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문재인 앞날은?

숨고르기 끝…대권플랜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근 더민주 최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대권을 잡기 위한 전방위 행보에 들어갔기 때문. 네팔에서 정신무장을 하고 온 그는 귀국 후 본격 대권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문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더민주는 전당대회 분위기로 어수선한 데다 대선주자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문재인의 대권 플랜을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약 한 달간의 히말라야 및 네팔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더민주 주류계파의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그의 귀국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문 전 대표는 네팔로 떠나기 전 자신의 SNS를 통해 “특전사 공수부대서 군복무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식
숨 고르기?

지난달 7일,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래 전부터 네팔의 학교를 지원해온 한국인 후원자들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지만 총선 등으로 시간을 내지 못하다 이번 기회에 방문하게 됐다”며 네팔행 명분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을 두고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이후 광주, 경북 안동, 충북 청주 등을 방문하면서 대선주자로서 광폭 행보를 보였다. 당시 이를 두고 지난 4·13 총선서 호남 전패를 한 문 전 대표의 행보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 관계자는 네팔행에 대해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대권 행보에 대한 구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권의 분분한 추측을 남기고 비공식 개인 일정으로 소수 인원과 함께 네팔로 떠났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박범신 소설가, 탁재형 PD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네팔에서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봉사했고 누왈코트 지역 아루카카 중급학교를 찾아 구호 활동을 나무심기 자원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불어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간부들을 만나 특별한 관심을 약속키도 했다. 문 전 대표의 행보는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네팔에 머무르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더민주 당내에서는 범 친문세력으로 불리는 추미애·송영길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주류에서는 원혜영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잠행 기간 동안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의 발언이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문패권주의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이미 당 주류를 차지한 상황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대권주자 모두 친문계에서 대놓고 독식하는 모습은 문 전 대표에게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호 활동 네팔 잠행 마치고 귀국
여의도와 거리 두면서 행보 구상

하지만 그는 네팔방문 와중에 SNS를 통해 현 정부에는 쓴소리를 냈다. 지난달 24일,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시작전권통제권 환수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종전 후 60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군이 외쳐온 목표는 한결같이 자주국방이었다”면서 “아직도 작전권을 미군에 맡겨 놓고, 미군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군대, 방산 비리의 천국, 이것이 지금도 자주국방을 소리높여 외치는 박근혜정부의 안보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어 “60여년 간 외쳐온 자주국방의 구호가 부끄러운 2016년의 6·25”라고 힐난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14년 안보협의회에서 지난해 12월1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날을 세워 반박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문 전 대표의 전작권 관련 발언에 대해 “6·25 전쟁 66주년을 기리는 날에 우리 군에 대해서 격려와 위로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군을 비하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사”라며 “북한이 대남·대미 위협을 강화하는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한 때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고 나섰던 분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판도 없이 우리 국군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준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마음 비우러 간 사람이 뜬금없이 SNS로 할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 권오중 뉴파티위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권 위원은 “상식적으로 맞는 말만 하신 거 아니냐”며 “내 집을 내가 지켜야지 남이 지킬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정권 때부터 전시작전권, 평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불거져서 94년도에 평시작전권은 환수했고, 전시작전권까지 2015년까지 환수하기로 했던 것을 지금 박 대통령이 들어와서 2020년까지 또 잠정 연기했다”며 이제 이 정도의 GNP 대비 국방비라든지 군사 수준으로 보면 우리도 이제 작전권 환수할 때가 됐다“고 꼬집었다.

밖에는 쓴소리
안에는 벙어리

앞서 문 전 대표는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출국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지상(地上)의 세월호였다”고 주장했다. 또 “무책임한 무반성이 또 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며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도 정부 여당의 잘못으로 호도하는 주장은 허무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더민주 소속 박 시장이 외면해온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박 시장을 도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흠집을 낸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구의역 사고의 1차적 책임이 박원순 시장에게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구의역 사고를 세월호 사건에 빗댄 것 자체가 박 시장을 부담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과연 자당 소속 서울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박 시장의 허점을 더 드러내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라며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구의역 사고를 부각시킴으로써 더민주 내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박 시장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전작권 및 구의역 사고와 같이 당 외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네팔에 머무르고 있을 때는 ‘신공항 백지화’ ‘보좌관 가족 채용’ ‘더민주 전대’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는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신공항 문제를 두고 문 전 대표는 부산서 더민주에 5석을 얻을 경우 가덕도 유치를 이끌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5석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가덕도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의 확장성’ 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귀국 후에는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채용 문제로 시끄러운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사태 관련해서도 자칫 당에 입김을 넣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책 발간·북 콘서트 예상
대권주자 견제…문재인식 해법은?

앞서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당원·시민과 함께 나선 금정산 등산에서 “오는 8월 더민주 전당대회 전까지 중앙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정권 교체를 위한 어떠한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고 밝혀 때가 되면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전망이다.


해외서 온라인으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 그가 귀국 후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먼저 문 전 대표가 책 발간과 함께 북 콘서트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이르면 8월 중으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 18대 대선 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발표했다.

이 책은 대선 실패 이후 자기 성찰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책을 통해 자신의 대선 패배의 이유 중 하나로 ‘평소의 준비 부족, 실력 부족’이라고 평했다. 이어 또 다른 패배의 원인으로 ‘우리 안의 근본주의’를 지적했다. 당시 북 콘서트에는 이번 네팔행에 함께했던 박범신 소설가도 참석했었다.

과거의 북 콘서트 경험을 다시 한 번 살려 대선이 1년5개월여 남은 현 시점에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예전부터 내부에서 책을 발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네팔에 다녀온 내용을 책으로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2013년 때처럼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다양한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한 네팔 방문기를 담을지,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내놓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복잡한 문재인
김종인 잡아라


문 전 대표가 이번 해외활동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는 부탄이다. 부탄은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조사한 세계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로, 국민소득은 높지 않지만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양극화는 극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부탄행을 두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성장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나라를 찾아 나섰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문 전 대표의 귀국에 발맞춰 더민주 내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진 모습이다. 더민주는 올 초 까지만 해도 뚜렷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자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득세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권후보가 결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 대권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먼저 당권 도전이 점쳐졌던 김부겸 의원은 최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좌(안)희정 우(이)광재'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나는 특정 후보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라며 독자적으로 경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도 점쳐진다. 박 시장은 아직까지 ‘대권보다 시정이 먼저’라는 원론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5월 광주에서 했던 강연을 통해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대권 주자가 쏟아지는 상황은 문 전 대표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굵직한 대선 주자들 틈에서 경선을 승리해 대권주자로 결정된다면 더 큰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대선을 위한 5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대권 행보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문 전 대표는 백의종군의 뜻을 내비치면서 김 대표에게 전권을 쥐어줬다. 하지만 총선과정의 불협화음은 총선이 끝난 뒤 김 대표가 전대 이후 물러나는 수순을 밟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김 대표는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도 더민주 내 대권주자들이 쏟아지는 현 상황을 그렸다. 그는  줄곧 더민주 내에서 대선주자 간 경쟁의 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 박원순 시장, 안희정 지사 등을 만나 대선후보 경쟁에 나서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요한 사실은 김 대표의 의중이 더민주 내 대권판도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대표가 전대 이후 본격적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맡게 되면 김 대표의 의중에 따라 대권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돌아와
대권 잡는다?

문 전 대표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해 측근은 “(문 전 대표가) 한국에 와서 얘기를 들어보고, 밖에서 고민한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며 “항간에서 나오는 책 발간도, 귀국 후 행선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 관계자 또한 “현재 드러난 건 문 전 대표가 네팔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부탄에서 국민행복에 대해 생각했다는 것뿐”이라며 “부재 기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종합적으로 나중에 평가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토크콘서트 왜?

정치인들이 토크콘서트를 통해 인기몰이를 노리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청년세대들과 거리감 없이 밀착하는 청춘콘서트는 기성 정치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안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 이후 정치인들은 활발히 정치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총선 패배 이후 과천서 청춘공감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했다. 이 대표는 멘토로서 최근 취업난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평소 궁금한 사항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토크콘서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토크콘서트를 두고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인이 정치콘서트니 토크콘서트니 하며 교육을 빙자해 돌아다니고 있다”며 “교육현장이 정치인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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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