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노출 계약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남녀 주인공의 러브신.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의 전체 내용보다 여배우들의 노출 수위에 더 관심이 쏟아지기도 한다. 과연 관객들이 본 베드신은 어떤 계약과 협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일까. 이럴 경우에 대비한 것이 노출에 관한 특별 계약이다. 개런티나 배역, 촬영기간과 장소 등을 규정한 게 일반계약이라면, 노출 관련 계약은 특히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다.

뜨거운 베드신 “이미 계약서에 명기했다고요”

손예진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손예진은 극중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몸에 꼭 맞는 상의를 입고, 알몸 상태로 우의를 걸치고 활보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손예진의 은근한 노출 장면은 <아내가 결혼했다>의 예고편에도 고스란히 삽입돼 뭇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터라 노출 수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베드신 노출 수위 농밀한 경우
‘가슴’ ‘엉덩이’ 등 상세히 문서화
이에 대해 <아내가 결혼했다>의 홍보 관계자는 “시각적인 노출보다는 노골적인 대화와 아내가 2번 결혼한다는 설정이 파격적인 영화다. 노출의 수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손예진은 모든 장면을 직접 촬영하며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영화 <타짜>는 글래머 스타 김혜수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상태로 고니(조승우)와 나누는 심드렁한 침대 위 대화 신은 지켜보는 관객들의 숨을 멎게 할 만큼 뜨거웠다.
이 장면은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부분이다. 당연히 노출 수위에 대한 사전 협의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독과 김혜수·조승우 사이에 이 같은 베드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즉석에서 <타짜> 속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이 베드신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섹시 코미디 영화 <색즉시공2>의 이화선은 제작사인 두사부필름 측과 노출 수위에 관해 비교적 꼼꼼히 계약한 케이스. <색즉시공2>가 코미디 장르지만 과감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선 측은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놓고 감독, 제작사 측과 긴밀하게 협의했다. 계약서 상에는 ‘몸의 뒷면 혹은 등부분을 드러내는 정도’로 정리를 했다. 하지만 ‘현장의 느낌을 따른다’는 조건을 달았다.
여기엔 무엇보다 제작사와 감독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이화선은 촬영 현장에서 화끈하고 자신감 있는 연기로 주목을 받았고 임창정·최성국 등 남자 주연배우들도 일제히 그의 베드신을 높이 평가했다.
‘바비 인형’ 한채영도 결혼 직전에 선보인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그는 상대역인 박용우와 위험한 사랑을 연기했다. 특정부위가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육감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때는 베드신 계약이 따로 있지 않았다. 시나리오엔 스크린의 묘사를 밑도는 수준으로 나와 있어 굳이 노출 수위를 협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따라서 베드신은 역시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의 협의 하에 진행됐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베드신에 대한 노출 수위를 계약서에 삽입하는 것은 상황별로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협의를 거치지만 베드신이 농밀한 경우엔, 이를 ‘가슴’ ‘등’ ‘엉덩이’ 등으로 상세히 문서화시키기도 한다.
또는 ‘노출 신은 감독과 배우의 상호 협의 하에 수위를 조절토록 한다’는 문구 정도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가끔 있으며, 이럴 땐 한쪽이 양보하거나, 대역을 쓰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케이블 드라마 가세하면서 노출이
캐스팅 계약의 중요 항목으로 떠올라
과거 드라마에서 노출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나 표현 수위를 한층 높인 케이블 드라마들이 가세하면서 노출이 캐스팅 계약의 중요한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 등장한 tvN의 심야드라마 <화>와 OCN의 19세 시청가 드라마 <동상이몽>등이 그 시초가 됐다.
케이블채널 OCN에서 방송한 에로틱 스릴러 <이브의 유혹>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4부작으로 각 편마다 다른 배우와 감독을 썼고, 제작사와 배우 측은 서로에게 특이한 노출 계약을 요구했다. 신소미·윤미경·진서연·서영 등이 이 계약에 동의했다.
<이브의 유혹>을 제작한 화인웍스와 배우들이 맺은 계약서 중 노출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노출 부분과 노출 수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제작사와 배우와 매니지먼트가 협의하되 헤어 노출을 제외한 전신 노출에 대해 배우와 매니지먼트는 동의한다. 만약 배우와 매니지먼트가 이 역할을 수행하지 않거나 본건 촬영상의 문제를 야기시킬 경우 그에 따른 책임과 손해를 제작사에게 배상해야 한다.’
화인웍스의 한 관계자는 “출연하기로 결정하면 어떤 노출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계약서의 골자다. ‘전신 노출’은 촬영장에서 노출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강력하게 명시했다. 이 드라마는 극장용 드라마로 영화 스태프가 붙었고, 영화적 퀄리티를 내야 한다. 하루 60~70컷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노출 문제로 힘을 뺄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노출 계약의 이유를 밝혔다.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직접 촬영하며 아슬아슬한 모습 보여
‘타짜’ 김혜수…시나리오에 없던 노출신 현장에서 과감하게 삽입
‘색즉시공2’ 이화선…계약서에 노출 부위까지 꼼꼼히 적어
‘이브의 유혹’ 제작사와 배우…서로 특이한 노출 계약 요구

실제로 노출 부분 때문에 캐스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윤지민을 여배우 캐스팅 1순위로 생각했으나 노출이 어려울 것 같다는 배우 측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도 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배우 측도 제작사에 노출 계약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배우 쪽에서는 노출 장면들을 포스터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예외로 하고 노출 모음 등의 클립을 만들어 홍보할 수 없으며 수익을 창출해서도 안 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그밖의 19세 등급 케이블 드라마에서도 노출 계약은 필수적이다.
한 관계자는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서 노출 수위를 정한다. 일단 ‘가슴 노출 가능’ ‘전신 노출 가능’ ‘전신 노출일 경우에는 앞모습인지 뒷모습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노출을 한다. 또 ‘공사를 하는지, 완전히 벗는지, 속옷을 입을 수 있는지’도 부분적으로 합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노출을 더 꺼린다. 요즘은 극장용 드라마가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 드라마와 달리 공중파 드라마는 특별한 노출 계약은 없다. 가족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 방송되는 만큼 수위조절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샤워신 정도가 최고 수위다. 대부분 샤워신은 극 초반에 방송된다. 초반 시청자를 잡기 위한 미끼로 쓰는 전략이다. 여배우들은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샤워신 정도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차예련은 최근 종영한 SBS <워킹맘>에서 샤워 장면을 선보여 섹시한 모습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방송에서 공개된 샤워 장면은 지난 7월 말 양평의 한 펜션에서 촬영됐다. 당시 차예련은 오종록 감독과 포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내 상반신은 누드로, 하반신은 짧은 팬츠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공중파 특별한 노출 계약 없어
가족이 보는만큼 샤워신이 최고
차예련의 뒷태와 더불어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장면, 이어 머리에 물 맞는 장면, 다리에 물 튀는 장면들을 나눠서 촬영했다. 여기서 제작진은 방송에 나갈 장면들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다가 결국 하이라이트는 ‘등이 보이는 여배우의 뒷태’라고 판단해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을 본 차예련은 “촬영 할 때는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직접 드라마를 보니 생각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든다”며 “친구들도 드라마를 보고는 잘 봤다고 연락해 오더라”면서 흡족해했다.
샤워신은 현장에서 급조(?)되는 경우도 많다.
윤소이는 지난 2006년 방송된 KBS 2TV <굿바이 솔로>의 한 장면인 샤워신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몸매를 보기 위해 몰려든 40명의 스태프 때문에 난감해 했다.
경기 수원의 KBS 드라마제작센터에서 진행된 이 촬영은 윤소이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연출했다. 당초 이 샤워신은 물소리만 들리는 것으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윤소이가 서서 머리를 감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어 부득이하게 전신 실루엣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됐다.
윤소이는 당초 예정에 없던 일이어서 부랴부랴 살색의 상의와 타이즈를 구해 입고 촬영에 나섰다. 그런데 샤워신을 찍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좁은 욕실 세트장에 40여 명의 드라마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윤소이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샤워신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에 작은 사은품을 끼워주는 것처럼 드라마 시청자를 유혹한다. 샤워신은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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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