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리우올림픽> 저주의 경제학

했다 하면 휘청 ‘평창도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은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나라에게는 ‘당첨된 로또 복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개최지로 결정되기만 하면 수십조원의 경제효과가 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은 준비 과정과 대회 일정을 겪고 난 후 산산히 부서지는 일이 많았다.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다. 올림픽, 정말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일까?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이 다음달 6일(한국시각) 개막식으로 시작으로 17일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리우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출범 이후 122년 만에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로, 206개국 1만5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박? 쪽박?

하지만 최초의 남미 올림픽, 역대 최대 규모 등 화려한 수식어에 반해 리우올림픽에 역대 최악의 저주가 내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올림픽을 목전에 둔 지금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생기는 경제효과가 당초 개최국가와 개최도시가 생각한 것보다 미미하고 준비 과정, 대회 기간, 사후 처리 과정 등에 쏟아 붓는 돈이 초기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도시에 내리는 저주라 해서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올림픽 역사를 들여다봤을 때 올림픽 개최로 ‘저주’를 받은 나라가 ‘축복’을 받은 나라보다 많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이 그간 저주를 받았던 다른 올림픽보다 더 나쁜 것은 후폭풍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경제 상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프란시스쿠 도르넬리스 리우 주지사는 심각한 경제위기로 시의 재정이 고갈됐다면서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밝혔다. 리우 주는 6개월 넘게 경찰관의 수당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그다지 우호적이진 않다.

실제 브라질 여론조사 업체가 브라질 국민들을 대상으로 올림픽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63%가 ‘(올림픽 개최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득이 더 클 것’이라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아직 개최조차 하지 않았지만 리우올림픽 이후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리우올림픽 바로 전에 치러진 2012년 런던올림픽만 봐도 알 수 있다.

영국 런던은 1908년, 1948년에 이어 2012년에도 개최지로 선정된 ‘올림픽 베테랑’ 도시다. 런던은 두 번의 개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타 국가에 비해 경기장 등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었다.

영국 정부도 적자만은 피하겠다는 각오로 8만석이던 주경기장 규모를 2만5000석으로 변경했고, 쓰레기 매립장이나 기존 컨벤션 센터를 변경·개조해 경기장을 짓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올림픽을 치르면서 부담한 비용은 150억달러에 달했다. 초기 예상 비용이었던 37억달러(약 4조원)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해도 경제효과가 그것을 웃돌면 상관없지만, 영국이 올림픽 이듬해인 2013년 집계한 경제효과는 127억달러로 나타났다. 본전도 못친 장사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올림픽 경제효과를 연구한 보고서도 나왔다. 이 보고서는 박광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연구팀에서 런던올림픽 개막 직전 내놓은 것으로, 올림픽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개최 전이 개최 후보다 크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히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는 개최 1년 후에 성장 동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최지 보니…나라마다 재정 파탄
매번 빚잔치…다 갚는 데 30년 걸린 곳도

세계인들에게 중국의 이미지를 크게 탈바꿈시켰다고 평가받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이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은 2006년 12.7%, 2007년 14.2%로 올림픽 개최 전까지 10%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린 해에는 9.6%로 10% 성장률 벽이 무너지더니 이듬해인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겹쳐 9.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 국가 부도 위기 사태 등으로 유럽 경제를 뒤흔들었던 그리스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치르느라 파탄난 재정이 최근 경제 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그리스는 올림픽 예산으로 16억달러를 예상했지만 최종적으론 10배에 달하는 160억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영국이 쓴 돈과 맞먹는 수준이며, 당시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당시 올림픽을 위해 지은 경기장은 흉물로 변해 골칫덩어리가 됐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은 여러 ‘올림픽의 저주’ 사례 가운데서도 역대 최악으로 꼽힌다. 당시 몬트리올은 운영 미숙으로 약 15억달러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시가 재정 파탄 지경에 몰렸고, 30년 만인 2006년에야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동계올림픽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가까운 예로 2014년 소치올림픽은 2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올림픽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치올림픽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지출 부문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올림픽을 위해 쓴 돈은 510억달러(약 55조원)로 종전까지 최고액으로 손꼽히던 베이징올림픽의 420억달러(추산)를 훌쩍 뛰어넘는다. 동계올림픽이 하계올림픽과 비교해 경기장 수나 참가 선수 등의 규모가 4분의 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쓴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치올림픽의 적자 규모가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0년 캐나다 벤쿠버올림픽, 1998년 일본 나가노올림픽도 개최 이후 100억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를 떠안았다. 문제는 평창올림픽도 저주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평창동계올림픽의 사업비가 2200억원 이상 부족하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 3월 말부터 19일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사업비는 적게, 수입은 늘려 잡아 최소 2244억여원의 사업비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추가로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정부에 6000억원 규모의 증액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종목이 늘어나는 등 변수가 많이 생겨 2011년 IOC에 제출한 사전 계획 자료로 책정된 기존 예산으로는 대회를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산 증액 요구와 관련해 언론 보도가 나가자 평창올림픽 조직위 이희범 위원장은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평창올림픽 적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경고가 있었다. 지난 2014년 2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조건’이라는 보고서에는 대회 준비 비용의 무분별한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엄격한 회계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사후 활용이 불확실한 고정시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건설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쓴 돈 더 많아

소치올림픽의 경우, 올림픽에 사용한 시설 유지비가 연간 20억 달러(약 2조원)가 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어 단순 재정 적자 이상 엄청난 후폭풍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소치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대회 이후 시설 활용 방안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