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터는 검찰 딜레마

‘제자리 맴맴’ 이러다 또 흐지부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오랫동안 내사했다. 속전속결로 끝내겠다.”

검찰이 대대적인 롯데그룹 압수수색을 벌인 직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을 겨냥한 수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한 지 두 달이 된 지금. 롯데그룹의 수사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대략적으로 대기업 수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검찰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수사 물망에 오른 대기업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다. 이를 내사(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몰래 조사)라고 한다. 이후 내사를 토대로 혐의 입증에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수사시기를 조율한다.

자신하더니…
소문난 잔치?

지금까지 이런 메카니즘을 통해 대기업 수사가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진행된 대기업 수사의 칼끝은 대부분 총수들을 향한다. 지금까지 이런 칼끝을 비껴간 대기업 총수들은 거의 없다.

롯데그룹 수사 역시도 검찰의 통상적인 수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비자금 사건을 내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 롯데그룹 6개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서울중앙지검 전체 인력(600여명)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했으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과 사무실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 방위사업수사부 등 3개 부서의 검사 20명가량이 수사에 투입됐다. 최근 몇 년 새 보기 드문 대규모 수사팀이었다.

법조계서는 오랜 시간 롯데 비자금 사건을 내사해 온 만큼 수사 속도가 늦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검찰의 롯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등 수사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롯데 일가를 '정조준'하기 위한 핵심인물 구속과 진술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검찰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박사랑 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건설 상무 박모씨와 상무보 최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의한 주요범죄혐의 소명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주거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롯데건설을 통해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공사대금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2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박씨 등을 구속한 뒤 자금 사용처와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맴도는 수사 뚜렷한 성과 없어
오너 주변인들만 툭툭…헛발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강 대표에게 방송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검찰이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청구한 강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성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강 대표가 작년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일부 허위사실이 기재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재승인 허가를 취득한 혐의(방송법 위반)가 있다고 봤다.

임직원 급여를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받거나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등으로 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영장 범죄사실에 담겼다.

강 대표는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검찰의 압수수색을 전후로 주요자료를 파기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재승인 로비 목적에 사용한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숨은 키맨들
해외 추적 관건

이처럼 검찰의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서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전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초강수를 둘만큼 고강도 수사를 진행해왔던 검찰이 잇따른 제동으로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그래서 그럴까. 검찰은 아직도 신 회장에 대한 이렇다할 혐의를 찾지 못한 채 주변만 맴돌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애꿎은 롯데가 여인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데 이어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하면서 롯데가 여인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검찰은 신 이사장을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롯데가 중 첫 번째 기소자다. 하지만 당초 법조계에서 예상했던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한 추가 단서는 사실상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혐의로 신 이사장을 지난달 26일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신 이사장의 배임수재 액수인 35억원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본인 소유의 아파트, 토지를 대상으로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총 35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 내 초밥 매장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 A사 측으로부터 14억7000만원을 수수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전국 롯데백화점에 19개 매장을 냈고, 신 이사장은 4개 매장의 수익금 일부를 매달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


면세점과 관련해선 브로커 한모(구속 기소)씨를 통해 정운호(구속 기소)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에게서 “매장 위치를 목 좋은 곳으로 바꿔주면 매출액의 3%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2013∼2014년 6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다 한씨와의 사이가 틀어지자 2014년 9월부터는 자신이 실제 운영하는 유통업체 B사를 통해 8억4000만원을 수수했다.

비자금서 탈세로
혐의점 못 잡아

신 이사장은 다른 화장품 업체에서도 입점을 대가로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5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의 대모’로 불리던 그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경영에 참여한 것 외에 아들 명의로 B사 외에 인쇄업체 U사, 부동산 투자업체 J사를 세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했다.

이를 이용해 2006년 1월∼2011년 12월 B사와 U사에서 이사나 감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로는 일하지 않는 딸 3명에게 급여 명목으로 총 35억6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U사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롯데그룹 계열사 인쇄물 물량을 독점하지 못하게 되고, 딸들의 고액 급여가 문제가 돼 사임한 뒤에는 임직원을 허위 등재한 뒤 급여를 빼쓰는 수법이 동원됐다. 이 같은 유령 급여를 계좌로 입금해 자녀들이 생활비 등으로 빼서 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이사장은 지난 7일 구속된 이후 혐의사실을 줄곧 부인하는 등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그룹 신 총괄회장이 2010년 이전에 셋째 부인 서미경씨 모녀에게 증여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차명으로 관리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증여한 롯데홀딩스 주식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페이퍼컴퍼니 ‘경유물산’ 명의로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검찰은 경유물산이 서미경씨의 이름 ‘경’과 딸 신유미씨의 이름 ‘유’를 따서 급조한 페이퍼컴퍼니라는 롯데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여론도 안 좋은데…역풍 맞을라
검찰 내부 흉흉한 분위기 감지

검찰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증여 과정에서의 6000억원대 탈세 혐의와 관련해 다음주 중 서씨를 소환 조사키로 하고 변호인과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받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증여세를 탈루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도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초점이 비자금 조성에서 탈세 혐의로 바뀌며서 신 회장은 수사 대상에서 빠지고,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과 상관없는 비핵심 인사들만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자 검찰은 현재 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는 신 회장도 수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 회장이 이번 탈세혐의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신 회장의 혐의를 구체화 하지 않고, ‘가족문제 인데 무관할 수 있겠냐’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당장 신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탈세 혐의와 관련한 인물들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신 총괄회장은 95세 고령인데다가 정신 건강 논란도 겪고 있어 검찰이 그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서씨도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신동빈까지…
아직 멀었다

검찰은 2개월째 롯데그룹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계열사 탈세 혐의 일부를 밝혀냈을 뿐,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 들어 KT, KT&G, 농협, 포스코 등을 수사했지만 회장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며 “이번 롯데 수사도 신 회장을 구속하지 못하면 그 동안의 전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롯데 수사 하이라이트 신격호 여인들 나타날까

6000억대 탈세 혐의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세 번째 아내인 서미경씨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신 총괄회장과 서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씨가 검찰에 출석하게 되면 1981년 연예계 은퇴 이후 35년 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신 총괄회장은 젊은 시절 감수성이 풍부했던 문학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문학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74년에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감명 받았고 작품의 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의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롯데(lotte)로 지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의 ‘샤롯데’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을 갖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씨는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출신이다. 10세이던 1969년 영화 <피도 눈물로 없다>에 출연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1973년 <방년 18세>, 1974년 <청춘 불시착>, 1975년 <졸업시험>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77년 제1회 미스롯데에 뽑혔고,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의 광고 카피를 히트시킨 주인공이 됐고, 당대 최고 스타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1979년 <선데이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마음껏 잠 좀 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6000억대 탈세 혐의로 수사
서미경·신유미 소환 임박?

서씨는 1981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유학을 떠나 공부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씨는 이후 세간의 이목에서 사라졌고, 1983년 신 총괄회장 사이에서 딸 신유미씨를 낳았다. 신유미씨는 1988년 호적에 올라 롯데가에 합류했고, 신 총괄회장은 환갑 넘어 얻은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서씨 모녀가 부동산과 주식 등 1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강남구 삼성동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유기타워,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지하 5층·지상 6층 규모 유니플렉스 공연장,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5층짜리 빌딩 등 알짜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다.

서씨는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만 0.1%를 갖고 있어 신 총괄회장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보다 많다. 현재 롯데호텔 고문인 신유미씨는 롯데쇼핑 지분 0.9%, 코리아세븐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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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