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모르는…’ 충격의 조폭 동향

“총 없으면 형님 대접 못받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폭들의 싸움을 떠올려보자. 주먹 대 주먹으로 펼치는 화끈한 일대일 싸움과 회칼을 들고 뒤엉켜 싸우는 조폭 무리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먹과 칼의 시대는 한물간 지 오래. 이제는 총 든 조폭들의 시대가 찾아왔다.

지난 19일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인터폴 수배로 국내에 은신하던 재일교포 야쿠자 중간보스 김모(44)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중국산 필로폰 약 1㎏(시가 31억8000만원, 3만1800명 투약분)을 밀반입한 뒤 다시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수사대에게 꼬리를 잡혔다.

야쿠자 중간보스
소지한 채 체포

놀라운 점은 김씨가 검거 당시 실탄 8발이 장전된 러시아제 TT-33 권총 1정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여차하면 목숨을 끊을 요량으로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세관 통관에 구멍이 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공항과 항만 등을 통한 총기류 밀반입 시도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전국 공항과 항만, 국제우편물 등을 통해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된 (모의)총기류는 2013년 103건 140정, 2014년 124건 170정, 2015년 128건 180정이다.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적발한 총기류를 반입경로별로 보면 여행자 휴대품이 99정으로 가장 많았고 수입화물이 24정으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 선원 휴대품 21정, 특송화물 19정, 국제우편물 17정 순이었다. 김씨의 러시아제 권총 TT-33은 지난해 9월 공범인 한국인 B(54)씨가 일본에서 김씨 지인에게 받아 부산항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은 세관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으며 B씨는 권총과 실탄 10여 발을 되찾아 김씨에게 전달했다.


1990년대에 대량으로 생산된 이 러시아제 권총은 유효 사거리가 35m로 사람을 즉시 살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이 국내에서 총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지만 인명 살상용 무기가 부산항을 거쳐 국내에 버젓이 반입됐다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여객화물선으로 수입하는 기계류 화물에 숨겨 총을 밀반입했다는 것이 김씨의 진술이다. 그러나 부산본부세관은 이 권총 등이 실제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도 B씨가 일본으로 달아난 상황이라 정확한 반입경로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경찰이 처음으로 외국 조직폭력배에게서 권총을 압수한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방 세력도…실탄 장전한 총기류 무장
부산 거점 러시아 마피아 밀거래 소문

1998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불법 총기 밀매조직을 적발한 일이 있었다. 당시 청주의 한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이 이 밀매조직에 총기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개조한 일제 소총 등을 폭력조직에 팔아넘긴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보다 가까운 2014년 10월 광주에서는 권총과 실탄을 소지한 국내 전국구 폭력단체의 실세가 검찰에 붙잡혔다. 당시 유명 폭력단체의 행동대원 C(52)씨는 싱크대에 미국산 권총 1정과 실탄 30발을 보관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C씨는 “지인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하면서 이삿짐에 실수로 들어왔다”며 “나에게 갖고 있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국내에서 족보가 있는 폭력조직 간부가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총기로 무장한 조폭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화에서만 보던 총격전이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건 아닌지 무섭다’ ‘권총을 소지한 조폭을 상대할 경찰이 걱정이다’ 라며 총기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재범률이 높은 조폭이나 흉악범들은 형량이 끝나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면서 확실하게 소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부산지역 항만을 경유한 총기 밀반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 4월 부산에서는 러시아 마피아 간 다툼으로 러시아인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6년 7월에는 부산항에서는 러시아제 권총 4정과 100여발이 실탄이 발견된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조직폭력배 사이에서는 ‘부산에 내려가면 쉽게 총을 구할 수 있다’는 괴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한 자루 없으면…
명함도 못내밀어

더 우려되는 것은 이렇게 밀반입된 총기가 일반인의 손에도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5일 대전 유성구에서는 일반인 신모(58)씨가 차량 운전자에게 총격을 가하고 도망가는 사건이 있었다. 신씨는 총격사건 3일 뒤 경기도 광주에서 발견됐다. 그는 궁지에 몰리자 붙잡히기 직전 스페인제 권총으로 머리를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까지도 이 총의 유통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밀반입된 권총과 실탄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거나 잠입한 국내외 조폭에게 전달되는 것은 물론 일반인의 손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측을 뒷받침해주는 사건이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러시아 마피아가 무기 밀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러시아 선원들이 권총을 들여오다 부산 세관에 적발된 사례만 최근까지 10여 차례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년 전 러시아제 권총 1정과 실탄 100발의 암거래 가격은 10만 원이었다. 국내 조폭 중에도 러시아 등에서 들여온 권총으로 무장한 조직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봤을 때 조폭들의 총기 무장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과거 조폭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서울과 부산의 폭력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조직원과 관련자들 중 상당수가 권총 등 살상용 총기로 무장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을 하는 40대 중반의 전직 조폭 D씨는 “요즘 젊은 애들은 체력 단련할 생각은 않고 총만 가지려고 한다”며 조폭들의 동향을 설명했다. 또 부산에 40대 초반의 유흥업소 사장 E씨도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 폭력조직 조직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총기를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도심 한복판 총격전 머지않아
권총? 엽총? 군용장비도 적발

이들이 밝힌 조폭들이 소지한 총기는 흔히 생각하는 엽총 정도의 무기가 아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 밀수된 군용장비들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해진다. 현재 검경이 관리하고 있는 조직폭력배는 404개파 1만1539명이다. 이 중 어느 정도가 무장을 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수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추측을 할 뿐이다.

부산과 인천 등지에서 움직이는 무기 밀매조직의 주거래 물품은 권총과 소총, 기관단총까지 돈만 주면 종류에 구분이 없다. 물론 모두 군용무기들이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이들은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

외제불법 총기류의 보급은 현재를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국은 이제 더이상 국제 범죄 활동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러시아 마피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이외에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의 신흥 조직까지 뿌리를 내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세력 확장을 위해 국내 범죄조직과 손을 잡기도 한다. 과거에는 해외조직폭력배들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요즘 들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출입국자의 수로 인해 불법체류자만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해외조폭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무기 밀매 관련국과의 공조체제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급변하는 국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이제는 정부와 국민들이 총기에 대한 낙관과 방임을 거두어야 할 때”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밀반입 비일비재
세관 통관에 구멍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밀반입된 권총이 시중에 나도는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통관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세관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화물에 대해서는 X-레이 검사 등 철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문제의 총기가 어떤 경로로 밀반입됐는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야쿠자 ‘구도카이’는?


일본 야쿠자의 3대 조직은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스미요시카이(住吉會), 이나가와카이(稻川會)로 알려져 있다. 이중 최대 조직은 야마구치구미다.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이라는 책을 쓴 일본 작가 미야자키 마나부는 야마구치구미에 대해 “전성기였던 1963년에는 18만4000명의 조직원을 거느렸다”며 “이는 일본 자위대보다 많은 숫자”라고 했다.

이 3대 조직에 ‘구도카이(工藤會)’와 ‘고도카이(弘道會)’를 합치면 5대 폭력조직이 된다. 이 5대 조직 중 가장 살벌한 조직이 구도카이다. 일본 경시청은 2011년 구도카이에 대해 “극도로 악질적인 조직”이라며, 이 단체를 ‘무장투쟁파’라고 규정했다. 2014년 미국 재무성은 야쿠자 자금 동결을 선언하면서 “구도카이가 야쿠자 중에서도 가장 흉폭한 조직”이라고 했다.

구도카이는 중무장 화기로도 유명하다. 2011년 조직의 무기창고로 보이는 한 맨션에서는 미국제 회전식권총과 소음기가 장착된 반자동권총, 이스라엘제 기관총 등 다수의 중화기가 경찰에 압수됐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조직원이 관리하던 창고에서 러시아제 대전차로켓포가 발견되기도 했다. 후쿠오카현 경찰에 의하면 현재 조직원의 약 40%가 구속 등 복역 중인 상태다.

이 조직이 최대 위기를 맞은 건 2014년 9월이다. 두목 노무라가 기타큐슈 어업조합장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 일본 경찰은 16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마침내 그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산케이신문은 당시 “검거를 위해 후쿠오카현 전체 경찰 1만2000명의 30%인 3800명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을 공포로 몰아넣은 ‘잔혹 조직’ 구도카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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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