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문재인 앞날은?

숨고르기 끝…대권플랜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근 더민주 최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대권을 잡기 위한 전방위 행보에 들어갔기 때문. 네팔에서 정신무장을 하고 온 그는 귀국 후 본격 대권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문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더민주는 전당대회 분위기로 어수선한 데다 대선주자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문재인의 대권 플랜을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약 한 달간의 히말라야 및 네팔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더민주 주류계파의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그의 귀국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문 전 대표는 네팔로 떠나기 전 자신의 SNS를 통해 “특전사 공수부대서 군복무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식
숨 고르기?

지난달 7일,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래 전부터 네팔의 학교를 지원해온 한국인 후원자들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지만 총선 등으로 시간을 내지 못하다 이번 기회에 방문하게 됐다”며 네팔행 명분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을 두고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이후 광주, 경북 안동, 충북 청주 등을 방문하면서 대선주자로서 광폭 행보를 보였다. 당시 이를 두고 지난 4·13 총선서 호남 전패를 한 문 전 대표의 행보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 관계자는 네팔행에 대해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대권 행보에 대한 구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권의 분분한 추측을 남기고 비공식 개인 일정으로 소수 인원과 함께 네팔로 떠났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박범신 소설가, 탁재형 PD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네팔에서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봉사했고 누왈코트 지역 아루카카 중급학교를 찾아 구호 활동을 나무심기 자원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불어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간부들을 만나 특별한 관심을 약속키도 했다. 문 전 대표의 행보는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네팔에 머무르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더민주 당내에서는 범 친문세력으로 불리는 추미애·송영길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주류에서는 원혜영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잠행 기간 동안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의 발언이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문패권주의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이미 당 주류를 차지한 상황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대권주자 모두 친문계에서 대놓고 독식하는 모습은 문 전 대표에게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호 활동 네팔 잠행 마치고 귀국
여의도와 거리 두면서 행보 구상

하지만 그는 네팔방문 와중에 SNS를 통해 현 정부에는 쓴소리를 냈다. 지난달 24일,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시작전권통제권 환수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종전 후 60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군이 외쳐온 목표는 한결같이 자주국방이었다”면서 “아직도 작전권을 미군에 맡겨 놓고, 미군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군대, 방산 비리의 천국, 이것이 지금도 자주국방을 소리높여 외치는 박근혜정부의 안보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어 “60여년 간 외쳐온 자주국방의 구호가 부끄러운 2016년의 6·25”라고 힐난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14년 안보협의회에서 지난해 12월1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날을 세워 반박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문 전 대표의 전작권 관련 발언에 대해 “6·25 전쟁 66주년을 기리는 날에 우리 군에 대해서 격려와 위로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군을 비하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사”라며 “북한이 대남·대미 위협을 강화하는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한 때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고 나섰던 분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판도 없이 우리 국군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준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마음 비우러 간 사람이 뜬금없이 SNS로 할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 권오중 뉴파티위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권 위원은 “상식적으로 맞는 말만 하신 거 아니냐”며 “내 집을 내가 지켜야지 남이 지킬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정권 때부터 전시작전권, 평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불거져서 94년도에 평시작전권은 환수했고, 전시작전권까지 2015년까지 환수하기로 했던 것을 지금 박 대통령이 들어와서 2020년까지 또 잠정 연기했다”며 이제 이 정도의 GNP 대비 국방비라든지 군사 수준으로 보면 우리도 이제 작전권 환수할 때가 됐다“고 꼬집었다.

밖에는 쓴소리
안에는 벙어리

앞서 문 전 대표는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출국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지상(地上)의 세월호였다”고 주장했다. 또 “무책임한 무반성이 또 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며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도 정부 여당의 잘못으로 호도하는 주장은 허무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더민주 소속 박 시장이 외면해온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박 시장을 도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흠집을 낸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구의역 사고의 1차적 책임이 박원순 시장에게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구의역 사고를 세월호 사건에 빗댄 것 자체가 박 시장을 부담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과연 자당 소속 서울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박 시장의 허점을 더 드러내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라며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구의역 사고를 부각시킴으로써 더민주 내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박 시장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전작권 및 구의역 사고와 같이 당 외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네팔에 머무르고 있을 때는 ‘신공항 백지화’ ‘보좌관 가족 채용’ ‘더민주 전대’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는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신공항 문제를 두고 문 전 대표는 부산서 더민주에 5석을 얻을 경우 가덕도 유치를 이끌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5석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가덕도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의 확장성’ 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귀국 후에는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채용 문제로 시끄러운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사태 관련해서도 자칫 당에 입김을 넣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책 발간·북 콘서트 예상
대권주자 견제…문재인식 해법은?

앞서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당원·시민과 함께 나선 금정산 등산에서 “오는 8월 더민주 전당대회 전까지 중앙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정권 교체를 위한 어떠한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고 밝혀 때가 되면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전망이다.


해외서 온라인으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 그가 귀국 후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먼저 문 전 대표가 책 발간과 함께 북 콘서트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이르면 8월 중으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 18대 대선 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발표했다.

이 책은 대선 실패 이후 자기 성찰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책을 통해 자신의 대선 패배의 이유 중 하나로 ‘평소의 준비 부족, 실력 부족’이라고 평했다. 이어 또 다른 패배의 원인으로 ‘우리 안의 근본주의’를 지적했다. 당시 북 콘서트에는 이번 네팔행에 함께했던 박범신 소설가도 참석했었다.

과거의 북 콘서트 경험을 다시 한 번 살려 대선이 1년5개월여 남은 현 시점에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예전부터 내부에서 책을 발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네팔에 다녀온 내용을 책으로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2013년 때처럼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다양한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한 네팔 방문기를 담을지,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내놓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복잡한 문재인
김종인 잡아라


문 전 대표가 이번 해외활동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는 부탄이다. 부탄은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조사한 세계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로, 국민소득은 높지 않지만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양극화는 극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부탄행을 두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성장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나라를 찾아 나섰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문 전 대표의 귀국에 발맞춰 더민주 내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진 모습이다. 더민주는 올 초 까지만 해도 뚜렷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자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득세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권후보가 결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 대권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먼저 당권 도전이 점쳐졌던 김부겸 의원은 최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좌(안)희정 우(이)광재'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나는 특정 후보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라며 독자적으로 경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도 점쳐진다. 박 시장은 아직까지 ‘대권보다 시정이 먼저’라는 원론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5월 광주에서 했던 강연을 통해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대권 주자가 쏟아지는 상황은 문 전 대표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굵직한 대선 주자들 틈에서 경선을 승리해 대권주자로 결정된다면 더 큰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대선을 위한 5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대권 행보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문 전 대표는 백의종군의 뜻을 내비치면서 김 대표에게 전권을 쥐어줬다. 하지만 총선과정의 불협화음은 총선이 끝난 뒤 김 대표가 전대 이후 물러나는 수순을 밟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김 대표는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도 더민주 내 대권주자들이 쏟아지는 현 상황을 그렸다. 그는  줄곧 더민주 내에서 대선주자 간 경쟁의 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 박원순 시장, 안희정 지사 등을 만나 대선후보 경쟁에 나서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요한 사실은 김 대표의 의중이 더민주 내 대권판도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대표가 전대 이후 본격적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맡게 되면 김 대표의 의중에 따라 대권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돌아와
대권 잡는다?

문 전 대표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해 측근은 “(문 전 대표가) 한국에 와서 얘기를 들어보고, 밖에서 고민한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며 “항간에서 나오는 책 발간도, 귀국 후 행선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 관계자 또한 “현재 드러난 건 문 전 대표가 네팔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부탄에서 국민행복에 대해 생각했다는 것뿐”이라며 “부재 기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종합적으로 나중에 평가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토크콘서트 왜?

정치인들이 토크콘서트를 통해 인기몰이를 노리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청년세대들과 거리감 없이 밀착하는 청춘콘서트는 기성 정치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안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 이후 정치인들은 활발히 정치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총선 패배 이후 과천서 청춘공감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했다. 이 대표는 멘토로서 최근 취업난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평소 궁금한 사항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토크콘서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토크콘서트를 두고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인이 정치콘서트니 토크콘서트니 하며 교육을 빙자해 돌아다니고 있다”며 “교육현장이 정치인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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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