회사 직원이 마약 전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해 집에서 필로폰 60g을 만든 사례가 있다. 이는 2000여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인터넷·스마트폰으로…제조법도 공유
사상 최대치 여성·청소년 증가 추세


지난해 6월에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국제특송화물로 받은 엑스터시, GHB(일명 물뽕) 등을 SNS를 통해 일반인 80여명에게 판매한 마약 밀수범이 구속되기도 했다.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이들 가운데는 현직 교사와 대학생, 의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의 공급 루트도 다변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중국이 마약류 최대 공급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동남아시아·멕시코 등에서도 필로폰 등이 밀반입되고 있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밀수입되는 마약류는 15.97kg으로 전체 압수량의 19.3%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탈북자와 조선족이 연계한 ‘북한산 마약’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거래대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임모(30)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 블로그 게시판에 마약의 일종인 대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임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외국에 서버가 있는 SNS의 채팅앱으로 마약 구매자와 정보를 주고받았다.

이때 비트코인을 거래대금으로 전송받기도 했다. 미래 화폐로 주목받는 비트코인은 인터넷 공간에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거래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마약 구입이 쉬워지다 보니 여성·청소년 마약사범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여성 마약사범은 2272명으로 전체의 19.1%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벌써 1370명이 단속됐다. 중·고교생 등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0.4%서 작년 1.1%까지 올라갔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마약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검찰과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경은 올해 4월부터 전국 14개 지역에 ‘마약 수사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인터넷 다크웹사이트를 통해 밀수입한 엑스터시를 이태원 클럽 등지서 판매한 프랑스인 B(28)씨도 서울서부지검과 서울 마포경찰서 합동수사반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앞으로도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마약을 거래한 사범들을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또 마약 관련 용어가 들어간 인터넷 게시물을 자동으로 선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검찰청을 단일망으로 연결하는 상시 모니텅링 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불법 사이트를 즉각 폐쇄하고 수사단서 확보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수작업으로 모니터링을 해 2014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2개의 불법사이트를 차단하고, 1377건의 불법 게시글을 삭제 조치했다. 대검은 각종 간행물과 유인물, 전화, 인터넷 등으로 마약 판매를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관세청과 협업해 대형 밀수사건 관련 정보 수집기능을 강화하고 마약사범의 강제송환을 위해 국제공조에 주력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미 지난달부터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 특송화물센터를 준공해 국제특송화물검색을 더욱 강화하고 검·경 합동수사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구입 쉬워져

대검은 또 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APICC) 회원국과 공조해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밀수출한 한국 국적 마약사범 6명을 올해 6월까지 강제 송환받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청소년과 단순 투약자들에 대해선 교육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하고 치료 의지가 있는 중독자는 치료 보호나 치료감호 조치를 하는 등 치료와 재활교육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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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