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한국 엘리트학교야구의 지양점

지난 7월 서울과 경기도의 야구부가 있는 초중고 각급 학교로 관할 교육청의 공문이 송부됐다. 제목이 '학교 운동부의 교육적 운영을 위한 관리 철저'라고 돼있는 이 공문은 학교 운동부의 운영에 대한 법령 준수와, 전·입학 시 해당 선수의 거주 확인,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인권보호, 운동부 활동경비 내역의 학교회계 편입과 공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고지가 되었는데, 이를 받아 본 일선 지도자들 사이에 많은 반향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운동부 활동비의 회계내역 공개와 학교 경비 포함과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정규수업 이수, 그리고 인권 보장에 관해서는 이미 모든 학교의 운동부, 특히 야구부들이 근래 들어 철저하게 시행 중이기에 별 다른 이견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의 항목은 바로 '전·입학 시의 해당 선수의 거주 확인'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에 따라 현재 초중고 야구부에 소속돼 있는 선수의 실제 거주지가 해당 학교의 학군서 벗어나 있으면, 그 해당 선수는 거주 지역의 학교로 전학하라는 조치가 소속 학교장의 지시로 실행되고 있으며, 이에 해당 선수들의 학부모와 지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야구라는 종목에 한해 현재 프로야구계를 제외한 우리나라 아마추어 야구계의 활동 범주는 크게 유소년야구와 학교 엘리트야구부의 두 분야에서 각 연령대의 선수들이 야구를 배우고, 즐기며, 일정 연령대가 되면 자신의 진로를 전문적인 선수로 목표해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을 통하여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소속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연령대인 만 13세 이하의 유소년들은, 초등학교 야구부나 한국리틀야구연맹 소속의 리틀야구클럽,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 소속의 유소년야구클럽 등에 가입해 야구를 접하며 스포츠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예전에는 야구를 하고 싶은 유소년 연령대의 학생들은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 등을 통하여 야구를 접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한때는 서울지역에만 50개 가까운 초등학교들이 야구부를 운영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야구 금메달과 2009년 WBC의 준우승등 한국야구의 위상이 높아져가던 시기에 당시만 해도 20여개에 불과하던 리틀야구클럽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며 양적인 팽창을 가져왔고, 오랜 침체기를 겪던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의 유소년야구클럽도 새로운 집행부의 등장과 함께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 한국 유소년야구의 젖줄이 돼왔던 초등학교 야구부들은 추세와 정반대로 침체되기 시작해 많은 팀들이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되었으며, 2016년 현재 150여개가 넘는 리틀야구클럽과 30여개가 넘는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의 유소년야구클럽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서울지역의 초등학교는 단 24개 팀들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유소년야구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시기에 초등학교 야구부들이 수적인 감소와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자식을 가진 부모들 의식의 변화와 초등학교 야구부를 대체하며 각 지역 등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유소년야구클럽들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야구부에 가입하는 것이 곧 학업과의 단절을 의미했고, 또한 전학 등의 번거로운 행정 절차가 필요했으며, 이는 곧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미래의 불안과 자식이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걱정을 낳게 했지만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자식들을 위해 초등학교 야구부에 가입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거주지 가까운 곳에 취미반과 선수 전문반을 함께 운영하는 유소년야구클럽의 등장은 이러한 부모들과 선수들의 불안을 많이 덜어주었고, 이러한 환경과 의식의 변화는 우리나라 유소년야구의 전체적인 추세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가입과 탈퇴, 그리고 취미활동과 전문선수로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유소년야구클럽의 경쟁력이 야구교육의 전문성과 차별성이라는 주제와는 별도로 초등학교 야구부가 누려왔던 일종의 독점력을 깨뜨리고 시장을 확실하게 잠식한 것이다.

물론 근래 들어 일부의 초등학교 야구부들도 방과 후의 야구 취미반 운영이나, 학업을 끝마친 후 훈련을 시작하는 등의 팀 운영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인식된 보편적인 이미지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경제논리로 인하여 침체를 확실하게 피해갈 방법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 유형의 유소년 야구활동을 통하여 야구를 접하고 즐기게 된 선수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데, 그 어떤 선수가 초등학교 야구부나, 리틀야구클럽, 그리고 포니연맹의 유소년야구클럽서 야구를 했던 간에, 만 13세 이상이 되면 모두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여 선수활동을 이어가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한국리틀야구연맹 소속의 리틀야구팀들은 ‘주니어팀’이라는 만 15세 이하의 중학교 선수들을 위한 팀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 소속의 유소년야구클럽팀들은 세계포니야구연맹의 규정대로 만 3∼4세부터 21세까지 2살 터울로 대회에 출전하는 청소년과 성인팀들을 운영하고 있으나, 국내 야구장 확보의 어려움과 빈약한 인프라로 인해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중학교부터는 야구선수로 자신들 미래의 진로를 정한 선수들의 요구를 전부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기에 초등학교 연령대의 유소년야구 추세와는 달리 중학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럽팀들은 선수와 학부모 모두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야구라는 종목에 국한될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중학교 진학의 연령대가 되는 만 13세의 나이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보편적으로 전문화된 기술의 습득과 이에 관한 훈련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시기다. 야구는 물론 축구와 같이 세계적인 스포츠 종목서도 이 시기에 국제대회나 세계대회 개최가 시작되며, 축구의 경우 이 연령대에서 프로축구단이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유스팀들이 존재한다.

전공은 차치하고 바로 이 시기에 학업을 통한 진로를 결정해 성인으로 접어들 무렵 직업적인 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전문적인 운동선수로 진로를 잡고 발전할 것인가를 결정할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운동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의 진로설정에 있어 교육적으로 뒷받침돼주는 구조가 참으로 빈약하다.

2016년 현재 서울지역에는 23개 중학교에 야구부가 있고, 이들 23개 팀들이 초등학교 야구부와 리틀야구클럽, 그리고 각종의 유소년야구클럽 등에서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야구를 하고자 하는 선수들을 수급 받아 야구부를 운영 중이며, 이러한 선수들 대부분이 다시 16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지역의 고등학교 야구팀으로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서울지역으로만 국한된 야구팀들의 수치며,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유소년야구클럽과 그 팀들에 소속된 야구선수들은 제외된 내용이다. 

어떤 유소년 야구선수가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야구선수를 하고 싶어서 실제 거주지 근처에서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중학교를 찾아 봤으나 자신의 거주지 학군 내에서는 마땅한 야구부의 중학교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특정한 야구부의 지도자가 그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 자신의 지도 하에서 야구를 가르치고 싶을 때, 해당 선수는 그러한 팀의 지역으로 거주지등록을 하여 진학하거나, 전학을 통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교의 야구부에 가입한다. 그것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상급 학교로의 진학과 야구부 가입의 보편적인 형태였다.

실제 거주지 이외의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위장으로 거주지를 전입하는 것은 물론 탈법이고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행정은 이러한 잘못된 형태를 바로잡기에 앞서 해당 학생선수에게 대안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대안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없이 잘못된 관행과 행태만을 바로잡기 위해 현실을 도외시 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학생 선수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진로 선택의 자유, 그에 관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은 어떠한 형태로 그리고 누구에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2016년 현재 교육행정의 변화와 그 현실의 괴리 한 가운데서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지도자들과 선수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안타까움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하루 빨리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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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