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박근혜 대권행보<밀착탐구>

<대물>이 박근혜야? 박근혜가 ‘대물’이야?

 
“여러분 정치인은 미워해도 정치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정치를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종영된 고현정, 권상우 주연의 SBS 수목 정치드라마 <대물>.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극중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서혜림(고현정 분)은 5년 임기를 마치면서, 국민에게 ‘정치를 사랑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혜림은 국가를 남편과 자식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다.

선거 저변에 깔린 시대정신 읽어야 청와대 입성
‘경제’ 아닌 ‘복지’로 포문 연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경제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본인을 ‘경제대통령’으로 칭하며, “지난 10년간 무너진 나라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분배를 강조한 진보정권 10년의 경제 지표에 실망한, 중도 및 서민 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경제 살리기+물가안정’이라는 구호에 표를 준 것이다. 이렇듯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 당선자들은 저변에 깔린 시대정신을 간파하고, 그것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구시대 정치 청산’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3김 정치 청산’보다 파괴력이 있었다.

사실상 대선 출정식
이대로 2012년까지 갈까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인 서혜림은 드라마에서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복지예산부터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국가의 대외경쟁력보다 국민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복지’에서 찾았다. 소통과 통합의 국민적 요구에 답하기 위해, ‘경제 성장’이 아닌 ‘복지’라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박 전 대표가 주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안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대선 출정식 같은 분위기였다. 축사를 맡은 박희태 국회의장은 “존경하는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오늘 취임하시는 날”이라며 차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연평도 포 사격 훈련으로 서해안은 긴장감이 돌았지만, 행사장은 여야 의원 70여명을 포함해 9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1층 좌석 모두 차버릴 정도였고,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서둘러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준비했던 정책자료집 1000권도 동났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바람직한 복지는 소외계층에게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루고 자아실현을 이루게 해주는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들의 생애 주기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돈을 써도 국민들이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틀을 바꿔야 한다. 각자 평생의 단계마다 필요한 ‘맞춤형’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3분간의 연설에 박수가 6차례 나왔다. 공청회에서 선보인 박근혜표 복지 개정안은 4장 35항의 현행법을 7장 42항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금처럼 현금만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부 현금지원은 하되 교육이나 고용 등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로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복지 관련 정책이나 예산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복지 중복이나 누수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숨은 조력자’
스터디그룹 5인방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후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는 모임이 하나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대구 달성에서 선거 운동을 지원하다가 이 약속이 잡혀 급거 상경했을 정도다. ‘박근혜표’ 복지를 다듬은 스터디그룹 5인방 얘기다. 신세돈(숙명여대 경제학),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 김영세(연세대 경제학), 김광두(서강대 경제학), 최외출(영남대 행정학)교수가 팀원이다.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정책 브레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연말이나 연초 각 분야 정책을 공개할 계획인 만큼, 이 과정에서 정책 브레인들이 자연스럽게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복지 아젠다를 통한 정계 일선 복귀 신호탄은 연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한국형 복지’는 지난 20일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찬반에 대한 양론이 갈리긴 했지만, 이슈 선점 효과가 분명했다. 반대측에서도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예산 확보나 보완책 등에 관한 지적이 많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2일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관련해 “주제를 참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국가화가 하나의 시대적 진전이라고 보여진다”며, “복지국가가 어떤 식으로 가야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은 아주 큰 과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진보 진영에서도 일견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지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시스템을 법률·제도적으로 구비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본질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 상당히 보완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필두로 야권
연일 박근혜 때리기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표의 본격적 정치 활동 움직임이 포착되자 연이어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복지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앞세운 보수진영보다 진보진영이 선점해온 이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의 노선으로 선택했고,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3대 핵심 복지 과제를 선정해 정책으로 다듬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우리가 왜 박근혜 의원을 ‘대표’라고 하느냐. 오늘부터 그냥 의원으로 불러라”말 하면서 “박 의원이 성역화돼 있는데 우리가 인정할 필요는 없다. 왜 박 의원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내지 않느냐”며 원내대변인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21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선별적이고 말로만 복지정책’에 침묵하고 감세정책에는 사실상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어떠한 철학과 비전, 대안도 없다”며 “속 빈 강정형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24일엔 “복지는 기본적으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복지는 ‘말뿐인 복지’ ‘빈수레 복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유력한 미래 권력’으로 치켜세운 박희태 국회의장을 거론하며, “‘근혜어천가’를 부르며 아부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국회의장으로서의 위상을 망각한 추태를 보였다”며 “박 의장의 이 같은 처세는 과거 국회의장의 신분으로는 전대미문의 일이며, 동료 국회의원과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물’로
가는 힘찬 발걸음

한편 한나라당 내에서도 복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친이계인 신임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복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에 따른 돈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때문에 복지를 얘기할 때는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이냐를 반드시 따져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 얘기는 감춰놓고 ‘무조건 복지만 잘 해 주겠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박 전 대표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신임 정책위의장의 비판으로 박근혜표 복지가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을것으로 보인다.

복지 정책 관련 계속된 친이계의 반발과, 대권 레이스 막판까지 청와대 권력이 살아 괴롭힌다면 박 전 대표는 또 다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사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 현 정부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담고 가기엔 부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세종시 수정안 관련, 국회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도 ‘소신’ 발언을 했다. 대권을 염두에 둔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분명한 손익계산서가 그 앞에 놓인다면 심각한 고뇌에 빠질 수 있다. 임기 절반을 돈 이명박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달리 현재 뚜렷한 레임덕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까지 이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면 박 전 대표와 계속된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야권, ‘빈수레 복지’ ‘말 뿐인 복지’ 비판
여권에서 협조 안 하면, 설마 ‘독자행동?’
 

박 전 대표는 2004년 천막당사 시설 탄핵 역풍을 맞은 가운데 당을 지켜냈고, 2007년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서 막강한 여론을 등에 업은 이 대통령이 당에서 튕겨 나가지 않게 적절히 조율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SBS 드라마 <대물>의 서혜림처럼 또 다른 조율을 해야될지 모른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불가론’은 지엽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불가론’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힘 센 보수를 경험한 중도 성향 유권자가, 보수 정권에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전 벌어진 예산안 단독처리와 같은 독단적 행위나, 권력형 비리가 또 다시 터진다면 ‘한나라당은 안 돼’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1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도 했다. 이런 행보에 ‘변신’이라는 분석이 쏟아졌고, ‘박근혜 불가론’도 자연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 전 대표와 친이계 모두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과 18대 국회를 거치며 절감한 ‘세력 부족’을 타파하기 위해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또한 친이계 의원들도 2012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은 ‘선수(選數) 쌓기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전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박근혜 불가론’이 여러 차례 튀어나왔겠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다. 대선 8개월 전에 치르는 총선을 감안하면,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할 의원도 많지 않다. 2012년 수도권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어렵다’고 하는 마당에 박 전 대표를 공격한다면,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표를 잃을 건 뻔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친박계 행사에 친이계 또는 중립 성향 의원들이 참석하는 일도 잦아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3회 탄신제’에 친이계인 강석호 의원이 참석했고, 박 전 대통령 31주기 추도식에도 중립 성향 이범관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친이계도 날선 공격
‘이대로 두면 2012년 간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 불가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콘텐츠 채우기에도 열심이다. 박 전 대표가 복지 외에도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분야별 다양한 자문그룹을 만나 조언을 받으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조언을 받는 사람은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서병수 의원 등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진보성향의 전문가를 만나 자문하는 등 한층 유연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여야 어느 곳에서도 박 전 대표와 겨룰 진정한 대항마가 아직 출현하지 않은 현재, 그는 ‘대물’로 가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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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