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골라받는 병원들 백태

“냄새가 너무 나서 진료 못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환자의 입원을 거부한 사례가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실명까지 공개돼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해당 대학병원은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진료거부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진료거부로 인한 모든 비난의 화살은 병원을 향하고 있지만 병원 나름대로의 사정도 있는 듯하다.

 

환자단체가 밝힌 사건의 정황에 따르면,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인해 3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이모씨는 지난 5월23일 인근 대학병원을 방문해 류마티스내과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았다. 그 후로 일주일 뒤인 5월30일 두 번째 외래진료에서 담당 의사가 입원 치료를 권유해 원무과에서 입원 절차를 밟으려 했다. 그러나 이씨는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 절차를 밟지 못했다.

3곳서 거부

담당 의사로부터 입원 권유를 받고 간호사가 작성해 준 ‘진료 후 절차 안내문’의 지시에 따라 원무과에 가서 입원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해당 병원의 원무과 의료급여 담당 직원은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니 아무나 한 명 보호자를 지정해 입원약정서 작성 후 입원하라”며 입원을 거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병원 직원까지 가세해 모욕적인 말을 들은 이씨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112에 신고했고, 경찰마저도 병원 편을 들자 어쩔 수 없이 귀가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도 참석해 자신이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병원의 차별적 행위에 분노를 토했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입원 절차를 위해 이모 환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사후 어떤 대처도 하지 못했다”며 “환자 발언 하나로 병원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로 주변의 상급 병원들은 ‘환자 거부’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소재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 시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진료를 보러 오신 환자기 때문에 최대한 입원을 하도록 도와드리고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B 상급 병원 관계자 역시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특히 상급 병원의 경우 주변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큰 소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단 환자를 무조건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에는 응급치료가 필요한 노숙자가 여러 병원의 진료 거부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중에는 행려자 지정 병원도 있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 30대 노숙자 신모씨는 머리를 다쳐 쓰러진 후 119 구급대를 통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보호자 없다” 가난 이유로 입원 거부
무연고자·노숙자도 기피 대상 논란

그러나 해당 병원 관계자는 “(노숙자들이) 여기 있으면 응급실 전체에 냄새가 나 환자들이 막 XX를 하는데 진료해 주기 힘들다. (행려자 진료 시설) 같은 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구급대는 밤사이 신씨를 태우고 다른 병원을 찾았지만 찾는 병원마다 모두 환자 인수를 거부했다. 결국 신씨는 오전 5시경 가까스로 처음 찾았던 행려자 지정 병원에 입원했지만 당일 낮 12시경 숨지고 말았다.

당시 신씨를 이송했던 소방서 관계자는 “구급대원은 신씨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노숙자 쉼터부터 병원까지 몇 군데 다녔지만 거부됐다”며 “여기저기 다니다가 5시간 동안 방치된 셈”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의사 선생님께서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진료를 거부한 거니까 뭐라 할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여론은 신씨가 만취 상태였지만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진료를 거부한 병원들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신씨의 진료를 거부한 의사는 책임이 있을까.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위법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는 어렵다고 전제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특히 원무과 직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에 의한 진료 거부도 의료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최근 병원들에 ‘진료거부 금지’에 대한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현행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특히 의료인은 의료기관 종사자의 의료기관 내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어 의료기관 종사자가 진료를 거부했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또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환자 등에게 입원 시 보호자와 보증인을 요구하고, 보호자나 보증인이 없는 경우 입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보건복지부에 접수되고 있다”면서 “환자의 진료권 보장을 위해 엄격히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는 일부 병원의 보호자 없는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거부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전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대상으로 보호자 또는 입원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실태조사 후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대학병원에 대해서도 엄중한 행정처분을 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처벌 대상 맞다”

아울러 입원 거부의 주체를 단순히 ‘의료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15조를 개정해 원무과 직원 등의 ‘의료기관 종사자’도 포함하고,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22조 2항 및 의료급여법 제11조의 4를 개정해 환자에게 비용 부담 청구가 금지되는 유형으로 입원보증금 이외에 입원보증인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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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