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장손 급사로 본' 비명횡사한 재벌가 황태자들

금지옥엽 키워 가슴에 묻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엔 유독 단명한 사람들이 많다. 스트레스가 심해서일까.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로열패밀리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얼마 전 44세,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대성그룹 장손과 에넥스 차남도 그렇다.

대성가 장손 김정한 라파바이오 대표가 사망했다. 대성그룹에 따르면 김영대 대성 회장의 장남 김 대표는 지난 1일 오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44세.

비운의 사고
갑자기 떠나

김 대표는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맏손자다. 미국 루이스앤클락 대학(물리학 전공)과 런던대학(경영학)을 졸업하고 2002년 대성산업 연구개발실 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기계사업부 상무, 부사장 등을 거쳐 사장에 올랐지만 지난해 4월 물러났다.

대신 그의 동생(김 회장의 3남) 신한씨가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같은 해 5월엔 김 대표가 맡고 있는 라파바이오, 대성엘앤에이, 제이헨, 포디알에스 등 4개 회사가 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회장의 차남 인한씨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성은 1947년 대성산업공사로 출발해 에너지·해외자원개발, 산업 기초소재, 기계전자·정보통신 등 사업을 펼쳐왔다. 계열사인 대성창업투자, 대성, 코리아닷컴 등은 IT·출판·영화·방송콘텐츠·음악·게임·애니메이션 사업도 해왔다.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대성가 삼형제는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 지분 다툼을 벌인 뒤 등을 돌려 아직까지 발길을 끊고 있다. 이들은 2006년 모친 고 여귀옥씨가 타계하자 유산상속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빚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삼형제는 유산정리에 합의했지만 이후 전혀 왕래가 없다. 최근까진 ‘대성’ 사명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 회장은 각각 대성산업, 서울도시가스, 대성그룹을 독자경영하고 있지만 법적으론 계열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김영대 대성 회장 장남 심장마비 사망
에넥스 창업주 차남도 출장 갔다 숨져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잘나가다 갑자기 동생에게 밀려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라며 “직접 경영한 라파바이오도 경영난 속에 임금 체불로 고소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엔 에넥스 창업주의 차남이 출장을 갔다 숨지는 일도 있었다. 국내 주방가구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에넥스의 박진호 전 사장은 미국 서부지역 출장을 위해 탑승한 항공기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54세. 업계에선 그가 별다른 지병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넥스 창업주 박유재 회장의 차남인 박 전 사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기계공학과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5년 한국통신에 입사했다. 위성사업단 무궁화3호 발사 기술부장으로 일했던 그는 2002년 에넥스 기획담당 상무를 맡아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6∼2010년 에넥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다 에넥스 중국법인을 지휘하던 형 박진규 현 에넥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박 전 사장은 에넥스 관계사이자 에넥스 가구 시공·사후서비스(A/S) 등을 담당하는 엔비스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대성가 장손과 에넥스 차남이 급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작스런 사고로 비명횡사한 재벌가 자녀들이 회자되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에 꼭 한 명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문의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은 비운의 로열패밀리들은 다음과 같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2년 전 아들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차남 제홍씨는 러시아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러시아로 출장 갔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 33세.

사조그룹에 따르면 제홍씨는 2014년 7월24일 판로개척 목적으로 출장을 떠나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한 호텔 9층 객실에 투숙했다. 그는 이날 새벽 호텔 식당에서 출장 동료, 현지 지사 직원 등과 식사 이후 객실로 들어간 뒤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제홍씨가 객실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주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제홍씨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들을 가슴에 묻은 주 회장의 마음고생은 말로 헤아릴 수 없었다. 한동안 아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렸다는 후문. 제홍씨는 생전 남자답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도 금지옥엽으로 키운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그의 차남 은혁씨는 2013년 7월 물놀이 중 익사했다. 향년 36세.

경기 가평군 미사리 개인별장 앞 강에서 가족과 물놀이를 하다 갑자기 정신을 잃어 현장에 출동한 119에 의해 구조됐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4시간 만에 숨졌다.

“하늘이 버렸다”
가슴 찡한 사연

경찰은 은혁씨가 수영에 능숙했고 강가 선착장에서 보트 운행에 사용되는 전기케이블이 파손된 것을 발견, 은혁씨가 고압전류에 감전돼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 전 회장과 그의 둘째부인인 가수 배인순씨 사이에서 태어난 은혁씨는 2011년부터 학교법인 공산학원 이사를 맡아 최 전 회장과 함께 경기 안성시 소재 동아방송대학을 경영해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8명의 형제와 슬하에 8남1녀의 자녀를 뒀다. 3세까지 합하면 30여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다복한 현대가문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대로 슬픈 가족사를 갖고 있다.

1982년 당시 인천제철 사장으로 재직하던 정 창업주의 장남 몽필씨는 49세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몽필씨는 승용차를 타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사망했는데, 그는 당시 일본에서 귀국하는 ‘왕회장’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길이었다.

정 창업주로선 청천벽력과 같은 사고인 셈이다. 그는 장남을 잃고 “하늘이 나를 버렸다”는 말로 주위에 비통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몽필씨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권 승계 1순위였다.

수영하다 익사…외국서 추락사
유학 중 참변에 의문의 죽음도

롯데가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장남 동학씨가 사망한 가슴 저린 사연을 갖고 있다.

동학씨는 2005년 태국 방콕공항 인근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 그는 후배 한 명과 태국에 입국한 이후 사업차 필리핀으로 출국을 앞두고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동학씨는 롯데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았다.

동학씨는 ‘롯데가 악동’으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1994년 ‘프라이드 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2년 뒤인 1996년 동거녀와 함께 대마초와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1999년 롯데가문 선영 도굴범들의 현장검증 때 용의자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2000년엔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낸 뒤 경찰관을 매달고 질주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동학씨는 해외에서 주로 생활하다 변을 당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1990년 장남 선재씨를 잃었다. 선재씨는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23세에 요절했다. 김 전 회장과 부인 정희자씨는 아들의 사고 소식에 통곡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선재씨가 사고를 당한 이유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어머니 정씨를 마중하러 가던 길이란 점은 이들 부부의 가슴을 쓸어내리기에 충분했다.

선재씨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보스턴 MIT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정씨는 졸지에 세상을 등진 선재씨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듬해 아들의 이름을 딴 선재미술관을 설립했다. 김 전 회장 부부는 1994년 선재씨를 닮았다는 이유로 톱스타 L씨를 양아들 삼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도 갑작스럽게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냈다. 이 회장은 2004년 9월 54세에 지병으로 별세한 남편 고 양회문 전 회장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경영일선에 나선 이 회장은 후계 작업을 서둘렀다. 시아버지 양재봉 창업주도 직접 승계를 챙겼다.

집안의 장손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당시 대학생이었다. 당초 해외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바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실무경험이 우선이란 판단에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 부사장은 2006년 8월 공채로 대신증권에 입사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사고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2007년 1월 유일한 남동생 홍준씨가 불운한 사고로 사망한 것.

자녀 보내고
가슴에 대못

이 회장의 차남 홍준씨는 모로코에서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23세였다. 그는 2006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 교환학생 자격으로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방학을 맞아 모로코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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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