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로 피본 사람들

큰소리 떵떵 치더니…쥐 죽은 듯 조용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신공항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가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카드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과 밀양-가덕도에 이해관계를 둔 지자체 장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신공항 입지 용역을 수행해온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장 마리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기존에 나와 있던 옵션 2개를 비교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단계를 밟았다”며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웃고 있는 지도부
울고 있는 지역의원

정부 발표를 두고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가 미래를 최우선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수용 입장임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는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여러 걱정을 더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도 정부,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돼서 성공적인 신공항 건설의 준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의 발표에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PK(부산·경남)의 가덕도, TK(대구·경북)의 밀양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유 의원은 신공항 대책 중진간담회에 참석해 “결론이 내려진 만큼 지역 간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김해공항에 대해 영남권 허브공항으로 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정부 스스로 이야기해 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김해공항이) 최선이라고 하니 부산은 물론 대구도 주민들이 납득을 못한다”고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했다.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구지역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백지화 결정에 대해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21일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2000만 남부권 국민들의 경제 활성화 꿈이 또 한 번 꺾였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밀양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일에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해공항 확장 결정…밀양·가덕도 대혼란
여야 지도부 긍정적…지역 의원들 “큰일”

지난 7일에는 밀양 유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대구지역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밀양신공항 유치는 대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예전부터 여기(남부권신공항 추진위)에서 자문을 했다”며 “부산은 현재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무위로 돌린 뒤 가덕도에 민자를 유치하려는 것 같은데, 신공한 유치 경쟁의 정치 쟁점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경쟁지역인 가덕도 추진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신공항은 유일한 남부권 경제 회생의 활로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향후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에서는 김부겸 의원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줄곧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왔다.

지난 9일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관계자 등 100명과 함께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신공항은 안전하고, 소음피해 없이 24시간 운영가능 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추가 확장이 가능한 곳, 나아가 해상운송, 육상운송과 함께 복합적 물류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에서 부산지역 내 5명의 의원이 당선될 경우 가덕도 유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은 현재 문 전 대표는 네팔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귀국해서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그가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한 쪽에 치우친 입장을 취할 경우 자칫 표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지금 섣불리 입장을 발표하는 것보다 진행되는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직 건 시장
“믿기 힘든 결정”

이처럼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둔 여야 대권주자들이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경제 파급효과 때문이다.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의 경우 신공항 건설 시 약 18만∼26만 명의 일자리, 12조∼17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예상된다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가덕도 신공항 역시 15만 명대의 일자리, 11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5~10조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비용은 100%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10여년에 달하는 건설기간동안 일자리 창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증가를 비롯한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까지 생각하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이처럼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신공항 유치전에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장들도 줄 초상 분위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가덕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당시 서 시장은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박빙의 경쟁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조건부 시장직 포기’ 발언은 승부수로 통했다. 서 시장은 개표 결과 불과 1.6% 차이로 오 후보를 이기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이후 2년여 동안 그는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가덕도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을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서 시장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4반세기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한 오로지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와 부산시민은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신공항 논의에서 어떻게 또 다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결정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한 만큼 향후 거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 시장의 거취에 대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자체 발전을 위해 강단 있는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서 시장이 부산시민들에게 어떻게 본인의 사퇴입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김해공항도 부산”이라며 “꼭 가덕도가 아니라고 해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면 올바른 부산시장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시장과 함께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던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도 부산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서 시장이 시장직을 두고 성급하게 결론내기 보다는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정치인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책임들을지지 않으니까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불신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며 서 시장을 압박했다.

시장직 건 부산시장 거취 주목
TK 쪽도 민심 부글…누가 총대?


밀양 신공항을 지지했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신공항 백지화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서 시장과 같이 시장직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권 시장도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권 시장은 지난 21일 신공항 백지화가 결정된 당일 대구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거꾸로 돌린 어처구니없는 결정으로 유감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김해공항 확장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쓴 소리를 냈다.
 

김 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황폐화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신공항을 염원해 온 대구경북 시·도민의 꿈을 무너뜨렸다.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대구시 등 영남권 4개 시·도의 여론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는 신공항 건설이 밀양,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사실상 백지화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홍 지사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인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신공항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을 것”이라며 “공항 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므로 경남도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건 서병수 부산시장과 달리 신공항을 경남에 유치해야 한다는 공약은 내세우지 않았다. 23일에는 “또 다시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신공항 사기를 획책한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뿔난 의원들
재추진 결의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등의 거점을 둔 의원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더민주 부산지역 의원 5명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결의했다.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신공항 용역조사에서 안전성 항목이 제외된 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더민주 부산지역 출신인 김영춘·박재호·최인호·전재수·김해영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 확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1년 가덕도신공항이 무산된 것에 이은 이번 발표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해공항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소음 등 문제로 24시간 운항이 불가하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가덕신공항유치추진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용역 과정에서 나타난 것에 따르면 장애물 문제가 독립적 평가항목에서 빠진 점이 항공법에 위배된다”며 “장애물 문제가 국토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게 드러났는데도 용역업체에 지침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당국의 직무유기 부분을 진상조사단 활동을 통해 밝힌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이 독자적으로 가덕도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점은 우리의 뜻과 동일하다”며 “부산시가 구체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 한다면 우리도 힘을 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덕도 신공항의 재추진을 위해 새누리당과의 연대까지도 고려한 모습이다.

새누리 부산시당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아쉬움을 표했다. 부산시당은 지난 22일 “가덕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해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항공수요를 소화하고, 향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속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자택일 딜레마
환영 못받은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을 두고 정치평론가는 “밀양이든 가덕도건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순간, 탈락한 곳의 극심한 반발이 있고 더군다나 임기 말에 있어서 굉장히 국정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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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