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족 타운’ 한국인 역차별 실태

중국인 밀집지역에 한국인 출입금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서울 속에 작은 중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거주 조선족들이 나날이 늘어가면서 영등포, 금천, 구로구에 자리하고 있는 일명 ‘조선족 특구’가 넓어져 가는 추세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중국의 친·인척들을 불러들이는 조선족의 특성에 지역 거주민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사람이 늘어 상권은 살아나지만 그외의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조선족 특구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남구로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밖을 나서니 붉은 간판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중국어와 한글이 섞여있는 간판이 대부분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중국말와 미묘한 억양의 한국말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스쳐 지나가면 외국어로 착각하고 지나갈 듯한 위화감마저 느껴졌다.

붉은 간판 가득
중국에 간 기분

조선족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연변거리를 방문하기 위해 한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연변거리는 가리봉시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자 그는 아래쪽에 보이는 가리봉시장을 가리키며 “여기도 저기랑 같다”고 답했다.

굳이 구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의 답변이라 남구로역 위쪽으로 나 있는 길가도 마찬가지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걸 보니 인근 거주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제 갈 길을 갔다. 오후 2시가 좀 넘은 시간임에도 식당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보였다.

가리봉시장을 들어서면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혼동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간판은 중국어로 되어있고 좌판에는 월병 등 중국음식을 판다. 심지어 중국가게에는 개구리 뒷다리나 곤계란(부화 직전의 달걀을 삶은 음식) 등 국내에서 찾기 힘든 기호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식당에선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향신료 냄새가 길가로 퍼져 나오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익숙한 듯 편안해 보였다. 한국사회정착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리봉동은 갓 한국으로 온 조선족들이 선호하는 첫 정착지라고 한다. 초기 정착에 필요한 인력 시장이 형성돼 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으며 상대적으로 물가와 주거비 등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이 중국처럼 변한 것은 그만큼 해당 구역에 조선족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소수였던 조선족들이 다수가 되어 그들만의 타운을 형성해 주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지역 거주 한국인보다 조선족들이 많은 경우도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1일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69만명으로 국내 거주 전체 외국인 주민의 40%에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 해마다 조선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불어나는 ‘그들만의 구역’ 매년 팽창세
전용 PC방까지 생겨…연변 현지 방불케

신대방 조선족 특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조선족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여기(신대방)는 이미 다 먹혔고 신대방역이랑 구로디지털단지 사이도 다 이제 조선족이에요. 이젠 난곡사거리 넘어서도 조선족들이 있을 걸요? 그쪽은 아직 가게가 없을 뿐이지 애들(조선족) 많이 살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피해 간다고 이사 했는데 몇 년 새에 또 근처로 올라 왔다”며 매년 넓어지는 조선족 특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조선족들에게 역차별 받는다는 한국인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PC방을 갔더니 중국인 전용이라며 내보낸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문을 받지 않고 일부로 중국어를 사용한다”며 역차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PC방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고자 중국어로 쓰여 있는 PC방을 방문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의 모습은 다른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운터에 ‘한국인도 와서 이용하나’라는 질문을 하니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얻었다. 카운터를 담당하는 사람도 조선족이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어쩌다가 오기는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중국인) PC방이라 프로그램이 달라서 사용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PC방에서 한국인을 받지 않는다는 소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어차피 와도 사용을 못하니 되돌려보낸다”고 답했다.

무서운 거리
점차 슬럼화

어떤 프로그램을 한국인이 사용하지 못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PC에 접속을 해보니 중국 프로그램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PC방을 가는 주 목적인 게임 실행을 할 때 중국 클라이언트로 설치돼 있어 한국 클라이언트를 받아 설치해야 한다는 점 외에는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키보드는 국내와 같은 자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외국인 PC방에서도 한국서 쓰는 키보드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한 매장에선 카운터에 질문을 하던 도중 가까이 있던 고객이 벌떡 일어나 쳐다보는 상황도 있었다. 더 정확한 파악을 위해 다른 특구도 방문하기로 했다.

신대방에 있는 외국인 PC방 매장 주인은 한국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굳이 손님들이 온다면 말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린트 등 문서작업을 하려고 오면 거부하는 편”이라며 '한컴'과 같은 문서 프로그램이 깔려있지 않아 프린트가 용이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잘 안 될게 뻔한데 손님을 받아서 굳이 욕먹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찾아가기 불편한 식당들 빼곡
삥땅·무전취식 등 민심 불안

이번엔 식당의 손님 거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5일, 다시 조선족 특구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폭우가 내리고 있어 사람들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날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가리봉시장, 대림역 8, 12번 출구 앞 장터, 신대방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에 들어가 봤다.

한 식당에서는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했다. 종업원이 한국어를 모르는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 알아듣는 눈치긴 했으나 종업원은 손사래를 치며 모른다는 제스쳐를 취하기만 했다. 근처의 다른 식당도 비슷했다. 어떤 종업원은 이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사장이 아니라서 모른다”며 무작정 대답을 회피했다.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대림에선 다른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고 우리(조선족)랑 안 맞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먹겠다고 왔는데 왜 막겠느냐”고 말했다. 가게 주인은 메뉴판을 가리키며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메뉴판에 한국어를 집어넣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밉보이면 끝”
지역상권 점령

지역 주민들이 느끼기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 거주자를 찾아보았다. 30~40분쯤 돌아다니다 세탁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탁소 주인은 “이 지역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80% 정도가 조선족”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장사는 다 조선족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음식은 물론 옷가게 등 장사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선족들이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냐는 질문에 그는 “여기는 조선족이 많아서 밉보이면 큰일 난다. 근처에 있던 가게는 조선족들한테 밉보인 뒤로 손님이 없어져 문을 닫았다”고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택시정거장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택시기사에게 조선족 손님들은 어떤지 물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손사래를 치며 “걔들(조선족) 갑질이 진짜 심하다. 일단 타고 행선지를 말하는데 모른다면 모른다고 화를 내고 막히면 막힌다고 막 화를 낸다. 한국사람 갑질은 양반”이라고 말했다. 기존 한국인 거주자들이 조선족이 늘어나며 느끼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큰 듯했다.

대림동에 이어 신대방동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조선족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핸드폰으로 중국어 텍스트를 보고 있었고 초등학생으로 짐작되는 아이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쓰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리봉서 대림, 그리고 신대방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조선족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상기됐다. 자연스럽게 지역에 녹아있는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무시당해 되겠습니까”

신대방역서 난곡사거리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식당들은 ‘한국인 손님을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소문과 딴판이었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곳은 몇 곳 없었지만 매장에는 어설프게라도 한국어로 메뉴 이름들이 쓰여 있었다. 종업원에게 ‘한국인 손님이 자주 오냐’는 질문을 하니 가끔 술집에서 술 먹고 온다고 답했다. 종업원은 “(조선족)손님들이 더 많아 한국인 손님들이 오면 불편해서 쳐다보곤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족 식당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을 찾기 위해 인근을 돌아다녔다. 난곡으로 가는 길에는 찾을 수 없어 대림역 방향으로 들어갔다. 몇 명의 한국인들에게 ‘조선족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지만 “전혀 가볼 생각이 없다. 그런 데를 왜 가나”는 대답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한 편의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B씨를 만났다. 신대방에 거주하고 있다는 B씨는 조선족 식당에 가끔씩 친구들과 방문한다고 말했다.

‘가 보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느냐’는 질문에 B씨는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처음엔 중국에 가지 않아도 진짜 중국음식을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B씨도 거북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니다 보니 어느 새 익숙해져 가게 주인과 안면을 트는 사이가 됐다. 지금은 방문하면 가게 주인이 B씨에게 좋아하는 메뉴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럼 어떤 점이 제일 불편하냐’는 질문을 하자 B씨는 “다른 손님들이 오면 좀 묘해요. 주인처럼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고 한 가게서 서로 다른 말 하고 외지인이 된 기분을 느껴요”라는 대답을 했다.

늘어난 조선족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신대방역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일부라곤 하겠지만 민폐를 끼치는 조선족들이 싫다”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줬다. “주방 보조로 쓰면 가끔 삥땅(돈을 빼돌리는 행위)도 치고 손님으로 오면 무전취식 하려고 한다. 무전취식의 경우 돈을 달라고 하니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다 너희 XX들 죽여버린다고 겁박도 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였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었다. 장사는 잘 되는데 수입이 고생하는 것에 비해 없다는 것. 가게주인은 “가격이 좀 세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격도 싸고 양도 많아야 한다. 전에 물가가 올라 1000원을 올렸더니 손님이 뚝 떨어졌었다”며 이 지역에서 장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민폐 끼치는
그들이 싫다”

신대방역은 다른 지역들보다 대로변서 조선족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편이었다. 지나가다 들려오는 중국어와 낯선 억양이 조선족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예쁘게 치장한 아가씨들이나 등가방을 메고 소란스럽게 친구들과 떠드는 아이들이 중국말을 쓸 때면 당혹스럽기도 하다. 중국어로 이야기하다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 한국어로 말을 바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차단기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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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