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알몸사진 파는 청소년들 천태만상

치명적인 유혹…톡스폰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톡스폰’으로 불리는 불법 음란 영상 매매 행위가 채팅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채팅 메신저와 랜덤 채팅 앱 등을 이용해 음란 영상을 보내주고 돈을 받는 톡스폰. 기존의 ‘조건만남’과는 달리 영상 매수자를 법적으로 단속이나 처벌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미성년자들까지 음란 영상 매매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10대 청소년을 위협하는 위험한 아르바이트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날 용돈이 부족한 10대를 위협하는 위험한 아르바이트로 톡스폰이 소개됐다. 청소년들은 “알고는 있는데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법망 사각지대
관련 조항 없어

톡스폰은 채팅 메신저상의 스폰서를 일컫는 말로 적은 돈으로 유혹이 가능한 10대들이 그들의 주요 먹잇감이다. 먼저 성별, 나이 등을 확인해 10대들에게 접근한다. 비교적 큰 금액을 제시하며 은밀한 부위의 촬영 사진을 요구한다. 직접 만날 필요도 없고 당장 용돈벌이가 가능하기에 10대들은 쉽게 유혹에 빠진다.

실제로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톡스폰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받아볼 수 있다.

간단한 사진과 영상만 보내면 주급 150만∼200만원을 보장하고 추가로 선물과 성형시술 비용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채팅 앱 프로필 상에 미성년자로 설정해놔도 개의치 않는다. “조건 만남은 경찰이 단속할 경우 벌금과 전과 기록이 남는 반면 톡스폰은 조건만남에 비해 안전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톡스폰을 제안한 남성은 일단 몸과 발 사진을 보고 기본급을 정하자며 사진을 요구한다. ‘사기’를 의심하면 이제껏 자신과 톡스폰을 해온 여자들의 나체사진과 동영상 캡처사진을 보내오며 안심시킨다.

여성들의 신체 일부분이 확대된 사진과 전라에 얼굴이 반쯤 드러난 동영상 캡처본까지 노출 수위가 매우 높다. 남성은 톡스폰을 통해 온 사진과 영상은 보고 바로 지운다고 했지만 인증을 명분으로 세 명의 여자 신체 사진을 유출했다.

큰 금액 제시 은밀한 부위 촬영 요구
사진 보내주면 입금…월 200만원 수입

톡스폰을 제안한 남성은 일단 몸과 발 사진을 보고 기본급을 정하자며 사진을 요구한다. 사기를 의심하면 이제껏 자신과 톡스폰을 해온 여자들의 나체사진과 동영상 캡처를 보내오며 안심시킨다.

톡스폰은 주로 랜덤 채팅 앱을 통해 톡스폰 대상을 구하고 이후 채팅 메신저 아이디를 공유해 둘만 있는 채팅방에서 음란물을 제공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랜덤 채팅 앱에서뿐만 아니라 트위터나 텀블러 등 소셜네트워크상에서도 음란한 사진과 영상을 사고판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성인인증 절차 없이 접속할 수 있는 랜덤 채팅 앱을 통해 톡스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만날 필요도 없이 영상만 찍어 보내면 많게는 수백만원씩 벌 수 있다 보니 대놓고 톡스폰 광고를 하는 10대들도 생겨나고 있다. 받는 액수가 많을수록 노출 요구 수위도 더 높아진다.

한 고등학생은 “한 번 그 정도 큰돈을 벌면 다른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재미로 혹은 아르바이트 삼아 보낸 자신의 신체 영상은 타인에게 전송한 그 순간부터 유포의 위험에 놓인다. 또 이를 빌미로 다른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게 전송된 사진들은 음성적 경로의 음란물 거래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톡스폰을 통해 수집한 청소년들의 사진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자신의 신체가 담긴 영상이 유포됐을 때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경우 유포된 자신의 동영상 삭제를 의뢰한 후 못 견디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봤다”며 “한 달 평균 300건의 동영상 삭제 의뢰가 들어오는데 그중 100건은 청소년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성매매보다 낫다?
가출해 용돈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도 “단지 그 사람과 나만의 거래니까 안전하다고 봐선 안 된다”며 “누군가에게 내 신체 일부가 담긴 사진, 영상을 건네는 순간 유포될 위험이 크고, 이런 동영상은 한 번 유포되면 평생 낙인이 되기에 찍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3월 음란 채팅 사실을 알리겠다며 돈을 뜯어낸 20대 여성이 사기와 공갈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A(22·여)씨는 지난해 SNS로 알게 된 남성에게 “350만원을 빌려주면 매달 음란 동영상을 보내주고 빌린 돈도 갚겠다”고 꾀어 3차례에 걸쳐 850만원을 챙겼다. 그는 빌린 돈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갚을 수 없게 되자 이 남성과 나눈 음란 채팅 내용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겁을 줘 돈을 더 받아내기로 했다.

A는 자기 언니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 남성에게 “내 동생이 미성년자인 것을 아느냐. 미성년자와 음란 채팅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가족에게 음란 채팅 사실을 알리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겁을 먹은 남성으로부터 또다시 600만원을 송금받는 등 4차례 1350만원을 챙겼다. 지난달 29일 전주에서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음란행위를 강요한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모(25)씨는 지난해 5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성인 것처럼 B(22·여)씨에게 접근해 ‘주종관계 성행위’를 약속한 뒤 B씨의 음란행위가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가 “더는 신체 사진을 찍어 보내지 않겠다”고 거부하자 이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인의 성행위 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해달라는 시정 요구는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2013년 1166건에서 2014년 1404건으로 20% 증가했고, 2015년 10월 말까지는 3171건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인터넷에 뿌려져
유출 피해 속출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신체를 찍은 사진 및 동영상을 건네받아 소지할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5항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청소년과의 거래를 통해 받은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배포할 경우에는 아청법 11조 2항에 의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청소년이 아닌 성인끼리 음란물을 주고받은 경우, 자신의 신체가 담긴 음란물을 보낸 사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정작 돈을 주고 음란물을 구매한 사람의 경우 이렇다 할 법적 처벌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채팅세계에서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봐도 몇 학년인지 대강 알 수 있는 현실 세계와 달리 채팅에서는 서로의 나이를 묻는 행위를 꺼린다.


10살을 갓 넘긴 초등학생이 여대생으로 버젓이 행동하고 중3 남학생이 서른살 어른으로 둔갑해도 말리는 사람은 없다. 외모와 나이 때문에 학교와 가정에서 제약을 받는 10대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개인에게 구매한 음란물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공중에 유포할 경우에는 성폭법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2항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 성폭력수사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음란물을 구매한 사람에 대한 법적 처벌 조항이 빠져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음란물 구매자 법적 처벌 못해
동영상 유포 못 견디고 자살도

그는 또 “성매매의 경우, 매수자와 매도자 둘 다 처벌하고 있듯이 음란물을 산 사람도 처벌해야 이런 문제를 빨리 근절할 수 있다”며 “정부 당국 회의에서 매수자 처벌 조항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개인과 개인 간에 이뤄지는 음란물 매매는 개인 간에 은밀히 행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적발이 쉽지 않다. 특히 10대들은 부모에게 자신의 비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이를 은폐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자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아이들의 해방감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일부가 된 청소년들에게는 탈선의 가속페달만 존재한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이 판매한 음란물 대금을 확인하는 10대 장사꾼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우리의 자녀들이 음란물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어른들은 제대로 현실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고함만 질러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의 음란 대화는 분명 언어 성폭력에 해당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육체적으로) 당한 일도 아닌 말로 주고받은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손 안의 세상에서의 성폭력은 실제 현실에서 성폭력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현재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신고제로, 채팅 속 어떤 무서운 범죄가 일어나도 신고가 되기 전까지는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정책을 만든 국가 역시 신고가 없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로 회피하고 있어 애플리케이션 성폭력 피해자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적어도 아이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부적절한 돈벌이 수단이 되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출 두려워
피해사실 숨겨

그는 “이젠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꿔 국가에서도 모니터링을 해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 허가제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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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