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 '최초 공개' 두 얼굴의 살인범 관상

“사람 죽일 얼굴 딱 보면 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범죄자 관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극단적인 수단으로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는 살인범들. 전문가가 보는 그들의 관상은 어떨까?

관상학이란 시공간(절대공간과 절대시간)에 의해 형성된 DNA의 작용에너지가 인간으로서의 성장 시기를 거치며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통계 분석한 것이다. 별들의 자연적인 기운(양자물리학)에 의해 생로병사가 이뤄지지만 유독 인간만이 자연을 역행하는 행동을 한다.

“사람 됨됨이
다 쓰여있다”

관상전문가는 “지구를 관장하는 북극성의 기운이 북두 구성의 큰 입자를 거치면서 특유의 스펙트럼을 형성해 사람의 생기를 조정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관상에는 살아온 인생에 따라 한없는 자비와 사랑이 존재할 수도 있고 잔악무도한 행동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정이 순수하거나 역상하는 것은 겉모습에 그대로 드러난다. 오랜 세월과 많은 사람을 겪어본 어른들이 걸어오는 사람의 행동 모양만 봐도 그 사람의 성정을 완벽할 정도로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좋을지라도 부정적인 시공간에 노출될 때 태어난 사람이라면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는 인간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강호순]
연예인 될 수도

여성을 연쇄적으로 납치해 살해한 강호순은 충청남도 서천군 출신이다. 그는 2009년 1월27일에 2008년 12월19일 경기도 군포시에서 실종된 여자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추가 수사에서 2006년 9월7일부터 2008년 12월19일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7명이 연쇄적으로 실종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처음에는 연쇄살인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군포 여대생을 포함해 7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강호순이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었다. 2009년 2월17일에는 2006년 9월7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당시 정선군청에서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 윤모씨(당시 23세)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강호순은 2005년 10월3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강호순은 얼굴이 작고 몸이 크며 성품이 굼뜨고 꾸미고 단장하길 좋아하는 얼굴이다. 잘생긴 눈과 입모양으로 봤을 때 자존심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으며 미남형에 특히 여성이 잘 따르는 인상. 이런 형은 주로 연예인들에게 많이 볼 수 있다. 순기능으로 전환했으면 연예인 또는 엔지니어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으나 끊어진 눈썹과 우뚝 솟은 콧등 뼈, 쫑긋 솟은 귀와 툭 튀어나온 울대는 걷잡을 수 없는 성욕과 반복되는 흉포함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이다.”

[김길태]
승려 됐더라면

김길태는 1977년 가을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동의 모 교회 앞에 버려졌다가 현재의 부모를 만나 입양됐다. 길태라는 이름은 고아, 즉 길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당시의 루머가 돌긴 했으나, 실제로는 그가 당시 부모를 만난 동네에 길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크게 성공했다는 이유에서 길태라고 이름 지었다고 그의 부모들은 말하고 있다.
 

김길태의 양부모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리고 조용하고 어두운 성격이었으며, 고교 시절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엇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길태는 1994년부터 절도혐의로 소년원에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그가 다니던 부산의 한 상업계 고등학교는 1년 다니다 중퇴했다. 이후에는 폭행, 절도, 구타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고, 1997년 성폭력 미수와 2001년 부녀자를 감금하고 성폭행해 교도소에서 8년 동안 복역하고 2009년 6월에 출소했다.

‘흉악한 5명’ 준수한 외모에 숨겨진 악마성
살아온 환경에 따라 인생후반 달라질 수도

이후 2010년 1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수배를 받았다. 2010년 2월27일 경찰은 공개수사를 벌이기 시작했고, 3월2일 경찰이 김길태에 대한 공개 수배령을 내리고 검거에 나섰다. 3월7일 실종된 여중생은 실종된 집 부근의 가정집 물탱크 안에서 옷이 모두 벗겨진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길태는 검거 전부터 검거 후까지 이례적으로 얼굴이 전부 공개됐다.

“김길태는 눈망울이 푸르고 처진 눈을 가지고 있다. 얼굴이 길고 이마가 거칠며 걸음걸이가 상황에 따라 확실히 달라지는 성욕이 강한 상이다. 그는 겁이 없고 성품은 부드러운 것 같으나 간사한 면이 있다. 좋은 턱과 눈썹을 가지고 있어 순작용을 이용해 산림처사(승려)로 진로를 택했더라면 평생 존경받는 고승이 됐을 상이다. 많은 사람을 위한 기도인이 됐을 수도 있다.”


[조성호]
화나면 도는 형상

조성호는 지난 4월13일 오전 1시께 인천광역시 연수구 자택에서 최모씨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한 뒤 시신을 10여 일간 화장실에 방치한 채 훼손해 같은 달 26일 오후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했다. 조성호는 2016년 1월부터 인천의 한 여관에서 카운터 업무를 맡았다. 이 여관에서 만난 최모씨와 친해진 조성호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인천 연수구 한 원룸식 빌라에서 최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2016년 5월1일 오후 3시50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내 불도방조제 입구 근처 한 배수로에서 마대에 담긴 최씨의 하반신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3일 오후 2시께 대부도 북단 방아머리선착장 인근 시화호 쪽 물가에서 상반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핸드폰 통화기록 추적을 통해 용의자 조성호를 긴급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시신을 유기하기 전날인 지난 4월25일에 '지금도 충분히 힘들지만 꿈을 꼭 이루어낸다', '일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고, 5월 들어서는 '10년 안에 3억원을 모을 수 있을 거 같다' 는 돈을 벌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성호의 지인 A씨는 “조용하고, 폭력성을 띄는 모습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잘했고, 주위에 그를 따르는 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지난 5월4일까지 카톡이나 전화로 지인과 대화를 계속했다.

2년 전 의정부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할 당시 알게 된 여성과 연휴 기간인 5월7일에 영화를 보기로 약속까지 잡았지만 5일 체포됐고 영화를 보기로 한 날 구속됐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경찰은 2016년 5월5일 열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조성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조성호는 미남형에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관상이다. 눈이 길고 맑은 피부에 코와 이마도 높아 대인관계에 인기가 있을 것. 머리털이 거칠고 소리가 맑을 상이다. 어려서부터 무리에서 뛰어난 상이니 단연코 좋은 직장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으나 얕은 상근(콧대)으로 성격이 급하고 화가 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저지르는 형상이다. 자신의 입과 눈썹 눈의 장점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관상의 경우 조상의 묘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보수가 필요하다.”

[박춘풍]
악독한 늑대상

2008년 위조한 여권으로 한국에 건너와 주로 수원에서 살았던 불법체류자 박춘풍은 2014년 11월26일 자신이 동거녀 김모(48·중국 국적)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그 다음 날 오전 5시부터 11월28일 오후 12시30분까지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뒤 수원 팔달산 등 5곳에 유기했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박씨의 주장과는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시신에서 목을 졸린 흔적이 발견됐고, 반지하 방을 계약할 당시 본인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행동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뒤늦게 박씨가 반지하 방과 별도로 여관에 방을 잡았다고 밝히면서, 반지하 방은 오로지 시신을 토막내기 위해 계약했다는 것이 확실시됐다.

성장 시기 거치며 인륜 DNA 형성
순작용했다면…큰 인물 됐을 수도

게다가 김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일부 훼손했던 장소의 혈흔에서 DNA 감식을 위해 국과수에 의뢰했으나, 훼손 상태가 심해 감식이 불가능했는데, 거의 프로 수준으로 혈흔을 닦아냈기 때문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한 그에 대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의해 경기지방경찰청은 2014년 12월13일 중국 국적의 유력한 피의자 박춘풍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박춘풍은 두상이 각지며 이마가 높고 관골과 턱이 둥글다. 안청이 둥글며 입이 큰 악독한 늑대의 형상이다. 천성적으로 순진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밝지 못한 눈은 성장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암시한다. 이런 사람은 늘 웃음 속에 칼을 품는다. 그가 순작용을 잘 이용했다면 선비로서 학동을 가르치는 훈장으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을 것. 하지만 과거 입 주위의 상처가 법령(팔자주름)에 불충한 작용을 해 법과 규율을 무시하는 경우가 늘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다. 머리는 좋으나 늘 인내심의 한계를 나타낸다.”

[오원춘]
어진 장수 열굴이…

오원춘은 2012년 4월2일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서 수원 토막살인사건을 일으킨 살인범이다. 그는 2007년 9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중국인으로, 경남 거제에서 노동일을 시작하며 한국에 정착했다. 2012년, 오원춘은 자기 집 앞을 지나가던 28세 여성을 납치·살해한 후 온몸을 난도질하고, 시신을 280조각으로 포를 떠서 봉지 하나당 20개씩 담아 보관한 엽기 살인으로 체포됐다.
 

이는 인육 채취 및 장기 밀매 목적으로 의심되는 행위였으나, 그는 살인이 우발적이라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이를 그대로 믿고 우발적 범죄라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이 사건이 계획적이고 잔혹한 데다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단해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에서는 판결을 내린 1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오원춘이 초범인데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이 사회의 유지존립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 판결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시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대한민국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오원춘의 얼굴은 범의 형상이다. 그는 머리가 크고 이마가 넓으며 코가 풍만하다. 입에 각이 졌으며 안청에 검은 빛이 많아 밤이면 광채가 사람을 쏘고 말소리가 크고 행보에 위엄이 있다. 이런 사람이 자신의 성정을 잘 다스리면 어진 장수가 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충신으로 소임을 다하지만 어긋난 기운을 만나면 사나운 범이 난동을 부리는 것과 같이 흉악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못생긴 게 특징?
지금은 달라졌다


연쇄 살인범과 흉악범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겉으로는 평범한 사회 일원처럼 보이는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신뢰를 쌓으려는 방편이다. 1978년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던진 ‘광대 살인마’ 존 웨인 게이시는 광대 분장을 하고 어린이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으나 실상은 남자아이와 청소년 서른셋을 죽인 살인마였다. 우리는 ‘범죄형 얼굴’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실제로 과거엔 외모만으로 범죄형 인간을 판단하려는 연구도 있었다. 범죄학 창시자라고 부르는 이탈리아 법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는 범죄자의 얼굴 생김새, 즉 관상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큰 귀, 툭 튀어나온 이마와 광대뼈, 긴 팔이 범죄자 특징이라고 했다. 죄수들의 신체적 특징을 관찰한 결과다. 강력계 형사 중에도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과학적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전문가는 “사람은 누구나 길과 흉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순작용의 기운이 길하게 작용하는 시공간이라면 부와 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고 역작용하는 기운에 시공간의 주파수가 자신의 DNA와 결합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범죄와 흉포함이 가중된 사람으로 만들어진다”면서 “무릇 사람은 순작용의 스펙트럼에 순응하고 자신의 성정을 늘 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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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