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정운호 사건' 게이트 열 키맨들

정 대표 석방 위해 10명이 뛰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정운호 사건이 종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게이트로 관통하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길 정도다.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정운호 사건을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키맨들로 쉽게 풀어봤다.

정운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로비 의혹이다. 어느 선까지 정 대표의 인맥이 닿았는지가 관건. 검은 돈줄을 캐는 게 급선무다.

의심의 눈초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쏠린다. 유력 용의자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다만 혼자 했을 리 없다. 누군가 뒤에 있거나 도왔다. 바로 사건의 ‘키맨’들이다. 이들에 따라 법조계, 나아가 정관계가 뒤집어질 만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열 열쇠를 쥔 사람들은 누구일까. 검찰의 칼끝은 정 대표를 겨누고 있다. 일단 각종 의혹으로 단단히 옭아맨 모양새. 큰 줄기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줄줄이 딸린 가지들부터 하나하나 쳐낼 요량으로 보인다. 그 첫 가지가 정 대표의 법률대리를 맡은 최유정 변호사다.

[의혹의 몸통]
[최유정 변호사]

검찰은 최 변호사를 이번 의혹의 ‘몸통’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는 보석을 목적으로 최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변호사는 자신이 부장판사 출신이란 점을 이용, 정 대표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판사에게 부탁해 보석이 되도록 해주겠다’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4개월 감형됐지만, 보석 허가를 얻어내는데 실패하자 최 변호사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최 변호사는 30억원을 되돌려 줬으나 나머지 20억원의 반환 문제를 놓고도 다툼을 벌였다. 결국 구치소 접견장에서 사단이 났다. 두 사람은 수임료를 놓고 격렬한 시비를 벌였고, 급기야 정 대표가 최 변호사를 폭행까지 했다. 정 대표의 구명로비를 비롯해 전관예우를 악용한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2일 최 변호사를 구속했다. 수임료를 부당한 용도로 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의 구명로비를 벌였는지, 벌였다면 접촉한 인물들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줄기]
[송창수 전 대표]

조 변호사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다. 최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한 게 바로 송 전 대표다. 정 대표와 송 전 대표는 같이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다 알게 됐다.
 

앞서 송 전 대표도 최 변호사에게 변론을 맡겼다. 인연은 2013년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 전 대표는 피해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징역 4년. 송 전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항소심을 맡겼다. 그 결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선고 당일 이숨투자자문을 설립하고 13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아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일파만파’ 구명로비 수사 급물살
어느 선까지 입김 들어갔나 관건

최 변호사는 이숨 사건도 수임했다. 송 전 대표는 2건의 재판 수임료로 최 변호사에게 50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정 대표의 구명 로비와 비슷한 혐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변호사가 수임료를 어디에 썼는지 집중 추적하고 있다.


[전관 영향력? ]
[홍만표 변호사]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핵심 키맨으로 꼽힌다. 홍 변호사는 최 변호사에 앞서 정 대표의 변호를 맡았다. 모두 무혐의를 이끌어낸 장본인. 정 대표는 2013년 400억원대의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2차례나 무혐의로 결정했다. 홍 변호사 역할이 컸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대표의 100억원대 도박 혐의도 홍 변호사가 수임했지만, 중간에 최 변호사로 법률대리인이 교체됐다.

핵심 브로커·로비스트 보니…
검은 돈줄부터 캐는 게 급선무

홍 변호사는 특별수사에 정통한 검찰 고위직(검사장) 출신으로 ‘전관’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대표의 무혐의와 검찰 구형량을 축소하는 데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곧 홍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 일단 홍 변호사가 2013년까지 90억원대의 소득을 신고했는데, 이후 소득을 줄여 신고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수사 피해 잠적한]
[브로커 두 이씨 ]

이번 사건엔 전문 브로커가 등장한다. 이모씨와 또 다른 이모씨가 주인공. 모두 판도라 상자 열쇠를 쥔 인물로 꼽힌다.

먼저 이숨투자자문 이사로 재직했던 40대 이씨는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로 알려졌다. 조세포탈과 사기, 밀수·밀항 등 여러 차례의 범죄 전력이 있는 이씨는 구치소에서 송 대표를 알게 됐고, 송 대표가 재판을 받자 최 변호사를 이어줬다. 당시 “동거녀인데 직업이 판사”라 소개했다고 한다.
 

이씨는 정 대표와 최 변호사간 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최 변호사를 대리해 정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최 변호사의 남편 자격’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50대 이씨는 법조 브로커로, 정 대표에게 고교 동문인 홍 변호사를 소개한 인물이다. 평소 전 청와대 비서관, 현직 검사 등과의 인맥을 과시했고, 정 대표의 첫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L부장판사와 저녁 자리를 갖고 정 대표의 구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 로비 의혹도 있다.

두 이씨는 현재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사라진 2명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이들이 정 대표 사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게이트의 핵심이다.

[정운호 도운]
[로비스트 3인방]

2명의 이씨 말고도 정 대표를 위해 뛴 사람들은 또 있다. 언론인 박모씨, 의사 이모 원장, 사업가 한모씨 등이다. 이들도 정 대표 사건에 얽혀 있다. 검찰은 이들이 두 변호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움직였는지 확인 중이다.


주간지 등 언론사를 운영하는 박씨는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에도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경찰의 정 대표 도박 수사 당시 사건 무마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정 대표와 경찰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코스닥 투자사기 등 혐의로 구속, 지난 1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성형외과 의사인 이 원장도 정 대표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의심을 받고 있다. 브로커 이씨와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 원장은 L부장판사와 인연이 있는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에게 선처의 뜻을 전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이 원장이 성형외과를 매개체로 형성한 연예인 인맥을 로비에 사용하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씨는 정 대표의 사업을 도운 브로커다. 정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이 군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도 연결돼 있다.

[도박사건 무마]
[경찰관 2명]

정 대표가 2013년 400억원대 도박 수사를 받을 때 경찰관 2명이 움직인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정 대표는 불기소로 검찰에 송치돼 무혐의를 받아냈다.

L씨 등 현직 경찰간부 2명은 도박사건 무마 대가로 정 대표에 상가 운영권 등 이권 제공을 요구하고, 특정 회사에 투자를 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 대표 측에게 “수사 무마에 힘써줄 테니 지인 회사로 납품 이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경찰과 정 대표,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들 간 ‘거래’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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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