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손학규 정면충돌 시나리오

전대 끝나고 큰 싸움 벌어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거대 잠룡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이 장외서 대권 민심 다지기에 한창이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까지 손 전 고문 영입전에 뛰어든 가운데 오는 8·27전대를 마치고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이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나란히 호남을 방문해 호남 민심 회복 경쟁에 돌입했다. 문 전 대표는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어록 가운데 ‘야권대통합으로 민주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정권교체를 해 달라’는 말을 인용해 “내년 대선서 대통령님의 유지를 잇겠다”고 약속했다.

둘 다 모두
“새판 짜겠다”

같은 자리서 손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은 5번의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되면서 인동초정신을 보여주셨다”면서 “우리도 이 위기를 김대중 정신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두 명 모두 DJ를 거론하면서 호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언론에 비치는 모습이 아주 좋다. 빨리 돌아오셔서 힘을 주셔야죠”라고 말하자 손 전 고문은 대답 없이 웃기만 한 것으로 알려진다.

네팔서 귀국한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입김을 불어넣을 경우 자칫 더민주가 친문패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동안 여의도와 거리두기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복귀시점은 오는 27일 더민주 전대가 끝난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지난 5월, 손 전 고문은 “정치의 새판을 짜겠다”고 밝혀 공식적으로 정계복귀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 모임에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계복귀 선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손 전 고문의 현재 당적은 더민주지만 그는 정계복귀 장소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물론이고 국민의당을 비롯한 새누리까지 손 전 고문에 대한 영입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새판짜기를 강조해온 손 전 고문이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정계복귀는 더민주, 국민의당 두 당 중 한 당일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더민주는 실질적으로 대주주라고 불리는 문 전 대표가 버티고 있고, 국민의당에는 안 전 공동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몸을 풀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두 대선후보와의 한판승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관심이 쏟아졌다.
 

박 시장은 휴가 중이던 지난 16일, 손 전 고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군 백련사 인근 토담집을 찾아 손 전 고문과 대화를 나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배석자 없이 둘이 안부와 덕담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고,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심각한 청년실업, 어려운 서민경제 등 우리 사회의 위기가 주로 화제였다”고 전했다.

문-손 나란히 호남행…장외 민심잡기 올인
“빨리 돌아오시죠” 세 결집 후 한판 승부

일각에선 둘의 만남을 두고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독주하는 상황에서 비주류 후보 간 연대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내 비주류 잠룡으로 인식되는 인사를 접하면서 외연확대에 나서는 동안 문 전 대표는 야권단일화에 초점을 맞췄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국립현충원 현충관서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나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단일화 발언을 두고 안 전 대표는 “지금 국가가 큰 위기상황인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며 “많은 어려움이 우리 앞에 직면에 있지만 김 대통령이 남긴 말과 원칙들을 명심해서 이런 위기와 난국을 꼭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발언만 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손 전 고문의 합류에는 반색하는 입장이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외연확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대선 경선서 손 전 고문을 누를 경우 지지율 상승과 전국적 확장성을 갖는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를 향해 "당에 들어오면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박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 한 사람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우리가 문지방을 확 내려버려야 한다. 그분들이 당에 들어와 대선 경선 틀과 룰을 직접 만들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세론
손학규가 막는다?

다만 여기서 손 전 고문의 고민이 깊어진다. 손 전 고문이 박 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해 국민의당을 선택할 경우 대선 경선 틀과 룰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안철수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 전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경선 승리조차 장담키 어렵다.
 

설사 안 전 대표를 이기고 국민의당 단독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문 전 대표와의 한판 승부도 불가피하다. 지속적으로 야권 '단독후보론'을 내세우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말대로 내년 대선에서 10년 만에 야권이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야권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이 아닌 더민주를 택하게 된다면 문 전 대표와의 대결은 더민주 내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박 시장을 만나는 등 비주류 외연확장에 나선 점을 볼 때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내에서 세 결집을 통한 한판승부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는 27일 열리는 더민주 전대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당초 더민주를 장악한 주류계에 의해 더민주에서 이종걸 당 대표 후보가 컷오프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이 후보는 컷오프서 살아남았다.

“문과 끝판승부 벌인다”
손, 전대 후 진입 가능성

이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손학규계라고 불리는 분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면서도 “손학규 의원을 따르는 분들이 저를 지지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일부 당원에게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손 전 고문을 모셔오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후보는 손학규계의 측면 지원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예비경선 결과를 놓고 보면 손학규계의 결집력이 친문(친 문재인)계에 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후보와 문 전 대표 모두 손 전 고문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둘의 속셈은 엇갈린다. 이 후보는 손 전 고문을 영입해 비주류와 주류를 아우르는 대선후보로 내세우려고 하는 반면, 문 전 대표는 본인의 러닝메이트 혹은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세우려 하는 모습이다. 주류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추미애 의원은 “1등 후보를 지키겠다”고 말해 노골적으로 친문계의 지지를 호소함과 동시에 문 전 대표 띄우기에 나섰다.

이처럼 8·27 전대가 주류 대 비주류의 양상으로 접어든 가운데 누가 당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손 전 고문이 더민주에 조기 합류해 대선 경선을 치르는 그림도 그려진다.
 


이 후보가 당권을 잡는다는 것은 당원 민심이 비주류를 향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손 전 고문에게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후보는 대선 경선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와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 전 대표 대세론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손학규-잠룡 연대
문재인 무너뜨리기

반면 추 의원이 당선된다면 더민주는 본격적으로 문 전 대표 띄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선의 룰과 틀 자체도 문 전 대표 중심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손 전 고문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문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전대 결과에 따라 손 전 고문이 더민주서 본격 등판할지 아니면 제3지대를 구축할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에는 손 전 고문을 제외하고도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잠룡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내 잠룡들과 연대해 세를 규합한 다음 문 전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 ‘문재인 제동’ 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퇴임 인터뷰에서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권후보는 문재인)하고 집권과는 별개의 사항”이라며 “착각하면 큰일난다”고 일갈했다.

김 대표는 “자기들이 막강한 패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대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것과 내년 대선 결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걸 인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전 대표가 주장한 ‘화합’과 ‘외연확장’에 대해 말만 가지고 화합과 외연은 힘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 대선 레이스에 대해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누구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선 밋밋하고 맥빠져서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계 복귀 여부로 관심을 모으는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해서 “더민주라는 협소한 공간만 생각할 게 아니라 외곽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