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모르는…’ 충격의 조폭 동향

“총 없으면 형님 대접 못받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폭들의 싸움을 떠올려보자. 주먹 대 주먹으로 펼치는 화끈한 일대일 싸움과 회칼을 들고 뒤엉켜 싸우는 조폭 무리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먹과 칼의 시대는 한물간 지 오래. 이제는 총 든 조폭들의 시대가 찾아왔다.

지난 19일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인터폴 수배로 국내에 은신하던 재일교포 야쿠자 중간보스 김모(44)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중국산 필로폰 약 1㎏(시가 31억8000만원, 3만1800명 투약분)을 밀반입한 뒤 다시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수사대에게 꼬리를 잡혔다.

야쿠자 중간보스
소지한 채 체포

놀라운 점은 김씨가 검거 당시 실탄 8발이 장전된 러시아제 TT-33 권총 1정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여차하면 목숨을 끊을 요량으로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세관 통관에 구멍이 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공항과 항만 등을 통한 총기류 밀반입 시도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전국 공항과 항만, 국제우편물 등을 통해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된 (모의)총기류는 2013년 103건 140정, 2014년 124건 170정, 2015년 128건 180정이다.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적발한 총기류를 반입경로별로 보면 여행자 휴대품이 99정으로 가장 많았고 수입화물이 24정으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 선원 휴대품 21정, 특송화물 19정, 국제우편물 17정 순이었다. 김씨의 러시아제 권총 TT-33은 지난해 9월 공범인 한국인 B(54)씨가 일본에서 김씨 지인에게 받아 부산항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은 세관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으며 B씨는 권총과 실탄 10여 발을 되찾아 김씨에게 전달했다.


1990년대에 대량으로 생산된 이 러시아제 권총은 유효 사거리가 35m로 사람을 즉시 살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이 국내에서 총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지만 인명 살상용 무기가 부산항을 거쳐 국내에 버젓이 반입됐다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여객화물선으로 수입하는 기계류 화물에 숨겨 총을 밀반입했다는 것이 김씨의 진술이다. 그러나 부산본부세관은 이 권총 등이 실제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도 B씨가 일본으로 달아난 상황이라 정확한 반입경로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경찰이 처음으로 외국 조직폭력배에게서 권총을 압수한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방 세력도…실탄 장전한 총기류 무장
부산 거점 러시아 마피아 밀거래 소문

1998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불법 총기 밀매조직을 적발한 일이 있었다. 당시 청주의 한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이 이 밀매조직에 총기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개조한 일제 소총 등을 폭력조직에 팔아넘긴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보다 가까운 2014년 10월 광주에서는 권총과 실탄을 소지한 국내 전국구 폭력단체의 실세가 검찰에 붙잡혔다. 당시 유명 폭력단체의 행동대원 C(52)씨는 싱크대에 미국산 권총 1정과 실탄 30발을 보관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C씨는 “지인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하면서 이삿짐에 실수로 들어왔다”며 “나에게 갖고 있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국내에서 족보가 있는 폭력조직 간부가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총기로 무장한 조폭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화에서만 보던 총격전이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건 아닌지 무섭다’ ‘권총을 소지한 조폭을 상대할 경찰이 걱정이다’ 라며 총기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재범률이 높은 조폭이나 흉악범들은 형량이 끝나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면서 확실하게 소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부산지역 항만을 경유한 총기 밀반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 4월 부산에서는 러시아 마피아 간 다툼으로 러시아인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6년 7월에는 부산항에서는 러시아제 권총 4정과 100여발이 실탄이 발견된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조직폭력배 사이에서는 ‘부산에 내려가면 쉽게 총을 구할 수 있다’는 괴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한 자루 없으면…
명함도 못내밀어

더 우려되는 것은 이렇게 밀반입된 총기가 일반인의 손에도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5일 대전 유성구에서는 일반인 신모(58)씨가 차량 운전자에게 총격을 가하고 도망가는 사건이 있었다. 신씨는 총격사건 3일 뒤 경기도 광주에서 발견됐다. 그는 궁지에 몰리자 붙잡히기 직전 스페인제 권총으로 머리를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까지도 이 총의 유통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밀반입된 권총과 실탄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거나 잠입한 국내외 조폭에게 전달되는 것은 물론 일반인의 손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측을 뒷받침해주는 사건이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러시아 마피아가 무기 밀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러시아 선원들이 권총을 들여오다 부산 세관에 적발된 사례만 최근까지 10여 차례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년 전 러시아제 권총 1정과 실탄 100발의 암거래 가격은 10만 원이었다. 국내 조폭 중에도 러시아 등에서 들여온 권총으로 무장한 조직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봤을 때 조폭들의 총기 무장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과거 조폭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서울과 부산의 폭력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조직원과 관련자들 중 상당수가 권총 등 살상용 총기로 무장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을 하는 40대 중반의 전직 조폭 D씨는 “요즘 젊은 애들은 체력 단련할 생각은 않고 총만 가지려고 한다”며 조폭들의 동향을 설명했다. 또 부산에 40대 초반의 유흥업소 사장 E씨도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 폭력조직 조직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총기를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도심 한복판 총격전 머지않아
권총? 엽총? 군용장비도 적발

이들이 밝힌 조폭들이 소지한 총기는 흔히 생각하는 엽총 정도의 무기가 아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 밀수된 군용장비들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해진다. 현재 검경이 관리하고 있는 조직폭력배는 404개파 1만1539명이다. 이 중 어느 정도가 무장을 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수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추측을 할 뿐이다.

부산과 인천 등지에서 움직이는 무기 밀매조직의 주거래 물품은 권총과 소총, 기관단총까지 돈만 주면 종류에 구분이 없다. 물론 모두 군용무기들이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이들은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

외제불법 총기류의 보급은 현재를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국은 이제 더이상 국제 범죄 활동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러시아 마피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이외에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의 신흥 조직까지 뿌리를 내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세력 확장을 위해 국내 범죄조직과 손을 잡기도 한다. 과거에는 해외조직폭력배들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요즘 들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출입국자의 수로 인해 불법체류자만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해외조폭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무기 밀매 관련국과의 공조체제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급변하는 국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이제는 정부와 국민들이 총기에 대한 낙관과 방임을 거두어야 할 때”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밀반입 비일비재
세관 통관에 구멍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밀반입된 권총이 시중에 나도는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통관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세관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화물에 대해서는 X-레이 검사 등 철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문제의 총기가 어떤 경로로 밀반입됐는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야쿠자 ‘구도카이’는?


일본 야쿠자의 3대 조직은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스미요시카이(住吉會), 이나가와카이(稻川會)로 알려져 있다. 이중 최대 조직은 야마구치구미다.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이라는 책을 쓴 일본 작가 미야자키 마나부는 야마구치구미에 대해 “전성기였던 1963년에는 18만4000명의 조직원을 거느렸다”며 “이는 일본 자위대보다 많은 숫자”라고 했다.

이 3대 조직에 ‘구도카이(工藤會)’와 ‘고도카이(弘道會)’를 합치면 5대 폭력조직이 된다. 이 5대 조직 중 가장 살벌한 조직이 구도카이다. 일본 경시청은 2011년 구도카이에 대해 “극도로 악질적인 조직”이라며, 이 단체를 ‘무장투쟁파’라고 규정했다. 2014년 미국 재무성은 야쿠자 자금 동결을 선언하면서 “구도카이가 야쿠자 중에서도 가장 흉폭한 조직”이라고 했다.

구도카이는 중무장 화기로도 유명하다. 2011년 조직의 무기창고로 보이는 한 맨션에서는 미국제 회전식권총과 소음기가 장착된 반자동권총, 이스라엘제 기관총 등 다수의 중화기가 경찰에 압수됐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조직원이 관리하던 창고에서 러시아제 대전차로켓포가 발견되기도 했다. 후쿠오카현 경찰에 의하면 현재 조직원의 약 40%가 구속 등 복역 중인 상태다.

이 조직이 최대 위기를 맞은 건 2014년 9월이다. 두목 노무라가 기타큐슈 어업조합장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 일본 경찰은 16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마침내 그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산케이신문은 당시 “검거를 위해 후쿠오카현 전체 경찰 1만2000명의 30%인 3800명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을 공포로 몰아넣은 ‘잔혹 조직’ 구도카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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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