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족 타운’ 한국인 역차별 실태

중국인 밀집지역에 한국인 출입금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서울 속에 작은 중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거주 조선족들이 나날이 늘어가면서 영등포, 금천, 구로구에 자리하고 있는 일명 ‘조선족 특구’가 넓어져 가는 추세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중국의 친·인척들을 불러들이는 조선족의 특성에 지역 거주민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사람이 늘어 상권은 살아나지만 그외의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조선족 특구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남구로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밖을 나서니 붉은 간판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중국어와 한글이 섞여있는 간판이 대부분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중국말와 미묘한 억양의 한국말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스쳐 지나가면 외국어로 착각하고 지나갈 듯한 위화감마저 느껴졌다.

붉은 간판 가득
중국에 간 기분

조선족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연변거리를 방문하기 위해 한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연변거리는 가리봉시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자 그는 아래쪽에 보이는 가리봉시장을 가리키며 “여기도 저기랑 같다”고 답했다.

굳이 구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의 답변이라 남구로역 위쪽으로 나 있는 길가도 마찬가지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걸 보니 인근 거주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제 갈 길을 갔다. 오후 2시가 좀 넘은 시간임에도 식당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보였다.

가리봉시장을 들어서면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혼동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간판은 중국어로 되어있고 좌판에는 월병 등 중국음식을 판다. 심지어 중국가게에는 개구리 뒷다리나 곤계란(부화 직전의 달걀을 삶은 음식) 등 국내에서 찾기 힘든 기호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식당에선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향신료 냄새가 길가로 퍼져 나오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익숙한 듯 편안해 보였다. 한국사회정착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리봉동은 갓 한국으로 온 조선족들이 선호하는 첫 정착지라고 한다. 초기 정착에 필요한 인력 시장이 형성돼 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으며 상대적으로 물가와 주거비 등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이 중국처럼 변한 것은 그만큼 해당 구역에 조선족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소수였던 조선족들이 다수가 되어 그들만의 타운을 형성해 주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지역 거주 한국인보다 조선족들이 많은 경우도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1일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69만명으로 국내 거주 전체 외국인 주민의 40%에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 해마다 조선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불어나는 ‘그들만의 구역’ 매년 팽창세
전용 PC방까지 생겨…연변 현지 방불케

신대방 조선족 특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조선족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여기(신대방)는 이미 다 먹혔고 신대방역이랑 구로디지털단지 사이도 다 이제 조선족이에요. 이젠 난곡사거리 넘어서도 조선족들이 있을 걸요? 그쪽은 아직 가게가 없을 뿐이지 애들(조선족) 많이 살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피해 간다고 이사 했는데 몇 년 새에 또 근처로 올라 왔다”며 매년 넓어지는 조선족 특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조선족들에게 역차별 받는다는 한국인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PC방을 갔더니 중국인 전용이라며 내보낸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문을 받지 않고 일부로 중국어를 사용한다”며 역차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PC방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고자 중국어로 쓰여 있는 PC방을 방문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의 모습은 다른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운터에 ‘한국인도 와서 이용하나’라는 질문을 하니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얻었다. 카운터를 담당하는 사람도 조선족이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어쩌다가 오기는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중국인) PC방이라 프로그램이 달라서 사용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PC방에서 한국인을 받지 않는다는 소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어차피 와도 사용을 못하니 되돌려보낸다”고 답했다.

무서운 거리
점차 슬럼화

어떤 프로그램을 한국인이 사용하지 못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PC에 접속을 해보니 중국 프로그램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PC방을 가는 주 목적인 게임 실행을 할 때 중국 클라이언트로 설치돼 있어 한국 클라이언트를 받아 설치해야 한다는 점 외에는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키보드는 국내와 같은 자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외국인 PC방에서도 한국서 쓰는 키보드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한 매장에선 카운터에 질문을 하던 도중 가까이 있던 고객이 벌떡 일어나 쳐다보는 상황도 있었다. 더 정확한 파악을 위해 다른 특구도 방문하기로 했다.

신대방에 있는 외국인 PC방 매장 주인은 한국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굳이 손님들이 온다면 말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린트 등 문서작업을 하려고 오면 거부하는 편”이라며 '한컴'과 같은 문서 프로그램이 깔려있지 않아 프린트가 용이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잘 안 될게 뻔한데 손님을 받아서 굳이 욕먹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찾아가기 불편한 식당들 빼곡
삥땅·무전취식 등 민심 불안

이번엔 식당의 손님 거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5일, 다시 조선족 특구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폭우가 내리고 있어 사람들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날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가리봉시장, 대림역 8, 12번 출구 앞 장터, 신대방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에 들어가 봤다.

한 식당에서는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했다. 종업원이 한국어를 모르는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 알아듣는 눈치긴 했으나 종업원은 손사래를 치며 모른다는 제스쳐를 취하기만 했다. 근처의 다른 식당도 비슷했다. 어떤 종업원은 이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사장이 아니라서 모른다”며 무작정 대답을 회피했다.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대림에선 다른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고 우리(조선족)랑 안 맞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먹겠다고 왔는데 왜 막겠느냐”고 말했다. 가게 주인은 메뉴판을 가리키며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메뉴판에 한국어를 집어넣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밉보이면 끝”
지역상권 점령

지역 주민들이 느끼기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 거주자를 찾아보았다. 30~40분쯤 돌아다니다 세탁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탁소 주인은 “이 지역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80% 정도가 조선족”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장사는 다 조선족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음식은 물론 옷가게 등 장사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선족들이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냐는 질문에 그는 “여기는 조선족이 많아서 밉보이면 큰일 난다. 근처에 있던 가게는 조선족들한테 밉보인 뒤로 손님이 없어져 문을 닫았다”고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택시정거장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택시기사에게 조선족 손님들은 어떤지 물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손사래를 치며 “걔들(조선족) 갑질이 진짜 심하다. 일단 타고 행선지를 말하는데 모른다면 모른다고 화를 내고 막히면 막힌다고 막 화를 낸다. 한국사람 갑질은 양반”이라고 말했다. 기존 한국인 거주자들이 조선족이 늘어나며 느끼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큰 듯했다.

대림동에 이어 신대방동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조선족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핸드폰으로 중국어 텍스트를 보고 있었고 초등학생으로 짐작되는 아이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쓰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리봉서 대림, 그리고 신대방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조선족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상기됐다. 자연스럽게 지역에 녹아있는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무시당해 되겠습니까”

신대방역서 난곡사거리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식당들은 ‘한국인 손님을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소문과 딴판이었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곳은 몇 곳 없었지만 매장에는 어설프게라도 한국어로 메뉴 이름들이 쓰여 있었다. 종업원에게 ‘한국인 손님이 자주 오냐’는 질문을 하니 가끔 술집에서 술 먹고 온다고 답했다. 종업원은 “(조선족)손님들이 더 많아 한국인 손님들이 오면 불편해서 쳐다보곤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족 식당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을 찾기 위해 인근을 돌아다녔다. 난곡으로 가는 길에는 찾을 수 없어 대림역 방향으로 들어갔다. 몇 명의 한국인들에게 ‘조선족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지만 “전혀 가볼 생각이 없다. 그런 데를 왜 가나”는 대답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한 편의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B씨를 만났다. 신대방에 거주하고 있다는 B씨는 조선족 식당에 가끔씩 친구들과 방문한다고 말했다.

‘가 보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느냐’는 질문에 B씨는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처음엔 중국에 가지 않아도 진짜 중국음식을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B씨도 거북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니다 보니 어느 새 익숙해져 가게 주인과 안면을 트는 사이가 됐다. 지금은 방문하면 가게 주인이 B씨에게 좋아하는 메뉴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럼 어떤 점이 제일 불편하냐’는 질문을 하자 B씨는 “다른 손님들이 오면 좀 묘해요. 주인처럼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고 한 가게서 서로 다른 말 하고 외지인이 된 기분을 느껴요”라는 대답을 했다.

늘어난 조선족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신대방역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일부라곤 하겠지만 민폐를 끼치는 조선족들이 싫다”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줬다. “주방 보조로 쓰면 가끔 삥땅(돈을 빼돌리는 행위)도 치고 손님으로 오면 무전취식 하려고 한다. 무전취식의 경우 돈을 달라고 하니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다 너희 XX들 죽여버린다고 겁박도 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였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었다. 장사는 잘 되는데 수입이 고생하는 것에 비해 없다는 것. 가게주인은 “가격이 좀 세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격도 싸고 양도 많아야 한다. 전에 물가가 올라 1000원을 올렸더니 손님이 뚝 떨어졌었다”며 이 지역에서 장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민폐 끼치는
그들이 싫다”

신대방역은 다른 지역들보다 대로변서 조선족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편이었다. 지나가다 들려오는 중국어와 낯선 억양이 조선족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예쁘게 치장한 아가씨들이나 등가방을 메고 소란스럽게 친구들과 떠드는 아이들이 중국말을 쓸 때면 당혹스럽기도 하다. 중국어로 이야기하다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 한국어로 말을 바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차단기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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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