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여종업원 사망설 추적

북한 탈출해 단식하다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에 대해 북한정권은 ‘유인납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우리 정부는 ‘자유의사에 의한 탈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입국해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머무른 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단식에 의한 사망설이 흘러나왔다. 발신지는 북한의 한 민간단체 홈페이지에서였다.

지난 15일, 미국의 친북매체 <민족통신>은 자사 페이스북에 “국정원에 의해 강제 납치당했던 북 여성 식당 종업원 12명 중 한 명인 서경아양이 ‘우리들 모두를 공화국으로 보내달라’고 단식투쟁을 하던 중 사망한 사실이 민족통신 공동취재진의 추적에 의해 오늘 15일 확인됐다”고 전했다. <민족통신>은 제7차 노동당 대회 기간에 노길남 대표를 특파원으로 평양에 보내 취재토록 했다.

북 관련 매체들
같은 내용 보도

앞서 국내 북한전문매체 <NK투데이>도 지난 9일, 북한의 민간단체 아리랑협회에서 운영하는 <메아리>를 인용해 동일한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에 퇴직한 정보원 관계자’를 인용해 “집단 탈북한 여성 속에서 여러 명이 단식을 하다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어 청와대와 국정원이 매우 당황해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생사기로에 헤매던 한 명의 처녀가 끝내 사망했다”는 것이다.

<메아리>는 “지금 국정원은 이들과 언론의 접촉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으며 외부와의 련계(연계)조차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메아리>는 국내서 유해 매체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돼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국내 주요매체는 보도를 자제하고 있지만, SNS를 중심으로 귀순자의 단식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민족통신>이 지목한 사망자는 서경아씨로, 집단 귀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이라고 설명했으며, 자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배인 남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족통신>은 1999년 LA에서 창간됐으며, 상근자 없이 편집위원 9명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표인 노씨는 이번 당 대회 취재를 위한 체류가 69번째 방북 취재라고 기사에서 밝혔다. 노씨는 194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1973년 텍사스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에서 조속한 진상 공개를 국정원과 통일부에 요구했으나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북한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실제로 이들 13명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이하 센터) 내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기자회견이나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확인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경식당 집단 귀순녀 1명 사고 의혹
“공화국에 보내달라” 투쟁하다 사망?

뿐만 아니라 북측이 판문점에서 이들 귀순자와 북측 가족들의 만남을 주선하자고 제의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종업원과 그 가족들을 함께 공개 기자회견장에 세운다면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인지 혹은 유인납치인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측 주장이다. 현재 북측은 강제랍치피해자구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외신 취재를 허용하거나 동영상을 제작, 공개하는 등 이번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북한 만이 해온 것은 아니다. 국내서도 이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집단 탈출과 입국을 감행한 것이라면 이들의 신변과 의사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과 통일부는 왜 북한정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가는 “이들이 귀순했던 지난달 초에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해외 식당은 국가안전보위부에서 파견된 보위원이 근무자들을 감시토록 하고 있다. 여권도 근무자 개인이 소지할 수 없고 지배인으로 위장한 보위원 등이 걷어서 일괄 보관한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한 번에 이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을 이끈 남성 지배인 허모씨가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한 13명 외에
따라온 사람 있나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개신교 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남한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브로커에 의해 감금돼 있었고, 현재 평양에 아들과 노모가 있다. 김희태 목사는 이들 종업원들이 센터 조사와 하나원 수료 후 사회에 나오면 김련희씨와 마찬가지로 ‘북한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알고 온 이도 있으나 모르고 따라온 이도 몇몇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 당국이 이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센터 내에서의 단식 시도 가능성이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민족통신>의 보도 직후인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정말 만에 하나 단식이 있었더라도 단식 중 사망이 나올 정도로 (센터의) 관리가 허술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단식설 혹은 단식 중 사망설은 조금만 남북관계 혹은 북한이탈주민 관리의 현실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라며 “북한 이탈주민들의 관리는 모두 부득이한 접근의 통제가 이루어진다. 탈북자들의 심리상태가 안정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북한에 남은 식구들을 인질로 한 북한의 우회적 선전선동 및 회유전이나 말 그대로 탈북자 본인에 대한 위해가 걱정되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매체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15일자 <민족통신> 보도는 기사 상에서 별다른 취재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매체가 해당 기사를 인용보도 하지 않는 이유도 정확한 취재원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NK투데이> 보도는 북한 매체 <메아리>를 인용보도하고 있다. <메아리>는 ‘정보원’의 퇴직자를 인용했다. 이것이 정확히 국가정보원을 의미하는지 다른 정보당국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경기도 시흥의 센터 내에 있는 귀순자들의 소식을 북한과 해외 소재 매체에서 먼저 파악한 것이다. 그간의 보도 관행으로 볼 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신이나 국내 매체의 보도여야 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루트로 볼 수 있다.

“재판정 나오면 
진실 알게 될 것”

그간 북한정권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 있는 외신에게 취재를 허용하는 등 외신을 적절히 활용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번 집단귀순 사건도 <CNN> 취재진에게 “특종이 준비돼 있다”며 평양으로 불러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들과 귀순 종업원의 가족을 만나도록 했다.

북한정권 입장에서 서경아씨의 사망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그간 굵직한 북한 관련 보도를 도맡아 보도해온 <CNN>에게 취재를 허락했을 것이다. <CNN>에 보도를 허락한다면 관련 기사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 정부는 수세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변 측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류경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가족에게 대리권을 위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위법한 ‘구금’을 긴급히 해제시키기 위한 절차인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기열 칭화대 초빙교수가 직접 민변의 대표 메일에 북한의 가족이 대리권을 민변에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힌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자필서명이 담긴 위임장을 보내오면서 성사된 것이다. 정 교수는 직접 북한의 가족과 접촉해 위임장을 받고 민변 측에 전달했다.  

소문 SNS 타고 빠르게 퍼져
국정원·통일부 미온적 대응

민변 측은 <일요시사>에 “정 교수는 평소에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보내온 동영상은 재생이 안됐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유가려(유우성씨 동생)씨 이후 두 번째”라고 전했다. 동영상을 제외한 가족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위임장을 민변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했다. 그러나 위임장만으론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들 가족이 실제로 현재 센터 내에 있는 류경식당 종업원의 가족이 맞는지 입증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는 <일요시사>에 “법원이 통일부에 가족관계임을 입증하는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면 통일부도 협조할 것”이라며 “법원이 (귀순자) 본인을 통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법원이 (귀순자에게) 사진을 제시해 부모가 맞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귀순자 본인의 의사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피수용자 본인이 직접 재판정에 출두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사망설이 떠돌고 있는 서경아씨를 비롯해 나머지 귀순자들의 생사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 유가려씨가 이 제도를 통해 구금에서 풀려나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유씨는 법정에서 “센터로 돌아가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전화상으로 들은 후 “하루만 변호사를 따라가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유씨를 데려온 국정원 직원들이 대치했다. 이후 유씨가 다시는 센터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이번에도 귀순자들이 법정에 나와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집단귀순에 얽힌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는 현 센터 내 ‘임시보호조치’의 문제점을 들어 변호인 조력권이 절실함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귀순 동기 등 조사과정에서 센터 내 탈북자들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사피의자도 변호인 조력권이 있는데 피수용자들은 조사과정에서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센터 조사는 행정조사와 수사의 경계가 없다. 조사주체도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가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보호조치
“문제점 많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 10여명은 “종업원들이 자유 의사로 입국한 게 맞다면 변호인의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며 접견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국정원은 “센터가 구금시설이 아니고, 종업원들이 난민이나 형사피의자 등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접견신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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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