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발 서초동 ‘4대 천왕’ 추적

드디어 청와대 X파일 공개 임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조비리 핵심인 ‘서초동 4대 천왕’의 실체를 최초로 언급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정기관·국회·기자·법조인들은 4대 천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하나 같이 “처음 들어봤다” “도무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입모아 말했다. 한마디로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 존재하기는 한 걸까.

“검찰이 실패한 로비라고 주장하지만 성공한 로비를 잡지 못한 실패한 수사다.” (이춘석 의원)

“이번 사건이 확대될 경우 (검찰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주광덕 의원)

“도대체 누구?”
알아내려 혈안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이날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의 불법 로비 의혹인 일명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입에서 ‘전문용어’가 나왔다.

“유명한 법조브로커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이들이 전관(변호사)들이 잘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어려운 사건을 줍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본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건이 어려운데 용하게 해결하는지, 또 하나는 알아서 ‘와리’(알선료의 일본식 표현)를 잘 갖다 주는지. 이번 기회에 서초동 4대천왕을 토벌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의원 입에서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는 말이 나오자 여의도와 서초동 관계자들은 4대 천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정보라인을 ‘풀’가동했다. <일요시사> 역시 정보라인을 가동했다. 대형 로펌의 사무관과 변호사, 사정기관 관계자, 부장검사 출신 의원, 법조기자 등에게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물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데…잘 모르는 것 같다” “도저히 알 수 없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조 의원 의원실 관계자들도 모른다는 전언이 있었다. 조 의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라고 했지만 아무도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몰랐다. 이 때문에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 의원이 만들어낸 조어가 아니냐” “(조 의원이) 청와대에 있을 때 파악한 내용 같다”는 등의 추측을 내놓았다.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30일 조 의원에게 “4대 천왕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직접 물었다. 조 의원은 “서초동 변호사들이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며 “대부분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메이저급들이다. 수많은 사건이 그들(서초동 4대 천왕)에게 묶여 있어 어떤 변호사들은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법조브로커로 구속된 “이민희씨도 이 4대 천왕에 들어가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그 사람이 4대 천왕에 들어가는지는 모른다”며 “다만 서초동 변호사들에게 (4대 천왕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각심을 고취하는 취지에서 김 장관에게 물었다”며 “4대 천왕이 누군지는 서초동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라”라고 말했다. 결국 조 의원에게서도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들을 수 없었다.

서초동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법조인 출신은 아니지만 이씨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야 법무장관에 전관예우 수사 질타
법조브로커 핵심 4인방 실체 첫 언급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30일 조 의원에게 “4대 천왕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직접 물었다. 조 의원은 “서초동 변호사들이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며 “대부분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메이저급들이다. 수많은 사건이 그들(서초동 4대 천왕)에게 묶여 있어 어떤 변호사들은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건설업자, 호텔 부회장직,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 여러 개의 명함을 파고 다니며 대외적으로 회장이나 고문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로 정부 관공서를 상대하는 대관 로비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이씨는 대관 로비로 인맥을 다져온 거물 법조 브로커 중 한 명이다.
 

그는 정 대표의 도박사건 2심 첫 재판장이던 임모 부장판사와 2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며 식사대접을 해왔다. 이씨는 여동생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정식집에 법조인과 사업가들을 초대하고 연예인 등을 동석시키기도 했다.

홍 변호사와 이씨는 2012년 상반기 국내 유수의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이 개설한 ‘최고경영자(CEO) 과정’에 등록해 함께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는 홍 변호사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끝으로 검찰을 떠난 직후였다. 이미 이때부터 홍 변호사와 이씨의 관계는 상당히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상림, 김흥수…
그들과 동급?

이씨는 정 대표와 홍 변호사를 연결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씨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에는 정·관계 인사의 실명이 거론됐다. 또 이씨는 한 경찰 간부의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오르는 등 화려한 인맥을 과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달 9일 구속했다. 이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1, 4호선 매장 사업권 입찰과 관련해 서울시 감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정 대표 측 김모씨로부터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모두 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12월 형사 사건을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에게 소개해주는 대가로 의뢰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2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 준비금 명목으로 유명 가수의 동생 조모씨로부터 3억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대형 사건을 주로 맡아온 홍 변호사가 작은 사건의 수임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이씨를 통해 사건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씨 외에는 현재까지 서초동에서 유명한 브로커들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4대 천왕이 누군지조차 추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조 의원에 따르면 이들 브로커는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현직 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는 그동안 거물급 ‘큰손’ 법조 브로커들로 몸살을 앓았다.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된 초대형 사건에만 개입하기로 유명한 브로커. 고위급 판검사 인맥을 등에 업은 ‘큰손’들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수십억 원의 커미션이 오가는 일은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 로펌에서는 브로커를 모시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 잘나가는 브로커들이 직접 로펌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초동 ‘밤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밤의 대통령
법조계 군림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굵직한 법조 브로커 사건들을 살펴보면 2005년 ‘윤상림 게이트’,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폭로사건’ 등이 있다.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법조 브로커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로커는 변호사 수임료의 30%에서 많게는 70%까지 가져가는 게 업계의 ‘공식’으로 알려졌다. 일명 ‘와리’혹은 ‘뽀찌’로 불리는 커미션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이들 브로커가 굵직한 초대형 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하면서 뽀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08년부터 7년간 적발된 민·형사 사건 브로커들은 1700여명에 이르고, 작년 상반기에만 300여명이 적발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종종 대학교 친구 혹은 연수원 동기가 ‘야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한다. 나중에 식사 자리에 가면 거기에 한 사람이 더 오는데 그 사람들이 대부분 브로커다”고 입을 모았다. 브로커들 중 일부는 거미줄 인맥으로, 검사나 판사와 직접 연줄을 대는 ‘거물 브로커’로 성장한다. 거물 브로커는 수임료 액수를 스스로 정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브로커 중에는 주로 검찰 수사관 출신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굵직한 법조 브로커 사건들을 살펴보면 2005년 ‘윤상림 게이트’,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폭로사건’ 등이 있다.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윤씨는 2003년 5월 경찰에게 H 건설업체의 비리 의혹을 제보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한 뒤 다시 H 건설업체를 찾아가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검거 당시 윤씨의 수첩에는 경찰 간부를 비롯해 여러 명의 법조계 인사가 적혀 있었다.

조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검찰·법원 출신 메이저급
변호사들은 다 아는 사람들”


그 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했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윤씨가 광범위한 인맥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윤씨의 비리 첩보는 사실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2003년 윤씨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찾아와 특정 인사의 징계 문제를 거론한 것을 보고 자체조사를 벌여 윤씨와 관련된 첩보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2004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첩보를 이첩했지만 검찰은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는 답보 상태를 거듭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 윤씨가 경찰 인맥을 이용해 사건 청탁을 했다는 첩보가 대전지검으로부터 전달됐을 때부터다.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강원랜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윤씨가 사용한 수표 980여매를 찾아냈다. 또 윤씨가 H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면서 체결한 합의각서 등도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의 차명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이 실시됐고 결국 법조계 인사 400여명 등이 연관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했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심은 “윤씨가 공직자와의 친분을 범죄에 악용해 수사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7년에 추징금 12억3800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빌미를 제공한 법조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씨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1심보다 1년 늘어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008년 2월 대법원이 윤씨에 대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윤상림 게이트는 결국 일단락됐다.

'김홍수 게이트'는 법조비리 사건으로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등이 한꺼번에 적발된 초유의 사건이다. 김홍수씨는 이란산 카페 및 가구 수입업자로 지난 2005년 7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전형적인 법조 브로커다.

김씨는 2006년 법조계의 치부를 폭로하면서 김홍수 게이트가 불거졌다. 김씨의 폭로에서 당시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광 검사, 민오기 총경 등이 돈을 받고 재판이나 사건 처리과정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조 부장판사 등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형사건 연결
거액의 수수료

이후 대법원은 김씨로부터 수사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 총경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검사에 대해서도 1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사건 청탁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 부장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