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우병우 라인’ 추적

권력 중심에 선 ‘왕수석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민정수석은 청와대 ‘행동대장’이다. 내 몸처럼 움직여줄 행동대원이 필요했을 터. 우 수석은 일명 ‘우병우사단’을 검찰·법무부·국정원 등의 주요 요직에 앉혔다. 이번 우 수석의 스캔들은 행동대원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우 수석은 진경준을 검사장으로 승진시켜준 장본인이나 마찬가지다. 결과는 인과응보였다.

지난해 단행된 우병우(49) 민정수석의 승진은 파격적이었다. 우 수석은 2014년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는데, 약 8개월 만에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진급했다. 게다가 우 수석은 40대 최연소 민정수석이었다.

모르쇠로 일관
언제까지 버틸까

우 수석 진급은 검찰의 기수문화 파괴라는 진통을 겪으며 여러 우려를 낳았다, 사법연수원 19기인 우 수석이 5기수나 선배인 김진태(14기, 65) 당시 검찰총장을 ‘핸들링’하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나이나 기수로 봐도 김 전 총장은 우 수석의 대선배다(우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과 검찰총장간에 마찰이 빚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서초동 일대에 파다했다. 민정수석은 청와대를 등에 업고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을 아우르며 일을 한다. 사실상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을 지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수문화가 철저한 검찰에서 자신보다 한참 어린 후배한테 지시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검사들의 자존심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검사들이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검복을 벗는다.


지난해 1월 그가 민정수석이 되고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퇴진하면서 “왕수석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그는 청와대 인사와 함께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 자기사람을 꽂아넣는 등 실세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2월17일 법무부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이때 일명 우병우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재편된 이후 나온 인사라 논란이 더했다. 우 수석 내정 이후 기존의 민정라인은 마치 사전기획이라도 한 듯 모조리 사퇴했고 이후 대부분은 우 수석과 같은 TK(대구·경북) 검사 출신들로 채워졌다.

청와대 등에 업고 경·검·국 주물럭
서울대 법학 동창들 법조계 쥐락펴락

공직기강비서관에 우 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유일준 평택지청장이 임명됐고, 민정비서관에는 TK 출신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임명됐다. 그는 검찰 내에서 엘리트코스를 밟고 법무부의 직접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검찰 내 우병우사단의 약진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결국 우 수석과 김 전 총장의 관계였다. 우 수석이 검찰 내 영향력을 넓히게 되면 총장과의 완력 다툼은 불가피했다. 검사장급 인사는 김 전 총장이 챙겼지만, 부장급 이하 인사는 우 수석 몫이었다.

김 전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과 우 수석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간 팽팽한 샅바싸움의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당초 청와대서는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려 했는데 김 전 총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전 총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성재 대구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최연소 민정수석
정의감 불탔는데…

대검 중수부 폐지와 더불어 권력층 수사를 도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장의 위상은 막강하다. 중앙지검장은 정권 실세들과 ‘직통’하는 자리로 알려진다. 중앙지검장과 청와대의 핫라인이 구축되면 검찰총장은 자칫 고립될 소지가 다분하다. 김 전 총장이 이 자리에 특히 신경 쓴 이유이기도 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전 중앙지검장 자리는 청와대가 김 총장에게 양보한 모양새지만, 그외 주요 보직 인사에서는 우병우사단이 대거 약진했다. 중앙지검장 자리를 양보한 탓에 더욱 뚜렷한 ‘청와대 맞춤식’ 인사가 단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력층 인사의 사정을 주도하는 자리가 모두 우 수석과 가까운 이들로 채워졌다.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사법연수원 22기)이 올해 2월 국정원 제 2차장에 발탁된 건 우 수석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최윤수 당시 대검 검찰연구관이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된 데 이어 올해 2월 부산고검 차장에서 국정원 2차장으로 옮겨간 데에도 우 수석의 입김이 개입된 것이란 시각이 있다. 물론 최 차장은 “세간의 오해다. 그분과 그렇게 친분이 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자원 개발 비리, 포스코, 농협, KT&G 비리 등 전 정권 인사 관련 사건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용두사미에 그치면서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최 차장이 지난 2월5일 단행된 국정원 인사에서 전격 발탁되면서 절친인 우 수석의 인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시 국정원 인사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청와대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최 차장을 앉히려고 했다는 것. 이는 당시 이병호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그 대신 최 차장이 2차장으로 갔다는 것. 한마디로 국정원은 기획조정실장 자리를 지키고 2차장 자리를 내준 격이었다. 2차장은 국내정보를 담당한다. 우 수석의 절친으로 알려진 최 차장이 가면서 ‘청와대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한 셈이다.

이어 지난해 1월 특수1부장으로 발령났던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도 우 수석이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 재직 시절 평검사로 직접 우 수석을 ‘모셨던’ 전력이 있다. 임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출신 부장검사는 지방으로 보낸다는 김진태 전 총장의 ‘하방 인사’ 원칙마저 무력화시킨 인사 발령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인사의 배경으로 김 전 총장의 하방인사 원칙보다는 우 수석 등 청와대에서 직접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우 수석 뜻대로 인사이동이 이뤄졌다는 얘기도 있었다.

기수 선후배 뭉쳐
주변인 고공행진

특수2부장에 임명됐던 조상준 전 대검 수사기획과장도 우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맡았을 때 함께 일했다.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일부 물려받은 반부패부장에는 우 수석이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중앙지검 3차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올랐다.

결과적으로 우 수석은 법무부나 대검을 통하지 않고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관여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를 확보했던 셈이다.
 

청와대 파견 경력이 있는 검사들도 당시 인사에서 요직을 맡았다. 이선욱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검찰과장에 임명됐다. 이준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도 각급 검찰청서 진행되는 사건을 보고받고 조율하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은 과거 ‘검찰 1·2과장’으로 불리던 법무·검찰 기획라인의 최고 요직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검찰 인사도 우 수석의 힘이 확인된 인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자신이 데리고 있던 권정훈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이 법무부 인권국장에 앉았는데,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핵심 보직이다. 당초 이 자리는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인 23기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영상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검찰 수사첩보를 총괄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자리를 꿰찼다. 각종 범죄첩보와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이 자리는 대검 내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도 우 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말 인사 당시 마지막까지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최 차장과 김 지검장 모두 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법조계에선 검찰과 법무부 최고 수뇌부 인사도 우 수석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례적인 인사 뒤엔…”
청 입성 후 개입 의혹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와도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진 검사의 검사장 승진을 우 수석이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사장 승진은 검찰인사위원회서 결정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을 통해 이뤄진다.

우 수석은 지난해 2월 초 이뤄진 검사장 인사를 주도했다. 당시 검사장급 승진자 9명 중 1명에 진 검사가 있었다. 우 수석과 진 검사는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이 거쳐온 요직을 진 검사가 연이어 맡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 검사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실무팀에서는 (진 검사가 보유한 넥슨 주식) 부분에 대해 ‘부적절한 거 아니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무서운 입김
국정 전반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우 수석 처의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1000억원대에 매입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 “정부의 권력기관 도처에 널린 우병우사단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권력의 정점에서 인사와 사정, 모든 권력을 전횡했고 심지어 비서실장까지 무력화시킨 장본인인 우 수석 문제는 언젠가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검찰 개혁안
수십년째 약속만…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되면서 더 이상 검찰 스스로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의 사과 및 개혁 약속은 역대 주요 검사 비위 사건마다 ‘판박이’처럼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자체 개혁 약속은 번번이 유야무야됐다.

2010년 스폰서검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 김준규 검찰총장은 전국 검사 화상회의에서 “검찰이 국민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마음속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검찰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통제를 받겠다”고 말했다.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55) 뇌물수수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환골탈태의 자세로 강력한 감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시기 진 검사장의 ‘뇌물 주식·제네시스’가 적발되기는커녕 진 검사장은 대한항공 등에서 처남 회사 앞으로 130억원대 일감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검찰의 폐쇄적 체제가 오히려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폭로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 때도 대검은 “법조브로커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전관 변호사와 브로커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10년 전 약속이 빈말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1999년 법조 비리 근절 과제로 발표했던 ‘공직자비리조사처’도 17년째 관련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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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