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송희경 당선인

30년 IT 전문가 “불꽃같이 일할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을 목전에 뒀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초·재선 당선인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세 번째로 새누리당 송희경 당선인을 만나봤다.

새누리당이 송희경에게 비례대표 1번을 준 이유는 명확하다. ‘IT 전문가’는 그가 만들어온 길이면서 동시에 4년 내 증명해야 될 정체성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 재편과 일자리 창출은 유권자들이 송희경 당선인에게 내린 특명이다.

지난 30년간 기업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쌓아온 특유의 맷집은 어쩌면 대한민국 경제에 꼭 필요했던 덕목일지 모른다. 1시간이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송 당선인은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다음은 송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국회의원 당선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등원을 하기 전이라 그런가 보다. 얼마 전 당선자 뱃지와 당선증을 받았는데 그때 조금 실감이 나더라. 앞서 다른 후보자들 지원 유세를 갔을 때 현장에서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말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국회의원 자리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비례대표의 정의가 전문성이지 않나. ‘IT 전문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온 것이니 4년 동안 불꽃같이 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 현장 분위기를 말씀하셨는데, 기업인으로 있을 때와 많이 달랐나?
▲많은 차이가 있었다. 기업에 임원으로 있을 때는 대부분 만나는 고객이 다른 기업의 임원들이었다. 즉 중산층 이상의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다.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중산층 이상이다. 그러나 현장 유세를 나가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애기 업고 나온 아줌마에 미용실 사장님들까지, 먹고 살기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와서 얘기 들어주고 손잡아주신다. 이제 내 고객은 이곳 현장에 있고, 여기 계신 분들을 바라봐야겠다고 느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서민들을 위해 전체가 잘 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게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다.


- 새누리당에서 먼저 영입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도 참 그게 궁금하다. 아마 대우·KT 등을 거치면서 다분야로 일해보고 특히 공공 영업을 하면서 여러 협력 단체들과 같이 일을 해봤기 때문인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장을 맡았을 때는 올림픽준비위원회와, 클라우드산업협회장을 했을 때는 미래부 등 정부와 함께 일했다.

공공국방영업본부장 때는 국방위와, 재난안정망을 구축할 때는 안행위가 있는 국회와도 소통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글로벌 수출·수입까지 각 분야에서 많이 경험해본 임원을 찾다보니 내가 제의를 받은 것 같다. 나라가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일해 달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 비례대표 순번 1번이다. 상징성 있는 숫자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유는 분명하다. 첫 번째는 정치색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색이 없으니 계파도 없다. 두 번째는 전통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IT 산업으로의 재편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IT에 몰입된 내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창조경제가 실패했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고 한들 전국 18곳에 대기업이 투자해놓은 곳을 버려야 되겠냐고 묻고 싶다. 오히려 어려움이 있어도 투자한 곳을 ICT로 재편해서 도약시켜야 하는 것이다. 사놓은 땅이 불모지라고 그 땅을 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가서 자갈도 걷어내고 좋은 토양의 흙도 섞어봐야 한다. 1번은 그런 일을 할 만한 실무형 여성 IT임원을 찾던 중 내게 온 것이라 생각한다.

- 말씀하신 것처럼 IT 전문가시다. 예상대로 주 활동 무대는 IT 쪽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혹시 다른 쪽에 관심 있는 분야도 있나?
▲IT를 하다보면 인재육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에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이 있지만 커리큘럼이 문제다. 커리큘럼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에 계신 교수들도 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 다음은 여성 인재들의 육성이다. 그중에서도 워킹맘 문제에 관심이 많다.

- 인재 육성을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에서 브레인 유출이 심하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전문성 있는 직업에서 유출이 심한데, 그 사람들을 잡아 둘 흡인 요인을 만들겠다는 말인가?
▲그렇다. 소프트웨어 융합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공약인데, 다른 곳 말고 전국 18개의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버리지 말고 산자부에서 만든 테크노파크와 지역의 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합쳐서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을 지역의 뿌리로 만들면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막고 그 지역의 IT 인재로 키울 수 있다. 그럼 지방 대학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 거기에 규제 프리존을 만들어서 세제 혜택을 주고 글로벌 업체들을 데려와 투자를 유치하면 충분한 고용 창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KT 전무 출신 비례대표…워킹맘 성공사례
30년 IT전문가 “창조센터 버리서는 안돼”

인도에 성공 사례가 있다. ‘하이데라바드’라는 인도의 조그만 도시를 보면 그곳 젊은이들이 델리 같은 큰 도시로 가지 않고 노트북 들고 지역 기업에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낸 결과다.
 

- 여성 인재 육성으로 넘어가서, 먼저 여성의 경쟁력부터 향상시킬지 아니면 지원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할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인가?
▲ 장기, 단기로 나눠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여성 인력을 발탁하지 않았으면 나도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발탁을 통해 여성 인력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놓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무조건 여성 인력을 60% 뽑아야 한다든지, 인사 승진이 있을 때 가중치를 줘야 한다든지 같은 주장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면 여성들의 경쟁력은 평균 하향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아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여성들의 경쟁력 문제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성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남성들이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육아는 남성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열심히 성과를 내서 자신도 임원이 돼야 하니까.

그러니 육아의 책임은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학력과 관계없이 교사, 약사 같이 방학 있고 일찍 마치는 일에 여성 인력의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없고 학교에서 남성 선생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풍선 효과로 우리 아이들은 이런 불균형 속에서 양성될 수밖에 없다.

그럼 이 육아를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정부에서 이를 해결해줘야 한다. 육아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여성 인재들이 나올 수 없고, 여성 인재들이 나올 수 없으면 지금의 이런 불평등한 구조가 계속된다. 여성들도 가정에서는 남편, 기업에서는 동료들을 서포트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 악바리처럼 일 할 수 있게 리스크 테이킹을 좀 더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 초선 여성 비례대표는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게 정가의 속설이다. 이를 극복할 전략이 있나?
▲국회도 다 사람 사는 곳이지 않나. 다른 분도 그런 질문을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힘들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직 피부로 느껴보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어렵다는 얘기는 최초의 여성 과장, 여성 대리, 여성 임원이 되면서 지난 30년간 쭉 들어왔던 말이다. 예를 들어 과장인문교육을 가면 499명이 남자고 나 혼자 여자였다. 화장실도 나 혼자 가고 잠도 혼자 별동에서 잤다.

동료 임원, 고객들도 전부 남성이었다. 거기서도 살아남았는데 지금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기업에 있으면서 수주를 위해 프리젠테이션하고 불러주지도 않는데 2시간 이상 기다려도 보고 별걸 다 해봤다. 국회에서 꼭 상정시켜야 할 법이 있다면 야당의 어느 분이라도 밤새 찾아가 뵐 것이다. 단 내가 법은 잘 모르니 그 부분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 ‘워킹맘’은 송희경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고, 워킹맘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선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항상 열어놔야 한다.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난 두 가지를 강조한다. 하나는 ‘IT전문 국회의원’이 되겠다. 또 하나는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국회로 연결하는 ‘통로 국회의원’이 되겠다. 통로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통로를 잘 열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자 선배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가서 “선배 나 너무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터놓고 의논해야 한다. 물론 보이는 시선이 있고 혹시 오해할 수도 있으니 “술 한잔 할까요”란 말을 쉽게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어떤 조직에 가서도 여자든 남자든 선배들과의 통로는 꼭 필요하다. 내가 통로를 열어놔야 사람들이 찾아온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나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그 말을 꼭 해주고 싶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정말 절박한 상황이다. 과거 내가 대우그룹과 관련 계열사에 있을 때에는 인구 절벽이 일어나지 않은 시기였다. 물론 꺾이긴 했지만 올라갈 수 있는 내수시장이 있었다. 요즘 조선업이 난리라고 하는데 대우조선이 과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내수시장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이런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산업재편이 없으면 안 된다. 꼭 하고 싶은 말은 IT에 대한 초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다. 규제를 푸는 논의가 초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IT가 전통산업을 재편해내지 못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력 많은 글로벌 업체들을 끌어와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허브로 한국을 지목한다.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좋으니 동북아 시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일례로 서브마린 해저 케이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콘텐츠를 시연하면 필리핀에서도 빨리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속도에서 1.4배 빠르다. 홍콩보다 값이 싸고 싱가폴 보다 전기세가 싸다. 지진도 없다. 통일까지 되면 육로로 중국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열린다. 이 좋은 땅에 글로벌 업체를 잡아와서 그 막강한 자본력을 여기 투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당적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IT와 관련해서 범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부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자부·국토부·국방부 등 IT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지 않나. 그러니 중복투자하지 말고 중앙에서 컨트롤하는 부총리를 만들어야 IT로의 재편이 탄력을 받고 기존 제조사들의 도약도 이루어질 수 있다. 내가 4년 동안 할 소임은 이것이지 않겠나 생각한다.



<chm@ilyosisa.co.kr>


[송희경은 누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단장 역임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 역임
▲전 대우정보시스템 기술연구소 소장, 상무
▲전 KT GiGA IoT사업단장, 전무
▲현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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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