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시래기…웰빙 메뉴가 뜬다!

최근 급부상한 인기 식재료는?

산나물이 외식가의 주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시래기나 곤드레 등으로 만든 요리를 맛보고 싶어도 판매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곤드레 등 산나물밥 등을 메인으로 내세운 곳이 인기몰이를 하더니, 작년 말부터는 시래기를 요리로 승격시킨 전문점 등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칼슘, 비타민 풍부한 곤드레밥 인기 고공행진
곳곳에 생겨나는 국산 시래기 요리 전문점

곤드레나 시레기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웰빙음식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중 62.8%가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2~3년 전부터 패밀리레스토랑이 퇴조하고 한식뷔페가 자리를 메우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웰빙식품으로 조명받고 있는 곤드레와 시래기 등을 내세운 매장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한식뷔페 ‘풀잎채’는 곤드레솥밥과 수제냉면, 직화구이 등의 웰빙 한식메뉴를 내세우며 건강을 중시하는 40~5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풀잎채’에서는 참나물, 취나물, 방풍나물 등 맛깔나는 나물반찬을 비롯, 신선한 재철 식재료로 만든 100여 가지 다양한 한식메뉴를 1만2900~1만6900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간판메뉴 곤드레솥밥은 1인용 솥에 담아 매장에서 즉석으로 지어낸다. 곤드레 나물은 강원도 농가와 일대일 계약을 맺고 무농약 친환경으로 재배한 원료를 산지와 직접 거래하고 있다.

한식뷔페 흥행


지역농산물 직거래로 영세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우수한 품질의 강원도 나물을 풀잎채에서 맛볼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본사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곤드레를 활용해 밥, 반찬 등을 다양하게 내놓는 식당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쇼핑몰 ‘커먼그라운드’에 있는 한식 백반집 ‘소녀방앗간’은 ‘산나물밥’이 인기다. 월산댁 뽕잎, 화곡댁 다래순, 일포댁 취나물, 청송삼거리방앗간 햅쌀, 방위순 할머니 간장 등 로컬 재료만을 사용해 직접 밥을 짓는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은 곤드레 나물을 넣은 자연미인 도시락을 판매한다. ‘산채향기’는 곤드레밥과 산채정식전문점이다. 곤드레밥 정식을 비롯, 메밀전병, 녹두전, 장단콩청국장 등 토속적인 음식을 선보인다. 곤드레는 강원도 정선과 인제, 평창에서 나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

식품업계도 냉동 나물밥 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대상은 작년 ‘밥물이 다르다’를 콘셉트로 곤드레나물, 취나물, 무청 등 생나물을 넣은 냉동밥 시리즈를, 풀무원은 ‘곤드레 보리밥’ ‘산채나물 비빔밥’ 등 다양한 냉동밥을 내놨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건강 산나물을 즐길 수 있어 간편함을 추구하는 혼밥족과 맞벌이 가구 등에게 잘 나간다.

지자체도 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수도권에 강원나물밥 맛집을 선정해 레시피를 전수하는 등 나물밥을 쉽게 맛볼 수 있도록 해 강원도 대표음식으로 키워갈 방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푸른색이 살아있는 고품질 나물을 건조할 수 있는 자체 특허기술을 활용했다.

프랜차이즈 ‘순남시래기’와 ‘미스터시래기’는 건강밥상을 콘셉트로 시래기와 곤드레 등을 활용한 메뉴를 주력으로 한다.

순남시래기는 강원도 양구에서 자란 시래기만을 사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시래기국과 수육정식, 떡갈비정식 등이 간판메뉴다. 유자와 복분자, 오미자 등으로 만든 칵테일 막걸리를 더해 인기다. 부뚜막 셀프바에는 각종 나물, 잡채, 도토리묵 등을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으며, 후식으로 옛날 과자도 제공한다. 최근 봄을 맞아 씨앗된장 시래기밥, 봄향쑥국, 봄 골뱅이 무침 등의 제철나물을 이용한 신메뉴를 선보인 바 있다.


미스터시래기는 시래기와 불고기를 접목한 ‘시래기 불고기전골’과 ‘곤드레 양념불고기’ 등을 메인으로 한다.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2층에 위치한 시래기 요리 전문점 ‘시래마을’도 강원도 양구 손덕수시래기덕장에서 나는 시래기만을 사용한 웰빙밥상을 선보인다.

재료 안정성 중시

부식재료이자 값싼 식품으로 취급되어왔던 곤드레와 시래기가 재조명받고 있다. 곤드레는 쌀이나 곡물보다 몇 배나 더 넣어 굶주린 배를 불렸던 구황식물 중 하나였다. 주산지는 정선으로 2010년 산림청에 지리적표시등록이 됐다. 주로 생으로 데치거나 말린 나물을 불려서 데친 후 나물밥이나 밑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에 힘입어 곤드레밥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곤드레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격이다. 또 소화가 잘돼 노인들에게 좋고 섬유소를 다량 함유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시래기는 강원도 등지에서 밑반찬으로 사용되던 향토 식재료다. 강원도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시래기는 푸른 무청을 엮어 겨우내 말린 것으로 국거리, 찌개, 생선절임 등 다양한 반찬으로 이용되어 왔다. 나물이나 조림 등에 밑반찬 혹은 부재료로 사용되며, 소비 또한 동절기나 대보름 같은 특정시기에 집중되고, 주로 중장년층에 한정되어 왔다. 예전에는 무청은 버리고 무만 사용했지만, 지금은 무청용 품종을 재배할 정도로 시래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시래기 최대 주산지인 강원도 양구와 홍천 등에서는 시래기 채취량과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웰빙 식품 소비 확산에 따라 시래기가 건강 다이어트 식재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래기에는 비타민과 칼슘,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포만감은 크지만 열량은 낮다. 메뉴 폭도 넓어졌다. 밥과 국, 나물 등에 시래기를 넣어 다양하게 내놓는다. 전골, 불고기 등에 넣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고 있는 시래기 붐에 따라 시래기 가격급등이나 과잉생산 등에 따른 재료공급의 안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웰빙 코드만 내세워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예비창업자들은 메뉴의 적정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맹 본사가 적정한 가격에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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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