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로 피본 사람들

큰소리 떵떵 치더니…쥐 죽은 듯 조용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신공항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가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카드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과 밀양-가덕도에 이해관계를 둔 지자체 장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신공항 입지 용역을 수행해온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장 마리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기존에 나와 있던 옵션 2개를 비교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단계를 밟았다”며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웃고 있는 지도부
울고 있는 지역의원

정부 발표를 두고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가 미래를 최우선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수용 입장임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는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여러 걱정을 더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도 정부,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돼서 성공적인 신공항 건설의 준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의 발표에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PK(부산·경남)의 가덕도, TK(대구·경북)의 밀양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유 의원은 신공항 대책 중진간담회에 참석해 “결론이 내려진 만큼 지역 간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김해공항에 대해 영남권 허브공항으로 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정부 스스로 이야기해 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김해공항이) 최선이라고 하니 부산은 물론 대구도 주민들이 납득을 못한다”고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했다.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구지역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백지화 결정에 대해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21일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2000만 남부권 국민들의 경제 활성화 꿈이 또 한 번 꺾였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밀양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일에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해공항 확장 결정…밀양·가덕도 대혼란
여야 지도부 긍정적…지역 의원들 “큰일”

지난 7일에는 밀양 유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대구지역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밀양신공항 유치는 대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예전부터 여기(남부권신공항 추진위)에서 자문을 했다”며 “부산은 현재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무위로 돌린 뒤 가덕도에 민자를 유치하려는 것 같은데, 신공한 유치 경쟁의 정치 쟁점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경쟁지역인 가덕도 추진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신공항은 유일한 남부권 경제 회생의 활로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향후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에서는 김부겸 의원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줄곧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왔다.

지난 9일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관계자 등 100명과 함께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신공항은 안전하고, 소음피해 없이 24시간 운영가능 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추가 확장이 가능한 곳, 나아가 해상운송, 육상운송과 함께 복합적 물류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에서 부산지역 내 5명의 의원이 당선될 경우 가덕도 유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은 현재 문 전 대표는 네팔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귀국해서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그가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한 쪽에 치우친 입장을 취할 경우 자칫 표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지금 섣불리 입장을 발표하는 것보다 진행되는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직 건 시장
“믿기 힘든 결정”

이처럼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둔 여야 대권주자들이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경제 파급효과 때문이다.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의 경우 신공항 건설 시 약 18만∼26만 명의 일자리, 12조∼17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예상된다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가덕도 신공항 역시 15만 명대의 일자리, 11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5~10조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비용은 100%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10여년에 달하는 건설기간동안 일자리 창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증가를 비롯한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까지 생각하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이처럼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신공항 유치전에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장들도 줄 초상 분위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가덕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당시 서 시장은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박빙의 경쟁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조건부 시장직 포기’ 발언은 승부수로 통했다. 서 시장은 개표 결과 불과 1.6% 차이로 오 후보를 이기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이후 2년여 동안 그는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가덕도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을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서 시장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4반세기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한 오로지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와 부산시민은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신공항 논의에서 어떻게 또 다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결정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한 만큼 향후 거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 시장의 거취에 대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자체 발전을 위해 강단 있는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서 시장이 부산시민들에게 어떻게 본인의 사퇴입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김해공항도 부산”이라며 “꼭 가덕도가 아니라고 해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면 올바른 부산시장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시장과 함께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던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도 부산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서 시장이 시장직을 두고 성급하게 결론내기 보다는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정치인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책임들을지지 않으니까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불신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며 서 시장을 압박했다.

시장직 건 부산시장 거취 주목
TK 쪽도 민심 부글…누가 총대?

밀양 신공항을 지지했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신공항 백지화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서 시장과 같이 시장직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권 시장도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권 시장은 지난 21일 신공항 백지화가 결정된 당일 대구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거꾸로 돌린 어처구니없는 결정으로 유감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김해공항 확장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쓴 소리를 냈다.
 

김 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황폐화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신공항을 염원해 온 대구경북 시·도민의 꿈을 무너뜨렸다.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대구시 등 영남권 4개 시·도의 여론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는 신공항 건설이 밀양,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사실상 백지화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홍 지사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인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신공항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을 것”이라며 “공항 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므로 경남도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건 서병수 부산시장과 달리 신공항을 경남에 유치해야 한다는 공약은 내세우지 않았다. 23일에는 “또 다시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신공항 사기를 획책한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뿔난 의원들
재추진 결의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등의 거점을 둔 의원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더민주 부산지역 의원 5명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결의했다.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신공항 용역조사에서 안전성 항목이 제외된 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더민주 부산지역 출신인 김영춘·박재호·최인호·전재수·김해영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 확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1년 가덕도신공항이 무산된 것에 이은 이번 발표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해공항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소음 등 문제로 24시간 운항이 불가하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가덕신공항유치추진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용역 과정에서 나타난 것에 따르면 장애물 문제가 독립적 평가항목에서 빠진 점이 항공법에 위배된다”며 “장애물 문제가 국토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게 드러났는데도 용역업체에 지침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당국의 직무유기 부분을 진상조사단 활동을 통해 밝힌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이 독자적으로 가덕도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점은 우리의 뜻과 동일하다”며 “부산시가 구체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 한다면 우리도 힘을 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덕도 신공항의 재추진을 위해 새누리당과의 연대까지도 고려한 모습이다.

새누리 부산시당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아쉬움을 표했다. 부산시당은 지난 22일 “가덕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해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항공수요를 소화하고, 향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속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자택일 딜레마
환영 못받은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을 두고 정치평론가는 “밀양이든 가덕도건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순간, 탈락한 곳의 극심한 반발이 있고 더군다나 임기 말에 있어서 굉장히 국정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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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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