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여종업원 사망설 추적

북한 탈출해 단식하다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에 대해 북한정권은 ‘유인납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우리 정부는 ‘자유의사에 의한 탈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입국해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머무른 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단식에 의한 사망설이 흘러나왔다. 발신지는 북한의 한 민간단체 홈페이지에서였다.

지난 15일, 미국의 친북매체 <민족통신>은 자사 페이스북에 “국정원에 의해 강제 납치당했던 북 여성 식당 종업원 12명 중 한 명인 서경아양이 ‘우리들 모두를 공화국으로 보내달라’고 단식투쟁을 하던 중 사망한 사실이 민족통신 공동취재진의 추적에 의해 오늘 15일 확인됐다”고 전했다. <민족통신>은 제7차 노동당 대회 기간에 노길남 대표를 특파원으로 평양에 보내 취재토록 했다.

북 관련 매체들
같은 내용 보도

앞서 국내 북한전문매체 <NK투데이>도 지난 9일, 북한의 민간단체 아리랑협회에서 운영하는 <메아리>를 인용해 동일한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에 퇴직한 정보원 관계자’를 인용해 “집단 탈북한 여성 속에서 여러 명이 단식을 하다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어 청와대와 국정원이 매우 당황해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생사기로에 헤매던 한 명의 처녀가 끝내 사망했다”는 것이다.

<메아리>는 “지금 국정원은 이들과 언론의 접촉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으며 외부와의 련계(연계)조차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메아리>는 국내서 유해 매체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돼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국내 주요매체는 보도를 자제하고 있지만, SNS를 중심으로 귀순자의 단식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민족통신>이 지목한 사망자는 서경아씨로, 집단 귀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이라고 설명했으며, 자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배인 남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족통신>은 1999년 LA에서 창간됐으며, 상근자 없이 편집위원 9명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표인 노씨는 이번 당 대회 취재를 위한 체류가 69번째 방북 취재라고 기사에서 밝혔다. 노씨는 194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1973년 텍사스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에서 조속한 진상 공개를 국정원과 통일부에 요구했으나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북한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실제로 이들 13명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이하 센터) 내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기자회견이나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확인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경식당 집단 귀순녀 1명 사고 의혹
“공화국에 보내달라” 투쟁하다 사망?

뿐만 아니라 북측이 판문점에서 이들 귀순자와 북측 가족들의 만남을 주선하자고 제의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종업원과 그 가족들을 함께 공개 기자회견장에 세운다면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인지 혹은 유인납치인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측 주장이다. 현재 북측은 강제랍치피해자구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외신 취재를 허용하거나 동영상을 제작, 공개하는 등 이번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북한 만이 해온 것은 아니다. 국내서도 이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집단 탈출과 입국을 감행한 것이라면 이들의 신변과 의사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과 통일부는 왜 북한정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가는 “이들이 귀순했던 지난달 초에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해외 식당은 국가안전보위부에서 파견된 보위원이 근무자들을 감시토록 하고 있다. 여권도 근무자 개인이 소지할 수 없고 지배인으로 위장한 보위원 등이 걷어서 일괄 보관한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한 번에 이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을 이끈 남성 지배인 허모씨가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한 13명 외에
따라온 사람 있나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개신교 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남한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브로커에 의해 감금돼 있었고, 현재 평양에 아들과 노모가 있다. 김희태 목사는 이들 종업원들이 센터 조사와 하나원 수료 후 사회에 나오면 김련희씨와 마찬가지로 ‘북한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알고 온 이도 있으나 모르고 따라온 이도 몇몇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 당국이 이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센터 내에서의 단식 시도 가능성이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민족통신>의 보도 직후인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정말 만에 하나 단식이 있었더라도 단식 중 사망이 나올 정도로 (센터의) 관리가 허술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단식설 혹은 단식 중 사망설은 조금만 남북관계 혹은 북한이탈주민 관리의 현실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라며 “북한 이탈주민들의 관리는 모두 부득이한 접근의 통제가 이루어진다. 탈북자들의 심리상태가 안정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북한에 남은 식구들을 인질로 한 북한의 우회적 선전선동 및 회유전이나 말 그대로 탈북자 본인에 대한 위해가 걱정되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매체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15일자 <민족통신> 보도는 기사 상에서 별다른 취재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매체가 해당 기사를 인용보도 하지 않는 이유도 정확한 취재원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NK투데이> 보도는 북한 매체 <메아리>를 인용보도하고 있다. <메아리>는 ‘정보원’의 퇴직자를 인용했다. 이것이 정확히 국가정보원을 의미하는지 다른 정보당국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경기도 시흥의 센터 내에 있는 귀순자들의 소식을 북한과 해외 소재 매체에서 먼저 파악한 것이다. 그간의 보도 관행으로 볼 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신이나 국내 매체의 보도여야 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루트로 볼 수 있다.

“재판정 나오면 
진실 알게 될 것”

그간 북한정권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 있는 외신에게 취재를 허용하는 등 외신을 적절히 활용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번 집단귀순 사건도 <CNN> 취재진에게 “특종이 준비돼 있다”며 평양으로 불러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들과 귀순 종업원의 가족을 만나도록 했다.

북한정권 입장에서 서경아씨의 사망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그간 굵직한 북한 관련 보도를 도맡아 보도해온 <CNN>에게 취재를 허락했을 것이다. <CNN>에 보도를 허락한다면 관련 기사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 정부는 수세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변 측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류경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가족에게 대리권을 위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위법한 ‘구금’을 긴급히 해제시키기 위한 절차인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기열 칭화대 초빙교수가 직접 민변의 대표 메일에 북한의 가족이 대리권을 민변에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힌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자필서명이 담긴 위임장을 보내오면서 성사된 것이다. 정 교수는 직접 북한의 가족과 접촉해 위임장을 받고 민변 측에 전달했다.  

소문 SNS 타고 빠르게 퍼져
국정원·통일부 미온적 대응

민변 측은 <일요시사>에 “정 교수는 평소에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보내온 동영상은 재생이 안됐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유가려(유우성씨 동생)씨 이후 두 번째”라고 전했다. 동영상을 제외한 가족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위임장을 민변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했다. 그러나 위임장만으론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들 가족이 실제로 현재 센터 내에 있는 류경식당 종업원의 가족이 맞는지 입증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는 <일요시사>에 “법원이 통일부에 가족관계임을 입증하는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면 통일부도 협조할 것”이라며 “법원이 (귀순자) 본인을 통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법원이 (귀순자에게) 사진을 제시해 부모가 맞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귀순자 본인의 의사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피수용자 본인이 직접 재판정에 출두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사망설이 떠돌고 있는 서경아씨를 비롯해 나머지 귀순자들의 생사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 유가려씨가 이 제도를 통해 구금에서 풀려나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유씨는 법정에서 “센터로 돌아가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전화상으로 들은 후 “하루만 변호사를 따라가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유씨를 데려온 국정원 직원들이 대치했다. 이후 유씨가 다시는 센터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이번에도 귀순자들이 법정에 나와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집단귀순에 얽힌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는 현 센터 내 ‘임시보호조치’의 문제점을 들어 변호인 조력권이 절실함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귀순 동기 등 조사과정에서 센터 내 탈북자들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사피의자도 변호인 조력권이 있는데 피수용자들은 조사과정에서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센터 조사는 행정조사와 수사의 경계가 없다. 조사주체도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가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보호조치
“문제점 많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 10여명은 “종업원들이 자유 의사로 입국한 게 맞다면 변호인의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며 접견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국정원은 “센터가 구금시설이 아니고, 종업원들이 난민이나 형사피의자 등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접견신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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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