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정원 대북정보력 논란

'헛다리' 정보당국 믿어도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개성공단 폐쇄 직후 리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종파분자로 지목돼 처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것이 확인되면서 국정원의 대북정보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원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당받고 있지만 대북·해외정보 수집에서 ‘아마추어’ ‘흥신소 직원’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대북정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설익은 정보를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현재까지 국정원은 2008년께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2013년에 있었던 장성택의 실각 정도를 제외하면 잇따라 잘못된 발표를 내놨다. 국정원이 흘린 정보를 언론이 ‘받아쓰기’ 했다가 오보 낸 일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계속 헛발질

국정원은 지난 2010년 민간인 2명과 해병 2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예측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군 정보당국이 감청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국정원에 넘겼음에도 국정원 측은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

2011년엔 당시 후계자로 막 떠오른 김정은이 중국을 단독 방중한다는 발표를 냈으나 김정일이 직접 방중하면서 망신을 샀다. 같은해 12월엔 김정일 사망을 조선중앙TV가 공식 발표할 때까지 감지하지 못하면서 무능의 극치를 드러냈다. 사망 발표 당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중이었다.

지난 2012년께에도 김정은이 리설주를 대동하고 나왔을 때까지 그의 결혼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복수의 전문가들은 리설주를 여동생 김여정으로 판단했을 정도였다. 김정일이 생전에 비밀리에 여러 명의 처를 뒀기 때문에 서방 지도자들처럼 공식적으로 부인을 대동한다는 것을 북한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같은해 12월 북한이 갑작스럽게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도 그 전날까지 로켓이 해체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2014년 5월엔 처형됐다던 인민가수 현송월이 조선중앙TV에 나왔다. 전해 8월, <조선일보>는 현송월을 포함해 은하수관현악단 및 왕재산예술단원 9명이 음란물 제작·유통 혐의로 처형당했다고 보도했다. 직후 <아사히신문>까지 김정은이 리설주가 유사한 행위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막기 위해 처형을 지시한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국정원도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국회에서 발언하면서 관련 보도를 부추겼다. 그러나 현송월은 지난해 말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에도 나타나 인터뷰에 응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4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모스크바 전승절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다음 날 북한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망신을 당했다.

국정원은 북한 당군정의 동향이나 인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엔 핵심 측근의 한 사람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추방돼 지방의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국회에서 보고했으나 올해 1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상 혁명화 교육기간으로 2~3개월 정도면 매우 짧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가 평양에서 자숙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기도 했다. 최룡해 역시 이번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것이 확인되면서 신변이상설을 불식시키고 최측근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겸 화력지휘국장도 얼마 뒤 <노동신문>을 통해 등장했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시에도 미국과 일본은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한 반면 국정원은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국정원의 반복되는 ‘헛다리’는 근본적으로 북한체제의 폐쇄성 탓도 있겠으나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부재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국정원이 확보하고 있는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 인적 정보망)의 질과 양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은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들로부터 동향을 청취하거나 중국 내 조선족, 탈북자, 한족 정보원, 북한 내 북한인으로 구성된 정보망을 통해 대북정보를 수집, 분석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북한인 휴민트를 구축하는 것에 크게 공을 들이지만 국경 밖에서 북한 내에 연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대북정보 라인이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완전히 붕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부임 직후 대북전략국이 해체됐고 북한 전문요원이 크게 줄어드는 등 대북관련 업무가 홀대받았다.

국정원이 “2중 스파이여도 상관없다. 정보만 가져오라”고 요구하면서 정보원들이 사례를 목적으로 부정확하고 설익은 첩보를 넘기는 일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렇게 국정원 측이 조선족이나 탈북자 정보원이 주는 첩보를 오판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국정원 내부에 북한을 잘 아는 전문가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집된 대북정보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일도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리영길 처형 발표…노동당대회 등장
“1조원 예산이 아깝다” 흥신소 수준?

특히 이명박정권 들어 대북강경책 일로의 정책이 시행됐고 이에 따라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영향도 크다. 믿을 만한 휴민트의 상당수는 그나마 북한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나 상사원이었다. 소위 대북사업가들이 사업 협의 과정에서 북한 고위당국자를 만나 북한 내의 여러 소식을 청취했으나 대북 신규 사업이 모두 중지되면서 이러한 방식이 단절됐다. 이렇게 휴민트가 붕괴되면서 인공위성, 정찰기, 이지스함 등 첨단 장비를 통한 전자 정보 수집 체계인 ‘시진트(Sigint·signal intelligence)’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그간 국정원이 내놓는 정보마다 ‘정국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것은 국정원이 오랫동안 본연의 임무는 제쳐두고 지나치게 정치화되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국정원이 해외 정보수집엔 무능하고 정권의 안위 등 ‘정치공작’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덩치나 무제한의 권한에 비해 독자적인 해외정보 수집능력이 지극히 부족하다”며 “대북·해외·국내 정보수집을 독점하고, 기획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각급 정부부처와 기관들을 쥐락펴락하며, 대내 심리전을 빙자해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등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은 인터넷 댓글을 통한 대선과 정치 개입 의혹에 휩싸였고 같은 해 6월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7월엔 이탈리아 해킹팀이 국정원 등 각국의 정보기관에 해킹프로그램을 대량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휴대전화 불법감청 및 해킹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수십 년간 민간인 사찰과 간첩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반복됐음에도 사이버테러방지법 법안 통과가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유우성씨 증거조작사건, 세월호 참사 개입, 어버이연합 게이트, 류경식당 집단 탈출 건 등 해외 정보 수집보다 국내정치에 집중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정원을 개혁하기 위해선 수사 기능을 없애고 국내 파트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정치만 기웃?

익명을 원한 군 정보당국 전직 간부는 “정보기관 내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정보를 능숙하게 다루는 유능한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동안 비 전문가인 정치인, 공무원, 정권실세의 측근이 수장으로 왔기 때문에 대북정보력이 점점 약화된 것이다. 국정원의 기관 출입도 철폐해야 한다. 선진국 중에 정보기관이 사회 각 기관에 출입하는 나라가 없다. 휴민트 강화와 대북·대외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바로세우고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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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